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랭 쿨러로 하드웨어 식히기

더위엔 선풍기보다 수영장이지

2016-05-11     정환용 기자

3월 중순에 반팔을 입어본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봄과 가을은 이제 거의 없어지다시피 짧아졌고 여름이 길어진다. 사람도 더우면 힘든 것처럼 PC도 더위에 약하다. 시원하게 해 주지 않으면 별안간 파업을 선언할지도 모른다.(어쩌면 영원히 복귀하지 않을지도) 때문에 더울수록 냉각에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한다. 최근 PC 전문가들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수랭 쿨러가 장착이 간편한 일체형 제품으로 많이 출시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졌다. 더위를 피하기에 선풍기보다 냉수, 바닷바람보단 수영장이 나은 것처럼 수랭 쿨러로 높은 냉각효과를 느껴 보자.

 

수랭 쿨러란?

자동차 전면에 있는 그릴 안쪽을 보면 사진과 같은 라디에이터가 장착돼 있다. 이는 엔진이 앞에 얹혀 있는 모든 자동차의 특징이다. 엔진의 열을 가져온 냉각수가 전면의 라디에이터를 통과하고, 달리는 자동차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뜨거워진 냉각수를 식혀 준다. 공랭과 수랭식 냉각의 결합인데, PC 수랭 쿨러도 마찬가지다. 수랭 쿨러는 CPU와 직접 닿는 워터 블록과 쿨링팬이 연결된 라디에이터가 호스로 연결돼 있고, CPU의 열을 빼앗은 냉각수가 라디에이터를 통과하며 쿨링팬으로 열기를 식혀 CPU의 발열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과거에는 CPU 워터 블록, 튜브, 라디에이터, 쿨링팬, 워터펌프, 인디케이터, 냉각수 등이 나눠져 있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조립해야 했고, 자가 조립으로 인한 누수의 위험도 있었다. PC의 평균 선호도가 저가형과 고급형으로 양분화되고 고급형에 대한 수요가 늘며 조립이 간편한 일체형 수랭 쿨러가 등장한 것은 냉각 시스템의 향상을 손쉽게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가격대는 공랭식 쿨러보다 다소 높지만 그래도 비교적 저렴해졌으니 고성능 PC를 장만할 때 수랭 쿨러를 염두에 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조립PC의 비용 상승이 염려된다면 쿨링팬 하나 크기의 라디에이터가 장착된 소형 수랭 쿨러도 냉각 성능이 만족스럽고, 여유가 있다면 두 개의 쿨링팬을 붙인 대형 라디에이터 쿨러를 장착하는 것도 추천한다. 단, 쿨링팬 두 개를 장착하는 수랭 쿨러는 자신의 PC 케이스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수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기껏 큰맘 먹고 질렀는데 크기가 맞지 않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COOLERMASTER Seidon 120V

냉각 시스템의 강자 쿨러마스터의 ‘세이돈 120V’는 사실 2013년경 출시된 스테디셀러다. 이보다 늦게 120V Plus 제품이 출시됐는데, 쿨링팬이 반투명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가격도 비슷하고 크게 다르지 않으니 취향에 맞춰 구매하면 되겠다. 120V는 워터블록의 구리가 정밀한 마이크로 채널 기술로 제작돼 냉각수가 닿는 부분을 극대화시켰다. 1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볼트로 단단히 고정돼 안정적이고, 상단의 푸른색 LED로 동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120mm 알루미늄 라디에이터와 쿨링팬이 CPU에서 끌어온 열을 재빨리 분산시킨다. 맞은편에 같은 크기의 쿨링팬을 더 장착해 성능을 높일 수도 있다.

제원
쿨링팬: 154mm x 1ea(120mm 1개 추가 장착 가능)
라디에이터: 120mm
소켓 호환
인텔: 775, 115x, 1366, 2011
AMD: FMx, AMx
가격: 6만 원대


ZALMAN RESERATOR 3 MAX

‘잘만’ 하면 흠칫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모뉴엘 먹튀 사태로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쿨러는 잘만의 오랜 노하우가 집적된 분야이기에 아직 건재하다. ‘레저레이터 3 맥스’는 수랭 쿨러 최초로 냉각수에 나노 유체가 적용된 쿨러다. 잘만의 설명에 의하면 나노 유체는 특정물질의 나노입자와 유체를 혼합한 냉각유체를 사용해 열전도도, 유속, 대류 열전달 등의 냉각 특성을 향상시킨 물질이다. 이중 구조의 순수 구리 2단 라디에이터는 공기 유동이 원활하고, 내부에 2개의 쿨링 파이프가 원형 미로처럼 구성돼 냉각 성능을 더해준다.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라디에이터를 흑 니켈 도금 처리했다.

