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부터 격이 다른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Q’ 모델을 처음 접한 느낌은 일단 ‘?’였다. 기자의 아날로그적 취미의 산물인 구형 필름카메라와 흡사한 생김새, 디지털 35mm, 50mm와 매크로 촬영을 지원하는 28mm의 단초점 렌즈, 단순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생각보다 상당한 묵직함. DSLR을 주로 사용해 오면서도 미러리스나 콤팩트 카메라가 있었으면 좀 더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기자에 생각보다 단순한 라이카 Q는 약간 생소하기까지 했다. 충전을 마치고 SD카드를 꽂은 뒤 두어 장 촬영해 본 뒤, 생각보다 상당히 뛰어난 화질과 편의성에 ‘이래서 라이카 라이카 하는구나’ 싶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35mm 사진의 개발자 오스카 바르낙 시절부터 100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라이카의 정신이란 걸 잘 몰랐다. 사용할 줄 아는 카메라의 브랜드나 기종이 매우 한정적이고, 게다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고가의 라이카 카메라는 새 카메라를 장만할 때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 리스트에 올라 있지 않았다. 사실 라이카 Q의 출시 소식을 듣고도 리뷰 진행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막 초보를 벗어난 수준의 지식과 실력으로 카메라의 제 성능을 뽑아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짧은 기간 동안 라이카 Q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찍어보고 사진을 본 뒤의 소감은, ‘제 값 한다’는 점이었다. 콤팩트 카메라의 가격이 600만 원이 넘는 것에 식겁했지만, 알고 보면 그 가격이 십분 납득이 간다는 점도 놀랍다. 최대한 단순하고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나온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진짜 ‘사진’ 말이다. 특별한 촬영 노하우나 오랜 경험이 없어도, 조명이나 주변 환경이 촬영에 적합하지 않아도 라이카 Q의 사진은 만족도가 높다.라이카 Q의 컨트롤 파트는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에 좀 더 가깝다.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을 집어넣기 위해 다이얼 적층 기술을 아끼지 않는 최근의 추세엔 관심이 없다는 듯, 메인 다이얼이 가진 기능은 셔터스피드 조절이 전부다. 싱글/연속 촬영은 전원 다이얼에 포함돼 있고, 녹화 버튼이 옆에 작게 배치됐다. 커맨드 다이얼은 바디의 곡선과 절묘하게 맞춰져 있고, 돌리는 압력이 적절하다. 이 다이얼은 조리개가 수동일 때는 노출 보정, 조리개가 자동일 때는 조리개 수치를 바꿀 수 있다.
메뉴에 들어가 세부 설정을 보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여느 디지털카메라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촬영 관련 메뉴가 한 단으로 나열돼 있고, 메뉴에 들어가지 않아도 우측의 다섯 개 버튼으로 어지간한 촬영 메뉴는 조절할 수 있다. 우측 버튼도 재생/삭제/펑션/ISO/메뉴 등으로 직관적이다. 펑션 버튼으로 촬영 모드를 바꿀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보통은 PASM 모드로 고정해 두고 렌즈의 컨트롤 링과 오른손 엄지 부분의 4방향 버튼으로 초점 위치를 잡아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세팅인데, 이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라이카 Q는 렌즈가 전체 가격의 80%를 렌즈가 차지한다고 한다. 