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 벽두를 밝힌 첫 태블릿 PC다. 그 동안 터치스크린과 윈도우 운영체제를 쓴 태블릿 PC들의 잇따른 실패 뒤 등장이라 발표 전에는 큰 기대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공식 출사표를 던진 뒤, 세계 IT 시장을 한번 들었다 놨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획기적인 결과물로 인정받고 있다.
CPU는 애플이 직접 설계에 관여한 ARM 기반의 1GHz A4 프로세서를 쓰고 256MB 시스템 메모리를 얹었다. 아이폰처럼 저장 공간을 따로 확장할 수 없는 애플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16GB부터 32GB, 64GB의 플래시 메모리를 갖춘 제품을 내놓아 가격과 용량을 고르도록 했다.
9.7인치 LCD를 넣어 미니노트북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으며 두께는 13mm로 아이폰과 비슷하다. 무게는 680g로 비슷한 크기의 미니노트북에 견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운영체제는 아이폰과 같은 iOS를 쓴다. 생김새나 메뉴, 기능들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태블릿 PC 전용으로 만들어 아이폰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아이패드에서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는 돌릴 수 있지만 아이폰에서 아이패드용 앱은 작동하지 않는다.
무선랜만 되는 와이파이 버전과 3G에도 접속할 수 있는 3G+와이파이 버전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KT를 통해서 유통되며 3G 버전은 전화 통화는 할 수 없고 데이터 통신만 된다. 아이패드 전용 요금제로 단말기 할부금을 포함해 적게는 월 4만 6500원 정도부터 쓸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의 성공을 보며 또 다른 개념으로 해석해 만든 태블릿 PC 제품이다. 아이패드의 반응이 뜨겁자 세계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쓴 수많은 태블릿 PC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갤럭시 탭은 아이패드와 붙어볼 만하다는 평을 듣는 거의 유일한 태블릿 PC다.
갤럭시 S에 들어간 Cortex A8 1GHz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다. ARM 기반의 이 CPU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돌리는 데 좋은 성능을 낸다고 인정받은 제품이다. 512MB의 시스템 메모리와 16GB 저장 공간을 기반으로 한다. 삼성전자의 여느 모바일 장치들처럼 마이크로 SD 카드로 저장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아이패드에 비해 화면 크기를 7인치로 줄이고, 무게도 380g으로 가벼워 휴대성을 강조한 것이 큰 특징이다. 앞은 검은색, 뒤는 하얀색으로 씌워 산뜻하고. 앞면에 딸깍 눌리는 버튼 대신 은은하게 불이 들어오는 터치 버튼을 달아 멋스러움을 더했다.
‘프로요’로 불리는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를 깔았고, 메뉴 인터페이스는 갤럭시 S처럼 삼성전자가 직접 손본 부분도 있지만 안드로이드 기본 인터페이스의 비중을 좀 더 높였다.
7인치 LCD는 1024×600 픽셀 해상도로 안드로이드의 기본인 800×480 해상도와 비교해 화면 비율은 같되 해상도는 크게 늘었다. 기존 안드로이드 앱은 대부분 문제없이 돌릴 수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 태블릿 PC 전용 앱은 따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기본 16GB 저장 공간을 쓰고 SK텔레콤을 통해 유통된다. 약정 기간에 따라 2년 5만 9000원, 3년 4만 9000원 수준의 요금으로 구입할 수 있다.
1 라운드 - 디자인
두 제품 모두 생김새는 비슷하다. 이는 아이폰과 갤럭시 S 때도 나오던 이야기지만 태블릿 PC는 더 닮아 있다. 터치 기반의 장치는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꾀할 여지가 매우 적다.
아이패드는 위에 전원 버튼을 달고 오른쪽에 화면 잠금과 음량 조절 버튼을 갖추고 있다. 실제 태블릿 PC에 쓰는 하드웨어 버튼은 화면 아래에 달린 홈 버튼 하나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깔끔’을 디자인의 첫째 조건으로 내세운 흔적이 엿보인다. 금속 재질의 케이스도 절제된 세련미를 보여준다. 갤럭시 탭은 갤럭시 S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에 전원과 음량 버튼을 모두 달았다. 보지 않고 누르면 음량 버튼과 전원 버튼이 약간 헷갈릴 수 있다.