제원
쿨링팬: 120mm x 1ea(120mm 1개 추가 장착 가능)
라디에이터: 지름 145mm
소켓 호환
인텔: 775, 115x, 1366, 2011
AMD: FMx, AMx(AM1 제외)
가격: 9만 원대


DEEPCOOL GAMER STORM MAELSTROM 120

딥쿨의 소형 수랭 쿨러 ‘게이머 스톰 마엘스트롬 120’(이하 마엘스트롬 120)에서 가장 주목할 특징은 내구성다. 수랭 쿨러에서는 팬 회전과 함께 워터펌프의 수명도 무시할 수 없는데, 현존하는 가장 단단한 세라믹인 지르코니아 소재로 만든 베어링을 장착해 12만 시간, 약 13년의 오랜 수명을 보장하고 있다. 하나의 수랭 쿨러를 10년 넘게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만큼의 기술력을 보장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냉각수를 옮겨 주는 튜브는 FEP(불소화 에틸렌 프로필렌) 소재로 고온·저온 저항과 더불어 압력에 강하고, 질감이 유연해 설치도 수월하다. 쿨링팬도 TPE 재질로 진동을 최소화했다.

제원
쿨링팬: 154mm x 1ea
라디에이터: 154mm
소켓 호환
인텔: 115x, 1366, 2011
AMD: FMx, AMx
가격: 5만 원대


CORSAIR Hydro H100i

일체형 수랭 쿨러를 비교적 일찍 출시한 커세어는 지난해의 베스트셀러인 하이드로 시리즈 ‘H100i’로 승승장구 중이다. 비교적 두꺼운 호스가 냉각수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고, 그러면서도 워터 블록의 높이가 높지 않아 주변 하드웨어와의 간섭이 적다. 특히 워터 블록에 쿨링팬의 전원 공급 핀을 꽂아 선 정리가 간편하고, rpm 조절도 가능하다. 전용 유틸리티로 팬 속도 조절이나 PC 내부의 대강의 온도 측정, 채널별 OCP(Over Current Protection, 과부하 방지)를 설정할 수도 있다. 하스웰 익스트림 시리즈의 2011-V3 소켓은 아쉽게 지원하지 않고, 다른 인텔/AMD의 데스크톱 CPU는 대부분 지원한다.

제원
쿨링팬: 120mm x 2ea
라디에이터: 275mm
소켓 호환
인텔: 115x, 1366, 2011
AMD: FMx, AMx
가격: 18만 원대

 

DEEPCOOL Gamer Storm Captain 360

여기 소개하는 수랭 쿨러 중 딥쿨의 ‘게이머 스톰 캡틴 360’(이하 딥쿨 360)의 라디에이터가 360mm로 가장 길다. 120mm 쿨링팬 3개를 장착할 수 있는 딥쿨 360은, 3개의 쿨링팬을 개별 설정할 수 있는 4소켓 팬 허브를 기본 제공한다. 워터 블록의 호스를 투명한 소재로 장착해 냉각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것이 디자인의 특징이다. 0.2mm 두께의 워터 마이크로 채널이 구리 베이스 위에 나열돼 냉각 효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유체 다이나믹 베어링을 사용한 120mm 쿨링팬도 플로우 블레이드 디자인으로 소음을 낮추고 풍량을 향상시켰고, 팬의 분리가 수월해 청소하기도 간편하다.

제원
쿨링팬: 120mm x 3ea
라디에이터: 360mm
소켓 호환
인텔: 115x, 1366, 2011, 2011-V3
AMD: FMx, AMx(AM1 제외)
가격: 18만 원대


NZXT KRAKEN X61

NZXT의 상위 모델 ‘크라켄 X61’은 일체형 수랭 쿨러 최초로 펌프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X61의 단점인 펌프 동작 시 소음은 아쉽지만, 시스템의 사용량과 온도에 맞춰 작동하기에 가벼운 작업을 할 때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2개의 140mm 쿨링팬은 나노베어링 처리로 소음을 최소화시켰고, 라디에이터의 맞은편에 2개의 쿨링팬을 더 장착해 냉각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16인치 호스는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장착이 수월하다. 전원 케이블은 슬리브 처리로 선 정리가 간편하다. 전용 유틸리티로 워터 블록의 LED 컬러를 RGB 값으로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제원
쿨링팬: 140mm x 2ea(140mm 2개 추가 장착 가능)
라디에이터: 280mm
소켓 호환
인텔: 115x, 1366, 2011, 2011-V3
AMD: FMx, AMx(AM1 제외)
가격: 18만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