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폰으로 살펴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램의 변천사
2017-11-03 조은혜 기자
고성능 제품 출시가 성공 여부를 점찍는 지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고용량 램을 탑재한 제품을 경쟁하면서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스마트폰 램의 처리능력이 노트북을 초월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2008년,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T-Mobile이 탄생한 이후부터 램의 용량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그 흐름을 알기 쉽게 이해하려면 레퍼런스 폰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OS를 제공하는 구글이 제조사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제품인 만큼, 당시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평균적인 모습을 갖췄기 때문이다.나이테를 세면서 나무의 나이를 짐작하듯, 레퍼런스 폰을 통해 스마트폰 램의 과거와 미래를 짚어보자. 불붙은 스마트폰 ‘램’ 전쟁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선 램 용량을 얼마나 늘렸는지에 대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에 불을 붙인 제조사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로,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6GB 램을 장착한 스마트폰 ‘엑스플레이 5 엘리트’를 공개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6GB 램이면 웬만한 노트북과 비교해도 될 만큼 높은 수준인데, 이에 뒤질세라 원플러스(Oneplus)의 ‘원플러스3’, 르TV의 ‘르맥스2’, 레노버 산하 브랜드인 ZUK의 ‘Z2프로’ 등도 6GB 램을 탑재하며 스펙 경쟁에 뛰어들었다.도대체 램이 무슨 역할을 담당하기에 너나없이 용량을 높이는데 열성인걸까. 그 역할을 알게 되면 왜 각 제조사들이 램을 스펙경쟁에 중요한 화두로 적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램(RAM)은 ‘Random Access Memory’의 약자로, 임시로 원하는 대로 쓰고 지울 수 있지만 전원이 끊기면 저장된 내용이 모두 삭제되는 휘발성 메모리다. PC에서 램은 연산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데이터 저장 능력이 없는 CPU와 속도가 느리지만 저장 능력이 있는 HDD 사이에서 그 둘을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스마트폰에서 램의 역할은 OS와 저장장치를 중재하며 애플리케이션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램은 책상 위 공간, 저장장치는 서랍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데, 책상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사용하면 서랍에 있는 물건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어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때문에 장착된 램의 용량이 클수록 고사양의 애플리케이션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때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2560x1440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 못지않은 고사양의 애플리케이션이 증가함에 따라 동시 작업 처리 능력을 관할하는 램의 용량은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애플의 최신 제품인 아이폰7 플러스의 경우 3GB 램이 탑재됐지만 최적화가 잘 돼있어 오히려 6GB의 램을 장착한 안드로이드 폰보다 구동이 원활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다익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보여주듯이 램 용량이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레퍼런스 폰으로 살펴본 ‘램’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000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라는 등의 안내판은 여행자에겐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알려 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존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런 안내판의 역할을 담당한 기기가 있다. 바로 ‘넥서스’라고 불리는 레퍼런스 폰(Refernce phone)이다.Refernce의 ‘참고, 추천서’라는 사전적 의미가 나타내듯, 레퍼런스폰이란 최신형 안드로이드 OS를 가장 먼저 탑재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각 제조사에게 신제품 개발의 기준을 제시하는 스마트폰을 말한다.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 OS를 개발하는 구글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안드로이드 OS와 함께 넥서스 S, 넥서스 4 등 다양한 넥서스 시리즈를 공개해왔다. OS를 발표한 뒤 몇 달 이내에 이를 장착한 레퍼런스 폰을 출시하는 식이다. 넥서스 스마트폰의 기획과 유통은 구글이 직접 관리하지만, 단말기 제조는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 타제조사가 맡고 있다.구글이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가 아님에도 넥서스를 꾸준히 선보이는 이유는 안드로이드 OS의 ‘표준화’를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OS다보니 제조사별로 다양하게 커스텀한 UI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일한 OS라 하더러도 삼성이나 LG와 같은 제조사별로 터치 패턴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구글이 직접 만들었기에, 안드로이드 OS의 표준 환경을 가장 잘 갖춘 넥서스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문제없이 다른 기종에서도 구동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구글이 직접 만든 만큼 새로운 OS버전이 발표되면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가 지원되고, 제조사와 통신사의 자체 서비스앱이 깔려있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레퍼런스 폰을 출시하는 구글의 행보와 대조적인 업체는 아이폰의 OS인 iOS를 만드는 애플이다. 애플의 경우, 독점적으로 OS와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때문에 별도로 다른 제조사에게 참고할만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넥서스 같은 레퍼런스 폰을 출시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OS와 램의 진보
기술이 진보하면 생활도 변하듯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OS의 진보에 따라 램의 크기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대표적인 예시는 2014년 6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을 선보인 후 스마트폰에 장착된 램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롤리팝은 애니메이션 효과의 강화, 멀티스크린, 잠금화면 콘텐츠 설정 등 다양한 특성을 구비했으며, 32비트가 아닌 처음으로 64비트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OS이다. 64비트의 OS는 32비트의 OS보다 처리속도가 빠르고 4GB 이상의 램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앱을 구동해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추는 현상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정작 롤리팝을 최초로 적용한 레퍼런스폰(넥서스 6)엔 32비트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램의 크기는 3GB에 그쳤다. 모토로라가 넥서스 6의 프로세서로 32비트를 지원하는 퀠컴의 스냅드래곤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하드웨어의 발전 수준이 OS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다.작년 이후에서야 이를 제대로 구동할 수 있는 프로세서와 램을 장착한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대거 출시됐다. 이를 이어 OS 최신버전 ‘누가’를 장착한 레퍼런스폰 ‘픽셀’이 4GB의 램을 달고 출시하면서 4GB 램 스마트폰은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예정이다. ‘6GB 램 시대’가 눈앞에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스마트폰 기기 당 평균 램 용량은 2.64GB 수준이다. 2015년에는 기기당 평균 용량이 1.96GB였으니 1년 만에 약 700MB가 증가한 셈이다.D램을 생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또한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 가트너의 자료를 인용해, 스마트폰에 들어간 램의 평균 용량은 2019년에는 평균 3.1GB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밝히며 램의 고용량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사실 1년 전만 해도 대만 업체 에이수스(ASUS)가 세계 최초로 4GB 램을 장착한 스마트폰인 ‘젠폰2’를 발표했고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 또한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등에 4GB 램을 탑재해 4GB 램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다.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6GB 램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중국 시장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스마트폰의 램 처리능력이 평균적으로 4GB 램을 탑재하고 있는 노트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과언이 아니게 됐다.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근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안드로이드 OS의 업그레이드와 애플리케이션의 고사양화 등에 따라 스마트폰 램 용량이 꾸준히 증가해 오듯, 앞으로도 스마트폰 램의 중요성은 꾸준히 부각될 것이라는 점이다.더불어 스마트폰 성능에 대한 새로운 혁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램의 용량을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제조사들의 모습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