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PC사랑, 그땐 그랬지

PC사랑 95년 창간호 되돌아보기

2018-10-27     이철호 기자

때는 바야흐로, 1995년. 윈도우 95가 출시되고 SBS에서 모래시계가 첫 방영됐으며 설현과 케이, 장문복이 태어난 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잡지가 태어난 해라는 점이다. PC사랑은 ‘탁 트인 만남, 속 시원한 컴퓨터생활’이라는 슬로건 아래 많은 독자들에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알려주고 새로운 상품과 최신 뉴스를 소개해왔다.

시간이 흘러 PC사랑은 smartPC사랑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동안 수많은 PC 전문 잡지들이 사라졌지만 smartPC사랑은 유일한 IT/PC 잡지로 살아남아 최신 PC 관련 기기와 IT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22년 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PC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남들과 달랐던 표지 모델

PC사랑이 창간될 때만 해도 수십여 개의 PC 잡지가 서점에서 팔리고 있었다. PC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던 탓이다. 이런 잡지들은 주로 컴퓨터 사진이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표지로 사용했다.PC사랑은 달랐다. 화사한 여자 모델이 표지에 등장한 것이다. PC사랑 표지에 처음으로 등장한 모델은 구본영 씨다. 지금은 촌스러울지 모르지만 새로운 컴퓨터 정보를 찾고자 서점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잡지명이 smartPC사랑으로 바뀐 지금도 아름다운 여성 모델이 표지 모델로 나서는 유구한 전통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개중에는 현재 스타로 떠오른 모델도 있다! 잘 알려진 표지 모델로는 박보영(159호), 강소라(165호), 아이유(176호), 전소민(186호) 등이 있다.

MS-DOS 그리고 윈도우 95

이제는 추억의 이름으로 남은 MS-DOS를 아직 많은 사람들이 쓰던 시절, PC사랑 창간호에서는 초보자를 위해 ‘멋진 PC활용을 위한 기초 다지기’에서 MS-DOS를 더 빨리 사용할 수 있는 팁을 알려줬다. 이 기사에 따르면 config.sys 파일을 자신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BREAK, BUFFERS, COUNTRY, DRIVPARM 등의 명령어를… 끙, 어렵다.1995년 8월 24일 출시된 윈도우 95는 컴퓨터를 쓰기 힘들어했던 이들에게 구세주와 았다. 명령어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으며 32비트, 플러그 앤 플레이 등도 지원했다. 창간호에서는 윈도우 95의 설치에서 사용, 설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명했다.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MS-DOS보다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는 OS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윈도우 95는 PC를 냉장고나 TV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꾸면서 PC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2017년 현재 윈도우의 PC OS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딴 딴딴딴딴 인텔 펜티엄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텔의 CPU는 86이라는 숫자로 끝나곤 했다. ‘386’, ‘486’ 등의 신조어가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AMD를 비롯한 경쟁사에서 이름이 비슷한 CPU를 잇달아 출시하자 인텔은 새로운 CPU의 이름을 바꿔서 출시했다. 바로 펜티엄이다.

펜티엄 프로세서는 0.8마이크론 공정, 파이프라인 명령어 처리 방식, L1캐시 메모리 적용 등으로 인해 기존 프로세서보다 더 좋은 성능을 발휘했다. 창간호 기사에 따르면, 기존 486 노트북으로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했을 때 90초 정도가 걸린 것이 펜티엄 프로세서를 사용했을 때는 60초 정도로 단축됐다. 속도가 50% 정도 향상된 셈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펜티엄 프로세서의 성능은 어느 정도였을까? 창간호가 발매될 당시 노트북용 펜티엄 프로세서의 클럭은 60MHz였다. 현재 노트북용 펜티엄 4415U, 4410Y의 클럭이 1.5~2.3GHz다. 2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성능이 20~30배 정도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이제 펜티엄은 더 이상 고급 CPU가 아니다. 인텔 코어 시리즈에 가장 빠른 CPU라는 명예를 넘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티엄은 아직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성능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한 보급형 프로세서로 남아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 어떻게 써요?

