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다. 소는 예로부터 힘든 농사일을 도와주는 동물로서, 성실함과 우직함, 여유와 풍요를 상징해온 동물이다. 특히 흰 소는 인도를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신성하고 길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2021년에는 소처럼 씩씩하게 한 해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고난을 겪다 보니 2021년에는 모두가 바이러스 걱정 없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할 것이다. 상반기 중으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새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쇼크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해 온 PC/ IT 업계에도 2021년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PC, 전자기기, IT 기술 등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도 PC/IT 시장을 관통할 트렌드를 살펴보자.
프로세서 독립시대 개막…x86 천하 흔들리나
2021년에는 애플을 시작으로 한 자체 프로세서 경쟁이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이 M1의 후속작인 M2 칩을 하반기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개발을 위한 내부 설계팀을 갖추고 ARM 기반 서버용 CPU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CPU를 대체할 자체 프로세서를 만든다는 것은 40년간 이어져 왔던 '윈텔' 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CPU를 일부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CPU를 사용하기 시작할 경우 인텔의 CPU 시장 지배력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CPU의 표준과도 같았던 x86 아키텍처의 영향력도 약해지는 한편, 그동안 모바일 AP에 주로 사용되어 왔던 ARM 아키텍처의 힘이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오픈소스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인 RISC-V도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PCIe 4.0에서 DDR5까지…PC부품의 판이 바뀐다
2021년부터는 기존의 PCIe 3.0보다 2배 넓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PCIe 4.0 인터페이스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AMD 시스템에서만 PCIe 4.0을 지원했지만, 2021년 상반기에 출시될 로켓레이크 프로세서에서 PCIe 4.0을 지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주변기기 업계에서도 SSD를 중심으로 PCIe 4.0 지원 부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 A는 "초경량 노트북이나 고성능 PC를 중심으로 NVMe SSD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특히 PCIe 4.0을 지원하는 고성능 제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전력효율도 뛰어난 DDR5 메모리도 2021년 하반기 즈음에는 PC 지원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인텔은 12세대 엘더레이크 프로세서에서 DDR5 RAM을 지원할 예정이며, AMD는 젠 3 아키텍처의 뒤를 이은 젠 4 아키텍처 기반 CPU에서 DDR5 메모리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대가 다가온다
2021년에는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대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백라이트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촘촘하게 배치한 미니 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등이 TV는 물론 PC, 노트북, 태블릿 등에도 미니 LED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소자를 활용해 LED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도 많아질 것으로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오는 2027년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1,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지름이 2~10nm에 불과한 반도체 나노 결정을 활용한 퀀텀닷(Quantum Dot) 디스플레이 역시 본격적으로 노트북과 모니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노트북과 33·35인치 하이엔드 모니터 제품에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재택시대…노트북·가전 호황 이어질 듯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나온 뒤에도 우리가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에 필요한 노트북 수요는 2021년에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 B는 "교육과 비즈니스는 물론 게임, 영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생산성,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집안일을 도와주는 청소기, 세탁기, 의류관리기 등의 생활가전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세균으로부터 안전한 실내를 위해 공기청정기, UV살균기 등의 청정가전도 많은 이들이 구매할 것이다. 즐거운 홈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대형 TV, 빔프로젝터, 콘솔 게임기 등을 구매하려는 이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집도, 사무실도, 학교도 더 스마트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집에서 가사는 물론 교육, 업무까지 진행하는 시대가 찾아옴에 따라 집 안의 모든 장치가 연결되는 스마트홈 시대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tketandMarket)은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2020년 78.3억 달러에서 2025년 135.3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AI 플랫폼과 연결, 호환이 가능한 가전기기, 음향기기 등이 많아질 것이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기업과 관공서, 학교 등에서 다양한 IT기기와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 C는 "원활한 원격수업, 화상회의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자칠판을 비롯한 IT기기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모바일 친화성, 사용자 편의를 높인 빔프로젝터, 전자칠판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PC도, IT기기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집콕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사람들은 집 안의 인테리어에도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와 함께 IT제품에서도 제품의 기능과 가격뿐만 아니라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는 추세다. 여기에 전반적인 제품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IT기기에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제품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제품, 가구처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패널을 분리·교체할 수 있는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나 고객이 직접 인테리어에 맞춰 제품의 재질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LG 오브제 컬렉션이 그 예이다.
컴퓨터에서는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지닌 제품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 D는 "RGB로 화려함을 강조한 제품 이외에도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맞춰 PC케이스를 비롯한 주변기기 라인업을 투 트랙으로 끌고 가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더 빠른 네트워크를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사장은 "2021년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이 최대 5억 5,000만대 정도 보급될 것이며 2022년에는 7억 5,0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5G 커버리지가 확대되면서 사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3.5GHz 대역뿐만 아니라 28GHz 대역과 SA방식을 지원하는 '진정한 5G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원활한 집콕 생활을 위해 기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기가 와이파이 공유기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넓은 커버리지를 위해 메시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많이 구매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벌써부터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을 위해 더 넓은 공간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메시 와이파이 공유기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로봇, 우리의 일상 속으로
코로나19 속에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강조됨에 따라 우리 생활 속에서 로봇이 더 많은 일을 수행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의 일터와 학교를 지켜주는 방역로봇이 있다. 앞으로는 방역로봇을 더 많은 곳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LG전자가 2020 한국전자전에서 방역로봇을 공개하는가 하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월 100만원에 대여가 가능한 자율주행 AI 방역로봇을 개발 중이다.
가정에서도 가족의 일상과 함께하는 로봇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로봇청소기의 경우 스마트폰 앱을 통한 컨트롤, 자동충전, AI 등을 탑재한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관측된다.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소셜로봇이 언제 활성화될지도 관심거리다.
무선 이어폰,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음악을 들어봤을 시대가 됐다. QCY, 샤오미 등에서 출시한 중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99달러 이하 제품이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는데, 브랜드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도 이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애플, 삼성 등이 펼치는 프리미엄 신제품 경쟁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월 개최되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S21 시리즈와 함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버즈 프로를 공개할 예정이며, 애플은 2021년 3월 에어팟 프로와 비슷한 디자인에 ANC 기능은 뺀 에어팟 3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마케팅, 어느 때보다 중요해져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다. PC, 가전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0월 가전·전자·통신기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조 7,18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6%나 증가했다.
이렇게 온라인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PC, IT 업계에서는 SNS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홈쇼핑모아에 따르면, 'SNS를 통해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90.8%에 달했다. SNS가 브랜드의 이미지는 물론 실제 구매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에 맞는 판매·홍보 방식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브 스트리밍과 이커머스를 결합한 라이브커머스가 또 다른 판매 방식으로 정착될 것으로 관측되며, 틱톡으로 대표되는 숏폼 플랫폼에 맞는 광고, SNS 영향력이 높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