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2형 맥북

극한의 단순함, 장점일까 단점일까

2016-07-06     정환용 기자

‘에어’와 ‘프로’로 나뉘었던 애플의 노트북 라인업에 하나가 더 생겼다. 지난 4월 키노트에서 공개된 12인치 크기의 신제품 ‘맥북’이 그것이다. 차세대 라인업을 표방하며 라인업 분류를 위한 접미사조차 없앤 맥북은, 이름처럼 제품 전체적으로 단순해졌다. 물리 입출력 장치라고는 왼쪽의 USB-C 포트, 오른쪽의 3.5파이 오디오 잭이 전부다.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신기하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충전 포트까지 겸해야 하는 USB-C 포트는 아직까지 활용 범위가 좁고, 결국 확장 젠더가 필수 액세서리가 돼버렸다.

 처음 12형 맥북이 발표된 뒤 시장의 반응은 여느 때보다 불호 쪽의 목소리가 더 컸다. 애매한 화면 크기는 차치하고도 하나 뿐인 입력포트는 거의 대부분의 반응이 불만 쪽으로 몰렸다. 전원 포트를 연결하면 그마저도 사라지고, 확장을 위해선 별도의 젠더를 구입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사용이 반 강제되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달가울 수 없다. 920g의 가벼운 무게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건 반갑지만, 약 40% 낮아진 키보드 구조는 거의 터치에 가까운 입력 감각이 돼 적응에 시간이 걸릴 듯하다. 더 작아졌음에도 여전히 9시간을 견디는 배터리는 확실히 나아졌다.가장 많은 변화는 ‘포스터치’라 불리는 터치패드에 적용됐다. 기존 맥북 시리즈의 하단 클릭 구조에서 완전히 바뀌었다. 키 스위치가 필요했던 기존의 터치패드에서 ‘탭틱 엔진’으로 명명된 기술은, 패드의 어느 부분을 클릭하더라도 같은 느낌의 감각을 구현해 준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선 어디를 눌러도 클릭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으로 대략적인 동작 구조를 알 수 있는데, 단순 클릭 뿐 아니라 압력에 따른 차이를 구분해 구현해 준다.
iTunes나 iMovie에서 영상을 볼 때, FF 버튼을 살살 누르면 2X 속도로, 세게 누르면 60X 속도로 영상을 돌린다. 5단계로 나눠지는 압력의 차이는, 매번 가해지는 탭틱 액션으로 미세하게 그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새로운 맥북의 컬러는 아이폰처럼 실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3가지로 출시됐다. 
키노트 당시에도 그랬고, 제품을 직접 받았을 때도 그랬다. 입력포트가 USB-C 하나뿐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함을 구현했다기보다는 크기 문제에 맞닥뜨린 개발자들이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일 정도다. 최대한 좋게 표현하자면 제목처럼 극한의 단순함을 구현한 것이나, 아직은 USB-C 타입의 메모리도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자에겐 USB 포트 어댑터가 필수였다. 
오디오 단자와 듀얼 마이크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단 끝부분까지 위치가 올라간 이유는 오롯이 포트의 두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더 내려왔다면 아마 포트 아래 부분이 맥북의 하우징에서 튀어나와야 했을 것이다.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라도 툭 튀어나온 아이폰 6를 경험했다면 공감할 수 있을 듯.

확실히 얇아진 두께와 가벼워진 무게는 큰 장점이다. 처음 맥북 에어가 공개됐을 때도 도달하지 못했던 1kg의 벽을 무너뜨렸고, 이젠 백팩이나 커다란 크로스백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울트라북이다. 평균 1cm가 채 되지 않는 두께는 맥북 에어보다 얇아졌다. 적어도 12인치를 채택한 새 맥북의 활용 범위가 전작보다 더욱 넓어진 건 사실이다.

 
기본 1.1GHz, 터보부스트 2.4GHz 속도를 내는 인텔 코어 M 프로세서와 8GB의 메모리로 조합된 성능은 솔직히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OS X 요세미티 관련 앱들의 성능과 최적화를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 가상화 소프트웨어로 윈도우 8.1을 설치해 사용해도 속도 저하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고성능 게임을 즐기기는 쉽지 않을 듯. 
기존의 가위식 메커니즘(왼쪽)에서 두께를 줄이기 위해 개발한 나비식 메커니즘(오른쪽)은 키의 두께를 40% 얇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테스트를 위해 몇 시간 내내 사용해본 바로는, 솔직히 이전의 가위식 구조가 타이핑하기 더 좋은 느낌이 든다. 익숙해진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키 높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마치 터치 디스플레이로 가상 키보드를 두들기는 느낌마저 든다. 익숙해지면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입력할 수 있게 된다.


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