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나노와 터치-기다림보다 부족한 재주를 지닌 MP3 플레이어
마니아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애플의 새 식구는 ‘아이팟 나노 4세대’와 ‘아이팟 터치 2세대’였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아이팟 나노 4세대의 특징은 정말 얇은 두께다. 4세대 2개를 겹쳐놓아도 웬만한 MP3 플레이어 하나의 높이밖에 되지 않는다. 유선형이라서 실제보다 훨씬 얇아 보이는 효과도 무시 못하리라. 4세대를 켜면 아이팟의 익숙한 화면이 뜬다.
메뉴만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속을 살펴보면 색다른 면모가 많다. 먼저 커버 플로어에서 휠을 돌려 음악을 찾을 때 알파벳 첫 글자가 화면에 떠 음악 검색이 한층 더 편해졌다. 그렇지만 아이팟을 조금만 기울여도 커버 플로어로 메뉴로 돌아가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4세대만의 재밌는 재주는 지니어스다. 선택한 음악과 비슷한 성향의 노래를 찾아서 자동으로 목록을 만드는 재주다. 하지만 아이튠즈 스토어를 쓰지 않으면 제 구실을 못하고, 결정적으로 가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터치 1세대에 있던 셰이킹 셔플 기능이 추가되어 흔들기만 언제나 전곡을 무작위 순서로 들을 수 있다. 아이팟 시리즈의 장점을 서로 배운 것처럼 보인다.
제법 많은 재주가 추가된 아이팟 나노 4세대에 견줘 ‘아이팟 터치 2세대’는 조금 실망스럽다. 유선형으로 바뀌어 더 날씬해 보이지만 실제 두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뒷면은 흠집이 쉽게 나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2세대의 가장 큰 변화는 옆면에 달린 소리 조절 버튼이다. 또 내장 스피커를 달아 다른 사람과 함께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기능면에서는 1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전력 효율은 높아져 음악과 동영상을 더 오래 즐긴다. 아이팟 나노 4세대와 터치 2세대는 이전 시리즈의 불만 사항을 많이 개선하긴 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기능이 크게 바뀌지 않아 마니아가 아니면 선뜻 지갑을 열기엔 고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