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니아라면 ‘비디오 터치’를 보고 아이폰을 따라했다고 쓴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폰과 닮아 유명세를 탄 건 사실이지만 짝퉁이라는 오명(?)과 소문을 제쳐두면 날씬하고 화면도 큰 것이 어디에 내놔도 빠지는 외모는 아니다.
2주 동안 비디오 터치를 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품 이름 하나는 아주 잘 지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비디오와 터치 방식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는 뜻도 된다. 전원 버튼을 빼고 모든 조작은 터치로 실행한다. 터치의 감은 좋은데 인식 속도가 조금 느리고 세부 메뉴 설정을 하려면 간격이 좁은 탓에 손가락이 큰 사람은 불편하다. 게다가 기본 메뉴가 아예 액정 아래쪽에 인쇄되어 있는 것도 거슬린다.
액정 화면은 6.35cm(2.5인치)로 320×240의 해상도를 지녔다. 각도를 정확히 맞추지 않고 상하좌우로 조금만 기울여도 화면이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5시간 연속 재생은 물론 충전을 하면서도 음악과 동영상을 돌리는 것이다. 깨끗한 화면 덕분에 사진이나 전자북 보는것도 즐겁다. 주로 동영상 보는데 쓴다면 용량이 부족하니 넉넉하게 담으려면 SD 메모리를 따로 달아야 할 듯하다.
비디오 터치는 영상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확실하다. 음악 감상도 기본은 하지만 동영상에 대면 새발의 피다. 적절히 이퀄라이저 설정을 바꿔 들으면 차이는 있지만 미세하다. 오히려 내장 스피커의 성능이 더 낫다. 라디오에 대한 기대도 안하는 것이 좋다. 수신률이 좋지 않아 라디오를 녹음해 듣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나마 음성 녹음은 괜찮다. 고음질로 녹음을 하니 음악이 큰 커피숍에서도 사람 목소리를 제대로 잡아준다.
테스트 끝 무렵에 자잘한 오류 몇 가지를 발견했는데, 전원을 켤 때 글자와 메뉴가 깨져서 나오거나 라디오를 듣는 도중에 멈춰버리는 일도 있었다. 리셋을 하면 모두 원상태로 돌아오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생김새가 아이폰과 비슷하다고 해서 재주까지 닯기를 기대하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