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스케치] PC사랑 독자와 함께 한 용산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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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케치] PC사랑 독자와 함께 한 용산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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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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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흘깃, 달력을 살펴보니 하지(夏至)였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긴 절기라고 했던가. 주말에는 장맛비가 도심을 촉촉하게 적셔주어 그나마 시원했지만, 이날은 잠시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제법 무덥던 날씨였다.

그를 만나기로 한 21일 오후, 서울의 한낮 온도는 섭씨 29도였다. 이날은 누군가를 만나 용산 유통가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PC사랑’ 독자와 함께 한 용산 유통가 나들이.

‘PC사랑’ 독자 김승희(22.경기도 광명시)씨와 함께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명가인 용산의 곳곳을 산책했다. 그와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용산가의 초여름 인상을 스케치로 담아본다.




“신기해서 막 돌아다녔어요. 세상의 전자제품들이 전부 있는 곳 같았어요.” 김승희 씨의 용산에 대한 첫 인상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혼자서 비디오 게임팩을 사기 위해 용산을 찾아왔었다는 김 씨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IT관련 제품을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구매를 하고 있지만, 일 주일에 2~3번은 용산을 찾는다고 한다.


제품에 대한 시장파악을 하기 위해서란다. 현재 김 씨는 서울 모 경찰서에서 공익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는데, IT제품 등에 대한 지식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전공을 물어보니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정오가 막 지난 시각, 터미널상가의 지하로 발길을 옮겼다. 고향, 팔도강산, 함지박, 관광, 한강 등의 간판을 단 식당코너였다. 자리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용산 일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분주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부스 가운데 한곳으로 들어가 앉았다.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장이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주문을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밥상머리에선 사람들의 함박웃음이 이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발길을 옮긴 상가의 곳곳은 한적했다. 6월의 용산은 일년 가운데 비수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2010남아공 월드컵 시즌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6월은 용산 전자상가들이 비수기 시즌에 들어가는 때로 볼 수 있죠”라며 “성수기인 입학졸업시즌 때를 제외하곤 용산을 찾는 이들이 적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용산이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김 씨의 평.


이곳은 전자타운. 빈 핸드카트를 밀고 오는 청년의 발길이 가벼워 보였다. 청년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운채 핸드 카드를 밀고 있다. 어딘가로 물건을 나르고 오는 모양인 듯했다. 청년 너머로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인다. 하지만 상가 곳곳은 한산했다.



나진상가를 휘돌아 발길을 옮기면 ‘용산의 명소 전자타운’이란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이 문을 주욱 올라가다보면 용산 먹자골목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가득했다. 다른 곳에선 한산해도 이곳만은 북적북적했다.




더운 날씨와 함께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있다면 바로 2010 남아공 월드컵 경기와 함께 애플 아이폰4, 삼성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의 출시 소식이다. 직장인들은 시도때도 없이 이야기하는 게 이 두 가지 소식일 터. 말하지 않아도 삼척동자도 다 알 법한 것들이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라서인지 휴대전화 제품을 파는 매장들도 적막처럼 고요했다. 김 씨에 따르면, 용산 전자상가가 활기를 찾는 요일이 선인상가 일원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는 토요일이 가장 활기를 띄는 날이라고 한다.



나진상가 앞 분식점에서 때늦은 요기를 하는 외국인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이방인들이 떠나자 주인장은 종이컵에 찬물을 받아 단숨에 들이키고 있었다. 불황보다 못 참는 게 6월의 더위인 듯했다.

더위가 용산 곳곳에 계엄령 사이렌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찬 음료 없이 한낮의 용산을 걷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돌아오던 길에 본 거리에선 어딘가로 향하는 중년 남자들의 발길이 한없이 느려지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멀리, 건물 위에 걸린 연예인을 모델로 한 IT제품 광고판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유난히 적어서였던 탓인 듯했다.

/인터넷뉴스팀=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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