PC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주변기기로는 단연 키보드가 있다. PC사랑 창간호에서는 키보드의 작동 원리, 종류, 구매가이드는 물론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기 위한 관리 방법도 소개했다. 지금은 컴퓨터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다들 알 법한 내용이지만 아직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사람들은 이런 기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마우스 사용법을 독자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MS-DOS 시절에는 마우스를 쓸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윈도우 3.1부터 바탕 화면에 커서가 생기면서 마우스를 키보드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그동안 있는지조차 몰랐던 마우스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얼음이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엄지와 단지로 마우스의 양옆을 잡고 장지와 중지로 버튼을 누르면 된다는 기사는 지금 보면 당황스러울 정도지만, 그 당시에는 유용한 정보였다.

크고 우람했던 CRT 모니터

컴퓨터의 성능이 날로 좋아지면서 더 큰 모니터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그래서 창간호에서는 15~17인치의 ‘대형’ 모니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요즘은 노트북에서도 15~17인치 모니터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왜 그랬을까? 당시는 브라운관을 사용한 CRT 모니터가 대세였다. 브라운관을 통해 화면을 보여주다 보니 화면 크기가 커지면 부피도 커지고 무게도 매우 무거워졌다. 창간호에서 소개한 삼성전자 싱크마스터 17GLSi의 경우 크기는 약 43x44x42cm에 무게는 약 18kg에 달했다. 그래서 대형화에도 한계가 있었다.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LCD에 비해 명암비가 뛰어나며 색 영역도 높았으며 반응 속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게이머들 중에는 일부러 CRT 모니터만 쓰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크고 가벼운 모니터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LCD, LED의 강점에 밀려 현재 CRT 모니터는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있다.그럼에도 창간호에서 소개한 좋은 모니터를 고르는 기준은 지금도 유효하다. 최대 해상도와 주사율(CRT 모니터가 대세였던 당시에는 ‘수직주파수’라 불렸다)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점, 자신이 모니터를 쓰려는 용도를 알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점, 이것저것 잘 살펴보며 결정해야 한다는 점은 1995년에도, 2017년에도 변함없다.

플로피 디스크의 또 다른 활용법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플로피 디스크에 숙제나 중요한 문서 파일을 저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렴하게, 간편하게 파일을 저장,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스크가 자주 망가졌다는 것이다. 창간호에서는 이렇게 못 쓰는 플로피 디스크 활용법을 소개했다.혹시 못 쓰는 플로피 디스크가 집에 있다면 레이블을 떼어내고 스티커나 그림을 붙여보자. 훌륭한(?) 컵받침이 완성된다. 의자나 테이블의 흔들리는 부분에 디스크 여러 장을 끼우면 좋은 받침대가 된다.안타깝게도 이제는 이렇게 낡은 플로피 디스크를 활용하기 쉽지 않다. 플로피 디스크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훨씬 빠르면서 저장 공간은 수백 배 이상 많은 CD, USB 드라이브 등이 등장하면서 플로피 디스크는 극소수의 경우에만 사용되고 있다.

PC통신과 인터넷 사이에 선 우리

90년대를 보낸 독자라면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그리고 모뎀에서 나는 삐~ 삐~ 소리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PC사랑이 창간된 1995년에도 PC통신의 열기는 뜨거웠다. PC사랑 창간호에서는 일본의 PC통신 업체들의 전용 에뮬레이터 경쟁을 취재했다. 일본의 PC통신, PC-VAN을 소개하기도 했다.한편, 이 시기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때이기도 하다. 월드 와이드 웹(WWW)이 개발, 배포되고 웹브라우저의 등장으로 웹사이트가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PC사랑 창간호에서는 이에 발맞춰 인터넷 사용법은 물론 웹페이지 제작을 소개하는 도서도 소개했다.PC통신과 인터넷의 대결은 인터넷의 승리로 끝났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면서 인터넷의 속도는 PC통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네이버, 다음을 비롯한 무료 인터넷 포털이 PC통신 사용자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천리안, 하이텔은 흔적만 남아있고 나우누리를 운영했던 나우콤은 현재 아프리카TV, 클럽박스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