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그 이상을 꿈꾸다 - PSP-3005로 엿본 소니의 생각
2009-12-16 PC사랑
(아래부터) PSP-1005, 2005, 3005다. 1005 버전보다 날씬해지고 가벼워진 2005와 다르게 3005는 겉모습의 변화는 없다.
패널 교체로는 부족하다
화려한 구성품을 자랑했던 이전 모델들에 견줘 PSP-3005의 패키지는 무척이나 단촐하다.
본체와 배터리, 충전기, 그리고 매뉴얼이 들었을 뿐이다. 휴대용 주머니나 액정 보호 필름 같은 있음직한 구성품도 들어 있지 않다. 따로 ‘번들팩’을 사야 한다. 일본에서는 기본 구성품과 번들팩을 합친 ‘벨류팩’을 팔지만, 우리나라는 판매 계획이 없다.
PSP-3005는 PSP-1005에서 2005로 바뀌면서 보였던 디자인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메뉴와 버튼의 최적화, 멀티미디어 기능 추가 등 작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LCD다. 이전보다 밝기뿐만 아니라 명암과 색 표현력이 좋아졌다. 이전부터 계속 지적됐던 화면 잔상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소니는 응답속도를 올렸기 때문에 잔상이 줄었다고 밝혔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면 아직도 미세한 잔상이 보인다. 새로운 문제도 생겼다.
이전에는 없던 가로줄무늬 잔상이 생긴 것이다. 수평적인 색 구현 방식의 LCD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펌웨어나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닌 LCD 패널 자체의 문제라서 해결이 불가능하다. LCD 탓에 인터넷에서 논란까지 일고 있다. 만족도가 개인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전 패널보다 밝기와 색 표현력이 나아진 것은 확실하다.
기본 메뉴로 돌아가는 HOME 버튼을 플레이스테이션 로고 버튼으로 바꾸었다. 이전과 기능은 같다.
3005 버전에서부터 내장 마이크를 달았다.
DMB 모듈을 달면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다. 값이 비싼게 흠.
구형 TV와도 연결할 수 있다. 아쉽게도 별매품이다.
동영상과 게임 화면을 확대해 보면 가로 줄이 보인다. 이는 LCD 자체의 문제라 현재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멀티미디어에 집중하다
마이크를 내장한 것도 큰 변화다. 이전에는 USB 마이크를 달아야 마이크가 필요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내장 마이크를 달면서 3005는 더 이상 USB 마이크를 연결하는 불편이 없다. 메인 메모리는 32MB에서 64MB로 늘어났다. 인터넷을 쓸 때마다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화면을 매번 봐야했던 이에겐 가장 반가운 부분이다.
TV 출력 기능도 더욱 향상되었다. 이전에는 480P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TV만 연결할 수 있어서 구형 TV에서는 TV 출력 기능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3005는 이 부분이 개선되어 일반 TV와 연결해 PSP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여전히 전체 화면 보기가 되진 않지만(동영상은 가능) 이전보다는 좋아졌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것은 DMB다. 최신 펌웨어로 업데이트를 하고 DMB 팩을 사면 볼 수 있다.
빌딩, 지하철, 버스에서도 끊기지 않고 잘 수신된다. 전국에 방송되는 모든 DMB 방송이 검색되고, 메모리스틱에 방송을 녹화할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받아야하고, DMB 안테나를 따로 사야하는 점을 제외한다면 DMB 자체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음악과 동영상 재생 실력도 향상되었다. 음악 재생은 세세한 메뉴가 늘어났고 동영상 재생도 바뀐 LCD 덕분에 좀더 보기 편하다.
멀티미디어 강화된 PSP-3005
최신 펌웨어와 각종 부가 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PSP-3005가 이전 버전에 견줘 훨씬 다채롭고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는 것은 사실이다. PSP-3005의 각종 재주를 알아봤다.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온라인 가게’를 PSP에서 직접 접속할 수 있다. 계정을 등록하면 바로 쓸 수 있고, 유료 게임과 테마, 액세서리 등을 살 수 있다.
음악
메모리스틱에 mp3, mp4, wave, wma 파일을 담아 들을 수 있다. 메뉴구성과 조작은 편하지만, 음질이 떨어지고 이퀄라이저 종류도 적어 MP3 플레이어와 견주기에는 부족하다.
비디오
패널을 바꾸면서 명암비와 색 표현력이 향상되었고 이전 버전보다 시야각도 좋아졌다. mp4 파일만 알아채고 해상도까지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하다.
지상파 DMB
7만 원만 더 쓰면 PSP에서 DMB를 즐길 수 있다. 화질과 수신율은 만족스럽다. 녹화 재주가 있어 즐겨보는 방송을 따로 녹화해서 보는 재주도 지녔다.
게임
UMD 방식이라 이전 버전에서는 소음과 발열이 심해 구박을 받았지만 PSP-3005에서는 상당히 줄었다.
네트워크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다른 게이머와 함께 즐기는 멀티 플레이는 기본이고, 무료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나 인터넷 뉴스를 모아서 볼 수 있는 ‘RSS 채널’ 등 쓸모 있는 것이 많다.
커펌과의 전쟁 선언
P S P -3005의 또 다른 특징은 더욱 강화된 보안이다. P S P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지만 ‘커펌’이라고 불리는 개조된 펌웨어를 이용한 불법 복제 게임 롬파일 구동 때문에 정작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계속 줄어왔다. 새 모델은 메인보드와 배터리의 보안을 강화해 원천적으로 커펌을 쓸 수 없다. 이전 버전과 기판 호환이 되지 않도록 아예 설계까지 바꿨다니 ‘커펌과의 전쟁’이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