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 10년 전을 되돌아보다, 노트북 춘추전국시대
2018-01-02 조은혜 기자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 속에서 IT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오고 있다. 그래서 smartPC사랑에서는 10년 전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로 정확히 10년 전 잡지에서 소개된 내용 중 하나를 발췌해 소개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이번 주제는 ‘노트북’이다. 노트북 시장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새로운 형태의 기기들이 난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년 전 화제가 됐던 기기 중 하나인 ‘UMPC’와 ‘넷북’이 그 예이다. 현재는 시장에서 종적을 감추고 말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남은 기기일 것이다.한 때 차세대 기기로 군림했던 이들의 전성기를 돌아보며 노트북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자. UMPC와 MID의 일장춘몽
2006년 11월호 PC 사랑을 보면 ‘2006년, 64비트 듀얼 코어 시대 열고 UMPC의 가능성 보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지금은 생소한 이름의 UMPC(Ultra Mobile Personal Computer)는 2006년 당시 포화상태였던 PC시장에서 차세대 휴대용 IT 기기로 주목받으며 등장했던 새로운 형태의 노트북이다.기존 노트북과 비슷한 성능, 5~7인치로 작은 디스플레이, 1kg 이하의 무게, 소형 키보드를 갖춘 점이 특징이며 윈도우XP 또는 윈도우비스타를 탑재해 일반 PC와 동일한 기능을 지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노트북 성능에 휴대성을 더했다며 이를 야심차게 공개했고, 삼성전자 또한 UMPC를 통해 12인치 이하 노트북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그러나 2년 후인 2008년, UMPC 시장은 급격하게 위세가 추락하기 시작한다. 당시 100만 원을 웃도는 높은 가격과 상대적으로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키보드가 내장되어 있지 않거나, 내장된 경우 휴대용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기기가 두꺼워져 PMP와 노트북 사이에 계륵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게 됐다.이를 이어 2008년에는 UMPC보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아져 휴대성이 극대화된 MID(Mobile Internet Device)가 세상에 등장했다. MID는 PMP의 부족했던 성능과 UMPC의 배터리 문제 및 성능에 비해 높은 가격이 대폭 개선되며 UMPC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라 불렸다. 틈새시장 파고든 넷북
UMPC와 MID는 2008 대만 컴퓨텍스에서 미니노트북과 넷북이 공개되면 서부터 인기가 급락하기 시작한다. 그중 넷북은 1.3kg 미만의 무게로 뛰어난 휴대성을 갖췄을 뿐더러 기존의 노트북이나 UMPC보다 저렴한 가격을 필두로 시장을 선점해나갔다.7~10인치 대의 디스플레이, 아톰 프로세서 CPU가 주된 사양으로, 기존 노트북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웹 서핑, 멀티미디어 감상, 문서 편집 등의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했다.당시 넷북의 가격은 기존 노트북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50만 원대였다. 때문에 주로 교육용이나 업무용 노트북으로 사용됐고 사용자 층은 휴대하면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노트북을 선호하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주로 차지했다.여기에 2008년 말부터 전 세계를 휩쓴 경기침체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경향까지 맞물리면서 넷북은 마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9년 1분기 넷북 출하량은 59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그 결과 넷북의 점유율은 출시된 지 1년 만인 2009년 전체 PC 시장에 20% 가량을 차지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하지만 그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노트북처럼 활용하기엔 성능이 부족했던 점이 큰 문제였다. 또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가 넷북 역할을 대체하면서 사양이 낮은 넷북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점점 줄어들었다.결국 2012년 넷북의 점유율은 전체 PC 시장 중 2% 남짓으로 하락했다. 그것도 저가 PC 수요가 높았던 개발도상국이나 신흥 시장에서 소비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고성능 울트라북의 등장
넷북의 하양세로 주춤한 노트북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 일으킨 제품은 2010년 인텔이 공개한 울트라씬이다. 울트라씬은 넷북처럼 두께나 무게가 기존의 노트북에 비해 얇고 가볍지만, 넷북 수준의 작업보다 고사양의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노트북을 말한다. 따라서 울트라씬은 넷북과 일반 노트북 사이에 위치한 제품군이라 볼 수 있다.이후 인텔은 2011년 2세대 코어 시리즈의 저전력 모델을 공개하며 보다 성능을 높인 울트라북 규격을 발표했다. 초창기 울트라북은 13.3인치 이하 기준 디스플레이 두께 18mm 이하, 인텔 저전력 코어 프로세서 탑재, 배터리 지속시간 최소 5시간 유지 등의 기준을 통과한 제품군이다.울트라북은 향상된 성능만큼 가격 또한 기존의 노트북에 비해 높게 형성돼 출시됐다. 하지만 2세대 인텔 코어 샌디브릿지를 탑재한 1세대 제품에 이어, 더욱 높아진 성능과 낮아진 전력소모가 특징인 3세대 인텔 코어 아이브릿지를 탑재한 2세대 제품군이 출시되면서 빠르게 상승세를 탔다.울트라북의 인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IDC에 따르면 지난해 울트라북의 경우 국내에서만 106만 대가 출하되며 전체 노트북 시장의 47.3%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2013년 29%에서 2014년 37%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허물어진 디바이스의 경계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8’이 등장한 이후 노트북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터치스크린 조작에 최적화한 UI이 최초로 적용돼 노트북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노트북은 있었지만, 윈도우 7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OS인만큼 손으로 터치하면서 사용하기엔 불편함 점이 많았다.반면 윈도우 8의 시작화면은 각각의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사각형 모양의 아이콘이 결합된 그리드 형태로 구성됐다. 덕분에 마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처럼 손가락으로 노트북을 조작하는 것이 간편해졌으며, 그간 키보드와 마우스로 입력 장치가 정형화됐던 노트북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이후 각 제조사들은 윈도우 8 출시에 발맞춰 터치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선보였다. 태블릿 PC와 노트북의 매력을 합한 하이브리드 기기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실제로 삼성과 LG, 소니, 레노버 등 다양한 제조사들은 올인원 PC에서도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출시하기도 했다. 노트북 시장의 새로운 강자
올해 국내 PC 시장의 화두는 단연 노트북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출현하면서 그동안 다소 위축되는 양상을 보여 온 시장이지만 노트북이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활력을 찾아가는 모양새다.한국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시장에서 노트북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51만대가 출하됐다. 전년 대비 7.2% 줄어들어 49만대가 판매된 데스크톱 PC와 비교되는 부문으로, 이로서 노트북 수요는 2분기 연속으로 데스크톱 수요를 넘어서게 됐다. 아울러 PC 출하량은 실제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8분기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최근에는 화면과 분리해 태블릿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2in1 노트북, 21mm이하의 두께로 휴대성이 극대화된 울트라북, 게임 구동능력이 향상된 게이밍 노트북 등 특화된 성능을 갖춘 제품이 점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특히 2in1 노트북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며 앞으로 PC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점쳤다.근 10년 동안 노트북 시장은 다양한 형태와 특화된 성능을 갖춘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정형화된 노트북 형태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운의 제품도 있고,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도 있다. 지금은 소위 잘 나가고 있는 2in1 노트북이 빚 좋은 개살구가 될지아닐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그러나 노트북 시장이 진화하고 있는 방향은 명확하다. 각종 모바일 기기의 등장과 경쟁이 난무하는 곳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다져갈 수 있도록 특화된 성능과 방향성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이 노트북 시장의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