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노트북 2라운드.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인텔 아톰이 독주하던 미니노트북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난입했다
미니노트북은 저렴한 가격의 이점을 살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컴퓨터 보급을 확대하자는 생각에서 등장한 제품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PC 보급률이 높은 나라에서 더욱 각광받았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휴대성과 부담없는 가격이라는 장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윈도 XP와 같이 기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운영체제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니노트북이 시장에 자리잡은 지 거의 1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PC 제조사가 앞다퉈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그 가지각색의 제품 중 어느 것을 골라도 성능에서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는데, 이는 미니노트북에 쓰이는 플랫폼이 인텔의 '아톰'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AMD, 엔비디아, 비아 “아톰, 너 혼자만 재미보냐? 좋은 건 나눠 먹자”
인텔 “내가 어떻게 공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넘보니?”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인텔의 맞수인 AMD가 얼마 전 미니노트북용 플랫폼 ‘유콘’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아톰 프로세서와 자사의 그래픽 통합 칩셋을 조합한 ‘아이온’ 플랫폼을 선보였고, 비아 또한 저전력 성능을 앞세운 ‘나노’ 플랫폼으로 아톰을 추격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인텔은 얼마 전 N270 아톰 프로세서에서 성능을 소폭 향상시킨 N280을 공개했다. 여기에 HD 그래픽을 지원하는 GN40 그래픽 통합 칩셋을 더해 미니노트북 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미 미니 데스크톱 PC를 통해 선보인 듀얼코어 아톰 프로세서가 올해 안에 미니노트북 버전으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쟁사들도 가만 있지는 않는다. 비아는 올해 상반기 안에 듀얼코어 나노 프로세서를 선보일 계획이며, AMD는 하반기에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넣은 플랫폼 ‘콩고’를 발표한다. 바야흐로 듀얼코어 프로세서의 성능과 HD 그래픽을 담은 고성능 미니노트북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제 미니노트북은 합리적인 가격과 휴대성에 ‘가격대비 최강의 성능’이라는 또 하나의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물론 각 제조사들 사이의 경쟁은 끊이지 않겠지만.
지난 4월 HP에서 출시한 DV2는 AMD의 유콘 플랫폼을 탑재했다. 아톰보다 성능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텔 아톰 - N280(1.66GHz) + GN40
팀킬 피하랴, 라이벌 상대하랴, 고민에 빠진 인텔
아톰 N270(1.6GHz)의 상위 모델로 등장한 N280은 FSB가 667MHz로 향상되어 좀더 빠른 전송률를 보인다. 다만 클록 주파수가 1.66GHz로 N270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래픽 통합 칩셋인 GN40이다. GN40은 인텔의 센트리노 2 노트북에 쓰이는 것과 같은 기능을 갖춰 종전의 945GSE 칩셋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HD 비디오 디코딩을 거뜬하게 소화해 낸다.
기존의 아톰 플랫폼이 가벼운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사용 등 최소한의 용도를 감안한 수준이라면, 이번 N280 프로세서와 GN40 칩셋은 이동하면서 HD 동영상을 재생하는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아톰 플랫폼의 이면에는 인텔의 고뇌가 깊게 깔려 있다. 일반 노트북 시장에서 센트리노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인텔로서는 굳이 아톰의 성능을 향상시켜 일반 노트북 시장을 위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뒤쫓아오는 경쟁자들에게 미니노트북의 주도권을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인텔이 어떤 정책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듀얼코어 아톰 미니노트북 제품들이 출시될 때쯤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추측된다.
N280+GN40칩셋을 탑재한 아수스 EeePC 1004DN. 국내 출시일정은 미정.
나노(비아) - 나노 프로세서 + VX855
우리도 달리고 있다. 강화된 그래픽 성능과 저전력으로 재도전
비아는 프로세서를 비롯, 플랫폼 시장에서도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지만, PC용 메인보드 규격 중 가장 작은 ITX를 이끌어오는 등 PC 소형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를 바탕으로 UMPC 시절부터 꾸준히 인텔의 대항마 역할을 해 왔다.
이번에는 시작이 좋다. 비아의 나노 플랫폼에 탑재된 VX800 칩셋은 HD 비디오 디코딩을 지원해 멀티미디어에서는 아톰보다 우수하다. 결정적으로 삼성전자라는 국내 정상급 브랜드가 비아의 나노 플랫폼을 채택한 NC20을 출시함으로서 비아의 브랜드 이미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아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올해 말 인텔과 AMD에서 내놓을 미니노트북용 듀얼코어 프로세서 출시에 발맞춰 듀얼코어 나노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VX800의 후속 모델인 VX855를 통해 풀 HD 비디오 디코딩 지원 대열에 끼어들 계획이다. 듀얼코어 나노와 VX855 칩셋이 조화된 새 플랫폼은 그동안 비아의 발목을 잡았던 성능 문제를 잠재워 줄 구원투수로 기대되고 있다.
나노 U2250 프로세서와 VX800 칩셋을 탑재한 삼성 센스 NC20.