대신 갤럭시 탭은 1024×600 해상도와 7인치 화면 덕에 한결 날씬해진 모습이다. 흰색과 검은색을 섞은 디자인도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가벼운 만큼 손에 쥘 때도 좀 더 안정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에 또 다시 USB 충전/입출력 단자의 모양을 바꾸었다.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걸쳐 10여 년간 같은 인터페이스를 쓰고 있는 것에 비해 갤럭시 S 조차 같은 단자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2 라운드 - 휴대성
갤럭시 탭은 양복 윗도리에서 꺼낼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광고가 자극적이다. 물론 실제로 양복 재킷에 넣으면 옷이 주저앉아 버리지만 그만큼 작고 가볍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갤럭시 탭은 190×120×11.98mm의 크기로 242×189×13.4mm의 아이패드보다 많이 작다. 9.7인치와 7인치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이패드의 짧은 면과 갤럭시 탭의 긴 면의 길이가 거의 같다. 무게도 385g으로 아이패드의 680g(와이파이), 730g(3G)에 비해 훨씬 가볍다.
아이패드도 크기가 거추장스럽거나 무게가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아주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 같다. 손에 쥐었을 때 단단한 느낌이나 안정감에 있어서는 아이패드가 낫지만 휴대성만을 놓고 본다면 갤럭시 탭이 우세하다.
가지고 다닐 때의 부담만을 따진다면 갤럭시 탭이 확실히 유리하다.
3 라운드 - 속도
두 제품 모두 속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제품들이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두 제품 모두 훌륭하지만 운영체제의 특성을 탈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의 1GHz A4 프로세서는 전력을 적게 먹으면서도 애플의 모바일 장치 중 가장 빠른 성능을 낸다. 4.2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멀티태스킹 기능을 덧입혔지만 속도가 떨어지거나 작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모든 아이패드의 앱들이 이 하나의 제품만을 놓고 개발하기 때문에 프로그램들의 최적화가 잘 되어 있고 멈칫하는 느낌도 없다. 아이패드가 나온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당분간 아이패드의 처리 속도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탭 역시 1GHz의 프로세서를 쓴다. 가장 빠른 프로세서 중 하나로 꼽히는 콘텍스 A8 프로세서는 이미 갤럭시 S를 통해 인정받았다. 해상도가 갤럭시 S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처리 속도는 비슷한 느낌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빠르고 매끄럽게 작동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가 아직 iOS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종종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윈도우 모바일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하지 않으면 백그라운드에서 지속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직접 메모리 관리를 해줘야 하는 점도 약점이다.
4 라운드 - 저장공간
두 제품 모두 기본적으로 16GB 이상의 저장 공간을 갖고 있다. 아이패드는 여기에 32, 64GB 제품을 더했고 갤럭시 탭은 마이크로 SD 카드로 용량을 늘리도록 했다. 마이크로 SD로 늘릴 수 있는 최대 용량은 32GB로 총 48GB의 저장 공간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사실 태블릿 PC의 특성상 동영상 재생이 주 목적이 아니라면 16GB 정도면 넉넉하게 쓸 수 있다. 대부분 앱의 용량이 몇 MB 수준이다. 게임을 제외하고 100GB가 넘는 앱은 사전, 내비게이션 정도뿐이어서 16GB 제품으로도 썩 부족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영상 플레이어로서 태블릿 PC을 원한다면 두 제품 모두 고해상도 LCD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큰 저장 공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패드는 64GB 제품을 따로 내놓고 있지만 확장이 불가능하고 갤럭시 탭은 기본 메모리 외에 마이크로 SD로 확장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32GB만 늘릴 수 있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 하지만 태블릿 PC의 특성상 PC와 달리 이 정도면 저장 공간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5 라운드 - 멀티미디어
휴대용 멀티미디어 장치를 강조하는 갤럭시 탭은 화려한 재주를 자랑한다. 갤럭시 탭은 아이패드에 없는 카메라를 앞뒤로 갖추고 있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여러 동영상 코덱을 넣어 따로 인코딩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동영상 파일을 매끄럽게 재생한다. 이는 갤럭시 S를 통해서도 인정받아 온 부분으로 PMP 수준의 편리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휴대전화처럼 안테나를 심은 DMB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이패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발 물러선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동영상은 MP4 파일로 변환해야 하고 PC에 들어 있는 음악과 동영상은 모두 아이튠즈를 통해서만 집어넣을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멀티미디어 파일 유통 구조가 달라서인데 아이팟이 활성화된 대부분의 나라들은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를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유통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이용자들로서는 불편한 점이다. 하지만 아이튠즈 스토어 내에는 뛰어난 품질의 정품 멀티미디어 파일이 유통되고 있으며, 곧바로 내려 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6 라운드 - 가격/가입조건
