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러’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이즈 오브 헤븐’

2017-03-03     임병선 기자
사이버커넥트 2(이하 CC 2)가 전작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 스타 배틀’(이하 죠죠 ASB)에 이어 2년 만에 신작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이즈 오브 헤븐’(이하 죠죠 EOH)을 내놨다. 정통 대전 격투를 표방한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대난투 스타일의 2:2 태그 배틀 형식을 취했다. CC 2의 대표작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처럼 맵을 활보하며 싸우는 방식이라 완성도는 상당하다. 조작은 훨씬 더 쉬워졌으며, 전작보다 훨씬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기술 재현도 뛰어나 보는 재미도 있다. 여기까지만 말한다면 엄청나게 괜찮은 게임 같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죠죠러’라는 팬심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게임이 됐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낱낱이 뜯어보겠다.  

전작과는 다르다!

죠죠 EOH는 전작과 달리 정상적인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상태로 출시됐다. 이제야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이 나온 셈이다. 사실 이런 말 자체가 어이없겠지만, 정말 그렇다. 전작 죠죠 ASB는 막말로 그래픽만 좋은 인디 게임 수준이었다. 장르는 정통 격투 게임이라고 했으면서 격투 게임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와 버그가 판을 쳤다. 패치로 어느 정도 문제점을 수정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아예 수정이 불가했다. 심지어 원작 팬들을 사로잡을 스토리가 중요하지만, 스토리 모드는 정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개판이었다. 전작의 자세한 리뷰는 2013년 10월호를 참조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죠죠’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1:1 대전 격투 형태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죠죠 EOH는 2:2 태그 배틀로 제작됐다. 조작 방식은 난투전에 맞춰 전보다 단순해지고 두 명의 캐릭터가 연계되는 시스템이 추가됐다. 둘 중 한 명이 ‘재기불능’(리타이어)되면 남아있는 캐릭터가 파워업하는 ‘계승되는 의지’, ‘듀얼 콤보 모드’를 발동해 일정 게이지를 채우면 나가는 ‘듀얼 콤보 피니쉬’, 초필살기에 해당하는 ‘듀얼 히트 어택’(DHA) 등으로, 연출도 볼만하다. 다만, 캐릭터를 교대해 싸우는 게 아니라 4명의 캐릭터가 동시에 전투를 펼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일부 스토리 모드에서는 2:1 배틀도 진행되는 데 보스 캐릭터라도 몰매에는 장사가 없다. 그래도 태그 배틀 형식을 취해 원작 재현이나 원작에 없었던 다양한 재미를 살려낸 것은 참신하다.  
 

놀라운 정식 발매

이 게임이 국내에 정식 발매될 거란 것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죠죠에 대한 국내 인지도가 올라간 듯하다. 하지만 한글화는 되지 않아 딱 정발될 만큼 정도만 올라간 것 같아 아쉽긴 하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채택한 만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한글화가 필수지만, 그런 여건은 갖추지 못했다. 그래도 정식 발매조차 되지 못한 죠죠 ASB와 비교하자면 상당한 발전이다. 물론, 죠죠 ASB는 정식 발매를 하는 쪽이 인지도를 깎아 먹을 정도의 망겜이다. 아무튼 죠죠 EOH이 정식 발매된 것 중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원작 만화책의 국내 정식 발매가 아닌가 싶다. 실제 게임 패키지에도 만화책 광고가 들어있고 만화책 증정 이벤트도 진행했다.
예전에도 해적판이나 인터넷 불법 스캔본으로도 접할 수 있었지만, 극히 일부 사람만 아는 만화에 불과했다. 원작 만화책의 정식 발매는 2013년 4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약 2년 7개월 동안 총 71권이 출간되는 등 빠르게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웹툰이나 게임, TV 방송까지 죠죠 관련 패러디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가상의 스토리 전개

