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이슈를 생각하면 보통은 일명 ‘뻥파워’에 대한 이야기, 또는 적당히 값이 나가거나 브랜드를 따져보고 사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다.그것보다는 각 제조사마다 품질을 자부하는 상위 라인업 제품을 구매하는 게 더 좋다. 저가형, 보급형, 고급형 등으로 나뉘고 그 등급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에는 꽤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파워서플라이 제조사 슈퍼플라워의 700W급 제품에서, 테스트 중 문제가 발견돼 그 부분을 공유하려 한다.
‘슈퍼플라워 NOVA 700W’(이하 노바700)는 ‘파워서플라이의 표준’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나온 모델이다. 최대 85% 이상의 효율을 가지고 있고 12V 가용력이 648W인 제품이다.이 제품은 특이하게 무상보증 기간을 타사 제품들보다 더 긴 5년간 제공한다. 슈퍼플라워는 고급형의 파워서플라이를 많이 내놓고 있고, 플래티넘 등급의 파워서플라이도 만드는 등 기술력 부분에서는 꽤 앞서있는 브랜드다.
노바700의 스펙은 측면 라벨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12V의 경우 54A로 648W의 가용력이 가능하다. 그런데 다른 고급 파워서플라이의 경우 12V 가용력은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이 부분에 있어선 노바700의 수치가 좀 낮은 편이긴 하다. 물론 648W 출력이 낮은 수치는 아니고, 고성능 VGA를 2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케이블도 충분히 제공하고, 각 케이블은 익스텐더 튜브로 정리돼 있다. 외형이나 케이블 등의 부분에선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이다.
노바700의 내부다. 냉각에 120mm의 대형 팬이 사용됐고, 슈퍼플라워 전용 TEAPO 콘덴서가 사용된다. 95도 메인 콘덴서가 사용됐는데, 다른 고급형 제품의 경우 105도 이상의 고급 콘덴서를 사용한다. 이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 이외에 Active PFC가 들어간 부분과 전자파 억제를 위한 회로 등은 잘 들어가 있다.
전압 측정을 통해서 기본적인 전기적 특성을 살펴봤다. 측정기는 DC 오차율 0.0025%의 성능을 가진 GWINSTEK ‘GDM-8261’이다. 변폭이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12V의 전압을 측정해 기본적인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 i7-6700K, 16GB RAM, 기가바이트 Z170X-GAMING GT, M.2 SSD 256GB이다. 전력소모량은 idle 상태에서 45W 정도인 비교적 저전력 시스템이다.
노바700의 전압테스트 결과 12V의 전압 변폭이 조금 컸다. 최대 12V 변화량은 0.22V(MAX 12.26V, MIN 12.04V) 정도였다. PC를 부팅하는 과정이나 유튜브 재생 등 멀티미디어 실행 상태에서 전압이 좀 더 크게 변화했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노바700을 새 제품으로 교환을 했다. 좀 더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서 여러 대의 파워서플라이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비교가 될 만한 다른 700W급 파워서플라이를 준비했다. 가격대도 비슷한 탑파워 700W, 마이크로닉스 캐슬론 700W로 전압 테스트를 해 봤다.
같은 시스템에서 탑파워 700W와 마이크로닉스 캐슬론 700W 경우에는 전압 변동량이 각각 0.01V, 0.03V 정도로 거의 없었다. 12V의 전압 변동량만 놓고 보면 노바700이 좀 많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고, 비교군인 나머지 2개 제품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전압 변동량만 가지고 파워서플라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좀 더 정밀한 테스트를 위해 테스트룸에서 노바700과 다른 파워서플라이를 비교해 봤다. 테스트 결과 최대 출력에서의 리플값은 안정적이었고 실제 출력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 발견됐다.‣ 리플값: AC 전원을 DC 전원으로 정류(整流, 교류를 직류로 바꿈)할 때, 완전히 DC로 바뀌지 않고 AC 신호가 일부 남아 있는 것. 파워서플라이에서는 리플값이 높을수록 화면이 출렁이거나 노이즈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
노바700의 스펙을 근거로 10%, 20% 50% 100% Load 테스트 및 인텔이 제시한 가이드에 맞춰 Transient Load 테스트를 진행했다. 효율 부분에서도 모든 구간에서 80%를 충분히 넘겨 좋은 효율을 보여줬다.
하지만 로드를 걸었다가 푸는 것를 반복하는 다이나믹 로드 테스트에서 전압이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 테스트 도중에 12V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다운이 되는 증상도 발견됐다.
인텔이 제시하는 12V의 minimum current는 0.05A를 만족해야 한다. 이 부분은 4세대 하스웰 프로세서가 나오면서 대기전력에서 깨어나지 않는 문제로 이슈가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고급형 제품들은 이때도 대부분 Minimum Current 12V를 0A로 만족시키긴 했다.
노바700의 경우 12V를 0.4A 정도 낮은 부하를 준 상태에서 +5VSB의 출력 전류를 2A에서 0A로 변환 테스트 시 위 그래프와 같이 신호가 죽어버리는 증상이 발견됐다. 즉 높은 부하상태가 아닌 12V가 낮은 부하 상태일 때 오히려 문제가 되고 다운이 됐다.쉬운 예시를 들면, 절전이 되었다가 깨어날 때, 또는 컴퓨터가 최초로 켜질 때 등의 상황에서 시스템이 다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실제로 이런 상황에선 사용자가 데이터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생긴다. 게다가 12V를 많이 사용하는 상태에서 문제가 없다고 말하더라도, 최초에 전원이 켜질 때에는 12V의 로드가 낮기 때문에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니 슈퍼플라워 제품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아쉬운 모습이 많이 보였다.참고로 슈퍼플라워의 모든 파워서플라이가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700W라는 고출력 제품이라는 점, 가격대, 그리고 긴 A/S 기간을 생각해본다면 품질이 좀 낮은 부분이 더 많이 아쉽게 다가온다.가격을 떠나 안정성 부분에서 결점이 발견된 부분은 특히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