유콘(AMD) - 애슬론 네오 + M690E
미니노트북과 일반 노트북 사이에 양다리 걸치기, 성공할 것인가
AMD의 유콘 플랫폼은 기존 애슬론 프로세서를 개량한 애슬론 네오 프로세서, 그리고 데스크톱 시장에서 뛰어난 내장 그래픽 성능으로 호평받은 690G 칩셋을 모바일용으로 개량한 M690E 칩셋 등으로 구성된다. 미니노트북보다는 강화된 성능과 확장성, 그리고 일반 노트북보다 뛰어난 휴대성을 무기로 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그 첫 타자가 된 HP ‘파빌리온 DV2’는 이런 장점을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다. DV2 출시 직후, 마니아들은 미니노트북 치고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무게와 비싼 가격을 지적하고 있다. DV2가 유콘 플랫폼 기반이라는 점을 빼면 같은 가격대의 일반 노트북보다 제원이 우수해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유콘 플랫폼의 기본 제원이 기존의 아톰보다 뛰어난데 굳이 가격을 올리면서까지 비싼 부품들로 채울 필요가 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콘이 아톰의 강력한 대항마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좀더 합리적인 가격의 신제품이 절실하다.
AMD는 올해 말 듀얼코어 애슬론 네오 프로세서와 RS780M 칩셋이 조합을 이룬 콩고 플랫폼을 추가할 예정이다. RS780 계열 칩셋은 이미 데스크톱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은 만큼 미니노트북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유콘 플랫폼을 탑재한 첫번째 노트북 HP 파빌리온 DV2.
아이온(엔비디아) - 아톰 프로세서 + GF9400
아톰과 기묘한 애증 관계, 그 향방은?
아톰의 성능에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아이온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을까? 아이온은 아톰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지포스 9400M 그래픽 통합 칩셋을 조합한 구성이다. 아이온이 내세울 수 있는 큰 장점은 역시 지포스 9400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그래픽 성능이다. 풀 HD 1080p 비디오와 블루레이를 거뜬히 소화하고, ‘콜 오브 듀티 4’등의 게임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윈도 비스타 베이직조차 버거워 했던 기존 미니노트북과 달리,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은 물론 차세대 운영체제로 주목되는 윈도 7까지 무리 없이 지원한다.
아이온의 등장은 인텔 독주체제에 상당히 애매한 균열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온의 성공 여부는 인텔 프로세서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에 인텔에 어느 정도는 득이다. 반면 똑같은 프로세서를 쓰고도 그래픽 통합 칩셋의 변화만으로 막대한 성능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엔비디아의 전략은 성능에 따라 미니노트북과 일반 노트북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던 인텔의 전략과는 상반된다. 함께 가면서도 불편한 이들의 동침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아이온 플랫폼이 탑재된 엔비디아의 레퍼런스 PC.
MID, 잘나가는 미니노트북에 태클을 걸다
지난해 12월, TG삼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MID(Mobile Internet Device)를 표방한 ‘루온 모빗’을 출시할 때만 해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유경테크놀로지스의 ‘빌립 S5’, 유엠아이디의 ‘엠북’등 MID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으며 사람들도 서서히 MID에 눈을 돌리고 있다.
MID가 끌리는 이유: 휴대성과 터치스크린
현재 시중에 나온 미니노트북은 10~12인치 화면과 키보드를 달고 나온다. 반면 MID는 키보드가 없고 PMP와 비슷한 4인치 화면을 쓰기 때문에 휴대성이 우수하다. 미니노트북은 백팩이나 크로스백 같은 견고한 가방을 쓰지 않고서는 장시간 가지고 다니기 힘들지만, MID는 여성 핸드백에도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적다.
또한 MID는 PMP처럼 터치스크린 입력방식을 쓰는데, 2010년 선보일 윈도 7에서 다양한 터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때문에 터치스크린 입력방식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MID가 아직 어색한 이유: 편의성과 가격
이제까지의 컴퓨터 환경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MID는 안정적인 카테고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우선 작은 화면이 걸린다. 윈도 XP와 인터넷은 최소한 1024X768화소가 되야 편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MID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800X480화소의 작은 화면을 쓴다.
터치스크린도 발목을 잡는다. 아직 많은 소비자들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선호한다. 터치스크린에서 가상 키보드를 열어 타이핑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미봉책일 뿐 키보드를 대체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가격도 아직 비싸다. 현재 각 인터넷 홈쇼핑에 올라와 있는 MID의 가격(2009년 4월 기준)은 대부분 60만 원에서 70만 원대 사이다. 이는 미니노트북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좀더 높은 수준이다. 가격, 혹은 가격 대비 성능이 구매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보면 MID는 아직까지는 효율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MID가 기대되는 이유: 휴대기기 제조사들의 합세 가능성
아직까지 MID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보이고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D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며, 이에 따라 MID의 성공 가능성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국내시장의 경우 코원, 아이리버를 비롯, 그동안 PMP나 네비게이션을 개발하던 중소기업들이 MID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PMP나 네비게이션 제작 기술을 가진 업체들 입장에서 볼 때, MID는 기술투자비용이 크지 않으면서도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며, 게다가 이제 막 시작된 ‘블루오션’이다. 이 때문에 미니노트북 시장이 그렇듯 MID 시장 또한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며, 어느 정도 경쟁 구도에 이르면 가격 하락이 이뤄지면서 좀더 합리적인 가격과 기능을 가진 MID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편 인텔은 4월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 Z550, Z515 등 MID를 위한 2종의 아톰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이중 상위 모델인 Z550은 아톰 프로세서 중 처음으로 2GHz의 벽을 깬 제품이다. 이밖에도 인텔은 올해 차세대 휴대기기용 플랫폼 ‘무어스타운’을 발표하고 MID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를 한층 더 굳혀 나갈 계획이다.
PMP 업체인 유경테크놀로지스가 출시한 MID ‘빌립 S5’. 기존 PMP와 외형과 인터페이스가 비슷하다.
유엠아이디가 출시한 ‘엠북’. 취약한 입력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쿼티 키보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