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요동치는 M&A, 드디어 윤곽 드러난 넥슨 인수 공방전

2020-03-27     임병선 기자

[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지난 2018년 5월, 넥슨의 설립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투명한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와 활동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9년 1월 2일, 김정주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인 부인 유정현 감사 등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총 매각대금은 10조 원에 달할 것이며, 전량 인수한다면 NXC의 게임 계열사인 ‘넥슨재팬’, ‘넥슨코리아’, ‘네오플’, ‘넥슨지티’ 뿐 아니라 고급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블록체인 거래소 등을 거머쥐는 것이다.이렇듯 김정주 대표의 지분 인수는 게임업계는 물론, 게임과 관련 없는 업계도 초유의 관심사가 됐고 국내 업체를 넘어 해외 업체까지 넘보는 상태이다. 김정주 대표의 지분 인수 입찰은 4월에 진행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수 후보, 5곳으로 압축

김정주 대표의 지분 인수에 뛰어들 곳은 크게 5곳으로 압축됐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매각 주관사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 중 5개 업체를 적격인수 후보로 선정했다.카카오와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등 4곳과 해외 사모펀드 1곳이며, 매각 주관사는 한 달간 예비실사를 거친 뒤 이르면 4월 초 본입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인수하는데 많게는 15조 원 이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각 과정에서 컨소시엄 구성이 활기를 띨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처음부터 가장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넷마블은 MBK파트너스와 재무적 투자자들과, 카카오는 증권사들과 자금 조달을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텐센트도 적격인수 후보에 포함됐는데,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팔린다는 부정적인 여론이나 중국 내부의 자금 조달 상황 등에 따라 텐센트가 넷마블이나 카카오 등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국내 게임업계의 BIG 3라고 불리는 ‘3N’ 중 나머지 하나인 엔씨소프트도 넥슨 인수전 유력 후보로 점쳐졌지만, 지난 2월 12일 열린 엔씨소프트 2018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거대한 인수 규모

넥슨 인수에 가장 열의를 보였던 곳은 넷마블과 카카오이다. 넷마블은 초반부터 인수 의사를 밝혔으며, 카카오도 넥슨이 보유한 IP(지식재산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넥슨의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은 현재 PC 온라인 버전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영향력이 큰 탓이다.하지만 넷마블과 카카오 모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넥슨 최대 매각 예상가인 15조 원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에 재무적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이에 넷마블은 MBK파트너스를,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의 힘을 빌렸으며, 더 많은 자금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컨소시엄 구성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JP모건 등 홍콩에 본거지를 둔 글로벌금융회사들도 잇따라 방한해 국내 금융회사들을 접촉했다. 인수금융만 7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외 금융사가 연합해 자금 조달 구조를 짜기 위해서다.IB 업계 관계자는 “7조 원의 대출 금리를 3%만 잡아도 1년 이자가 2,1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물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형자산담보도 없는 게임 회사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앞으로의 미래도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쉽사리 투자에 나서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지난 2017년 말 NXC의 무형자산 가치는 장부가액 기준 1조 1,107억 원, 유형자산 중 토지와 건물의 가치는 2,698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넥슨의 신작 게임이 흥행 부진하거나 인수전 경쟁이 제대로 불붙지 않는다면 최종 매각가가 10조 원 이하일 수도 있다.
 

넥슨, 신작 대거 발표

넥슨은 인수전과 관계없이 지난 3월 12일,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신작을 대거 발표했다.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넥슨 스페셜 데이’에서는 상반기에 출시될 모바일 게임 14종을 소개했다. 서용석 넥슨 모바일게임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넥슨 인수합병 논란과 무관하게 게임 개발은 문제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넥슨은 자사의 유명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과 신규 IP를 발표하며 모바일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략이다. 특히 기존 PC 온라인 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이 큰 기대를 얻고 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바람의나라: 연’ 등 넥슨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들을 모바일로 다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3월 21일 출시된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은 사전예약자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PC 온라인 원작을 모바일에 맞게 재해석하며 3D 그래픽으로 변경됐다. 바람의나라: 연은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비공개 시범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슈퍼애시드가 개발한 액션 RPG ‘마기아: 카르마 사가’는 상반기 출시 예고와 함께 세부 콘텐츠를 공개했다. 횡스크롤 액션 RPG 장르지만, 땅따먹기 경쟁 방식의 길드 점령전 등 여러 이용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략적인 요소들을 도입했다.캐릭터 수집과 성장요소를 갖춘 수집형 RPG ‘린: 더 라이트브링어’는 3월 14일 출시했으며, 일본 토호주식회사의 ‘고질라’ IP를 활용한 ‘고질라 디펜스 포스’는 100여 종의 고질라와 괴수가 등장하는 방치형 기지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오는 5월 국내외 출시될 예정이다. 일본에서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다크 판타지 RPG ‘시노앨리스’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원빌드로 선보인다.
 

위기의 넷마블, 넥슨 인수로 반등 노려

넷마블은 2018년에 새로운 흥행작을 내놓는데 실패하면서 위기론이 감돌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 213억 원, 영업이익 2,417억 원, 순이익 2,149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2017년 대비 매출은 16.6%, 영업이익은 52.6%, 순이익은 40.4% 감소했다.4분기 실적도 크게 줄었다. 매출은 4,871억 원, 영업이익은 3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59%씩 줄었다. 2년 연속 연매출 2조 원 돌파와 전페 매출 중 70%가 해외 비중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다.넷마블은 올해 다양한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먼저 일본 인기 만화를 기반으로 한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한국, 일본)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한국), ‘요괴워치: 메달워즈’(일본)를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케이팝그룹 ‘방탄소년단’(BTS) IP를 활용한 모바일 시네마틱 육성 게임 ‘BTS 월드’와 모바일 MMORPG ‘A3: 스틸 얼라이브’. ‘세븐나이츠 2’도 2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여기에 넥슨 인수를 통한 반등도 노리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넥슨의 IP와 개발역량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며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해외 서비스 역량 등을 조합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中 텐센트, 부진 털고 상승세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던 중국의 게임업체 텐센트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텐센트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30일 252.2홍콩달러로 저점을 찍은 이후 계속 상승해 3월 20일에는 370홍콩달러를 기록했다.중국 판호 재개로 자국 게임 시장이 활성화된 것과 ‘퍼펙트 월드 모바일’(완미세계 모바일)을 공식 출시하면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퍼펙트 월드 모바일은 지난 6일 출시됐는데 출시 첫날 다운로드 1위, 지난 11일에는 중국 내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당분간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기 때문에 상반기 내내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텐센트가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텐센트의 실적과 주가 향방에도 많은 업체가 주목하고 있다. 넷마블과 카카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텐센트는 향후 컨소시엄 형태로 넥슨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텐센트의 시장 평가나 실적 전망 등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의 주도권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아직은 어느 업체가 넥슨을 인수할 것이라고 확증할 수 없지만, 앞서 언급한 5곳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졌다. 인수 업체가 결정된 후 인수 과정과 현재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의 향후 서비스 제공 부분은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