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연재 기획

2화. 다양한 방식의 입체 출력

2016-05-11     정환용 기자

지난 호에서 가장 저렴하고 보편적인 FFF 인쇄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필라멘트 출력과는 다른 인쇄 방식의 3D프린터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된 3D프린터는 적층된 파우더를 레이저로 굳혀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최초로 개발된 3D 인쇄 방식은 빛에 반응해 굳는 광경화성 수지를 이용했고, 여기서 방향이 바뀌어 인쇄물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쌓아나가는 식으로 발전했다. 지난번에는 각 인쇄 방식을 간단히 소개했지만, 이번 호에서는 다양한 인쇄 방식의 원리를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이제 3D프린터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해져, 초콜릿이나 크림 등의 식재료도 출력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다양하지 않아도 출력 방식에 따라 더 많은 음식에 3D프린터가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기자는 음식만큼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훨씬 더 믿음이 간다.) 아래 소개하는 방식을 포함해 다른 출력 방식도 속속 개발되는 중이다.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몇 년 전인가 뉴스에서 3D프린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플라스틱 가루가 가득 찬 곳에 레이저를 쏘는 노즐이 바삐 움직였고, 한참 뒤 가루를 걷어내자 가운데에 모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그 장면을 보고는 ‘와... 신기하네’ 정도로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한 번쯤은 크게 놀라주는 게 3D프린터에 대한 예의였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SLS 방식은 플라스틱, 금속 등의 가루 소재를 레이저로 소결(燒結)해 원하는 출력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SLS 인쇄 방식은 특성상 재료를 적층하는 공간이 상단을 제외한 5면이 막혀 있고, 하단 플레이트는 재료가 쌓이며 조금씩 아래로 하강하도록 설계돼 있다. 소재가 한 단 깔리면 고출력의 탄산가스(CO²) 레이저가 3D 도면에 따라 정해진 위치에 쏘아져 소재가 굳는다. 한 단의 작업이 끝나면 좌우로 움직이며 소재를 쌓는 롤러가 다시 재료를 한 단 깔고, CO² 레이저가 굳히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것이 끝나면 마치 재료가 처음부터 챔버에 가득 차 있던 것처럼 채워져 있고, 그 높이는 출력물의 높이와 거의 같다. 사용자는 손이나 솔 등의 도구로 굳지 않은 가루를 걷어내고, 압축공기로 출력물에 남은 재료들을 제거해 주면 완성된다.
출력 방식의 특성상 복잡한 형태의 외형도 만들 수 있고, 내부구조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플라스틱 뿐 아니라 금속 파우더를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 완성물의 강도가 타 방식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한, 완전한 고체 뿐 아니라 나일론 등의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튜브에 ‘sls 프린터’로 검색하면 무려 속옷을 SLS 프린터로 만드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완성물 내부의 굳지 않은 가루를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는 주의점이 있다. 만약 카메라의 목업을 만들었는데 모든 부분이 막혀 있다면 완성품 안에 남은 재료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출력 방식의 특성상 프린터의 크기가 아직은 가정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큰 편이다.

 
유튜브에 다양한 제작 영상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3D 프린터로 금속 파우더를 이용해 플라스틱 컵의 제조에 사용하는 주형을 만든 것이다. SLS 방식의 프린터에 금속 재료를 사용해 설계대로 출력한 뒤, 플라스틱 컵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제품의 강도를 높여 완성했다. 여기에 플라스틱을 녹여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해소하기 위해 주물의 내부에 냉각 코일 구조까지 배치해 냉각 효율을 40% 향상시켰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생산성이 기존보다 70% 향상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으로 SLS 방식 3D프린터를 구매하기 어렵다. 본체의 크기도 개인이 사용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크고,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FFF방식에 이어 두 번째로 특허권이 만료돼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돌입한 만큼, 조만간 가격대가 안정된 소형 제품들이 나올 것이다. 