농담 삼아 ‘렌즈를 샀더니 바디를 주더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라이카 Q에 장착된 주미룩스 28mm F1.7 렌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격대가 상당하다. 이보다 한 단계 위인 28mm F1.4 렌즈의 가격이 81만 엔(한화 약 750만 원)이다. 이보다는 조리개 수치가 약간 어둡지만 매크로 모드가 추가됐고 조리개 수치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니 상대적인 값어치는 충분한 듯하다. 출시 초기에는 537만 원이 정가인 것처럼 알려졌으나, 7월 중순 현재 온라인에서 64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라이카 Q의 값어치 중 7할 이상은 렌즈가 한다. 28mm F1.7 고정식 렌즈는 특이하게 후드를 장착하면 렌즈 캡을 씌울 수 없게 돼 있다. 후드를 씌우면 렌즈 표면에 실수로 손이 닿는 일은 없으니 염려 말자. 렌즈는 총 3개의 컨트롤 링이 있다. 앞쪽 링은 조리개 수치를 조절하는 것으로, 붉은 A에 두면 자동, 오른쪽으로 돌리면 F1.7부터 조리개가 조여진다. 가운데의 링은 초점 조절을 하는데 AF는 오토포커스고, 홀드 버튼을 누르고 왼쪽으로 돌리면 수동 초점이다. 바디에 가까운 쪽의 링은 일반 촬영과 매크로 촬영을 결정하는데, 일반 촬영의 최소 촬영거리 30cm보다 짧은 17cm 거리로 촬영할 수 있다. 셔터 버튼에 조합된 전원 다이얼은 싱글/연사 중 선택할 수 있다.테스트 중에는 장면 모드를 PASM으로 설정했는데, 이 컨트롤 링의 조합으로 각 모드에 진입할 수 있다. 여기에는 상단의 셔터스피드 다이얼이 포함된다. 조리개 자동 + 셔터스피드 자동 = P모드(프로그램)
조리개 자동 + 셔터스피드 수동 = S모드(셔터 우선)
조리개 수동 + 셔터스피드 자동 = A모드(조리개 우선)
조리개 수동 + 셔터스피트 수동 = M모드(개별 설정)
오른손 그립 부분은 4방향 및 OK 버튼, 엄지 왼쪽에 35/50mm 크롭 버튼이 있다. 오른쪽 덮개를 열면 미니 USB와 미니 HDMI 포트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크롭 버튼이 라이카 Q의 백미인데, 버튼을 누르면 35mm일 때의 촬영 범위가 화면에 표시된다. 이는 줌과는 다른 개념으로, 1:1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사진 자체는 35mm에 맞는 화각으로 촬영하지만, 셔터를 누르기 전에는 어디까지 촬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하단의 배터리 수납 공간에 SD카드가 함께 장착된다. RAW 파일과 jpg 파일을 동시에 저장하면 촬영 후 이미지를 처리하는 시간이 약간 걸리는 편이다. 연사 모드에서 촬영할 때 이 시간은 더 길어지는데, 화면으로 다시보기나 모드 변경도 처리가 완료돼야 인식한다. 마감에 임박하면 어김없이 지저분해지는 기자의 책상. 이 사진은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별 생각 없이 촬영한 것으로, 포토샵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 초점만 가운데 맞추고 촬영했는데 사진에 밝기가 고르게 분포됐고, 중앙 초점도 정확하게 맞았다. P모드, 1/60s, ISO1600, F4.5. 같은 위치에서 옆에 놓인 음료수 병을 놓고 뚜껑의 로고에 초점을 맞춰 촬영했다.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니 주변부가 흐릿하게 날아가 시선을 가운데 집중시킬 수 있다. ISO 값은 M 모드에서도 되도록 자동으로 맞추는 것이 적절한 밝기를 얻는 방법 중 하나다. M 모드, 1/60s, ISO320, F1.7. 항상 smartPC사랑에서 제품 및 테스트 촬영에 매진하는 니콘 D750을 카메라가 아닌 피사체로 모셨다. 조리개 값을 높이니 초점이 주변으로 넓게 잡힌 걸 볼 수 있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스트로보를 연결해 촬영할 때는 조리개를 F10 이상으로 넓혀도 원하는 밝기의 선명한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다. 이 때는 초점을 수동으로 맞춰보는 것도 좋은데, 원하는 포인트에 초점이 잘 맞으면 설정해 둔 컬러로 빛이 나며 촬영 시기를 알려 준다. A 모드, 1/100s, ISO1000, F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