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에게 배달된 구글 애드센스 수표
9월호 마감 중에 PC사랑 편집부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구글 애드센스와 관련해 제보할 게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김철수(가명)의 이야기는 블로그 애드센스 수익 문제로 법정까지 가게 된 사연이다. 그가 겪은 하나의 사건에는 현지 실정과 어울리지 않는 해외기업문화, 중점을 잘못 잡아 패소한 법정 싸움, 돈 때문에 변하는 사람 마음 등 여러 가지가 담겨 있었다.
글 PC사랑 황재선
사건은 올해 초에 시작된다. 김철수는 8개월 간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한 덕분에 애드센스 수익금으로 640달러를 지급받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근무지에서 받기로 한 수표가 우체부의 실수로 옆 회사로 배송이 된 것이다. 우연찮게 옆 빌딩 같은 층에 근무하는 또 다른 김철수(김철수2)가 그 수표를 받았다. 김철수2는 우편물을 열어보고 근처 은행에 가서 수표를 현금으로 환전했다.
구글 수표에는 환전하는 사람의 영문 이름과 수령주소, 환전할 금액 이렇게 3가지만 기입되어 있어 주민등록증의 이름과 수표에 적힌 영문 이름의 발음만 같으면 환전을 해준다. 당연히 김철수2는 수표를 환전해 자신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철수는 다른 사람이 자기 수표를 환전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글에 연락해 어떤 은행 지점에서 환전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했다. 그는 은행을 통해 2차례에 걸쳐 김철수2에게 원금을 돌려주면 고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번번이 묵살되었고,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기에 이른다.
경찰의 대질심문에 나온 김철수2는 “나는 우편물을 잘못 열어봤지만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환전을 했을 뿐이지 범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담당검사는 “김철수2가 수표를 환전한 것은 인정이 되나 은행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걸쳐 지급받은 만큼 증거불충분”이라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름만 같으면 수표 환전 가능해
'죄가 없다'는 판결은 전혀 예상하는 못한 것이었다. 문제는 잘못된 혐의로 기소를 한 데 있다.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한명옥 변호사는 무죄 판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범죄는 기본적으로 ‘범죄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검사의 불기소결정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철수2가 은행에 방문해서 수표가 어떻게 자신에게 오게 되었는지 밝히고 환전이 가능한지 문의했다면 피의자에게 범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산 종합 법률사무소의 김경화 변호사는 “형사상 피의자 김철수2에게 횡령죄 또는 적어도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성립한다”면서 “고소인 김철수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항고를 해 처분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사한 판례가 있기 때문에 김철수2는 횡령이나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도 승소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철수 씨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말 구글스럽게 외국의 정책만 고수하는 모습이 당황스럽다. 외국에는 동명이인이 드물지 몰라도 한국은 그렇지 않다. ‘김지영’만 해도 수만 명의 동명이인이 있다. 수표에 전화번호라도 기재해서 본인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글은 지난 8월 뒤늦은 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이 부착된 정부 발행 신분증과 발신자 정보, 지급 내역 페이지에 나와 있는 지급액과 지급 내역 페이지 고유 번호를 확인해 은행에서 수령자에게 수표를 지급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금처럼 동명이인에게 수표가 잘못 배달되는 사고는 확실하게 막을 수 있겠지만 구글의 엉성한 제도와 우체국 직원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탓에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김철수 씨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이름만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구글의 수표. 지난 8월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된 수표 지급 방식이 새롭게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