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아다모부터 아수스 UX50까지 - ‘타도! 맥북 에어’ 슬림 노트북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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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아다모부터 아수스 UX50까지 - ‘타도! 맥북 에어’ 슬림 노트북 열전
  • PC사랑
  • 승인 2009.07.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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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에어만 보지 말고 우리 좀 봐 달라구!!
휴대성에 전부를 걸었다고는 하지만, 성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트북은 쓰기 위한 도구지, 벽에 걸어놓고 보는 장식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장식품이 아닌지 올해 출사표를 던진 4종의 슬림 노트북을 한 자리에 모았다. TG삼보의 ‘에버라텍 스타’와 MSI의 ‘X340’은 100만 원 초반의 싼 값으로 나와, 저렴한 슬림 노트북을 원하던 유저들을 기쁘게 했다. 델의 ‘아다모’는 출시 이전에 제품 사진이 공개되면서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제품이다. 디자인과 품질만 놓고 보면 맥북 에어가 경계할 만한 수준이다. 아수스의 ‘UX50’은 다른 노트북에 비해 덩치가 크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제품들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측되어 이번 기회를 통해 소개한다.

델 아다모


아다모는 멋진 디자인과 성능으로 출시 전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다모가 예상보다 비싸게 나오자 바로 등을 돌렸다. 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싸고 괜찮은 PC를 파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던 델이 갑자기 비싼 고급 노트북을 파는 것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점도 크다. 정확히 말해서 환율 문제가 가장 크다. 어쨌든 아다모는 ‘슬림 노트북=그림의 떡’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굳혀 주었다.

알루미늄 재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아다모는 맥북 에어와 철저히 대비된다. 맥북 에어가 곡선의 부드러움을 가졌다면, 아다모는 곧은 직선으로 몸을 감쌌다. 워낙 단순해서 상판에 박힌 사과 한 개를 빼면 얘기할 게 없는 맥북 에어와 달리, 아다모는 상판과 바닥에 문신 같을 그려 넣었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맥북 에어의 적수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코어 2 듀오 ULV SU9300(1.2GHz) 프로세서를 썼다. 요즘 PC들의 CPU가 2~3GHz급이라는 점을 떠올렸을 때, 1GHz대의 저전력 프로세서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졌을지는 의문이다. 이밖에 비교 제품들 중 유일하게 플래시 메모리를 바탕으로 한 SSD를 달았다. 아다모 몸값 중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을 SSD가 차이만큼의 효과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MSI X340

MSI가 ‘저렴한 맥북 에어’를 표방하며 내놓은 X340은 값을 앞세워 맥북 에어에 도전장을 던졌다.
얼핏 봐도 맥북 에어와 많이 닮았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갸름해지는 디자인, 간결한 터치패드 등 맥북 에어를 따라했다는 지적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상판의 로고에 불이 켜지는 것도 맥북 에어를 닮았다. 반면 모든 단자에 일일이 테두리를 씌운 것은 다른 노트북 제품에는 보기 힘든 시도다. 맥북 에어의 알루미늄 외피를 광택 처리된 플라스틱으로 대신한 점도 신선하다. “맥북 에어 단순 짝퉁이 아니라구!”라고 말하는 인상을 준다.

CPU는 인텔 코어 2 솔로 ULV SU3500(1.4GHz)을 썼다.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대세인 요즘 싱글코어는 너무 떨어지지 않나 싶지만, 어차피 성능이 낮은 ULV 제품군이라면 듀얼이나 싱글이나 차이가 크지 않다. 칩셋은 GMA X4500 HD 그래픽 코어가 들어간 GS45를 달았다. 이밖에 130만 화소 카메라를 넣고, 블루투스와 802.11n 무선랜을 담았다.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공모전에 합격하는 참가자들을 보면 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미 여러 대회에 참가해서 실력을 다듬고 경험을 쌓는 유형과, 단 한 번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심사위원들의 허를 찌르는 유형이다. 에버라텍 스타는 후자에 가까운 제품이다. 다른 제품들이 처음부터 얇게 만들 것을 염두하고 설계를 한 것과는 달리, 상판 두께를 확 줄여서 전체 두께를 얇게 했다. 다른 제품들이 다이어트하느라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할 때, 혼자서만 지방제거 수술을 한 셈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얇은 두께 때문에 생기는 강도 문제는 알루미늄으로 해결했다. 본체와 상판의 소재가 달라 이질감이 드는 게 문제.
다른 제품들이 ULV 프로세서를 쓴 데 비해, 에버라텍 스타는 일반 노트북과 같은 코어 2 듀오 T6400(2GHz)을 썼다. 맥북 에어처럼 배터리를 몸 안에 넣은 것을 빼면 일반 노트북과 다를 게 없다. 슬림 노트북이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던 소비자라면 에버라텍 스타가 해답이 될 것이다.



