엔비디아가 AMD의 라데온 HD 4890에 맞서 지포스 GTX 275를 선보인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라데온 HD 4890은 무주공산이었던 30만 원 중반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을 노린 그래픽카드다. 현존하는 최강의 단일 GPU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285을 보유한 엔비디아지만 최근 가격경쟁력에서 AMD에게 밀리는 분위기다. 엔비디아는 이를 만회하고자 값과 성능에서 HD 4890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지포스 GTX 275를 내놓은 것이다. 지포스 GTX 260과 GTX 280 사이에서 고민하던 게이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소비자의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다가 경쟁사가 움직이면 맞불을 놓기에 급급한 엔비디아의 태도는 썩 맘에 들지 않는다.
GTX 275의 생김새는 다른 GTX 시리즈와 비슷하다. 기판 길이는 라데온 HD 4890보다 3cm 정도 길다. 그래픽카드를 살 때 케이스 크기를 반드시 고려해야겠다. 쿨러는 예상보다 덜 시끄럽다. 단, 젖 먹던 힘까지 짜내 게임을 돌릴 때는 약간의 소음이 있다. 온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에는 45도 안팎, 최대 부하 중에는 80도를 넘었다. 별도의 고성능 쿨러를 구입해 교체하면 온도를 낮출 수 있겠지만 전원 회로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HDMI 변환젠더를 제공한다. 물론 D-Sub 젠더도 함께 담아 모니터에 맞는 출력 단자를 이용할 수 있다.
2개의 PCI 익스프레스 6핀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적어도 500W 이상의 파워서플라이를 쓰는 것이 좋다.
급조한 그래픽카드? 그래도 성능은 뛰어나다
지포스 GTX 275는 GTX 285의 성능을 제한한 모델이나 다름없다. GTX 285에 견줘 코어 클록이 낮아졌고, 메모리 대역폭이 512bit에서 448bit로 떨어졌다. 메모리 클록도 조금 낮아졌다. 라데온 HD 4890에 대항하기 위해 GTX 285의 성능을 조금씩 낮춘 ‘급조한’ 그래픽카드라는 소문이 항간에 돌고 있지만 성능만큼은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3D 마크로 구체적인 성능을 비교했다. GTX 275의 점수는 13,413점이었고 상위 기종인 GTX 285는 15,281점으로 약 1,800점의 차이가 났다. 코어 클록 15MHz치고는 큰 차이다. 비록 셰이더 유닛의 수는 똑같지만 메모리 버스폭이 다르고, 결과물 출력 파이프라인(ROPs) 수가 달라서 생긴 격차다. 보급형 그래픽카드에서 1,800점이면 큰 차이지만 최상급 그래픽카드라서 그런지 체감 성능은 비슷했다.
한편 경쟁사의 라데온 HD 4890은 13,129점을 기록했다. 점수 차이가 500점도 나지 않았다. 실제 체감성능은 물론, 테스트 환경과 최적화된 게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는 점수다. 용도와 즐기는 게임에 따라 그래픽카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라데온 HD 4890이 오버클록을 통해 최초로 코어 클록 1GHz를 돌파한 것이 PC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GTX 275도 이에 질세라 상당히 좋은 오버클록 수율을 보여준다. 테스트에 쓰인 아수스 ENGTX275는 기본 클록인 633MHz에서 720MHz까지 오버클록을 해도 게임과 3D 마크 테스트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라데온 HD 4890에게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GTX 285의 제원을 낮춰 발표하여 급조된 느낌이 강하지만 워낙 ‘잘 만든’ 그래픽카드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인지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 준다. 종전 모델인 GTX 280보다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니 오버클록 버전이 출시된다면 라데노 HD 4890은 물론, GTX 285의 자리도 흔들어 볼 만하다. 가격 대비 성능이 파격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제 값은 하는 그래픽카드임에는 틀림없다.
[1] 퓨즈 보호 기술을 더해 혹시 모를 과전류의 발생으로 인한 고장을 방지했다.
[2] 거대한 GPU 주변을 14개의 메모리가 둘러쌓고 있다. 메모리는 896MB의 GDDR3를 썼으며, 메모리 대역폭은 488bit다.
[3] 특성이 우수한 전원 부품으로 회로를 구성했다. 아수스에 따르면 효율과 내구성은 상승하고, 발열과 전기적 간섭은 감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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