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결된 미국드라마를 토렌트에서 받으려면, 길게는 하루 이상 걸리기도 한다. 시드를 유지하려면 다운로드받고 있는 PC를 켜놓아야 하는데, 아침이 되면 왜 컴퓨터를 켜고 잤냐는 엄마의 호통이 들려온다.(솔직히 아직 ‘엄마’는 무서운 존재다) 이 상황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기세 얼마 안 들어!”인데, 이 말에 신빙성을 더하려면 전기세 고지서가 도와줘야 한다. 이전 세대 대비 소비전력이 20% 이상 향상된 스카이레이크로 저전력 PC를 구성해 보자.
곱절에 또 곱절… 무서운 전기세
전기세가 무서운 이유는 누진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누진세는 사용량이 쌓일수록 그 단가가 비싸지는 것을 뜻하는데, 100kwH까지의 1kwH 당 가격과 101kwH부터의 1kwH 당 가격이 다르다. 위의 표를 보면 누적 사용량 별 기본 가격과 단가를 알 수 있는데, 100kwH 단위로 2배 가까이 비싸진다. 400kwH까지는 1kwH 당 약 188원 정도인데, 사용량이 401kwH를 넘는 순간 기본요금은 56%, 사용요금은 58% 비싸진다. 지난달 전기세 고지서에 표기된 사용량을 한전 홈페이지의 누진세 계산 항목(cyber.kepco.charislaurencreative.com/ckepco)에 입력하면 요금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301~400 구간의 요금제 폐지로, 201~400 구간은 기본료 1,600원, 사용요금 1kwH 당 187.9원으로 요금이 같다.
위가 300kwH, 아래가 330kwH를 썼을 때의 요금 계산이다. 당장 기본료부터 두 배 이상이고, 사용량은 30kwH 차이인데 사용 금액은 12,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3~4인 가정에서의 일반적인 한 달 전기 사용량은 300~350kwH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PC를 하루종일 켜뒀을 때 발생하는 사용량을 더했을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100 단위를 넘기지 않는 것이다. 보통은 계절이 바뀌지 않을 때 집에서 내는 전기세는 금액이 비슷하다. 똑같이 50kwH를 사용했다 해도 200 구간에서의 요금과 300 구간에서의 요금에 차이가 있으니, 이를 파악해서 사용량을 조절해 주는 것도 전기세를 아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기자의 주된 토렌트 활용 용도는 미국드라마 및 걸그룹 직캠 공유 영상이다. 온전한 자료를 가진 사람이 시드가 돼 토렌트 파일을 업로드하면, 다른 사람이 파일을 받아 조각나 있는 자료를 다운로드받는다. P2P인 토렌트는 다운로드와 동시에 업로드를 진행하고, 자료 다운이 완료되면 최초 시드와 같은 파일을 가진 또다른 시드가 돼 다른 사람들에게 자료를 나눠주게 된다. 이 시드가 많아질수록 다운로드는 빨라지고, 그러기 위해선 자료가 담겨 있는 PC를 켜둬야 한다. 내가 자료를 받았으니 다른 사람을 위해 일정 기간 시드를 유지해 주는 것이 암묵적인 매너다.어차피 야간에 다운로드 및 시드를 유지할 때 사용자가 깨 있을 필요는 없다. PC가 대기 모드나 절전 모드로 들어가지 않도록 설정하고 모니터를 끄면 된다. 시드 유지에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진 않으니, 이 작업에서는 CPU가 대부분의 전기를 먹는다. 인텔과 AMD가 설계전력을 낮추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간당 사용량 60kwH대 저전력PC
인텔 6세대 스카이레이크 i5 시리즈의 설계전력은 65W다. CPU가 소모하는 전력이 최대 시간당 65W인데, 실제 소비 전력은 사용 환경이나 냉각 성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Z170 메인보드 기반의 테스트 시스템에 장착했고, 가지고 있던 CPU 쿨러 설치로 온도를 잡았다. 전력 소비량 측정에는 서준전기 SJP M-C16 측정기를 사용해 현재 소비전력과 누적 소모량, 월 예상 전기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제나 보면 볼수록 흐뭇한 걸그룹 직캠 영상의 토렌트 파일을 받았다. 보통은 촬영자가 직접 메인 시드가 되는 경우가 많고, 토렌트를 공유하며 시드 유지를 부탁한다. 파일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공유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약 70GB 용량의 종합선물세트 파일을 실행한 뒤 20여 시간 동안 전력소모량을 체크했다.
다른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토렌트만 실행한 뒤 전력 측정을 시작했다. 본 테스트에선 이 PC가 없을 때의 평균 사용량을 약 350kwH로 가상 설정하고, 그 이후에 PC의 사용으로 추가된 사용량의 요금을 계산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약 30여 분간 관찰하니 위 테스트PC 본체의 소비전력은 시간당 약 61~63W 정도였다. 전압 217V, 전류 약 0.28A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하고, 기자는 퇴근했다.
다음날, 약 20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측정기를 확인했다. 시간당 소비전력과 전압·전류는 전날 본 상태와 거의 같았다. 측정기의 화면을 변경하면 오른쪽처럼 테스트를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전력량과 예상 월간 소비전력이 나타난다. 디스플레이의 가운데 월 평균 사용량을 미리 측정해 두면, 사용량의 최대값의 이후부터 전력 사용량과 그에 대한 요금이 표시된다.20여 시간 동안의 소비전력량은 약 1.26kwH였다. 이 사용량을 PC 평균 소비전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임도 하고 영화도 봐야 하니 소비 전력이 60w보다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PC를 한 달 내내 켜놓는다고 가정했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까지 평균 사용량으로 합치면 대략 월 사용량이 실제 사용량과 비슷하게 측정될 것이다. 예상 월 소비량은 약 44.7kwH. 45kwH로 잡고 350에 더해 최대 400kwH로 잡았다. 그 결과 집에 부과될 예상 전기요금은 아래와 같다.
350kwH를 사용했을 때의 예상 요금은 62,900원. 여기에 PC 사용량을 더해 약 400kwH를 사용했다면 요금은 78,850원이 된다. 301~400kwH 구간의 요금으로 약 16,000원이 더해진 것이다. 한 달 내내 켜놓은 것 치고는 그리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다. 이 차액을 PC의 월 유지비로 설정하면 계획적인 전력 소비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만약 평균 사용량이 400kwH라면 얘기는 조금 다르다. PC 사용량이 401~500 구간에서 더해지기 때문에 기본료와 1kwH 당 사용료도 올라, 450kwH 사용량에 대한 요금은 106,520원 정도다. PC가 없을 때의 차액이 약 18,000원으로, 한 단계 구간의 차이가 생각보다 커진다. 여름에 덥다고 에어컨을 남발하다 사용량 700kwH를 넘었다는 지인의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기자는 난생 처음 27만여 원의 요금을 봤다. 냉장고처럼 24시간 작동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PC처럼 작은 곳에서라도 사용량을 아낄 수 있다면 누진세의 폭탄을 잘 피해갈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