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은 2004년부터 고집스럽게 홈시어터 케이스와 AV PC를 만들어 온 회사다. 하나라도 더 팔자는 생각으로 품질을 타협하거나 남들처럼 팔릴 만한 저가 제품을 만들지 않아 소비자에게 생소할 뿐이다. AV 시장이 성숙된 미국에서는 3~4년부터 꾸준하게 홍보와 마케팅을 펼쳐 관련 업계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또 CEDIA라는 AV 전문협회를 통해 탄탄한 판로도 구축해 놓았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는 케이스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AV PC를 서너 개 정도만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제품 로드쇼를 진행하고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과는 다른 국내 시장의 특성에 맞춰 모뉴엘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모뉴엘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조현오 이사의 말이다.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성능과 가격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지금까지 모뉴엘이 내놓은 제품은 성능과 품질의 완성도는 높았을지언정 가격경쟁력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모뉴엘이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다.
“그동안 AV PC를 개발하면서 기술이 축적되었고, PC를 AV 기기로 인정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결정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의 고성능 제품을 선보일 역량과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판단을 내렸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 전시된 ‘쥬얼리 701’.
가전 본고장에서 인정 받은 품질
지난번 선보인 3만 달러 PC도 홍보의 일환이다. 조현오 이사는 “자동차 회사가 팔지도 않을 콘셉트카를 제작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한다. 쥬얼리 PC는 이 회사 마케팅팀 허종승 팀장의 작품이다.
“기존의 가공회사에서는 못한다고 손을 놨다. 포기할 수 없어서 ‘우리 제품 생산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써서 간신히 금형을 만들 수 있었다. 보석과 금도장 등의 후가공을 할 기술자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자그마치 3,500개의 보석을 조각해 넣어야 하는데, 하루 24시간을 작업해도 300개 이상은 힘들다며 모두 손사래를 쳤다. 간신히 기술자를 설득해서 1주일 동안 밤을 새어 완성을 했다.”
허종승 팀장은 그 뒤로도 도금 업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제품 공개 행사 2시간 전에야 모든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현재 PC는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 전시되어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쌓기 위한 모뉴엘의 노력이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모뉴엘은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행사장을 중심으로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 AV PC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제인 만큼 관련 업계의 관심이 상당”해서, “최대 스폰서를 HP가 맡고 있다”는 게 조현오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광고 진행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렀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스폰서나 백화점 로드쇼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의 일환이다. 소비자에게 ‘보통 PC와는 다른 특별한 PC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제품도 중요하지만 마케팅도 소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모뉴엘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다. 기존 PC나 저가형 홈시어터 케이스에 맞서 가격 경쟁을 벌일 수는 없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C를 AV 기기로 받아들이는 마니아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운영체제가 가장 큰 문제다. 다른 AV 기기는 전원을 켜고 바로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지만 PC는 부팅이라는 대기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조현오 이사는 모뉴엘도 이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디자인 등 하드웨어 부분도 문제지만 OS가 가장 큰 벽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뉴엘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같은 회사와 PC의 부팅 속도를 줄이고, AV를 즐기는 데 적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이 개발되면 최초로 테스트한 뒤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쥬얼리 PC’의 모체인 원통형 AV PC ‘모뉴엘 701’.
기술 개발을 위해 MS, 인텔과 협력해
소비자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은 가격과 성능만으로 PC를 평가하고 구매한다. 더욱이 케이스 값만 20~30만 원 하는 AV PC를 보는 시선은 더 싸늘하다. AV 시장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크지 않은 것도 모뉴엘 같은 회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우리나라 AV PC 시장이 척박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창업자의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다.
“전임 대표가 AV에 관심이 많았고, AV 소스 기기로는 PC만한 것이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기존 PC는 소음과 디자인 때문에 적합하지 않아서 AV에 어울리는 케이스를 직접 개발하기로 하고 회사를 설립했다.”
모뉴엘은 현재 보급형 AV PC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A10’이란 PC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얹은 40만 원대 넷톱이다. 인텔이 제안한 넷톱은 인터넷 서핑에 최적화된 미니 PC다. 모뉴엘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제품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에 대해 조현오 이사는 시장 테스트와 인지도를 쌓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넷톱은 기존 제품과 성격이 달라서 출시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모뉴엘을 알릴 수 있는 제품이라고 판단했고, 기존 브랜드와 혼란을 막기 위해 ‘미뉴’라는 서브 브랜드로 출시하게 되었다.”
미뉴 A10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통이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시장 반응을 알아보는 단계였다. 또 기존 저가 PC와 경쟁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이나 홈쇼핑, 용산전자상가 등의 유통망이 아닌 새로운 채널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조현오 이사는 “성능이나 가격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힘들다”며 “소비자가 컴퓨터를 보고 느끼고 만짐으로써 만족을 얻은 뒤 구매할 수 있도록 특별한 유통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슬림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모뉴엘 312’.
40만 원대 보급형 미니 PC ‘미뉴 A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