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마트폰’이란 신문물을 접한 지도 6년여가 지났다. 이젠 2년 약정기간이 익숙해져서 1년째 사용하다 문득 질린다는 생각이 든다 해도 ‘위약금’ 세 글자를 떠올리면 잡념이 깨끗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매년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어떤 기술이 새로 추가됐는지 궁금해지는데, 측면 굴절 디스플레이나 압력 인식 터치 등 적어도 한 해에 한두 가지 정도는 나오는 듯하다. 내년에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브랜드 별 차기작이 세상에 공개될 때, 어떤 기술이 적용될지 미리 예측해 보자.
아이폰5S부터 적용된 지문인식 기능 ‘터치 ID’
삼성 갤럭시 S6 엣지에 적용된 측면 곡면 디스플레이.
LG G 플렉스 2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가장 아쉬웠던 기술이기도 하다.
휘어지고, 접히고, 투명하고 유연한 디스플레이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중 LG전자의 ‘G플렉스’ 시리즈, 그리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가 휘어진(curved)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이 중 갤럭시 라운드는 세로로 휘어져 있지만 이를 펼 수는 없는 형태였고, G플렉스 시리즈가 휘어져 있는 디스플레이를 평평하게 펼 수 있는 최초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당시 LG전자는 휘어진 형태의 디스플레이 및 기기에 6각 형태의 셀을 쌓아올린 커브드 배터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정한 각도 이상 펴거나 반대로 구부리는 것에는 제한이 있다.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TV광고처럼 자유자재로 구부릴 정도의 기술은 지금도 존재한다. 지난 2007년 네덜란드의 ‘폴리머 비전’에서 접을 수 있는 e잉크 기술의 전자책을 특허 등록한 바 있다. 이후 2009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2010년 LG디스플레이가 각각 AMOLED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TFT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그리고 2013년 CES에서 삼성이 프로토타입의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큰 관심을 끌어모았는데, 앞뒤로 자유자재로 휠 수 있는 진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였다. 이 기술은 올해 출시된 갤럭시S6엣지에 적용됐다. 디스플레이가 휘어 있긴 하지만 사용자가 휠 수는 없는 구조다.
SF영화에서처럼 접었다 펼 수 있거나 둘둘 말아둘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반으로 접어도 접힌 부분이 5mm 정도로 얇은 ‘폴디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애플도 접거나 삼각형·원형으로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말 그대로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오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된 것.다만 자유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나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은 아직 많다. 기본적으로 디스플레이를 감싸야 하는 하우징을 디스플레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아직 해결된 바가 없고, 화면을 활용하는 하드웨어의 배치도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삼성이나 LG 모두 디스플레이의 아래에 얇은 케이블로 연결해 하단에 집중시킨 형태가 전부다. 두 경우 모두 양산형 스마트폰으로 만들기엔 형태가 의문스럽다. 게다가 배터리의 효율 및 형태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최근 LG에서 케이블 형태의 배터리를 공개하며 상용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자체는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개발이 진척됐지만,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조합·배치하는지가 플렉시블 스마트폰의 등장에 대한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아이언맨’이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나온 투명 디스플레이도 현재 상용화가 코앞에 있다. LCD 기반으로는 백라이트나 편광판 등이 필요해 투과율이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를 활용하면 높은 투과율로 활용도가 무척 높아진다. 실제로 LG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냉장고를 편의점에 시범 배치해 그 효과를 테스트한 바 있다. 투명한 냉장고 전면 유리에 광고 영상이 나오고, 사용자가 가까이 오면 화면 터치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이것이 상용화되면 투명한 화면의 스마트폰은 물론 집안 거실의 유리가 TV가 되고, 자동차 전면유리가 통째로 내비게이션이 되는 것이 현실이 된다.
AP도 배터리도 사용자 입맛대로 조립식 스마트폰
지난 2013년 구글이 발표한 ‘프로젝트 아라’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사실 PC 분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놀라지 않았겠지만, 조립 PC처럼 스마트폰도 입맛에 맞는 방향과 성능으로 조립할 수 있다는 발상은 놀라웠다. 비록 올해 출시를 예고했다가 내년으로 미루긴 했지만, 디스플레이를 포함해도 현재 기자가 가장 기대하는 것이 조립식 스마트폰이다.현재의 PC 하드웨어처럼 큰 범위에서 규격화가 이뤄지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데, PC의 경우 거의 모든 하드웨어 제조사가 공통규격을 가지고 있어 상호간 호환성이 매우 넓다. SATA3란 규격만 맞으면 64GB짜리 SSD든 6TB짜리 HDD든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아라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 공통규격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제조사들이 협력해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맞춰 조립식 부품과 OS를 내놓는다면, LG의 디스플레이, 퀄컴의 AP, 삼성의 저장장치, 소니의 카메라를 조합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프로젝트 아라가 현실이 되면, 전화와 문자, 웹서핑 정도가 용도의 대부분인 스마트폰 사용자는 고성능보다는 저렴한 AP를 사용하고 용량도 크지 않게 설정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영화 감상을 즐긴다면 용량을 늘리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된다. 조립식 스마트폰 때문에 제조사가 조립부터 검수까지 마친 완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립PC가 부흥했던 90년대 말에도 여전히 브랜드 PC의 점유율이 강력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을 봤을 때, 이것이 현실이 된다 해도 애플이 자사의 AP를 개별 하드웨어로 출시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는 애플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케이블이 없어도 100% 무선 충전 시스템
사실 케이블 없이 충전 패드에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진행되는 무선 충전 시스템은 현재 상용화가 진행된 상태다. 여러 브랜드가 무선 충전 액세서리를 내놓고 있고 몇몇 스마트폰은 무선 충전을 공식 지원하기도 한다. 가구 업체들조차 작은 테이블에 무선 충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4.5m 밖에 있는 기기도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마당에, 원격 충전은 더 이상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다.다만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표준화’다. 몇몇 스마트워치는 접촉식 충전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무선 충전 액세서리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재킷 형태의 케이스에 장착하거나 별도의 장치를 부착해야 사용할 수 있다. 국제 표준이 정착되지 않아 규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갤럭시S6와 같이 기기 자체에 무선 충전 방식이 내장된 스마트폰과 공식 충전 패드라면 문제가 없지만, 아직 무선 충전을 기본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거의 없다.현재 ‘Qi’(치), ‘리젠스’(Rezence), ‘파워매트’(Powermat) 등 3가지 충전 방식이 무선 표준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데, 각 표준을 지지하는 단체가 모두 다르다. Qi를 지원하는 WPC(Wireless Power Consortium)의 규모가 가장 크고, 다른 두 방식을 지원하는 2개 단체가 WPC를 견제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이 덕에 액세서리 업체가 무선 충전에 필요한 기술을 공유하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어떤 방식이 표준이 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 가지의 방식, 혹은 여러 방식의 장점이 모여 표준으로 정해지면 액세서리로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의 정식 구성이 될 수 있다. 케이블을 무척 싫어해 데스크톱 키보드조차 무선 제품을 이용하는 기자의 친구에게는 축복 수준의 기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