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치스크린으로 다루기는 쉬워져 C8180의 첫 느낌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모양이나 덩치만 단순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구성 요소를 제거한 덕분이다. 종전 포토 복합기들이 무척 복잡한 틀에 온갖 버튼으로 장식한 것에 비하면 C8180은 버튼을 최대한 줄여서 복잡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버튼을 없앤 일등 공신은 터치스크린이다. 화면에 떠 있는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건드리기만 해도 여러 재주를 쓸 수 있다. 터치스크린에 있는 메뉴를 누르면 사진을 인쇄하거나 문서 복사와 스캔, CD/DVD로 굽기 등 필요한 옵션이 순서대로 뜨는 덕분에 다루기는 수월하다. 메뉴를 누를 때마다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 소리로 알려주어 즐겁고 애니메이션으로 화면이 넘어갈 때도 부드럽게 전환해 복합기를 쓸 때 드는 왠지 모를 딱딱한 느낌을 지웠다. 여느 복합기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화면을 넣어 조작도 편하고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사진을 확인하는 데도 편하다. 단지 큰 화면에 맞게 버튼이나 메뉴를 좀더 크게 다듬지 않은 점과 버튼을 눌렀을 때 그 작동 여부를 알려주는 인터랙션이 없다는 게 아쉽다. 또한‘시작할 터치스크린...’이라는 메시지만 보여줄 때가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막강한 부가 기능, 그 끝은 어디? C8180 안에서 가장 쓸모있는 것은 사진 편집과 관련된 재주가 아니라 아마도 설정 메뉴에 있는‘인쇄가능학교용지’일 것이다. 대학 노트나 아이들 공책용 괘선지, 그래프 용지, 작업 검사 목록용 서류, 악보, 미로 등 흔히 쓰는 일반 양식을 복합기 안에서 뽑는 재주다. 이 양식을 한 장 골라서 뽑은 다음 스캐너 위에 올려 여러 장을 복사해 묶으면 금세 노트 한 권을 만들 수 있다. C8180은 반드시 USB로 PC에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USB로 PC에 연결하면 외장 광학 드라이브나 카드 리더로도 쓸 수 있긴 하지만, 유선과 무선, 블루투스 등 갖가지 연결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모바일 장치의 문서와 사진을 뽑고 스캔을 해 이들 장치에 jpg와 pdf로 저장한다. 이를테면 휴대폰으로 찍은 이미지도 블루투스로 인화할 수 있고, 노트북에서 편집한 문서를 무선 랜으로 연결해 인쇄할 수도 있다. 다만 무선랜과 블루투스로 쓸 때는 조금 복잡한 연결방법을 익혀두어야 한다.
필름 스캔도 한다. 자동 용지 공급을 없애 윗면을 밋밋하게 만들었지만, 안쪽에 TPU가 있어서 35mm 필름과 작은 크기의 네가티브 필름을 스캔한다. 집에 있는 오래된 필름을 이미지로 바꿔 PC에 저장할 수 있으므로 사진을 정리하는 데 쓸모가 있다. 또한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동영상에서 한 장면을 골라 사진으로 뽑기도 한다. 문서보다 사진 많이 뽑는 이에게 좋아 C8180은 문서보다는 사진 쪽에 좀더 무게감이 실려 있는 복합기다. 문서 인쇄를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진 쪽에 맞춰진 재주가 무척 많아서다. 최신 잉크젯 프린터나 복합기보다 문서의 질은 떨어지지 않지만, 속도가 조금 처지고 많은 문서를 뽑기 위해서 필요한 대용량 트레이 구조가 아닌 것도 한 이유다.
C8180이 가장 잘 맞는 곳은 하드웨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를 둔 주부나 가볍게 사진을 뽑아서 즐기는 대학생들일 것이다. 디카 사진이 들어 있는 메모리카드 하나만 꽂으면 사진 앨범이나 여권 사진, 지갑 크기 사진, 파노라마 인쇄물 같은 것을 바로바로 뽑아 준다. 아이의 제물이나 학교에서 필요한 사진과 문서 양식을 복합기 안에서 처리할 수 있고, 무엇보다 화면에서 바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다른 프린터보다 A4 사진을 뽑는 속도가 빠르다. 큰사진을 뽑을 때 인쇄된 사진의 맨아래 부분의 마무리가 좋지 않아 망점이 드러나는 문제가 가끔 생기는 것이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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