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표절, 문제의 근원은 어디인가

계속되는 한탕주의, 깊어지는 저질의 골

2017-03-31     정환용 기자

언젠가부터 새 모바일게임이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번엔 뭘 표절했을지’가 먼저 궁금해진다. 표절시비와 구설수에 오르는 일들이 많아지기도 했거니와, 그 발생 빈도가 점점 잦아진다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이제 어떤 게임이 표절 의심을 받아도 ‘짧게 치고 빠지면 별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서 관심조차 받지 못하기까지 한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세상이 지나고, 돈이 되는 게임이 좋은 게임으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최근 또 한 번 불거진 표절 논란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개발사 ‘만랩소프트’(10000-LAB)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칼리오페 for KAKAO’가, 미국의 개발사 ustwo games가 만든 퍼즐 게임 ‘모뉴먼트 밸리’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며칠간의 홍역 끝에 개발사 측이 게임 소개에 ‘오마주’라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이 게임에 대해 ‘모뉴먼트 밸리의 인기를 몰래 등에 업으려는 치졸한 수법’이라며 경멸하고 있다. 가뜩이나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발길질로 성장이 쉽지 않은 마당에, 무려 개발사들이 자기들 스스로를 표절시비로 더럽히며 산업 자체를 뒤흔들려 하고 있다.그리고 그 옆에는 게임 통합 플랫폼 카카오가 서 있다. 자사의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수많은 스팸을 뿌려대며 경쟁을 유도하고 과금을 유도한다. 개발사들은 이미 존재하는 방식의 게임에서 경쟁 구도와 과금 시스템을 추가해 이름 뒤에 ‘for KAKAO’를 붙이고 있다. 무너졌던 게임 시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줄 알았던 모바일 게임이, 과금유도 시스템이 여기저기 묻은 저질 게임을 양산하며 국내 게임 산업을 점점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규모와 달리 내실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아보자.


칼리오페 for KAKAO, 오마주보다 표절에 가깝다
만랩소프트가 제작한 ‘칼리오페 for KAKAO’(이하 칼리오페)의 게임 방식은 모뉴먼트 밸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3매치 퍼즐이다. 그런데 게임 시작이나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 내 게임 소개에는 마치 모뉴먼트 밸리와 비슷한 퍼즐 게임인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다. 개발사 만랩소프트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개발사는 출시 전에 ustwo games 측에 게임의 실행 파일을 보내 지적재산권이나 저작권 위반의 요지가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을 받기 전에 카카오를 통해 게임이 출시됐고, 발매 몇 시간 만에 문제가 생기자 퍼블리셔인 카카오 측은 재빨리 자신들의 게임센터에서 칼리오페를 제외시켰다.

ustwo games 스튜디오의 대표 댄 그레이(Dan Gray)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미 이런 논란은 한참 전부터 있어 왔다. 사람들이 게임을 해 보면 모뉴먼트 밸리와는 다른 게임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우리에겐 칭찬과도 같다. 다만 이 게임이 모뉴먼트 밸리의 속편처럼 여겨지는 것은 우려하고 있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원문 전문
This isn't the first and it probably won't be the last time we see a game take inspiration from Monument Valley, there's been quite a few over the last year or so. In all honesty I think it's a compliment that developers want to leverage a familiar look and feel to get attention, as making mobile games as an amateur creator is an incredibly competitive market to crack. We don't begrudge 'Calliope' for borrowing elements of our game to aid its success and when you play the game itself it's actually quite different. The only problems that can occur are if our own existing and loyal fanbase are led to believe this is a sequel to Monument Valley. We're monitoring
the situation to ensure this doesn't happen.

 
▲ 지난 2월 3일 새벽, 질문지를 보낸 지 약 한나절 만에 받은 ustwo games 측으로부터의 답변이다. 
▲ 1990년 출시된 세가의 ‘컬럼스.’ 3매치 퍼즐의 조상님이시다. 이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게 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첫 페이지의 게임들 이미지처럼 표절이 의심되는 게임은 꾸준히 있었다. 단지 운이 좋아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거나,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시나브로 넘어갔을 뿐이다. 기존 게임을 도용하는 범위도 디자인이나 게임 방식 등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게임 방식은 사실 표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게임 내 UI, 캐릭터, 일러스트 등 디자인 측면에서의 도용이 부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게임 방식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다면 1990년 출시된 세가의 ‘컬럼스’(Columns) 이후 모든 3매치 퍼즐은 세가에 로열티를 들이부어야 했을 것이다)ustwo games는 이 답변을 통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알려왔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여전히 다운로드가 가능한 상태다. 이 게임의 리뷰 점수는 애플 앱스토어 별 다섯 개 중 1개 반, 구글 플레이스토어 5점 만점에 1.9점으로 집계돼 있다. 댓글의 다수는 모뉴먼트 밸리의 표절을 의심하는 내용이다. SNS를 통해 게임을 홍보하고 표절시비에 대응하던 만랩소프트는, 현재 어떤 홍보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표절, 어디까지 해봤니?

