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가 불러올 영향
이제 자유로운 인터넷은 없다?
망 중립성이란?
우리가 인터넷으로 맛집을 찾고 동영상을 볼 때 인터넷망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서버에 전송된다. 이때 흐르는 데이터의 양을 트래픽(Traffic)이라 한다. 당연히 개인이나 기업의 사용 환경에 따라 인터넷망으로 보내는 트래픽의 양이 다르다.망 중립성(Net neutrality)은 이 트래픽을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에 따라 차별하지 말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데이터를 100GB를 쓰든 1GB를 쓰든 부담이 같아야 한다. 데이터를 많이 쓴다고 해서 속도가 떨어
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인터넷은 공공재인가 사유물인가?
전 세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오면서 점차 망 중립성을 폐기·완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으로 인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불어나는 트래픽으로 네트워크 증설·유지비용이 커지자 통신사 측에서 망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의 사유물 선언
이번 FCC의 망 중립성 폐기의 핵심은 FCC가 인터넷을 통신사의 사유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공공재가 아닌 시장 원칙을 따라야 하는 정보서비스로 규정
함에 따라 통신 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차별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통신사를 공공서비스 업체로 규정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전기와 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분류한 것
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의 양이나 내용에 따라 속도,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
는 망 중립성이 확립됐다.
거대한 지각변동이 다가온다
이제 미국 통신사들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아예 차단한 뒤 이를 사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이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감수하거나 원활한 서비스 품질을 위해 통신사에 트래픽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에 막대한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중소 업체의 타격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통신사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통신사나 대형 포털이 콘텐츠 업체와 거래할 때 불합리한 조건을 붙이거나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제정해 망 중립성을 지키고자 한다.정부는 이 망 중립성 원칙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에서는 “미국의 정책 변경이 글로벌 트렌드라 보기 어렵다”면서 현재의 정책을 유지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핵심 정책에 망 중립성 강화 정책을 내걸었다. 이를 볼 때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번 FCC의 결정으로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심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는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통신사 측에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 결정에 내심 찬성하는 모습이다.지난 2016년,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1년 넘게 계류되고 있다. 인터넷을 모두를 위한 서비스로 볼 것인지, 시장 논리가 적용돼야 하는 사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이번 FCC의 망 중립성 폐기 결정으로 이에 대한 논쟁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