아수스 UX50

“40cm(15.6인치) 화면을 단 노트북이 슬림 노트북이라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커다란 화면이 주는 이점 때문에, 들고 다니기 힘든 노트북을 쓰는 이용자들도 있다. 좀 더 큰 화면을 달았다는 이유 때문에 노트북의 부담스러운 덩치와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어떻게 보면, 다이어트가 가장 필요한 제품군이 바로 큰 화면을 단 노트북이다.

UX50은 40cm의 넓은 화면을 쓸 수 있지만, 같은 화면 크기의 다른 노트북들에 비해 얇고 가볍다. 겉은 단순하지만 속은 광택이 있는 소재와 없는 소재를 섞어 써서 세련된 느낌이다. 고급 제품군에만 쓰던 독립형 키보드를 달아 키 눌림이 깔끔하다. DVD±RW 드라이브도 빠뜨리지 않았다. 두께를 줄이느라 DVD±RW 드라이브를 뺀 다른 제품들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X340처럼 코어 2 솔로 ULV SU3500(1.4GHz) 프로세서를 달았다. 코어 2 듀오 ULV 프로세서를 쓴 제품도 나올 예정이다. 큰 덩치에 견줘 프로세서가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제품들 중 유일하게 별도의 그래픽 프로세서(엔비디아 지포스 G105M)을 얹은 만큼 그래픽 성능이 기대된다.



디자인
‘슬림 노트북’이라는 분류는 두께에만 영향력을 가지는 게 아니다. 막말로 맥북 에어가 야전에서 라면 먹고 잔 패잔병 얼굴처럼 생겼다면 누가 지금처럼 맥북 에어에 열광했을까? 드라마에서 구준표가 툭 쏘는 닭살 대사와 구준표 분장을 한 개그맨의 대사는 감동 자체가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역시 델 아다모다. 이번에 모인 노트북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을 가진 제품답게, 디자인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내구성도 빈틈 없이 훌륭하다. 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한 이용자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제품이지만 미란다 프리슬리 여사※라면 아다모를 위해 108가지의 찬사를 노래할 것이다.

반면 에버라텍 스타는 그녀의 사무실에 발을 내밀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상판을 빼면 ‘디자인’이라는 것을 생각이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최소한 X340처럼 단자를 보기 좋게 정리하는 성의라도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MSI X340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광택 처리된 소재를 잘 활용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단자에 테두리를 씌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구성은 취약하다. 손가락으로 상판이 쉽게 눌릴 정도이며, 키보드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부실한지 키를 누를 때마다 들썩거린다.

아수스 UX50은 겉으로만 보면 단순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외외로 섬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액정 화면과 테두리에 강화 플라스틱을 통짜로 덧씌웠다. 여기에 거울 같은 재질의 손목 받침대와 무광 처리된 키보드가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소재를 같이 쓰면 조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액정 테두리와 손목 받침대가 같은 광택성 소재라서 키보드를 가운데 두고 균형이 잡힌 느낌을 준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으로만 보면 무척 뛰어나지만 손목 받침대나 터치패드에 지문이 잘 묻어 실용적이지는 않다.

※미란다 프리슬리: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주인공의 엄격한 상사. 메릴 스트립이 배역을 맡았다.

델 아다모

알루미늄 외피에 무늬를 새겼다. 단순의 극을 달리는 맥북 에어와는 다르다!


