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사랑 기자가 겪은 IT 현장 이야기 - 눈코 뜰 새 없는 중소기업 AS센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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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사랑 기자가 겪은 IT 현장 이야기 - 눈코 뜰 새 없는 중소기업 AS센터의 하루
  • PC사랑
  • 승인 2009.11.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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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를 검사하는 직원들. 호환성 문제를 가리기 위해 메인보드 칩셋, 디스플레이, 운영체제 별로 다양한 검사 환경을 마련해 놓았다.



제품들로 가득 찬 고객지원실. 전화를 받으며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직원들의 모습이 얼핏 봐도 바쁘다는 걸 알 수 있다. 좌측 구석은 교환용 제품을 보관하는 창고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가산디지털단지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앱솔루트코리아 고객센터다. 용산과 가산동에 두 군데를 운영하다가 지난여름 본사가 있는 가산동으로 통합했다. 용산 고객센터가 없어지면서 방문 고객이 줄지 않았을까 궁금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대신 택배로 AS를 접수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고객센터의 이정훈 부장과 이현준 주임이 기자를 맞이했다.

“어제 왔으면 고생 많았을 거예요.”
“예?”
“수요일은 밤 9시까지 하거든요.”
고객센터는 두 달 전부터 주 5일제로 바뀌었다. 대신 매주 수요일은 다른 날보다 4시간 연장근무를 한다. 근무일은 줄었지만 근무시간은 그대로다. 토요일이라고 맘 놓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간혹 주말에 오는 택배를 받느라 회사에 나올 때도 있다.

고객센터 접수실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예전에 누군가 기자에게 PC 조립을 부탁하면서 “PC 업체 AS하는 데는 건물이 낡고 꾀죄죄하다면서요?”하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접수실은 좀 작지만 인테리어는 대기업 AS센터 못지않게 깔끔하다. 입구에 커피, 녹차 등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고 접수대에 대형 TV가 놓여 있다. 접수창구의 직원은 “방문 고객들이 고객센터 분위기에도 민감해 요새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도 놓여 있다. PC사랑도 있는지 살짝 둘러 봤지만 없다. 11월호가 나오면 보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현준 주임을 따라 고객지원실로 들어가니 수리를 기다리는 제품들로 발 디딜 데가 없다. 정리를 해도 택배가 수시로 도착하기 때문에 다시 꽉 찬다. 9명의 직원이 제품들에 둘러싸여 있다. 원래 11명인데 2명이 출장을 갔다고 한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전국에서 배달된 택배 물품들과 테스트 장비들이 가득 차있다. 창구와 고객지원실을 잇는 통로의 반대편 구석은 자재 창고로 쓴다. 교환을 위한 예비 제품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새 제품과 해외 제조사에서 수리를 받고 주인을 기다리는 제품이 있다. 만약에 대비해 단종된 지 한참 지난 제품도 조금씩 갖추고 있다.



AS 접수를 받고 대기 중인 그래픽카드들. 빨리 수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주인만이 아닌 듯.


“새 제품으로 바꿔 주는 게 훨씬 더 편하죠. 하지만 힘들고 시간이 걸려도 가급적 수리를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로 교환을 해줘야 할 때 제품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창고 제품을 소개하며 이현준 주임이 말했다.

광주 출장을 나간 본부장의 자리에 앉았다. ‘전화 상담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 생각했지만 엄청난 착각이었다. 주로 제품을 맡긴 매장에서 입출고 날짜나 AS 처리 상태를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와 매번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넘겨야 했다. 몇 번 하다 포기하고 그래픽카드 불량 여부를 검사했다. 그래픽카드에 전원을 넣어 화면이 제대로 들어오는지, 테스트 프로그램을 돌려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한다. 간단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래픽카드가 워낙 많다 보니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았다. 직원들을 둘러보니 그래픽카드를 검사하면서 전화 상담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정훈 부장이 고장 난 그래픽카드를 들고 와 터진 콘덴서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여기서 다 수리하나요?”
“콘덴서나 저항같이 작은 건 직접 하지만, 심하게 손상된 건 해외 제조사로 보내요. GPU가 망가졌거나, PCB(기판)가 긁혀 있다거나 할 때 말이죠.”
이쯤에서 그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파워서플라이를 검사하고 있다. 전력 측정기에 파워서플라이를 물리고 전원을 인가한 다음 전류 값을 바꿔 가며 나오는 모든 결과를 확인한다. 손이 안 보일 만큼 빠르게 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얼핏 봐도 예사롭지 않다. 불과 30초도 안 돼 모든 검사가 끝난다.


해외 제조사에서 수리를 마치고 들어온 그래픽카드도 일일이 검사를 한다.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 입고 절차가 진행된다.


“수리를 맡겼을 때 이상이 없던 제품을 가지고 간 고객이 ‘와서 써 보니 계속 안 된다’고 할 때가 있나요?”
“많아요. 그런데 저희 입장에서는 그 증상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고 말씀드릴 수도 없어요. 여기서 다양하게 테스트를 해도 이상이 없어서 드렸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정말 난감해요. 저희도 정말 모르니까요.”
“흔히 얘기하는 부품간의 궁합 문제는 아닐까요? A사 보드랑 C사 그래픽카드를 같이 쓰니 성능이 안 나오더라는 식 말이죠.”
“요즘은 품질이 많이 좋아져서 궁합 같은 문제는 거의 없다고 봐요. 그것보다는 파워서플라이가 원인이 될 때가 많아요. 가령 라데온 HD 4770 그래픽카드를 달았는데, 출력이 한참 딸리는 300W급 파워서플라이를 쓴다든가.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일이 많아요.”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서 대화하기 힘든 고객을 상담할 때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처럼 고객이랑 싸울 때도 있나요?”

“가끔 서로 언성이 올라갈 때가 있지만, 싸운 적은 없습니다. AS 직원이지만 다른 데서는 저희도 소비자가 되니까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수리가 끝난 제품은 바로 포장을 끝낸다. 미루다가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제품이 바뀌는 실수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렇게 해서 나갈 준비를 끝낸 제품들은 저녁 6시가 되면 택배 회사에서 가져간다.
마지막으로 엉뚱한 질문을 하나 했다.
“AS 직원이 되려면 전기공학과 같은 곳을 나와야 하나요?”

“AS 직원들이 다 전기 관련 학과를 나온 것은 아니에요. 물론 저희는 거의 다 전기 관련 학과를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공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했다기보다는, 기계를 좋아해 하게 된 것이죠.”
PC사랑 기자들이 기자가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매일 많은 일에 시달리고, 말이 안 통하는 고객과 상담을 하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계속 일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수리를 마치고 택배 회사 직원을 기다리는 제품들.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제품들을 보니 기자도 집에 가고 싶은 맘이 간절하지만 PC사랑 기자의 마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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