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블랙위도우 얼티밋 2016 KR

녹록지 않은 게이머가 되려면

2017-03-07     정환용 기자

기계식 키보드를 쓴다 해서 주변의 신기한 시선을 받는 것도 옛말이다. 체리 키스위치를 비롯해 알프스, 무접점 등 클래스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고르는 맛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어느 하나의 제품에 ‘꽂히면’ 주구장창 그 제품만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국내에 기계식 키보드의 보급을 알린 레이저의 블랙위도우 시리즈 사용자들에게 그런 경향이 자주 보인다. 오죽하면 2010년 처음 출시된 제품이 7년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을까. 전 세계에서 20개가 넘는 프로 게임 팀에서 애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가장 최근 출시된 막내 키보드 ‘블랙위도우 얼티밋 2016 KR’은 2014년 레이저가 자체개발한 녹축 키스위치가 적용됐다. 레이저의 녹축은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다른 키스위치들과 비교돼 왔는데, 성능보다는 성향의 차이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녹축은 체리의 청축과 비슷한 키감으로, 청축보다 키압이 약간 높아 타이핑하는 느낌이 좀 더 묵직하다. 무척 가벼운 적축과 묵직한 흑축, 그리고 넌클릭 스위치인 갈축과 이에 대응하는 오렌지축 등 다양한 키스위치를 비교해 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블랙위도우 얼티밋 2016은 보강판과 키 LED가 모두 짙은 녹색으로, 레이저의 진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2014년 버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왼쪽 5개의 매크로 키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 위치의 단축키 활용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점을 신제품 제작에 반영한 결과다. 그래도 좌우 길이는 전작과 같다. 6천만 번의 키 스트로크로 수명도 넉넉하고, 전통의 스텝스 컬처 2 키캡 구조도 게임, 타이핑 등에 최적화돼 있다. LED 백라이트는 모두 개별 작동해 무작위로 반짝이는 별빛 효과, 원형으로 퍼지는 동그라미 효과, 천천히 깜박이는 숨쉬기 효과, 누른 키의 LED만 켜지는 반응 효과, 좌우로 흐르는 웨이브 효과 등 다양하다.사용감은 ‘역시 블랙위도우’다. 갈축을 사용하던 기자도 생각보다 적은 소음이 만족스러웠고, 항상 청축만을 애용하던 친구도 약간은 다르지만 오래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000Hz 울트라폴링 레이트는 즉각 반응하고, 안티고스팅 기능으로 키 10개를 동시 입력할 수 있다. 블랙위도우 특유의 게이밍 모드는 윈도우 키를 비활성화해 실수를 막아 준다. 
온통 녹색 투성이인 블랙위도우 얼티밋 2016의 내부. 2016 버전 이전에 출시된 ‘크로마’를 구입하면 총천연색 LED를 감상할 수 있지만, 역시 레이저의 정통성은 헐크 같은 녹색에서 나오는것 같다. 
키보드 오른쪽에 확장 USB 포트와 오디오 포트가 배치돼 있다. 오디오 포트는 생각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USB 포트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2개 모두 PC에 꽂아두면 언젠가 문득 사용하게 된다. 
브리딩 모드의 LED를 켜면 키만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강판의 녹색까지 더해져 ‘나 레이저야’라고 외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