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이조, 일거양득, 도랑 치고 가재 잡기 등 하나의 일로 두 개의 성과를 내는 것은 언제나 효율적이다. 컴퓨터 또한 오래 전부터 용도에 따른 분류보다는 성능에 따른 용도의 확장 개념이 강해졌다. PC 한 대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면 맞춤형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성능을 높이면 된다는 뜻이다.
기가바이트의 ‘P37X v5’는 휴대용 최상위 라인업인 인텔 i7-6700HQ와 GTX980M의 조합이 돋보이는 고성능 노트북이다. 4K 해상도에서의 사진 작업이나 고해상도 게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기자의 PC 활용빈도는 스팀 및 온라인 게임 → 영화 및 각종 예능 감상 → 웹서핑과 네티즌 활동 → 돈벌이 정도다. 가장 빈도가 낮은 돈벌이, 그 중에서도 고성능이 요구되는 사진 편집과 함께 밖에서도 게임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 P37X v5를 1주일간 휴대하고 다니며 시험해 봤다.
휴대용 IT 기기의 관건은 언제나 휴대성과 성능 사이의 갈등이다. 노트북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무척 다양하고, 저마다 만족하는 정도도 다르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명 노트북인데도 종류가 무척 많은 이유다.
휴대성과 성능은 함께 할 수 없다. 이는 노트북 뿐만 아니라 어느 제품이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IT 분야에선 이 특성이 막강하다. 싸고 품질도 좋은 제품은, 기자의 입장에선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과 다름없다.휴대성과 성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최소한 2K 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가진 노트북이라면 휴대성은 포기하는 것이 옳다. 아니, 어차피 노트북이기에 휴대성은 존재하나,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P37X v5는 ODD를 장착했을 때의 무게가 2.8kg 정도다. 10여 년 전에야 약 2.4~2.6kg 정도가 노트북의 일반적인 무게였지만, 요즘은 1kg 초중반 정도가 휴대하기 적당한 수준이다. 현재 가격비교 사이트에 등록된 약 2700여 종의 노트북 중 1/3 정도가 1.7kg보다 가볍다. 하지만 이 제품들 중 엔비디아 GTX 시리즈 VGA가 장착된 모델은 없다. 기껏해야 GT940M 정도가 최선이니, 성능을 따지면 ‘고성능’이라 이름붙일 수 없는 수준이다.하지만 어댑터 포함 약 3.8kg인 P37X v5를 며칠간 가방에 넣고 다녀보니, 성능지상주의인 기자도 성능 따위는 무게에 양보하고 싶어질 만큼 힘들었다. 17인치 크기인 만큼 옆으로 메는 크로스백 휴대는 어렵고, 노트북 가방을 손에 들거나 백팩을 활용해야 한다.기자는 백팩을 활용했는데, 크기도 만만치 않으니 무게가 한 쪽으로 몰리는 것보다는 양 어깨에 분산시키는 것이 휴대하기 훨씬 편하다. 다만 옆에 메는 것보다 편하다는 것이지, 결코 가지고 다니기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P37X v5는 게이밍 PC와 견줄 만한 성능에 휴대성을 더한 게이밍 데스크노트 정도로 보면 알맞은 제품이다.
▲ 크기만큼 좌우에 배치된 인터페이스도 넉넉하다. 왼쪽에는 켄싱턴 락 홀이 있는데, 요새 이걸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사용 빈도가 적은 편이다. 그 옆으로 이더넷 포트, 2개의 USB 3.0 포트, SD 카드 슬롯, 오디오-마이크 단자가 배치돼 있다. 오른쪽에는 전원 포트의 옆으로 D-SUB 단자, HDMI 단자, USB 3.1 포트, USB 3.0 포트, mini DP가 배치돼 있다.
존재 이유를 성능에 올인 P37X v5의 매력은 휴대할 때보다 전원을 켰을 때 본격적으로 발현된다. 여기 장착된 GTX980M의 성능은, 아직 GTX980 장착 노트북이 출시되지 않은 현재 최고의 모바일 VGA다. 추후 모바일 GTX980이 출시되면 게이밍 노트북의 판도는 다시 바뀌겠지만, 1년 넘게 왕좌에 앉아 있는 GTX980M의 성능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어떤 게이밍 노트북은 GTX980M 2개를 SLI 연결해 노트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강의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물론 가격도 약 370만 원대로 최강이다) 휴대용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는 고성능의 끝을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모바일 프로세서의 한계를 감안하면 15~17인치 크기의 단일 VGA 장착 노트북이 가격이나 가격 대비 성능 효율이 높다.
제원
P37X v5는 출시 국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해상도(FHD/UHD), CPU(i7-6700HQ/i7-6820HQ), RAM(기본 8GB/최대 32GB), 저장장치(기본 M.2 SSD 128GB), ODD(DVD멀티/블루레이) 등 성능과 가격대가 무척 다양하다. 아래의 제원은 본 기사에 사용된 제품의 실제 사양이다.
