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가지고 놀기

3컷: 이런 꽃 같은…

2016-10-02     정환용 기자

기자는 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정형화된 형태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제멋대로인 생김새에 종류도 너무 많은 꽃은 기자의 관심사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그래도 혼자 카메라를 들고 정처 없이 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잘 보이는 게 꽃이기에 한두 컷쯤 찍어보긴 한다. 실물보다 사진이 훨씬 나은 꽃이 많기도 하고, 주변의 풀들 사이에선 나름 그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올해 휴가차 다녀온 중국 청도(Qing dao)의 한 공원에서 촬영한 꽃 사진이 이번 호의 주제다. 여기 실린 꽃들의 이름은 기자도 모르거니와 관심도 없으니, 궁금하면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자.

 
24mm, ISO 100, f3.5, 1/100s. 

꽃 사진은, 어지간하면 봄에 찍자
여름은 꽃 사진 촬영에 적합한 계절은 아니다. 백합이나 맨드라미 등 여름에 피는 꽃이 있긴 한데, 관심사가 아니어서 딱히 찾아다니기엔 귀찮았다. 보통은 한기가 가시고 꽃들이 겨우내 준비했던 망울들을 일제히 피우는 초봄이 가장 사진이 잘 나온다. 가을은 날이 추워지며 대부분의 식물들이 월동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인공 화원을 찾지 않는 이상은 거리에서 예쁜 꽃을 보기 어렵다. 

마침 예정된 중국 여행길에, 청도 위의 청양에 있는 숙소 근처의 공원에 들렀다. 중국은 생각보다 공원 조성이 잘 돼 있는 편이다. 기자가 찾은 청도 올림픽 공원은 한 바퀴 돌면 2km를 약간 넘는 정도의 크기였는데,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요트 경기를 청도에서 진행하며 조성됐다고 한다. 인공호수며 올림픽 기념 구조물 등이 그 규모를 짐작케 했다. 토요일 오후였고 날이 무척 더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연인 단위로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문제는 날씨였다. 한국 못지않게 덥고 습한 날씨 덕에 대부분의 꽃들이 풀이 죽어 있었다. 공원을 찾은 전날 장대비가 잠깐 쏟아지긴 했지만,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그늘도 없이 극복하긴 어려웠나보다. 전문가들의 사진처럼 짙푸르고 싱싱한 모습이 담겨야 하는데, 기자의 카메라에 담긴 꽃들은 저마다 “더워 죽겠다” 말하는 것 같은 모습뿐이었다. 광합성 좀 그만 하시라고 양산을 씌워줄 수도 없고, 안쓰러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24mm, ISO 320, f5.6, 1/200s. 원래는 이 꽃의 잎이 힘껏 사방으로 펼쳐져 있어야 정상이란다. 식물도 햇빛만으로 살기 어렵다는 듯 꽃잎의 끝이 말려들어간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24mm, ISO 100, f3.5, 1/125s. 화단에 몇 남지 않은 장미꽃도 얼마 가지 못할 듯 꽃잎에 힘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봉오리가 열린 꽃이 얼마 되지 않아 20여 분을 걸어서야 찾아낸 꽃이다. 

빛을 어디에 둘 것인가
촬영에 없어선 안 될 빛. 특히 형태가 불규칙한 꽃을 촬영할 때는 더욱 중요한 것이 조명의 위치다. 낮의 조명은 슈퍼맨의 레드X인 태양이 있으니 문제없지만, 태양을 어디에 두고 찍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은 피사체의 앞에서 태양을 등지고 촬영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촬영자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빛을 등지고 찍는 것도 방법이고,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꽃망울에 태양을 숨긴 채 찍는 것(역광)도 방법이다. 촬영에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빛을 등지고 촬영하면 별다른 수고 없이 무난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촬영자 스스로 빛을 가리지 않는다면 피사체 전체에 고르게 빛이 분포되고, 촬영 대상의 주변에도 충분한 광량이 확보된다. 적어도 촬영 이후에 사진에 빛이 모자라 포토샵에서 노출값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은 줄일 수 있다.