키보드에 불이 들어와 어두울 때도 타이핑을 할 수 있다. 밤낮이 따로 없는 PC사랑 마감에는 쓸모 없겠지만 그래도 끌린다.

MSI X340

상판의 MSI 로고에 불이 들어온다. 예쁘지만 맥북 에어의 그림자를 지우긴 힘들다.


단자마다 일일이 테두리를 씌웠다. 이렇게 하기도 쉽지 않은데…….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알루미늄으로 된 상판을 써 디자인은 물론, 얇아진 두께를 지지하는 데도 한몫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터치패드에 특수키 기능이 들어간 것을 빼면 별다른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을 다른 노트북들과 견줄 때 차이가 크다.

아수스 UX50

각각의 키가 분리된 키보드를 달아 실수로 옆 키를 같이 누르는 일이 없다.


터치패드와 손목 받침대에 광택 소재를 썼다.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손이 많이 닿는 부분이라 부담스럽다.

확장성
우리는 맥북 에어의 날씬함에 감탄했지만 인색한 확장성에는 적지 않이 실망했다. 그리고 다른 슬림 노트북들은 부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다행히 아직까지 맥북 에어처럼 오만한 제품은 드물다. 이번에 모아놓은 슬림 노트북 4종도 일반 노트북과 거의 같은 단자들을 가졌다.

델 아다모


헤드폰 단자를 뺀 모든 단자들이 뒷면에 달려 있다. 카드 리더가 없는 대신 eSATA 단자를 달았다. 외장 모니터를 연결하려면 패키지에 있는 변환 케이블을 써야 한다. 마이크 단자가 없기 때문에 헤드셋을 쓸 수 없다.

MSI X340


USB, 오디오, 화면 출력 단자, 카드 리더 등 필요한 단자를 모두 갖추었다. 자세히 보면 단자 정리에 꽤 신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잘 쓰지 않는 유선랜과 VGA 단자는 커버로 가릴 수 있다. HDMI 단자는 없지만 대신 USB 단자가 1개 더 있다. 단자 구성은 편하고 부족함이 없지만 디자인이나 마무리가 몹시 미흡하다.

아수스 UX50


아다모처럼 거의 모든 단자들을 뒤로 모았다. 좌측에 달린 커버를 열면 카드 리더와 1개의 USB 단자가 나타난다.

두께
줄여라! 노트북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크기를 정하는 기준을 보면 ‘두께’와 ‘면적’으로 나눌 수 있다. 면적은 어떤 크기의 화면을 쓰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두께는 얘기가 달라진다. 내구성과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날씬하려면 그만큼 제조사의 기술이 뒷받침해야 한다. 500원 짜리 동전을 이용해 두께를 가늠해 봤다.

델 아다모

동전의 2/3 수준이다. 이번에 비교한 제품들 중 가장 얇다. 특히 가장 얇은 부분과 가장 두꺼운 부분이 거의 같다는 점이 놀랍다.

MSI X340

동전보다 조금 얇다. PC사랑 두 권을 쌓은 것과 거의 같다. 맥북 에어처럼 획기적으로 얇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듯하다.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보다시피 잔머리를 썼다. 본체 두께는 일반 노트북과 같지만 상판 두께를 확 줄여 날씬해졌다. 가장 얇은 부분과 가장 두꺼운 부분의 차이도 크다.

아수스 UX50

원래 덩치가 큰 제품이라 다이어트를 해도 그다지 얇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같은 크기 화면을 쓴 제품들에 비하면 많이 얇아졌지만 이용자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면적
슬림 노트북의 다이어트는 두께에 달려 있다. 하지만 면적도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해야 서류 봉투든 가방이든 집어넣을 수 있다. PC사랑을 기준으로 노트북들의 폭을 비교했다.

델 아다모

가로 폭은 X340과 같지만 세로가 더 길다. 경첩이 다른 제품보다 안쪽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PC사랑보다 가로 세로가 모두 크다.

