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은 듯 변한 <위닝 2011>
‘밀빠’(군사무기 마니아) 싸움은 M16과 AK74를, ‘축빠’(축구 마니아) 싸움은 <위닝 일레븐>과 <피파> 중 더 좋은 걸 고르라고 하면 된다. 유서 깊은 떡밥 중 하나다. 두 게임은 모두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게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피파> 시리즈가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위닝 일레븐 2008>이 콘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PC 게임의 데이터 병목현상(일명 렉)처럼 화면이 느려지는 현상 등 몇 가지 문제를 보이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피파>는 실제 선수와 같은 동작을 구현하면서 축구 마니아들을 환호케 했다.
<위닝 2011>은 이런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려는 코나미의 야심찬 계획을 담은 그릇이다. 2년 전부터 겪었던 시행착오를 이제야 바로 잡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제일 먼저 게이머가 전술을 쉽게 짜도록 개선된 부분이 눈에 띈다. 원터치 클릭 시스템은 선수 자리를 바꾸거나 교체할 때 편리하다. 아날로그 스틱을 써서 세밀하게 선수 위치도 조절한다. 예컨대 최전방 공격수 뒤를 받쳐 주는 셰도우 스트라이커를 게이머가 공격할 때 득점을 자주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다. 이전 시리즈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더 빠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축구를 좀 안다는 사람이면 어렵지 않게 좋아하는 팀의 포메이션대로 설정할 수 있다.
달라진 패스 시스템은 조금 당황스럽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얼마나 세게 누르느냐에 따라 패스 강도가 달라졌지만 <위닝 2011>은 아예 매뉴얼 패스에 가깝다. 지금까지 <위닝 일레븐>이 자랑하던 시원시원한 공격은커녕 바로 앞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보낼 때도 신경 써야 한다. 기존 시리즈처럼 자동 패스 시스템을 생각하고 공을 찼다가는 상대에게 뺏기거나 엉뚱한 곳으로 보내 공격의 맥을 놓치기 일쑤다. 공간을 활용한 ‘킬 패스’도 가능해졌다. 예컨대 미드필더가 최전방 공격수 발 앞에 떨어뜨리는 ‘택배 크로스’도 힘 조절 하나로 할 수 있다.
공수 전략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점도 이전과 다르다. 지금까지 <위닝 시리즈>는 몇 가지 포메이션을 정해놓고 그때그때 게이머가 명령하는 식이었다.
<위닝 2011>은 게임 전에 미리 일정 시간대가 되면 이렇게 행동하라는 식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경기 중에 지고 있을 때 수비수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키거나 공격수를 최전방 수비수로 바꿔 쓰는 등 복잡한 전략을 미리 짜두면 그 상황일 때 알아서 움직인다. 이전에는 이런 명령을 내리려면 경기를 중단시켜야 했다.
더 나은 전략이 필요하다
측면 돌파 후 크로스를 올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겨 쓰는 전술. 지금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수비수가 따라 붙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었다. <위닝 2011>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크로스에 능한 선수가 볼을 잡으면 수비수도 강하게 들러붙어 압박한다. 수비를 제꼈다고 안심하는 순간 금방 따라잡힌다. 완벽하게 수비수를 제치고 싶다면 미리 저장해 둔 개인기를 발동하자. 4개 동작을 연결한 화려한 발놀림을 부릴 수 있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라면 마르세이유 턴과 같은 고급 동작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개인기가 발동하면 중간에 끊지 못하는 점은 사실성을 떨어뜨린다.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쳤다면 곧장 공격해야 하는데 남은 개인기를 마저 보이느라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유럽 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의 TV 오프닝을 그대로 담았고, 남미지역 클럽 대항전인 코파산탄데르 리베르타도레스가 추가됐다. 마스터 리그나 비컴 어 레전드 모드도 축구 마니아에게 어울리는 모드다. 마스터 리그는 팀 훈련 빈도부터 코칭스텝 모집, 유스에서 신인 발굴하기 등 실제 리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비컴 어 레전드는 가상 인물과 더불어 유명 축구 선수를 이용해 팀과 선수를 강하고 유명하게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글화 덕분에 이 모든 것을 놓치는 부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인공지능과 싸우는 게 지겹다면 온라인을 통해 다른 게이머와 맞붙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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