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개인 정보 검열에 협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카카오톡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대화 내용 저장과 해당 내용의 수사기관 제공, 그리고 실시간 감청과 관련해 다음카카오 측이 해명 자료를 내놓고는 있지만, 이미 사용자들의 여론은 차갑게 식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다음카카오는 ‘외양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의 보안 시스템 강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무리 외양간을 고친들 한 번 마음이 떠난 소들이 다시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애초에 사용자들이 왜 분노하고 있으며, 사이버 망명이라는 수단을 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이버 망명의 시작은 물론 카카오톡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를 더욱 가속화 시킨 것은 다음카카카오의 납득되지 않는 대응이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국가의 개인 사찰은 반민주적인 행위로 꾸준히 지적받았던 문제였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들이밀면 국내에서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협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요청에 대해 다음카카오가 어떠한 저항도 없이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순순히 넘겼다는 점이 바로 사용자들이 불안감과 분노를 폭발시킨 가장 큰 이유다.
다음카카오는 논란이 시작된 이후 줄곧 법적 책임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펼쳐왔었다. 결국 추가적인 문제점들이 계속 지적받고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되자 사과문을 게재하기는 했는데, 이 역시 변명으로 점철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내용들이었다.
‘외양간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단순히 시스템적으로 보안 기능을 강화하면 되겠지 라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안일한 대응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허점이 아닌, 그 동안 카카오톡을 지지해 왔던 사용자들의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서 국가가 아닌 국민의 편에서 사용자를 보호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그리고 신속한 사과와 함께 모든 사실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더라면 카카오톡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한 시스템상의 문제점이라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이미 이 단계를 넘어서 전 국민의 신뢰성과 진정성을 잃어버렸다. 사이버 망명의 진정한 의미는 분노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인 셈이지, 단순히 카카오톡보다 나은 대체재를 선택하는 행위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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