MSI X340

가로 폭은 PC사랑보다 좀더 길고, 세로는 짧다. 요즘 PC 화면 비율이 16:9로 바뀌면서 가로 폭은 더 길어지고 세로는 짧아지고 있다. 등에 메는 가방에 넣을 때는 좀더 낫다.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가로 폭은 X340과 같지만 세로가 조금 길다. 역시 두께 줄이는 데만 잔머리를 굴렸을 뿐 다른 데는 신경을 쓰지 않은 듯 하다. 역시 다이어트는 노력으로 하는 것이다.

아수스 UX50

화면 크기만으로도 PC사랑과 거의 맞먹는다. 애초에 이 제품에 면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UX50의 개발 의도가 원래 그렇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하기 어렵다.

배터리
아무리 멋진 건담 로봇이라도 움직일 수 없으면 덩치 큰 동상에 불과할 뿐이다. 사진은 일본 오다이바에 세워진 18m 크기의 건담.
노트북에서 성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배터리다. 배터리를 1~2개 더 구매해서 갈아 끼우며 쓰는 이용자도 있다. 슬림 노트북은 배터리 얘기를 하려면 복잡하다. 맥북 에어처럼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없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델 아다모

아다모는 바닥면까지 ‘예술가의 혼’으로 뒤덮었다. 분명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배터리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MSI X340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다. 배터리까지 맥북 에어를 닮지 않은 것은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배터리를 ‘묻었다.’ 나사를 풀어 바닥을 열고 배터리를 꺼낼 수는 있다. 하지만 평소에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수스 UX50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다. 덩치에 비해 배터리가 작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키보드
자동차로 비유하면, 키보드는 핸들, 변속기,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 등 운전할 때 써야 하는 모든 부분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편하게 운전을 하기 위해 파워핸들과 자동변속기를 쓰는 것처럼, 이용자가 PC를 장시간 편하게 쓰려면 키보드가 그만큼 좋아야 한다. 노트북은 데스크톱처럼 바꿀 수도 없다. 노트북을 사기 전에 꼼꼼히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다.

델 아다모

키 배열은 다른 노트북과 비슷하다. Shift 키와 방향키 배열은 4개 제품 모두 아쉬운 점이었지만 아다모는 가격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좀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MSI X340

키보드를 받쳐주는 구조물이 부실하다. 이 때문에 키를 누를 때마다 키보드 전체가 들썩거리는 문제가 있다. 키 크기도 작다. 노트북 4종 중 가장 부실하다.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키 배열이나 키감은 일반적이다. 크기는 물론 손가락이 닿는 면적이 넓어서 타이핑하기 가장 편했다. Fn 키를 왼쪽 끝에 배치했기 때문에 처음 쓰는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다.

아수스 UX50

데스크톱처럼 숫자 패드까지 달아 편리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Enter 키를 비롯해 일부 키 배열이 달라 막상 써보니 불편했다. 키보드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맥북 에어, 노트북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탁 까놓고 말해서’ 맥북 에어 자체는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획기적으로 얇고 가볍지만 뛰어나지는 않다. 전기를 덜 먹는 대신 성능이 떨어지는 인텔의 ULV(저전력 CPU) 프로세서는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마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다. 디자인을 위해 내장 단자를 몇 개만 남기고 ‘정리해고’해버린 파격성은 ‘오래 쓰다 보면 불편하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스티브 잡스라도 성능 좋은 노트북을 서류 봉투에 집어넣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맥북 에어의 위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났다. 사람들이 노트북을 보는 기준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노트북도 PC이기 때문에 성능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노트북 제조사들도 성능을 우선한 제품을 여럿 내놓았다. 워크스테이션용이나 게임용, 혹은 데스크노트 PC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제품들은 사실상 ‘무늬만 노트북’일 뿐, 간편하게 들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맥북 에어를 본 사람들은 ‘성능도 중요하지만, 휴대성도 성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맥북 에어가 시장에 나오고 나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델, MSI, 에이서 등 많은 제조사들이 ‘맥북 에어의 경쟁자’를 표방한 제품을 내놓았다. 세계 굴지의 PC 브랜드들이 ‘맥북 에어의 아류’라는 시선을 감수하고 자존심을 버린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레노버는 맥북 에어처럼 얇지만 성능은 더 뛰어난 ‘씽크패드 X300’을 맥북 에어와 같은 시기에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맥북 에어의 명성에 묻히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맥북 에어가 얇은 노트북의 시초는 아니다. 성능 경쟁으로 과열된 노트북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맥북 에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다. 확장성을 비롯해 맥북 에어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하지만 많은 노트북들이 얇고 가벼워져서 더 이상의 슬림화 경쟁이 의미가 없어질 때까지, 사람들의 동경은 계속될 것이다.



