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기원: First Person Shooter
2016-07-29 석주원 기자
최초의 FPS?
일반적으로 FPS 장르는 ‘울펜슈타인3D’부터 시작됐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그 이전에도 1인칭 게임들은 존재했고, 그 중에서는 FPS의 원형이라 부를만한 게임도 있었다. 1973년 스티브 콜리(Steve Colley)에 의해 탄생한 ‘메이즈 워(Maze War)’는 모든 1인칭 시점 게임들의 원형으로 여기지고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FPS 뿐 아니라 1인칭 던전 탐험 형태의 초기 RPG들 역시 ‘메이즈 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74년에는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우주선 시뮬레이션 게임 ‘Spasim’이 출시됐는데, 우주선을 조종하는 모드일 때 1인칭 시점의 콕핏뷰를 사용한다. 그래픽 자체는 와이어프레임 기반이라 조잡하지만 게임 역사에서 처음으로 콕핏뷰를 구현한 게임으로 꼽히며, 이후 플라이트시뮬레이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FPS라 할만한 게임들은 등장하지 못한다.본격적인 FPS게임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탄생한다. 1991년은 FPS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FPS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드소프트웨어(ID Software, ID를 ‘이드’로 발음한다)가 미국 텍사스 주에서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드소프트웨어는 소프트디스크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다니던 존 로메오와 존 카맥 등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로,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 발생시킨 화학작용을 제대로 보여준 회사이기도 하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설립 2개월 만에 자사의 첫 FPS이자, FPS 장르의 어머니격인 ‘호버탱크 3D’를 출시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호버탱크 3D’는 최초의 FPS게임으로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게임의 완성도 자체는 조악했다. 설정은 탱크를 타고 도심을 누비며 돌연변이로 태어난 괴물들을 처치하는 게임이었지만, 레벨디자인 수준도 낮았고 맵도 단순히 색이 다른 벽의 나열에 불과했다.‘호버탱크 3D’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존 카맥은 3D엔진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고, 같은 해 11월 출시한 두 번째 FPS ‘카타콤 3D’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여기서 쌓은 노하우로 마침내 1992년 5월 기념비적인 ‘울펜슈타인 3D’를 세상에 선보인다. 본래 ‘울펜슈타인’은 1981년 미국의 뮤즈사에서 개발한 잠입액션게임 시리즈로 1987년 뮤즈사가 문을 닫으면서 시리즈의 명맥이 끊겼었다.‘둠(DOOM)류 게임’의 전성시대
‘울펜슈타인 3D’가 FPS라는 장르의 기초를 확립했다면, 이듬해에 출시된 ‘둠’은 FPS를 하나의 게임 장르로 정착시킨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울펜슈타인 3D’의 성공 이후 존 카맥은 게임 엔진을 더욱 보강하며, 차기작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드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 존 로메로가 다른 직원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993년 12월 출시된 ‘둠’은 FPS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린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게임 시장에 FPS붐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평면적인 게임 맵에서 벗어나 높낮이를 표현하고 보다 다양한 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특성이 확연한 무기 체계의 구축했고 FPS 장르에서는 처음으로 멀티플레이까지 지원하는 혁신적인 게임성으로 무장한 ‘둠’은 학생들의 학업과 직장인들의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이전까지의 FPS는 적을 찾아 파괴하는 원초적인 쾌감에 초점을 맞췄고, 스토리와 연출은 있으면 좋은 부가적인 요소로 취급했다. 반면 하프라이프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바탕으로 현실감 있고 짜임새 있는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함으로써 FPS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많은 FPS, 특히 콘솔로 출시되는 FPS게임들에서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이외에도 뛰어난 레벨디자인과 인공지능, 그리고 인터페이스 등 이후의 FPS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군림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하프라이프’의 모드(MOD)에서 시작된 게임이었다.1998년은 ‘하프라이프’ 이외에도 ‘언리얼’, ‘레인보우식스’ 등 양질의 FPS게임들이 다수 출시된, 어떤 의미로 FPS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해였다. ‘언리얼’ 시리즈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찬사 받았는데, 게임 개발에 사용된 ‘언리얼엔진’은 이후 발전을 계속해 현재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임 엔진으로 자리매김 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대테러부대와 테러리스트의 대결을 테마로 한 ‘레인보우 식스’는 밀리터리 FPS의 걸작으로 꼽히며, 밀리터리 FPS가 인기를 끄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밀리터리 FPS의 인기는 1999년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이어받아 FPS를 전 세계적인 인기 장르로 올려놓았다.국내에서도 이때 즈음해서 FPS게임들이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레인보우 식스’와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인기를 끌었다가 국내의 온라인환경에 맞춰 개발한 국산 FPS들이 차츰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국내 제작사인 드래곤플라이는 2002년 ‘카르마 온라인’을 출시했는데,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는 했다. 이후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 온라인’의 노하우를 살려 ‘스페셜포스’를 개발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며 한 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왕좌로 군림했다. ‘스페셜포스’는 1년 뒤에 출시한 ‘서든어택’에 왕좌를 내준 후에도 오랜 기간 2인자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다만 상업적인 흥행 여부를 떠나 국산 FPS게임들은 완성도 면에서 허술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나 FPS 팬들에게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