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조달시장마저 빼앗으려는 대기업의 횡포

중소기업 육성 정책 무시한 채 자사 이익만을 노리는 대기업

2015-11-25     스마트PC사랑
다음달 심의 예정인 정부 조달청의 개인컴퓨터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 재지정 의견서에 행정자원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 3개 부처 모두 재지정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부처는 현재 ‘데스크톱 컴퓨터’로 분류돼 있는 일체형PC를 노트북/태블릿 분야로 재지정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에서 제외하거나 대기업을 참여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측은 각 부처가 제출한 의견서가 똑같은 내용으로 작성됐다며 배후가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기업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조달시장에서 개인컴퓨터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2012년 13개에서 현재 40개 업체로 늘었다. 이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을 통해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약 40만 대 수준인 개인컴퓨터 시장은 전체 PC 시장의 19% 정도이고, 이 중 일체형PC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측은 전체 PC 시장의 5%도 안 되는 관수시장 분야조차 대기업이 가로채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다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측이 주장하는 일체형 컴퓨터의 노트북/태블릿 분야 재지정에 대한 주장이다. 현재 컴퓨터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중 국내에 제조기업이 있는 것은 RAM과 SSD, 파워서플라이, 케이스 정도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컴퓨터 업체는 조립 및 유통이 주 업무다.

대기업: 일체형 컴퓨터는 저전력·친환경 제품으로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부응한다.
중소기업: 일체형 컴퓨터는 저전력·친환경을 목표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성능이 낮은 부품을 사용하기에 전력 소모가 낮다. 저전력 PC는 데스크톱에서도 구성할 수 있다.

대기업: 경쟁제품 지정 이전인 2012년 관수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일체형PC는 대기업이 신경 쓰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경우다. 그 이전에 대기업은 데스크톱PC에만 주력하다가 나중에 일체형PC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 IDC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민수시장의 일체형PC 시장 규모 24만여 대 중 대기업이 93.3%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기업: 일체형PC는 PC와 모니터가 통합된 제품으로, 모니터에 컴퓨터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주요 부품은 노트북과 동일하기에 노트북/태블릿 분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소기업: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행정업무용 다기능 사무기기 표준규격’을 보면 일체형PC는 고정형PC로 분류돼 있다. 일부 주요 부품이 노트북 부품을 사용했다 해서 노트북/태블릿으로 분류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사용환경에 따른 분류로 구분해도 고정형PC이지 이동형PC는 아니다.

- 일체형PC는 대기업의 주장처럼 모니터에 컴퓨터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정의할 수 없다. 일체형PC는 소형 데스크톱과 모니터가 하나의 기기로 연결된 것을 통칭하는 단어이며, 일체형PC의 주요 기능인 ‘컴퓨팅’을 감안할 때, 오히려 컴퓨터에 모니터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대기업: 제조 시 필요한 모니터 패널의 원천기술은 중소기업에 없고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 모니터의 원천기술은 패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니터의 핵심부품에 대한 원천기술은 국내 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다. 인텔, 엔비디아 등 해외 대기업은 원천기술 개발 제품을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도 대기업 원천기술 개발-중소기업 개발품 구매·제조가 가장 이상적인 동반성장의 구조다.

대기업: 2012년 경쟁제품 지정 시 데스크톱PC만 공청회 및 부처 간 논의를 했다.
중소기업: 행정자치부가 데스크톱PC를 고정형PC로 개정한 것은 데스크톱PC와 일체형PC를 같은 제품군으로 분류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용 환경에 따라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일체형PC의 분류에 대해서도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경쟁제품 지정 해지를 건의하고 있었다. 고정형PC의 하위분류에 일반, 슬림형, 일체형, 저전력으로 구분돼 있는데, 유톡 일체형PC만 별도로 물품분류가 됐다는 것은 의도적인 분류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대기업: 일체형PC는 컴퓨터 CPU의 국산화를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다.
중소기업: 현재 대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CPU는 PC용이 아니라 모바일 기기용 ARM 프로세서다. 가능하다 해도 고성능을 선호하는 시장에서 낮을 수밖에 없는 일체형PC의 CPU는 시장성이 없다. 대기업은 일체형PC보다 진보된 모바일/태블릿PC 등으로 이미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민수시장의 일체형PC도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조달시장에까지 진입하려는 것은 중소기업의 안위를 무시한 무리한 욕심으로 보인다.

- 국내 대기업이 CPU의 국산화 시도를 위해 일체형PC 관수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국내 어떤 기업도 PC용 CPU를 제조한 적이 없으며,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그나마 자체 제작한 모바일 AP이고, 이것이 국산 중앙처리장치의 전부다. CPU의 국산화를 시도하는 것도 지난 3월 모바일 CPU 코어의 국산화를 위한 정부지원 사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1971년부터 CPU 기술력을 쌓아온 인텔의 기업 규모는 국내 모 대기업의 1/3에 불과하지만, 세계 시장을 점령 수준으로 점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조차 인색했던 국내 대기업이 CPU 국산화에 성공하는 것은, 부산이 올림픽을 유치한 뒤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조달 납품단가가 안정화되고,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적정 수익률 보장을 위해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얻은 수익을 기술개발 및 투자로 연결시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행 제도이다. 중소기업은 국제환율 변동,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조달청과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매년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또한, 수요 기관의 예산 절감을 위해 올해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해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조달청 평균 가격은 2분기와 4분기에 84만 원으로 유지됐다. 이는 대기업이 조달시장에 없어야 납품 단가가 유지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어 중소기업 측은 정부에 올바른 선택을 당부했다. 중소기업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찾으려는 대기업의 행태를 비판하며 위태로운 조달시장에 대해 언급했다. 관수시장에서 일체형PC는 본체와 모니터의 사용 주기가 각 5년, 6년으로 맞지 않아서 수요도 많지 않다. 사용 년수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선호도가 증가될 것이며, 이미 10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용되는 부품 역시 대기업과 다를 바가 없는데, 대기업 역시 자체 생산이 아니라 중국 등지에서 위탁생산하고 있기에 중소기업과 품질이나 장애 발생률은 차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작은 시장마저 빼앗으려 한다면,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