전작은 1부부터 8부에 이르기까지 100권이 넘는 내용을 압축해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 3부는 길게, 몇 명만 등장한 6~8부는 적게 다루는 등 부마다 비중이 들쑥날쑥 이었다. 게다가 생략한 이야기도 많아 원작을 못 본 사람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100권에 달하는 이야기를 달랑 5시간(격투 플레이 시간 포함) 분량으로 다 보여준다면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작자 ‘아라키 히로히코’의 감수 하에 새로운 스토리를 다뤘다. 3부 엔딩과 4부 오프닝 사이의 공백기에 일어난 가상의 시나리오이며, 주요 주인공은 3부의 ‘쿠죠 죠타로’다. 3부 엔딩에서 갑자기 1부 등장인물인 ‘스피드웨건’이 등장해 ‘성스런 유해’ 9개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이후 다양한 죠죠 세계로 난입하는데 3부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1988년 이집트) - 5부 ‘황금의 바람’(2001년 이탈리아) - 4부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1999년 일본) - 1부 ‘팬텀 블러드’(1888년 영국) - 2부 ‘전투조류’(1938년 이탈리아) - 6부 ‘스톤 오션’(2011년 미국) - 7부 ‘스틸 볼 런’(일순 후 1890년 미국) - 8부 ‘죠죠리온’(일순 후 2011년 일본) 순으로 이동한다. 스토리 중간에 난입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나레이션과 만화책 장면으로 짤막하게 소개해주긴 한다. 문제는 일본어로만 나오기 때문에 해석이 안 된다면 난감한 부분이다. 그래도 원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중간마다 나오는 소소한 재미(죠타로의 젊은 모습을 본 죠스케나 죠린의 반응, 2부 죠셉과 3부 죠셉의 만남 등)를 느낄 수 있으며, 원작을 못 봤더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살짝 나사 빠진 구성

죠죠 EOH는 확실히 전작보다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잘 만든 게임은 아니다. 먼저 플레이 부분을 살펴보면 캐릭터 밸런스가 엉망진창이다. 전작과 똑같이 캐릭터마다 ‘파문’, ‘스탠드’, ‘흡혈귀’, ‘격투’, ‘승마’ 등 전투 스타일과 특수 발동 능력이 다른데 총 캐릭터가 53명에 달하니 밸런스는 포기해야 한다. 그나마 전작에서 파문을 쓰는 캐릭터는 게이지를 따로 모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파문 게이지를 별도로 넣어 해당 게이지가 없으면 파문 기술이 안 나가도록 약화한 것이 달라진 부분이다. 살짝 맥 빠지는 스토리도 아쉽다. 3부의 죠타로가 메인 주인공이기 때문에 다른 등장인물들은 거의 들러리 수준이다. 처음에 만날 때만 신기할 뿐 일행에 합류 후엔 언급조차 안 되는 캐릭터도 부지기수다.
물론 등장 캐릭터가 53명에 달하니 비중 조절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군 캐릭터가 적으로 등장하게 된 원인은 전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심지어 후반에는 ‘적 등장–전투’만 반복해 단조로움이 느껴진다. 그래도 원작과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전개는 볼만하다. 스토리 클리어 이후 즐길 콘텐츠 부족도 문제점이다. 흔한 아케이드 모드나 연습 모드조차 없다. 심지어 로컬 2인 플레이조차 불가능하다. 2:2 태그 배틀의 시점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루티밋 스톰 레볼루션’이나 ‘건담 익스트림 VS’ 시리즈처럼 화면 분할 방식으로라도 넣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온라인 멀티 플레이는 최대 4인까지 지원하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캐릭터 밸런스가 엉망이고 여러 버그가 등장해 짜증만 유발한다. 죠죠 EOH는 분명 죠죠를 좋아하는 ‘죠죠러’에게는 최고의 게임일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 간 밸런스 격차가 크다는 캐릭터 게임의 한계와 즐길 콘텐츠가 많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