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가지고 놀기
3컷: 이런 꽃 같은…
기자는 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정형화된 형태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제멋대로인 생김새에 종류도 너무 많은 꽃은 기자의 관심사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그래도 혼자 카메라를 들고 정처 없이 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잘 보이는 게 꽃이기에 한두 컷쯤 찍어보긴 한다. 실물보다 사진이 훨씬 나은 꽃이 많기도 하고, 주변의 풀들 사이에선 나름 그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올해 휴가차 다녀온 중국 청도(Qing dao)의 한 공원에서 촬영한 꽃 사진이 이번 호의 주제다. 여기 실린 꽃들의 이름은 기자도 모르거니와 관심도 없으니, 궁금하면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자.
꽃 사진은, 어지간하면 봄에 찍자
여름은 꽃 사진 촬영에 적합한 계절은 아니다. 백합이나 맨드라미 등 여름에 피는 꽃이 있긴 한데, 관심사가 아니어서 딱히 찾아다니기엔 귀찮았다. 보통은 한기가 가시고 꽃들이 겨우내 준비했던 망울들을 일제히 피우는 초봄이 가장 사진이 잘 나온다. 가을은 날이 추워지며 대부분의 식물들이 월동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인공 화원을 찾지 않는 이상은 거리에서 예쁜 꽃을 보기 어렵다.
24mm, ISO 320, f5.6, 1/200s. 원래는 이 꽃의 잎이 힘껏 사방으로 펼쳐져 있어야 정상이란다. 식물도 햇빛만으로 살기 어렵다는 듯 꽃잎의 끝이 말려들어간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24mm, ISO 100, f3.5, 1/125s. 화단에 몇 남지 않은 장미꽃도 얼마 가지 못할 듯 꽃잎에 힘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봉오리가 열린 꽃이 얼마 되지 않아 20여 분을 걸어서야 찾아낸 꽃이다.빛을 어디에 둘 것인가
촬영에 없어선 안 될 빛. 특히 형태가 불규칙한 꽃을 촬영할 때는 더욱 중요한 것이 조명의 위치다. 낮의 조명은 슈퍼맨의 레드X인 태양이 있으니 문제없지만, 태양을 어디에 두고 찍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은 피사체의 앞에서 태양을 등지고 촬영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촬영자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빛을 등지고 찍는 것도 방법이고,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꽃망울에 태양을 숨긴 채 찍는 것(역광)도 방법이다. 촬영에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빛을 등지고 촬영하면 별다른 수고 없이 무난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촬영자 스스로 빛을 가리지 않는다면 피사체 전체에 고르게 빛이 분포되고, 촬영 대상의 주변에도 충분한 광량이 확보된다. 적어도 촬영 이후에 사진에 빛이 모자라 포토샵에서 노출값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은 줄일 수 있다.
그나마 괜찮은 장미 한 송이
오후 2시의 청도(정확히는 청도 북부의 청양)는 사우나보다 더한 듯했다. 금새 땀으로 샤워를 한 기자는 헉헉대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았지만 마음에 드는 꽃을 찾지 못했다. 딱히 화단이 형성된 곳이 없었던 데다가, 작은 꽃밭이 있다 해도 무더위에 꽃들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냥 동네 동사무소 앞 화단이나 찍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중,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다. 유난히 살고 싶었던 듯 다른 꽃들보다 꽃잎에 생기가 좀 더 느껴졌다. 힘찬 느낌은 크지 않았지만 주변의 다른 녀석들보다는 나아 보여 가방에 넣었던 카메라를 다시 꺼냈다.
초보들에게 사진 촬영 다음은 당연히 보정이다. RAW 파일로 촬영하면 본격 편집에 앞서 빛과 관련된 정보들을 수정할 수 있다. 꽃 사진은 조명 부분을 제외하면 제품 촬영처럼 브러시나 도장 툴을 쓸 일이 별로 없어 수정이 어렵지 않다. 이 사진은 노출값을 약간 낮춰 선명도를 더했고, 대비값을 높여 붉은색을 더욱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