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재미의 환상적인 만남, 일본 야구 게임

2010-04-14     PC사랑
일본의 야구 게임들은 사실적인 그래픽보다는 만화 같은 귀여운 게임이 많다. 일본 야구 게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코나미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더 잘 알려진 데이터이스트의 ‘스타디움 히어로’나 반다이남코의 ‘패미스타’ 시리즈 등을 보면 모두 만화 같은 그래픽을 쓰고 있다.

일본의 야구 게임은 비디오 게임이 중심인 점도 미국과 다르다. 최근에는 PC 온라인 게임이 소수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유명 게임은 비디오 게임으로만 발매된다.
나 없이 일본 야구 게임을 논하지 말라,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코나미 야구를 통해 MSX 시절부터 유명 야구 게임 제작사로 이름을 드높였던 코나미. 코나미가 현재 일본 야구 게임의 지존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의 힘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러 야구 게임들이 발매되고 있지만 어떠한 게임도 실황 시리즈의 야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황의 전설은 1994년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94’가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몸통과 손발이 떨어져 있는 2등신의 극단적인 디자인(SD)을 한 캐릭터, 만화 같은 독특한 그래픽으로 출시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얼핏 보면 굉장히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매우 현실적인 타격과 투구 시스템, 그리고 초보자와 마니아 모두 만족할 만한 훌륭한 게임 밸런스를 지녔다. 덕분에 야구 게임 마니아는 물론이고 초보자들한테도 높은 지지를 받아 단기간에 엄청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한다. ‘만화와 같은 그래픽과 2등신의 SD 캐릭터, 하지만 굉장히 사실적인 게임 플레이’는 실황 시리즈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진다.

1편의 대성공 이후 코나미는 거의 매년 시리즈의 후속작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슈퍼패미콤용으로 발매되었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플랫폼을 옮겼다. 정식 시리즈 외에도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들이 게임보이, 닌텐도 DS 같은 휴대용 게임기 버전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MLB를 배경으로 하는 ‘실황 파워풀 메이저리그’ 시리즈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발매된 실황 시리즈를 다 모으면 50편에 육박할 정도이니 시리즈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만하다.

최신작은 플레이스테이션 2와 닌텐도 위(Wii) 버전으로 발매된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15’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글화되지 않아 우리나라 게이머에게는 접근이 어렵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략이 한글로 많이 번역되어 있는 만큼 배워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서야 한다. 이승엽이나 임창용 등이 활약하는 일본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발상의 전환으로 거둔 성공, 프로야구 스피리츠
일본의 야구 게임은 대부분 카툰풍의 그래픽을 선보였다. 색다른 게임이 등장한 것은 최근이다. 코나미는 2004년 난데없이 실황 시리즈의 전통을 깬 매우 사실적인 그래픽의 야구 게임을 하나 선보여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바로 ‘프로야구 스피리츠’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2004’부터 최신작 ‘프로야구 스피리츠 5’까지 모두 5편이 나온 이 시리즈는 코나미가 PS3와 엑스박스 360 등을 공략하려고 전략적으로 개발한 시리즈다. 기존 실황 시리즈는 PS2와 위 등의 게임기용으로 계속 내놓고, 신형 게임기에는 그에 걸맞은 사실적인 그래픽을 갖춘 야구 게임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져 현재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는 PS3와 엑스박스 360으로 즐길 수 있는 일본 프로야구 게임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는 게임 방식이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인 투타 시스템부터 게임 모드까지 비슷하다. 때문에 그래픽만 바뀐 실황 시리즈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낸 멋진 그래픽과 조금 간결한 게임 시스템을 갖고 있어 최신 비디오 게임기 유저라면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승엽, 이병규 등을 생긴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선수가 아닌 감독이 되자
세가는 과거 ‘드림캐스트’를 만들던 시절부터 프로야구팀과 프로축구팀 ‘만들자’ 시리즈를 계속 발표했다.  제목 그대로 유저가 선수를 직접 컨트롤 하는 것이 아닌, 감독과 구단주의 입장이 되어서 선수들을 관리하고, 전략을 세워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게임의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선수들의 계약부터 육성, 은퇴까지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고, 선수의 시각에서는 알 수 없는 다채로운 전략, 전술을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은 흡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아기자기함을 선사한다. 물론 야구의 기본적인 규칙 정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지만 대신 컨트롤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누구나 머리만 쓰면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MLB 소재로 한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찾는다면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를 찾아보자. MLB를 소재로 한다는 점과 아기자기한 면이 프로야구팀을 만들자 시리즈보다 살짝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지만, 사실성과 게임성만 놓고 보면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본 야구 게임 중 하나인 반다이남코의 ‘패미스타’ 시리즈. 귀여운 캐릭터에 만화 같은 그래픽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의 시발점인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94’. 캐릭터 디자인과 조작 방법이 최신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메이저 리그를 배경으로 하는 ‘실황 파워풀 메이저리그’.


가장 최신작인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15’는 마니아 취향으로 흐르던 과거 작품과 달리 다시 초기의 대중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평이다.


NDS로 나온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시리즈. 올해 안에 PC 온라인 버전이 한글화 될 예정이다.


이승엽 등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픽은 사실적이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실황 시리즈보다 좀 더 낮다.

코나미의 상술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코나미는 몹시 좋지 않은 의미로 ‘돈나미’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너무 노골적인 상술을 부린다는 뜻인데, 가장 좋은 예가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다.

보통 실황 시리즈는 7월 초에 발매되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다. 하지만 코나미는 7월 한 번만 실황 시리즈를 선보이지 않는다. 연말에는 모든 데이터를 더해 ‘결정판’이라는 번외편을 내놓고, 어쩔 때는 결정판에 양념을 친 ‘초결정판’을 내놓기도 한다. 심지어 다음해 리그가 개막할 때는 ‘개막판’이라는 번외편을 선보이기도 한다. 번외편은 본편과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선수 데이터가 조금 바뀌고 몇 가지 추가 요소가 들어갈 뿐이다.

게이머에 대한 농락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 비판을 받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외편들도 적지 않게 팔려나간다니 코나미의 상술이나 실황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의 충성도나 둘 다 못 말린다.


코나미의 상술이 극에 달했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10’. 결정판, 초결정판, 개막판 등 여러 번외편이 발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