맥북 에어=레이저?
맥북 에어가 슬림 노트북의 상징이 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모토로라의 ‘레이저' 휴대폰이다. 레이저가 기능 위주로 흘러가던 휴대폰 시장을 두께 위주로 재편하는 기폭제가 되었다면, 맥북 에어는 성능 경쟁이 치열하던 노트북 시장에 ‘슬림’이라는 폭탄을 던졌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레이저가 나왔던 2005년 휴대폰 시장과, 맥북 에어가 나왔던 작년의 노트북 시장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은 기능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는 금방이라도 천만 화소로 올라갈 기세였고, 음악과 동영상 재생 기능까지 집어삼킨 뒤였다. “이러다 휴대폰이 다른 소형 디지털 기기의 씨를 말리는 게 아닐까?” 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카메라와 음악 재생 기능은 형편없고, 특징이라면 정말 기막히게 얇다는 것밖에 내세울 게 없는 레이저가 덜컥 나와 휴대폰 시장을 평정해 버렸다.

맥북 에어는 어떤가? 각 제조사들이 데스크톱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이제 노트북도 데스크톱 못지 않게 성능이 좋다”고 열변을 토할 때 “성능? 우린 노트북이잖아. 뭘 걱정해?” 하듯 맥북 에어가 나왔다. 물론 맥북 에어는 운영체제의 한계와 값 때문에 레이저 만큼이나 호응이 크지는 않았다.



일반 작업
소비자들이 슬림 노트북에 끌리면서도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가 ‘값’ 탓만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확실히, 클록만 놓고 봐도 3GHz는커녕 2GHz도 못 넘는 ULV 프로세서에 넘치는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PC는 프로세서 하나만 가지고 성능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을 수월하게 돌리려면 좋은 그래픽카드를 달아야 하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비싼 SSD를 눈여겨보는 것처럼, 어떤 부품을 쓰냐에 따라서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몸풀기 차원에서 각 노트북마다 워드를 이용한 문서 작업과 인터넷을 했다. 노트북 4종 모두 문서 작업을 하면서 어떤 불편함도 느낄 수 없었다. 인터넷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을 1~2개 열어 놓고 쓸 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복잡한 검색을 하기 위해 창을 4개 이상 여니까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싱글코어 프로세서를 쓰는 X340과 UX50은 듀얼코어인 아다모나 에버라텍 스타에 비해 페이지를 여는 게 힘들었다. 단순 작업을 할 때는 어떤 노트북이든 상관없지만 다중 작업을 할 때는 싱글코어의 한계가 드러나게 된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을수록 PC의 성능도 좋다. 하지만 프로세서가 PC의 전부는 아니다.


싱글코어 프로세서는 다중 작업에 취약하다.

멀티미디어
사람들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 다음으로 많이 쓰는 기능이 동영상 재생이다. 화면이 커서 들고 다니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기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 특히 운행 시간이 길면서 전원을 꽂을 수 있는 기차 여행을 할 때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동영상 재생을 비롯해 음악,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과 음악을 돌려 보았다.

