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감기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신 오뉴월은 양력 5~6월이 아니다. 음력 오뉴월은 요즘 같은 한 여름 복판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감기에 걸리니 몸이 많이 약하거나 변변찮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짐승도 걸리지 않는 감기에 걸린다고 타박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냉방병이라는 이름의 감기를 앓는다. 여름 감기를 물리치는 예방법과 도움이 되는 한방차를 소개한다.
글 김남기 경옥당한의원 원장
면역력과 추위를 타고 오는 감기, 여름에는 왜?
감기는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추운 곳에 오래 있을 때 걸린다. 따라서 기온 차가 큰 환절기나 겨울에 감기에 걸리 쉽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 낮은 체온과 약한 면역력이 바이러스와 만나면서 감기로 발전하므로 이 중 하나라도 연결 고리를 끊는다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름에는 왜 감기에 걸릴까? 수십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온갖 냉방장치로 더위를 식힌다. 이 냉방기기가 여름 감기 주범이다. 특히 냉방기기 속 냉각수나 필터에서 사는 레지오넬라균이 문제다. 이 균은 흙에 존재하는 세균 중 하나로, 냉방기기 속에 숨어 있다가 공기를 떠돌며 사람과 동물에게 냉방병을 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병적인 요인보다 인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감기나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다.
여름 감기는 바깥과 온도 차이가 심할 만큼 냉방기기를 가동하면서 시작한다. 우리 몸은 기온차를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도 단시간에 바뀌는 환경에는 적응하기 어렵다. 계절이 변하면서 생기는 기온 차처럼 장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자연현상에도 쉽게 감기에 걸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환절기성 기후는 한 여름에도 버젓이 발생한다. 밖은 무더운데 실내는 싸늘할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탓이다. 이런 환경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니 우리 몸이 그 스트레스로 인해 점차 면역력을 잃는다. 면역력이 다하면 한 여름에도 추운 곳에 있는 양 으슬으슬 춥고, 기침하고 콧물을 흘린다.
평소 약한 곳은 병으로 인해 더 쉽게 탈이 난다.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감기와 함께 메스꺼움, 설사를 일으킨다. 추위에 약한 이들은 두통이나 근육통, 몸살, 오한을 함께 앓는다. 에어컨 제습 기능으로 건조한 환경은 평소 호흡기 계통이 약한 이들에게 최악의 환경이나 다름없다. 콧속 습기와 점액은 세균을 걸러내는 필터와 같은데, 건조한 환경으로 코가 말라버리면 구멍 난 그물처럼 세균과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침투한다.
여름 감기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감기와 냉방병의 원인이 몸이 온도 적응에 실패하면서 겪는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라면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먼저 삼척동자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부터 하자. 에어컨 온도를 바깥 온도와 비교해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다.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는 26~28도 사이다.
두 번째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근 후 쉴 시간이 생기면 술집으로 달려가거나 PC 앞에 앉기보다 일찌감치 수면을 취하며 몸을 쉬게 한다. 직장에서는 온종일 앉아 있기보다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자. 혈액 순환이 좋아져 피부나 근육이 찬 공기를 잘 견뎌낸다. 문명의 편리함에서 오는 부적응 현상을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함으로써 몸에 적응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오뉴월 감기를 물리치는 한방차
한의학에서 여름 감기는 습기에 상하는 것이라고 해 ‘곽향정기산’을 처방한다. 이 처방에는 곽향, 소엽, 백지, 대복피, 진피와 같은 약재가 들어가는데, 소화를 돕고 가볍게 땀을 내게 해 혈류 순환을 돕는다. 상쾌한 향기로 소화기 속 나쁜 세균이 일으킨 부패와 가스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약재는 흔히 먹는 깻잎과 같은 향을 가졌다. 평소 생강이나 계피차를 자주 마시면 냉방병 예방에 좋다.
▶ 소화력이 약한 이를 위한 귤피/생강차
귤피, 생강차는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될 때 알맞은 차다. 잘 먹고 소화기도 튼튼해야 그만큼 면역력이 좋아져 감기나 냉방병도 이겨낸다.
▶ 추위에 약하고 손발이 찬 사람을 위한 차 당귀/계피/인삼차
당귀, 생강, 대추, 계피, 감초, 인삼을 조합해 차를 끓여 마신다. 과중한 업무로 심신이 지쳤다면 더욱 좋다. 과거 인삼과 당귀를 먹고 부작용을 겪었다면 차를 마시기에 앞서 한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장이 예민하다면 당귀는 적당히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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