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이세돌 9단에 도전

체스에 이어 바둑도 정복될 것인가

2017-02-01     정환용 기자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한국의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은 제안을 받고 3분 정도의 고민 끝에 대국을 수락했다. 이 9단은 구글의 발표 이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둑계에서 봤을 때 큰 의미가 있다”며, 5판 중 1패 정도는 괜찮지만 3패, 즉 5번기를 진다면 개인적으로나 바둑계 전체적으로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9단은 “자신이 없는데 받아들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아직은 인간 대 컴퓨터로 비교하면 인간이 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양의 체스는 이미 1997년 IBM의 ‘딥 블루’가 당시의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바둑은 아직도 컴퓨터에게 난공불락의 존재였다. 체스와 달리 바둑이 수를 놓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 이상으로, 컴퓨터가 딥블루와 같은 방식으로 이를 계산하려면 10억 년 이상이 걸린다.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프로 바둑기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구글이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14년 1월 영국의 인공지능 기업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은, 머신러닝과 시스템 신경과학 분야의 기술을 활용해 프로 바둑기사와 상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를 개발했다. 기존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착수가 가능한 모든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알파고는 이 방식의 한계를 인지하고 고급 트리 탐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알파고의 신경망은 수백만 개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바둑판을 분석한다. 두 개의 신경망 중 ‘정책망’(Policy Network)은 다음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Value Network)은 경기의 승자를 예측하게 된다.

딥마인드는 일반 사람이 습득에 1천 년이나 걸릴 만한 3천만 가량의 기보를 알파고에 입력해, 인간의 움직임을 57%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자체 신경망 속에서 수천만 번의 대국을 수행하고, 시행착오 프로세스 ‘강화 학습’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의 바둑 프로그램들과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500전 499승 1패의 전적을 기록했고, 지난 10월에는 비밀리에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Fan Hui) 2단을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그리고 오는 3월,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이게 된다. 
지난 1월 29일 알파고 브리핑에 참석한 구글 머신러닝 및 딥마인드 총괄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 대국의 승률을 50:50으로 예상하며 “우리는 프로그래머이고 바둑은 아마추어다. 알파고와의 대국 뒤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대국 스타일 등 여러 얘기들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