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침한 엔비디아의 운명 - 아이온, 아톰 플랫폼의 대안인가 인텔 2증대인가?
2010-07-10 PC사랑
인텔은 아톰 플랫폼을 발표한 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미니노트북을 비롯한 미니 PC 시장을 이끌게 되었다. 경쟁자가 없는 무주공산이었던 탓에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다. 이후 코어 두 개를 얹은 후속 모델이 나왔지만 체감 성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굳이 힘들여 성능 좋은 후속 제품을 내놓을 필요도 없었다.
2008년 말, 엔비디아는 아톰 CPU와 자사의 그래픽 칩셋을 결합한 아이온 플랫폼을 발표했다. 미니 노트북과 미니 데스크톱 시장을 독점했던 온 인텔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엔비디아는 아톰 CPU를 쓰더라도 그래픽 칩셋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고 하며 인텔을 압박했다. 자사의 CPU니까 누구보다 잘 다룰 수 있다고 공언해 온 인텔로서는 이 당돌한 경쟁자가 결코 달가울 수 없다. 반면 아톰 플랫폼의 성능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던 소비자들은 아이온에 기대를 걸게 되었다.
디앤디컴 아이온 330
‘아이온 330’은 듀얼코어 아톰 330 CPU와 아이온 칩셋이 짝을 이룬 제품이다. 애즈락이 만든 메인보드를 달았고, HDMI와 D-Sub 영상 단자를 갖추고 있다. 5.1채널 HD 오디오와 기가비트 이더넷을 채택했고, 노트북에 쓰는 슬림형 DVD±RW 드라이브를 달았다. 메모리와 하드디스크 유무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1] 앞면에는 통풍구와 전원 버튼, DVD±RW가 달려 있다.
[2] PS/2 단자가 없는 대신 USB 6개를 달았다. HDMI 단자는 젠더를 이용해 DVI 케이블까지 연결할 수 있다.
[3] 아이온 330의 메인보드. PCI 슬롯이 없고 별도의 전원공급장치 없이 어댑터가 바로 메인보드에 연결된다. 베어본 PC 전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4] 지포스 9400 그래픽 프로세서를 담은 아이온 칩셋과 아톰 330 CPU. 노스브리지와 사우스브리지가 분리된 945 칩셋과 달리 단일 칩 형태다.
[5] 2.5인치 하드디스크를 쓴다. 하드디스크와 광학 드라이브는 고정 가이드를 이용해 메인보드 위에 설치한다.
마이리플 리플 7 듀얼
‘리플 7 듀얼’은 아톰 330 CPU와 945GC 칩셋으로 구성한 제품이다. 인텔의 D945GCLF2 메인보드를 그대로 썼다. 아이온 330과 마찬가지로 5.1채널 HD 오디오와 기가비트 이더넷을 갖췄다. 알루미늄 케이스가 눈길을 끈다.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는 따로 사야한다. 온라인 쇼핑몰에 따라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를 묶어 파는 곶도 있다.
[1] 앞면에는 큼직한 전원 버튼 하나만 보인다.
[2] 뒷면 단자. 쓰임새가 적은 S-비디오 단자와 패러럴, 시리얼 단자도 볼 수 있다. HDMI나 DVI 단자를 지원하지 않는 게 아쉽다.
[3] D945GCLF2 메인보드를 그대로 썼다. 전원부가 따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배선이 복잡하다.
[4] 아톰 330 CPU와 945GC 칩셋.
[5] 3.5인치 하드디스크는 메인보드 지지대 바로 아래에 설치한다.
아이온, 아톰을 춤추게 할 수 있을까?
아이온은 아톰 기반의 미니 PC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에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아톰이 싼 값에 인터넷과 가벼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면, 아이온은 여기에 멀티미디어와 게임 능력을 더했다. ATI(AMD)와 그래픽 칩셋 시장을 주름잡아 온 엔비디아였기에 가능한 구상이었다.
아이온 플랫폼에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통합 칩셋은 기존 지포스 9400 칩셋을 아톰에 맞게 손본 것이다.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며 지포스 9400에 담긴 쿠다와 퓨어비디오 HD 기술을 그대로 담았다. 아톰 플랫폼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3D 게임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아이온이 아톰의 취약한 성능을 보완해 일반 PC 못지않은 성능을 낸다고 자신한다.
성능 테스트-벤치마크 프로그램
아이온 330과 리플 7 듀얼은 운영체제가 깔리지 않은 베어본 PC다. 테스트를 하기 위해 윈도 XP 서비스팩 3을 설치했다.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아이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윈도 비스타나 윈도 7을 쓰는 것이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는 운영체제에서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먼저 ‘크리스털 마크 2004R3’를 돌렸다. CPU의 정수연산(ALU)과 부동소수점연산(FPU) 수치는 아이온 330이 약간 높게 나왔지만 차이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그래픽 성능에 해당하는 항목을 보면 다이렉트 2D를 뺀 나머지 두 항목에서 아이온이 월등히 앞섰다. 특히 오픈GL 항목에서 13배나 차이가 난다. 오픈GL 기반의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시네벤치 R10을 돌려도 결과는 비슷하다. CPU 항목은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은 아이온이 5배나 앞선다.
