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벽면에 커다랗게 붙은 광고에도, 책 속에도, 과자 봉지에도, 우리가 마음 쓰지 않고 지나는 많은 것들에 QR코드가 붙어있다. 1994년 일본에서 개발된 이래로 20년째 사용되고 있는 QR코드는 이제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R코드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그 쓰임새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매주 로또를 사는 기자가 최근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오른쪽 상단부에 조그맣게 인쇄돼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내가 쓴 번호의 당첨 여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 다섯 게임쯤 되면 숫자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 QR코드를 활용하면 모바일 기기로 간편하게 맞춰볼 수 있다. QR코드가 인쇄돼 있는 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왜 진작 스캔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처럼 QR코드는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되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기사를 통해 QR코드의 원리부터 활용예시까지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광고, 캠페인과 연계해 창의력 넘치는 QR코드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 QR코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QR코드의 원리와 탄생 배경
네모반듯한 정사각형 안에 흑백의 격자무늬가 새겨진 QR코드는 1994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2차원 정보입력코드다. 바코드 인식기를 만들어 물류 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덴소 웨이브가 최대 20자리 영숫자 밖에 담을 수 없는 바코드에 한계를 느껴 새로운 코드 개발에 나선 것이 QR코드의 시작이었다.
가로로 나란히 배치된 선으로 정보를 표시하는 바코드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담기 위해서 QR코드는 2차원의 도형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도 장부나 전표에 가장 사용빈도가 낮은 사각형을 코드로 차용하게 됐다고 QR코드 개발자 하라 마사히로는 말했다. 그럼으로써 QR코드에는 최대 숫자 7,089자, 영숫자 4,296자, 한자 1,817자를 담을 수 있게 됐다.
다른 코드보다 더 빨리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QR코드 개발팀은 코드 내에 ‘위치 찾기 심벌(▣)’을 넣었다. QR코드 모서리 세 꼭지에 위치한 작은 정사각형은 360도 어느 방향에서 인식하더라도 빠른 정보 탐색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일단 위치를 잡고 나면 검은색 셀에 담긴 데이터와 오류 수정 키를 조합해 정보를 인식한다. 인식기에 위치가 잡히는 순간 데이터로 변환돼 다른 코드보다 10배 정도 빠르기 때문에 ‘Quick Response(빠른 응답)’, 즉 QR코드라고 불린다.
모바일이라는 날개를 단 QR코드
처음 QR코드가 개발됐을 때는 바코드 인식기처럼 별도의 QR코드 스캐너가 필요했다. 그래서 대부분 제조공정을 관리하거나 물류시스템을 정비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러던 중 2002년,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인식하는 기능이 등장하면서 QR코드의 쓰임새도 다양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기기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언제 어느 때든 디코딩할 수 있기 때문에 QR코드는 비단 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 식당, 학교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자연스레 사용하게 됐다.
이처럼 QR코드가 생활과 밀접해지면서 다양한 옥외광고 및 인쇄광고에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QR코드의 역할은 기업 홈페이지나 이벤트 페이지를 연동하는 수단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 대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QR코드의 모양새를 좀 더 특이하게 만드는 것이 요즘 QR코드 마케팅의 트렌드가 됐다. 꼭 종이에 인쇄하지 않아도 QR코드의 모양만 유지하고 있다면 데이터를 인식시킬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의 광고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해서 진화하는 QR코드
덴소 웨이브가 QR코드 특허권 행사를 포기하면서 QR코드는 세계 전역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개발 6년만인 2000년 6월, 국제통용 규격인 ‘ISO 국제규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QR코드 개발진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 2004년에는 위치 찾기 심벌을 하나만 적용해 아주 작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초소형 ‘Micro QR코드’를 개발했고, 이후 2008년에는 최대 4만 자리의 숫자를 담을 수 있는 정방형·장방형 ‘iQR코드’를 발표했다. 현재는 일러스트 및 로고 등을 삽입해 독창적인 QR코드를 만들 수 있는 ‘LogoQ’로 흑백이었던 기존 모습에서 탈피,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QR코드는 사람들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하고 또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매번 보는 것인데도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사자료 출처 - 덴소웨이브 홈페이지
SMART PC사랑 | 황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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