가격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다양한 요금제와 약정 때문이다. 아이패드 3G의 경우 출고가는 16GB가 78만 4000원, 32와 64GB는 각각 88만 6000원과 99만 4000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데이터 통화량을 2GB와 4GB로 나눈 두 가지 요금제가 붙어 가격이 조정된다. 2년 약정을 기준으로 적게는 2GB 요금제에 16GB로 4만 6500원부터 많게는 64GB에 4GB 요금제로 월 6만 4000원을 내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패드는 무선랜만 쓸 수 있는 와이파이 버전도 함께 판매된다. 이 제품은 KT에서 유통하기는 하지만 따로 요금제나 할인 정책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값은 16GB가 63만 5000원, 32GB가 74만 8000원, 64GB가 86만 5000원으로 3G 버전보다 15만 원 정도 싸다.
갤럭시 탭은 휴대전화 기능 때문에 갤럭시 S 등 스마트폰과 같은 요금제와 함께 판매된다.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올인원 45 요금제를 24개월 동안 약정하면 월 5만 9400원 정도의 요금을 낸다. 하지만 이는 기본 데이터 이용량이 500MB로 고해상도 태블릿 PC에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붙는 올인원 55 이상의 요금을 써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2년 약정 시 6만 6000원, 3년 약정 시 5만 6000원 정도다. 이미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면 부담스러운 편이다.
요금제에 있어서는 다양한 제품과 넉넉한 데이터 통화량, 와이파이 전용 버전을 준비한 아이패드가 유리하다.
7 라운드 - 애플리케이션
애플과 애플리케이션 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아이패드는 매일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전용 앱들이 즐비하고 곧 20만 개를 내다보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도 돌릴 수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애플리케이션을 명확하게 구분해 아이패드의 강점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발표와 함께 강조한 아이폰과 맥북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자리를 든든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쓴 갤럭시 탭은 이 부분이 약점으로 꼽힌다. 구글이 태블릿 PC를 따로 분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의 수가 적고 따로 1024×600 해상도의 태블릿 PC에만 맞춘 프로그램을 마켓에 등록할 수도 없다. 물론 안드로이드 마켓에도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가득하지만 대부분 갤럭시 S를 비롯한 스마트폰에 맞춰져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기본 개발 툴에 텍스트 위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은 해상도에 맞추어 작동하지만 꽤 많은 프로그램들은 갤럭시 탭의 해상도를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삼성보다는 구글 정책 자체의 문제인데 삼성전자는 제품 발표회 자리에서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 손잡고 갤럭시 탭을 잘 활용하는 프로그램들 개발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으니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아이패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어 소프트웨어가 넉넉하다.
갤럭시탭은 구글의 마켓과 함께 SK텔레콤 앱스토어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개성 강한 두 제품, 같은 기준으로 비교는 곤란
두 제품은 태블릿 PC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어 낸 제품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진 iOS와 안드로이드 간 전쟁의 연속이라는 모양새 때문에 화면 크기가 커진 스마트폰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특징이 돋보인다. 더구나 비슷해 보이는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아이패드는 태블릿 PC의 기준을 세운 제품인 만큼 여러 부분에서 앞서가는 모습이다. 아이폰처럼 쉬우면서도 큰 화면과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많은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에 비해 갤럭시 탭은 후발 주자인 만큼 휴대성과 멀티미디어, 국내 시장에 맞춘 프로그램들로 아이패드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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