SLA(Stereo Lithography Apparatus)

SLS 방식이 가루 형태의 재료를 굳히는 출력이라면, SLA 방식은 액체 형태의 재료를 사용한다. 빛에 반응해 굳는 광경화성 수지를 재료로 사용하는데, 액체이기 때문에 가루처럼 적층 방식은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두 가지 방법을 인쇄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쉽게 표현하면 ‘끌어올리는’ 방식과 ‘굳혀내리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인쇄하는 방법에 따라 SLA와 DLP 방식으로도 나뉜다. 가장 큰 장점은 FFF 방식보다 출력물의 품질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지만, 프린터 본체나 소재의 가격대가 비싼 편이어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SLA 방식의 인쇄 과정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의 인쇄 과정은, 광경화성 수지를 트레이에 필요한 만큼 붓고 출력물이 고정되는 챔버를 트레이 위에 거꾸로 고정시킨다. 출력 과정을 빠르게 돌려 보면, 마치 액체 속에 원래 있었던 제품을 트레이가 끌어올리는 것처럼 보인다. 한 층 한 층 끌어올리며 필요한 부분에 레이저를 쏴 굳히며 출력하는 것이다. 여기서 레이저를 쏴 굳히는 것이 SLA, 트레이 아래에 빔프로젝터로 이미지를 쏘는 것이 DLP 방식이다. DLP 방식은 프로젝터가 쏘는 이미지에 따라 한 번에 여러 출력물을 동시 인쇄할 수 있어 대량 출력이 가능하다.

 
SLA 방식 중 두 번째로 굳혀 내리는 방식은, 트레이에 광경화성 수지를 가득 채워두는 것부터 끌어올리는 방식과 다르다. 타공망 형태로 액체를 통과시킬 수 있는 챔버가 수지의 상단에 위치하면, SLS 방식처럼 레이저가 액체의 상단 한 층에서 출력을 시작하고, 한 층의 경화가 끝나면 챔버가 약간 내려가 다음 층의 경화가 시작된다. 이 방식의 출력이 끝나면 수지가 담긴 트레이의 하단까지 내려간 챔버가 위로 올라오고, 출력물이 수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출력물의 아래쪽을 지지해야 하는 부분은 굳어지는 부분을 최소화한 구조로 걷어내기 수월하다. 이 방식은 SLS와 달리 출력물 이외에도 출력물 지지를 위해 굳어져야 하는 재료가 있어 같은 크기와 부피의 출력물이라도 소모되는 재료의 양이 좀 더 많다. 그리고 소재의 컬러가 꽤 다양한 편이기는 하나의 출력물을 하나의 컬러로만 뽑을 수 있는 것도 아쉽다. 
FFF 방식을 제외한 다른 3D 프린터들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돈’이다. SLA 방식을 사용하는 가장 저렴한 프린터의 가격대는 약 4백만 원대. 재료 또한 1kg에 10만 원선으로 비싸다. 그만큼 출력물의 품질이 좋기는 하나, 개인이 운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SLA 방식의 인쇄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인 기업이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카본3D’란 업체가 소개한 ‘CLIP’ 3D프린터는, 2인치의 기하학적 구조물 인쇄에 기존의 SLA 방식으로 11.5시간, SLS 방식으로 3.5시간이 소요됐던 것에서 약 6.5분으로 출력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다. 관계자는 SLA와 같이 자외선을 사용하지만, 수지가 담긴 트레이를 가로지르지 않고 인쇄 대상이 되는 모든 영역에 빛을 투사해 출력 시간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존의 방식보다 객체의 표면이 월등히 매끄러워 품질도 더욱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이 제품이 아직은 완성형이 아니라고 밝힌 관계자는, 이후 모든 종류의 폴리머 소재를 이용할 수 있어 스포츠 선수의 운동화부터 자동차의 부품까지 다양한 활용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3D프린터의 큰 숙제 중 하나였던 속도에 있어 하나의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또다른 과제인 품질과 비용까지 해결된다면 인쇄시장에 세대교체가 상당히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