칼리오페 사태를 비롯해 모바일 게임 표절 시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는 게임들이 (예전보다 줄긴 했어도) 상당히 많아 개발사와 카카오를 연관시켜 판단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는 게임의 품질과 완성도를 떠나 출시 이후 지적재산권 및 저작권 침해에 따른 게임 산업으로의 2차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과정이다. 

▶ 개발사가 퍼블리셔 측에 정식 저작권 증빙 자료를 제출했는지
▶ 퍼블리셔 측이 서류심사 이외에 게임의 세부적인 내용도 검토했는지
▶ 오마주, 패러디의 경우 개발사가 원제작자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허락을 받았는지

 저작권 증빙 자료나 유통사의 검토 등도 법적으로 자유롭기 위해 중요하지만, 여러 의문들 중에서도 게임을 소비하고 즐기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은 개발사 측의 의도이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논란이 된 그래픽 디자인은 모뉴먼트 밸리란 게임에 깊은 영감을 받은 만랩소프트 개발자들의 ustwo games 측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 볼 수 있다.어느 누구도 첫 시작 그래픽을 보고 모뉴먼트 밸리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 일이 있기 얼마 전 불거진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의 일베 논란은, 개발사 벌키트리의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았고 시나리오 기획 담당자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게임 산업의 시선에서 보면 이터널 클래시의 일베 논란보다 칼리오페의 표절 논란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개발 담당자 1명의 오만과, 개발사 전체(혹은 대표 혼자)의 문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 세시소프트가 제작해 2014년 4월 출시된 ‘헬로 초밥왕’은 영화, 애니메이션, 스포츠 스타 등 여러 캐릭터를 표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를 보면 장난감 레고부터 스티브 잡스, 영화 ‘설국열차’의 메이슨, 마블의 헐크와 아이언맨, ‘겨울왕국’의 엘사와 올라프 등 다양한 캐릭터가 표현돼 있다. 제작사는 ‘과한 패러디’였다며 논란이 된 캐릭터 이미지를 삭제했다. 하지만 모 네티즌은 “마케팅 수법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까지 놔뒀다가 논란이 되면 슬그머니 준비된 수정본으로 교체한 듯하다”며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같은 해 6월 이후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죽은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경우는 세 가지다. 게임 방식,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이다. 여기서 게임 방식은 이미 표절 논란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다. 모바일 홀덤 게임은 이미 수십 종의 게임이 있지만 표절 논란에선 자유롭다. 홀덤 자체가 포커 카드, 플레이 방법, 핸드 우선순위 등이 국제 룰에 의해 규정되는 등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고스톱, 맞고 게임이나 마작(짝 맞추기) 등의 게임들 역시 같은 이유로 표절의 경계에서 벗어나 있다.다른 두 가지 사항인 디자인에 대한 표절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하거나 인기가 높은 게임이 대상이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된 게임도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게임 A와 A를 표절했다고 의심되는 게임 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 표절이 의심된다고 제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A를 즐겨본 사람일 것이다. A의 디자인의 특징이나 고유성을 알고 있는 것이 B에 대한 표절 제기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B의 개발사는 처음에는 거의 대부분 ‘아니’라거나 ‘참고만 했다’고 대응한다.(사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이 논란이 일반 네티즌을 넘어 언론으로 이어지면, 대략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시간을 끌고, 얼마 뒤 ‘표절은 아니지만 의심되는 부분을 즉각 수정했다’며 표절 여부 자체를 모르는 것처럼 넘어간다.(물론 ‘칼리오페’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이 과정만을 보면 개발사나 유통사 측에서 논란에 적절히 대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개발사와 원제작자 간에 본격적으로 불꽃이 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에 있다. 현행법상 게임이라는 저작권물에 대해 법적 소송이 시작되는 경우가 사실상 거의 없고, 있다 해도 표절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표절 논란에 대한 개발사나 유통사의 대응은 고치거나, 지우거나, 무시하거나 등 셋 중 하나다. 논란이 불거져 수익에 타격이 오기 전에 게임의 생명이 다하는 아이러니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발매 첫 주에 이슈를 끌지 못하면 게임의 생명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은 기정사실. 게다가 수많은 모바일 게임의 대부분이 짧은 시간 안에 즐기는 캐주얼 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그 수명은 더욱 짧아진다.이런 과열 경쟁구도 또한 표절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 계기 중 하나가 됐다. 지금까지 표절시비가 불거진 수십 가지의 게임 중 명확하게 표절로 판정된 것은 킹닷컴의 ‘팜 히어로 사가’와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 매니아’의 소송 사례가 처음이다. 비록 1심이고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지만,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판례가 부족했던 점으로 미루어볼 때 상당한 진일보임은 틀림없다. 