▲ 대형 제품군에 속하는 17인치 노트북을 열면, 16:9 비율의 넓은 화면과 풀사이즈 키보드가 사용자를 반겨 준다. 일반 키보드도 텐키레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13인치 노트북을 쓸 때가 고역인데, P37X v5는 그런 걱정이 없다. 17.3인치 IPS 와이드뷰 디스플레이는 시야각이 넓어 사용자가 화면에 집중하기 좋다. 4K 해상도를 지원하니 촬영한 제품 사진을 편집할 때도 화면을 넓게 활용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게임이나 작업을 할 때는 고해상도를 활용하고, 웹서핑 등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는 주사율 60Hz를 유지하기 위해 2K로 낮추고 아이콘의 크기를 키우면 편하다.
▲ P37X v5의 키보드는 풀사이즈에 더해 왼쪽에 5개의 단축키까지 배치됐다. 노트북에서의 단축키는 게임 단축키와 더불어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지정해 두면 편하다. 키는 보편적인 펜타그래프 스타일로 오래 타건해도 피로도가 덜하다. 숫자 키패드와 더불어 기능키들이 모두 독립 배치돼 있어 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을 듯하다. 키 간격은 꽤 넉넉한 편이다. 백라이트 LED는 개별 조명은 아니지만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기에 적당히 밝다.
▲ 선택사항으로 ODD를 장착할 수 있는데, 되도록 블루레이 콤보를 더하는 걸 추천한다. 기자가 사용한 모델은 쓰기 기능까지 포함된 것이었는데, 아직은 쓰기 기능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으니 블루레이 영화를 즐기기 위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좀 더 투자하는 걸 권한다. 노트북 자체에서 봐도 좋고, 대형 디스플레이에 연결해 친구들과 함께 감상해도 좋다.
▲ 하단을 보면 RAM 모양과 키보드 모양의 아이콘이 붙은 나사 홀이 있다. 나사 하나만 풀면 RAM을 교체할 수 있다. 기본 8GB로 제공되는 RAM을 16GB, 32GB로 업그레이드하기 무척 간편하다. 한참 P37X v5를 사용해 열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도, 사용자가 손대는 부분이 델 정도로 뜨거워지진 않고, 대부분의 열은 하단으로 배출된다.
▲ 17인치 크기인 만큼 묵직한 중량은 감수해야 한다. P37X v5의 본체 무게는 약 2.87kg, 여기에 납작한 벽돌형 어댑터까지 더하면 약 3.8kg이 된다. 단순 리뷰보다는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던 기자는, 오래 전 DELL 에일리언웨어를 접했을 때처럼 약 1주일간 가방에 넣어 메고 다녔다. 원래대로라면 2주 내내 들고 다녔어야 했지만, 기자의 허리가 그 정도로 돌허리는 아니었다. 혹자는 작은 캐리어에 넣고 다니면 편하다고 하는데, 차마 거기까지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혹시 노트북을 캐리어에 넣고 끌고 다니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짧게나마 감상평을 남겨 주시면 후에 기사 작성에 참고하도록 하겠다.
▲ P37X v5의 여러 하드웨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저장장치와 VGA다. 기본 장착되는 M.2 SSD의 속도는 크리스탈 디스크마크 테스트 결과 무척 인상적인 속도를 보였다. 가장 중요한 쓰기 성능에서 최대 1270MB/s, 일반 SSD의 2배가 넘는 속도를 자랑한다. 읽기 속도도 2244MB/s로 속칭 ‘넘사벽’ 수준이다. C:에서 약 1.5GB 용량의 파일 2개를 D:로 옮기는 데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 주말에 카페에 17인치 대형 노트북을 들고 가 앉았다. 노트북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배터리를 테스트하기 위해, 어댑터를 꽂지 않고 몇 시간 동안 P37X v5를 사용했다. 새로 구입한 블루레이 타이틀의 부가영상도 보고, 클리어가 코앞인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아, P37X v5를 외부에서 사용하려면 되도록 별도의 마우스를 챙기도록 하자. 터치패드의 성능은 좋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마우스가 사용하기 편하다. 배터리가 100%인 상태에서 꽤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작업들을 하니 약 2시간 40분 뒤 전력 부족을 알려 왔다. 우측 하단의 배터리 상태는 16%를 알리고 있었다. 게임을 1시간 넘게 했는데도 20분가량을 더 버틸 수 있었으니, 배터리 성능은 꽤 믿음직스럽다.
▲ 얼마 전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가 벤치마크 테스트를 업데이트했다.(사랑합니다 스퀘어에닉스) 이번 노트북 사용기에선 성능 테스트를 되도록 배제하려 했지만, 이 테스트만은 해야겠다 싶었다. 게임의 특성상 UHD 해상도는 무리라고 판단, FHD와 WQHD 상태에서 그래픽 성능을 ‘중간’과 ‘높음’으로 설정해 테스트한 결과를 공개한다. 이만한 성능의 컴퓨터를 휴대할 수 있다면, 아픈 허리쯤은 기쁜 마음으로 참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