 
카메라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조언들이 많은데, 태양의 궤적을 장시간 촬영하지 않는 이상은 센서에 큰 손상이 가지 않는다. 다만 주광 상태에서의 태양 촬영은 빛이 늘어지는 블루밍 현상이 생기기 쉬워 셔터스피드나 조리개의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서 역광 상태에서도 피사체가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태양을 피사체에 가리는 방향에서의 촬영도 많이 쓰인다. 아래의 세 장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피사체를 위치를 옮기며 각기 다른 상황을 만들어 촬영한 결과다. 같은 시간에 같은 피사체를 찍어도 촬영자의 위치에 따라 매우 다른 느낌의 사진이 나오는데, 밝기나 초점의 차이는 카메라의 설정으로 얼마든지 어두운 것을 밝게, 좁은 초점을 넓게 변경할 수 있다. 
빛을 주변의 나무로 가리고 촬영했을 때. 때마침 구름이 잠시 태양을 가려 사진이 예상보다 좀 더 어둡게 나왔다. 그래도 피사체 주변이 빛에 날아가지 않고 선명하게 찍혔다. 
빛을 피사체의 왼쪽에 두고 촬영했을 때. 누가 봐도 빛이 피사체의 왼쪽에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촬영자가 어떤 느낌으로 피사체를 찍을 것인지 고민할 때, 빛의 위치를 옮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빛을 등지고 촬영했을 때. 적당한 광량으로 피사체는 돋보이고 남은 빛이 주변부에 퍼져 중심의 주인공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빛이 너무 강하다 싶을 땐 다른 설정보다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촬영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그나마 괜찮은 장미 한 송이
오후 2시의 청도(정확히는 청도 북부의 청양)는 사우나보다 더한 듯했다. 금새 땀으로 샤워를 한 기자는 헉헉대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았지만 마음에 드는 꽃을 찾지 못했다. 딱히 화단이 형성된 곳이 없었던 데다가, 작은 꽃밭이 있다 해도 무더위에 꽃들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냥 동네 동사무소 앞 화단이나 찍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중,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다. 유난히 살고 싶었던 듯 다른 꽃들보다 꽃잎에 생기가 좀 더 느껴졌다. 힘찬 느낌은 크지 않았지만 주변의 다른 녀석들보다는 나아 보여 가방에 넣었던 카메라를 다시 꺼냈다.

 
24mm, ISO 100, f4.5, 1/125s. 수십여 장의 촬영본 중 하나를 골랐다. 이 사진은 보정하기 전의 jpeg 사진으로, 꽃망울의 주변 화단 광경이 썩 좋지 않아 조리개를 조여 주변부를 흐리게 날렸다. 이 사진도 크게 확대하면 꽃의 가장자리에 초점이 약간 맞지 않았다. 역시 100장 중 한 장 건지기 참 어렵다.

초보들에게 사진 촬영 다음은 당연히 보정이다. RAW 파일로 촬영하면 본격 편집에 앞서 빛과 관련된 정보들을 수정할 수 있다. 꽃 사진은 조명 부분을 제외하면 제품 촬영처럼 브러시나 도장 툴을 쓸 일이 별로 없어 수정이 어렵지 않다. 이 사진은 노출값을 약간 낮춰 선명도를 더했고, 대비값을 높여 붉은색을 더욱 강조했다.

 
원본 자체는 실제로 기자의 눈에 담긴 장미보다 색감이 약간 흐리게 촬영됐다. 미처 화이트밸런스를 맞추지 못한 탓이다. 라이트룸과 포토샵 보정을 거친 뒤에야 기자의 마음에 좀 더 가까워진 사진이 됐다. 장미를 좀 더 명확한 붉은색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도를 약간 낮췄다. 꽃 사진이라고 무조건 밝아야 된다는 편견은 버리자. 콘테스트에 출품할 것도 아니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고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