만든 사람, 파는 사람, 누구의 탓인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어느 쪽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는 호랑이 담배 태우던 시절부터 있어 왔다. 게임 시장에선 닭과 달걀의 가운데 하나가 더 있는데, 개발사-유통사-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파는 사람’인 유통사가 존재한다. 유통은 제공 플랫폼부터 홍보까지 담당하기에 중소규모 개발사에서 함께 진행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세계 게임 퍼블리셔 순위는 핀란드의 수퍼셀, 영국의 킹, 중국의 텐센트가 1~3위 포디움을 차지했다. 여기에 한국의 넷마블이 144개의 앱을 유통하며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저작권이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킹닷컴의 소송 사례를 봤을 때(2014년 11월 소송이 시작된 해당 소송은 이제 1심이 끝났을 뿐이다), 본격 소송전에 들어가면 마침표를 찍는 데 1년이 넘게 소요된다. 원제작자 입장에선 유사성으로 인한 매출 하락의 피해를 빨리 막아야 하고, 제작사와 유통사는 표절이 아니라는 답을 얻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표절 논란의 타깃은 만든 사람, 즉 개발사에 국한돼 있다. 국내 앱 유통구조에서 이를 피해가는 것은 유통을 담당하는 퍼블리셔다.대표적인 게임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의 경우 최근 수수료 정책 변화를 발표했다. 기존의 21% 고정이었던 수수료를 월 매출(수익이 아니다)에 따라 달리 적용한다. 월 3천만 원 이하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3천만 ~ 1억 원 이하는 14%, 1억 원을 초과하면 기존의 21% 수수료율이 유지된다. 수수료의 경우 마켓을 제공하는 애플과 구글 역시 약 30%의 수수료를 가져가지만, 이들은 앱 시장 자체를 형성한 업체들이기에 퍼블리셔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30%가 과도한 수수료율인 건 사실이다.
 

가상의 게임 ‘xxx’의 매출 = 순이익 〈 유통비

모바일 비즈니스 플랫폼 IGAW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운명은 출시 1개월 내에 대강 결정이 난다. 위에 언급한 수수료율을 기반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가상 앱 ‘xxx for KAKAO’의 개발사 D의 매출을 일 1천만 원으로 설정하고 수익을 계산해 보면, 6개월 총 수익은 18억 원이다. 모든 수수료는 총 매출에서 기인하고, 세금은 제외하고 계산하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총 매출의 30%) 5억4천만 원, 카카오게임의 수수료(월 1억 원 초과 21%) 3억 7800만 원이다. 구글과 카카오에 총 9억 1800만 원을 지불하면 수익은 매출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월 1천만 원의 매출은 현재 모바일 게임 매출에서 약 50~60위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바꿔 말하면, 카카오게임이 제시한 1억 원 이하 수수료율 하향은 사실상 카카오게임의 매출에는 별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개발사마다 제각각의 개발비가 소요되는 건 당연하나, 소비 성향의 특성상 출시 초기부터 소위 ‘바짝 땡겨’ 벌지 않으면 개발비 회수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형 개발사들은 3년간 100억 원을 투자한 게임을 출시해 1개월 만에 개발비 전액을 회수할 만큼 자금력이 탄탄하다.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의 경우 출시 1년만에 매출 13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 1/10을 투자하기도 쉽지 않은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들에겐 유통비만으로 매출의 절반이 깎여나가는 것이 큰 타격이다. 카카오게임,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도 홍보력이 충분한 것과,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앱스토어 중위권조차 바라보기 어려운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같은 절반이라 해도 블레이드의 수익은 650억 원, xxx의 수익은 9억 원이 채 못 된다.이 현상은 현재 최대의 게임시장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 한화 5조2천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매출에서 유통사가 80%를 넘게 가져가고, 개발사는 총 매출의 15~20%를 가져가는 데 그친다. 국내 사정이 중국보다 낫다손 치더라도, 수익률이 음식점보다 못하다는 걸 차치하고서라도 유통사의 수수료는 아직도 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들은 슈퍼셀처럼 홍보비로 연 150억 원을 사용할 자금력도 부족하다. 결국 유통사가 요구하는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개발사는, 제작비 회수와 수익을 내기 위해 유료 과금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악수를 두게 된다. 

개발사와 유통사의 연결 고리
치열한 경쟁 - 높은 유통 수수료 - 낮은 수익률 - 과금 시스템으로 수익구조 강화. 지금까지 이 악순환은 계속 반복돼 왔고, 아마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매출이 높게 나오길 바라는 건 한계가 있고, 개발비가 많이 들었다 해서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먼저 인기를 얻은 콘텐츠에 눈이 갈 수밖에 없고, 결국 표절까지 이어지게 된다. 자유경쟁체제에서 어느 한 쪽만의 책임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시장 전체를 위한 개선의 여지를 유통사에서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개발사보다 유통사에서 더 많이 찾는 단어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게임 시장 발전’이란 말의 비중이 높다. 그들이 사용하는 시장의 발전이 과연 게임 시장을 지칭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투자금과 매출이 거대해지는 시장 자체의 발전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행보처럼 정말로 게임 시장을 걱정하는 ‘척’은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은, 완연한 ‘갑’인 유통사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