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금융당국이 다음 달 1일 부터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들어감에 따라 주요 시중 은행들이 책무구조도 제출에 막바지 힘을 쏟고 있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연착륙을 위해 다음 달 초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시범운영 기간을 갖기로 했는데,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시범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률(지배구조법) 개정함에 따라 금융지주 및 은행은 내년 1월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에서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구체적인 책무와 책임 영역을 명시한 문서다. 업무 연관성에 따라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요 5대 은행 중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곳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2곳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아직 책무구조도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번 주 중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책무구조도 제출에 앞서 책무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KB책무관실'을 별도 신설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4일 책무구조도를 의결해 금주 중 제출할 예정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곤혹을 치른 우리금융은 지난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책무구조도를 의결했다. 지배구조법은 책무구조도의 이사회 의결 이후 7영업일 내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오는 29일 제출이 유력하다. 우리은행도 이사회 의결 및 내규에 책무구조도를 반영하고 각 임원들에 대한 교육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금융그룹과 농협은행도 이번 주 중 책무구조도 제출을 앞두고 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18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를 준비 중이며, 이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은 두 곳 모두 책무구조도 제출을 마쳤다. 지주사와 은행 두 곳 모두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건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은행권 중 처음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에 들어갔으며 내부 통제 매뉴얼과 점검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5대 금융지주들 가운데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5일 5대 은행 중 두 번째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며 시범운영에 동참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TF 구성을 통해 도입에 착수했으며, 임원과 관련 본부 부서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관리 체계 조기 정착에 공을 들였다.  주요 지방은행들도 곧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며 시범운영에 동참할 계획이다. 5대 은행 외에 DGB금융과 iM뱅크는 지난 21일 각각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제출 기한을 앞두고 금융권의 막바지 작업이 분주하지만 책무구조도 도입에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서 금융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경영진에 과한 책임을 부여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제한할 것이란 회의론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제도 도입에 공감하지만 실제 (금융 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임원들이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범 운영에 따라 책무구조도 제출하더라도 내년 초 인사 발령이 시행되면 내용 수정이나 관련 교육을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