오픈GL 기반의 시네벤치 R10. 그래픽 성능 하나는 확실히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앞에서 여러 가지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 제품의 성능을 비교했다. 하지만 수치만으로는 두 제품이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PC를 가지고 주로 하는 일을 기준으로, 누가 얼마나 더 잘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과 동영상 재생을 비롯해 음악, 그리고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동영상을 돌려 보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을 6~7개 정도 열고 검색을 하거나 블로그, 카페에 글을 올렸다. 두 제품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원활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음악 역시 둘 다 문제없이 재생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을 해도 끊기거나 느려지지 않았다.
동영상을 돌릴 때는 조금 복잡한 결과가 나왔다. PC에 담긴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때는 저화질이든 HD든 문제없이 돌아갔다. 945GC가 아이온에 비해 CPU 점유율이 약 20% 높았을 뿐이다. 반면 곰 TV의 동영상 서비스에서는 두 제품 모두 일반 화질은 문제가 없었지만 고화질은 조금씩 끊겼다. 블로그에 올라온 유튜브 동영상을 HD 화질로 볼 때는 더 심해서 보기가 불가능 할 정도였다.
곰 TV의 동영상 서비스로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다. HD 영상에서는 온라인에 뜬 동영상을 쾌적하게 즐기기엔 한계가 있다.
게임
이번에는 게임을 통해 그래픽 성능을 측정해 봤다. <카트라이더>, <카운터 스트라이크>,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3가지 게임을 테스트했다. 3D지만 가벼운 캐주얼 게임인 <카트라이더>는 두 제품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레임 수를 보니 아이온 330은 둘 다 초당 60프레임을 소화했고, 리플 7 듀얼은 초당 49프레임과 46프레임이었다. 약 10프레임 정도 차이가 났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차이가 확실히 드러났다. 아이온 330은 초당 34프레임을, 리플 7 듀얼은 초당 12프레임을 기록해 마치 버퍼링 개그를 보는 듯했다.
아이온, 아톰을 위한 인텔의 2중대
탁 까놓고 말해 아이온과 945 칩셋의 비교 테스트는 세 살 난 아이가 봐도 아이온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온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기술이 다수 들어간 ‘현역’인데 반해 945 칩셋은 예비군도 아닌 민방위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몇 년 된 칩셋을 아직까지 우려먹고 있는 인텔이 자초한 것이니 부당하다고 할 것도 없다.
솔직히 이번 테스트 결과를 통해 알아본 아이온 플랫폼의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게임을 할 때는 아이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톰 플랫폼에서 할 수 없었던 게임을 거뜬히 소화한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홍보해온 것처럼 아톰 CPU 기반의 미니 PC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지는 못했다. 이래서야 아톰 플랫폼에 지포스 그래픽 칩셋을 더한 아수스 N10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아이온의 그래픽 성능 덕에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릴 때 종합 점수는 더 높아졌지만, 그것을 가지고 PC의 성능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이온이 기대만큼의 성능을 보여 주지 못한 이유는 PC 환경에 있다. 동영상을 볼 때 많이 쓰는 프로그램은 KM플레이어와 곰플레이어다. 두 프로그램은 자체 코덱을 이용해 동영상을 재생하기 때문에 아이온의 장점 중 하나인 ‘퓨어비디오 HD’(하드웨어 HD 비디오 변환 기술)를 활용하지 못한다. 퓨어비디오 HD를 쓰려면 재생 프로그램의 설정을 그에 맞게 바꿔 주거나 호환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하지만, 일부 마니아를 빼면 이런 수고를 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온의 성능을 모두 끌어내려면 아이온의 자원을 최대한 써먹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엔비디아의 지원이나 대책은 일반 이용자들이 다가가기에 매우 미흡하다. 아이온이 PC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홍보하기 전에 좀더 세심한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KM플레이어나 곰플레이어처럼 사람들이 많이 쓰는 프로그램 제작사에 아이온의 퓨어비디오 HD와 연동되는 코덱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온은 오랫동안 달라진 게 없던 미니 PC 업계에 경쟁 구도를 가져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아이온이 발표된 후 인텔은 GN40 칩셋에 이어 ‘파인트레일’ 플랫폼을 공개하는 등 이전과 달리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있다. 파인트레일의 핵심인 ‘파인뷰’는 인텔의 코어 i7처럼 메모리 컨트롤러가 CPU에 들어가 있으며, 아예 그래픽 코어까지 집어삼킨 프로세서다. 미니 PC를 두고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재로서 가장 유리한 것은 인텔이다. 아이온이 아무리 날고뛰는 재주를 지녔다 해도 인텔의 CPU에 목을 매고 있는 처지라서 아이온의 성공은 인텔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아톰을 대체할 차세대 미니 PC 플랫폼 파인트레일. 기존 3칩 구성을 파인뷰 프로세서와 타이거포인트 칩셋의 2칩으로 재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