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튜닝의 달인 이원대 씨

2009-10-10     PC사랑
PC 튜닝의 달인 이원대 씨 - 과정을 즐기는 게 튜닝의 진정한 묘미

 

비슷한 모양, 똑같은 기능의 공산품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저만의 개성을 지닌 제품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규격에 맞춰 대량으로 생산되는 PC 부품은 더더욱 그렇다. 붕어빵보다 개성없는 PC 부품을 이용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PC를 만들어 낸다는 이가 있어 만나봤다.

 

 

하루라도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하면 온몸에 가시
가 돋친 듯 근질근질하다는 이원대 씨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다. 식당 테이블의 티슈통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어떤 재료를 써 만들었을까?’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물건을 본다. 또 왕성한 정보욕만큼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하루도 손을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PC 튜닝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만나보니 물건 하나라도 심혈을 기울여 만들 것 같은 장인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제품을 보기 위해 그의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여느 가정집과 별반 차이 없는 작업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의 손 떼 묻은 제품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이다. ㄱ자형 구조로 된 책상은 전면에 이원대 씨가 직접 제작했다는 PC 시스템이 놓여 있다. 책상 우측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다. 갖가지 도구가 널 부려진 채 흩어져 있는데, 발걸음을 옮겨 가까이서 보니 일반 가정에서 흔히 쓰는 도구는 아니었다. 드라이버와 벤치는 물론, 인두에서 목각용 칼까지 손에 익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도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커다란 수랭식 쿨러가 달려있고, LED가 사방에서 빛을 내며, 수많은 팬이 쉼 없이 돌아가는 그의 PC는 단박에 튜닝마니아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튜닝 2년 만에 본좌로 자리매김
“PC 튜닝을 처음하게 된 것은 불과 2년 전입니다. 파코즈라는 하드웨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들이 올려놓은 여러 튜닝 제품들을 보며 PC 튜닝의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파코즈 사이트에서 눈요기를 하던 어느 날 머릿속에‘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PC들보다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없지 않았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결심과 동시에 바로 튜닝샵으로 가 갖가지 재료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PC를 튜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여일 만에 첫 작품이 완성되었다. 그것도 단순히 PC 케이스에 LED를 다는 수준이 아닌 수랭식 쿨링 시스템이다. 처녀작이란 말에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짓자“2006년 새해도 기념할 겸 한번 만들어 봤다”며 대수롭지 않게 그의 처녀작 트리플 하트를 이야기한다.

‘트리플 하트’는 독립된 유닛 형태라서 필요에 따라 어떤 PC와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파워서플라이를 3개나 달아 어떠한 쿨링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 크기도 일반 미들타워 PC와 맞먹을 정도로 상당히 크다. PC 본체에 옆에 두면 PC로 오해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또한 내부에 달린 쿨링팬과 곳곳에 LED를 달아 화려하다.

 

지금까지 만든 물건은 트리플 하트를 포함해 20개 정도 된다. 오디오와 연결해 쓰는 진공관 앰프부터 LCD 액정의 프레임까지 이원대 씨는 PC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고 자신 한다. 심지어 세상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제품도 만들었다. 그래픽카드에서 메인보드의 노스브리지, 그리고 CPU처럼 발열이 심한 PC 부품들을 하나의 동파이프로 연결해 동시에 열을 낮추는 수랭식 쿨링 시스템이다. 직접 철문점에 가서 동파이프를 구입했고, 양끝을 유압 커플링으로 연결해 수랭식 쿨러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인 누수까지 해결했다. 굳이 쿨러까지 직접 제작해 쓰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이 세상에서 나만이 쓸 수 있다는 것”이“튜닝을 하는 이유이고, 다시 공구를 집어 들게 하는 이유”란다. 실제로 그가 만드는 것은 모두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다. 그런 매력이 그의 손에 공구를 쥐도록 한다.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 튜닝에 쏟아
그런데 이야기 중에 이원대 씨는 어디선가 또 다른 무언가를 꺼내 들고 왔다. 모양은 십여 년 전에나 볼 수 있던 포터블 TV다. 도대체 이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 안을 들여다보니 영락없이 PC다. 하드디스크부터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등을 담을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옛날에 쓰던 포터블 TV와 같은 콘셉트의 올인원 HTPC”인데 요즘 이원대 씨가 공을 들이는 작품이라고 한다. 크기는 일반 베어본 PC랑 비슷하다. 본체에 LCD까지 달아 디자인도 조잡하지 않고 깔끔해서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원대 씨는“갖출 건 모두 갖출 수 있다”며 기능을 설명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HDTV, HD 영상, 음악, 3D 게임, 그리고 인터넷까지 정말 못하는 게 없다. 마우스와 키보드 없이 리모컨과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PC를 켜고 끄는 것도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디스크는 3개까지 달 수 있어 최대 3TB 용량의 멀티미디어 홈 네트워크 서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설명을 듣다보니 정말 PC 튜닝에 관심을 가진 지 2년밖에 안 되는 것이 사실인지 궁금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2년 만에 일구어낸 결과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매우 높아 보였다.
튜닝 경력이 정말 2년이냐고 묻자“IT라는 단어조차 흔하지 않던 20년 전부터 전자와 PC 분야에서 일 해왔다”고 입을 연 그는“여러 부서에서 일해 본 경험 덕에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디자인부터 개발, 공정, 생산 등의 모든 진행과정을 빠삭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험이 필요한 재료와 부품을 구할 때는 물론 제작에 들어가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결과물보다 과정이 중요한 튜닝의 세계
튜닝은 원하는 제품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제작 과정에 필요한 노하우와 기술도 만만치 않다. 이원대씨는 처음에 완성된 결과물이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작업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실수들이 밑거름이 되어서 지금의 노하우와 기술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용도 다른 사람들이 취미를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아까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원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돈을 아까워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