가로 해상도가 480화소인 일반 동영상은 네 제품 모두 문제 없이 볼 수 있었다. 해상도가 높은 HD급 동영상을 볼 때는 달랐다. 에버라텍 스타와 아다모는 HD급 동영상을 별 문제 없이 돌리는 데 비해, X340과 UX50은 조금씩 끊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CPU 사용률을 확인해 보니 X340과 UX50은 동영상을 보는 동안 8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음악 재생은 모두 문제 없이 잘 돌아갔다. KT 도시락의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돌릴 때도 같았다. 도시락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포털 검색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곰 TV의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뮤직비디오 2편을 돌려 봤다. 일반 화질로 볼 때는 네 제품 모두 원활하게 볼 수 있었지만 고화질로 볼 때는 네 제품 모두 조금씩 끊겼다. 특히 화면 속 인물 동작이 빨라지거나 폭발하는 효과를 볼 때 두드러졌다. 특히 UX50은 따로 그래픽 칩셋을 단 만큼 동영상을 볼 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프로세서의 한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컴퓨터에 담긴 동영상을 볼 때와 달리,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받아야 하는 스트리밍 동영상은 그래픽 통합 칩셋으로는 무리가 있다.




도시락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을 해도 문제가 없다.


일반 화질의 동영상은 4대의 노트북 모두 원활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HD 동영상은 힘겨워 보였다.

게임
요즘은 노트북 제조사가 게임과 연계해 노트북을 홍보할 정도로 노트북의 게임 성능이 좋아졌으나, 제약을 둔 슬림 노트북은 사정이 다르다. 그렇다고 게임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일. 노트북으로 몇 가지 게임을 돌려 봤다. 내장 그래픽을 쓰는 PC에서도 잘 돌아간다는 ‘국민 게임’ 고스톱과 카트라이더,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온라임 게임의 왕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리치 왕의 분노)와 사격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돌려 봤다.

고스톱과 카트라이더는 네 제품 모두 가뿐하게 돌아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돌릴 때는 조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HD 동영상을 돌릴 때는 쩔쩔매던 UX50이 마치 날개라도 단 듯 다른 노트북들보다 매끄러운 화면을 보여 준 것이다. 지포스 G105M 칩셋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물론 G105M 칩셋이 무척 뛰어난 제품은 아니지만 내장 그래픽에 비하면 훨씬 낫다. 다른 노트북들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돌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UX50은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좀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우선 기대주였던 UX50은 가장 매끄러운 화면을 보여줬지만 접속이 불안정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옛 속담이 저절로 떠올랐다. X340은 게임을 떠나서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아다모와 에버라텍 스타였다. 프로세서의 성능으로만 치면 에버라텍 스타가 앞서지만 아다모가 미세하게 좀더 매끄러운 화면을 보여줬다.




슬림 노트북이라도 가벼운 게임은 거뜬히 소화해 낸다. 사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한 장면.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그래픽보다 접속 안정성이 문제였다.

슬림 노트북 1세대는 진화 중
슬림 노트북은 ‘값이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슬림 노트북 4종은 ‘슬림 노트북’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값은 지금의 센트리노 2 노트북과 거의 같으면서도 휴대성이 뛰어난 X340과 에버라텍 스타는 슬림 노트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UX50은 이전의 슬림 노트북을 따지는 기준으로 봤을 때 애매한 크기 때문에 딱히 어떻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큰 화면과 가벼운 무게의 노트북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사랑 받을 것으로 보인다.

X340은 이전의 슬림 노트북에 비해 값은 훨씬 싸지만, 디자인과 기능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모범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발열 문제와 취약한 내구성, 그리고 싱글코어 프로세서의 한계를 보완한 후속 모델이 절실하다. 에버라텍 스타는 성능만 놓고 보면 가장 합리적인 제품이지만 디자인이 매우 부실하다. ULV 프로세서가 아닌 일반 센트리노 2 프로세서를 쓰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씀에도 불구하고 지구력은 별반 차이가 없다. UX50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쓴 제품을 고르면 좀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다모는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ULV 프로세서지만 DDR3 메모리와 SSD를 단 덕에 에버라텍 스타에 비해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뛰어난 디자인은 맥북 에어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다른 제조사들이 맥북 에어의 디자인을 따라가려고 할 때 혼자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점이 칭찬할 만하다. 비싸기 때문에 아쉽지만 그만큼 ‘값’을 하는 제품이다.

<PC사랑의 추천> 델 아다모
값이 노트북을 사는 기준이 될 수는 있어도 노트북을 평가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아다모는 자신의 비싼 몸값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맥북 에어의 진정한 대안을 원한다면, 해답은 오직 아다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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