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PC 줄 게, 새 PC 다오 - “소비자와 기업 모두 웃는 바람직한 마케팅의 기준 세우고파”
보상판매 행사를 벌이는 PC 제조사는 많다. 새 운영체제나 기대를 모으는 하드웨어가 등장하면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고 판매를 촉진하려고 보통 보상판매 행사를 벌인다. 이번에는 인텔의 코어 i5와 윈도 7이라는 호재가 있으니 보상판매라는 마케팅 정책을 꺼내들기 매우 좋은 시기다. 쉽게 말해 매출 올리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수익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겠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보상판매 행사를 준비한 4개 회사의 대표와 실무진을 만나 속내를 들어보았다.
행사 페이지(www.byeoldbuynew.charislaurencreative.com)에 접속해 보상판매 메뉴를 누르면 자동으로 현재 내 PC의 제원을 분석해 보상 가격을 알려준다.
기업 이미지 재고를 위한 투자
이번 행사를 주도한 인텔코리아 리세일러채널조직의 고춘일 전무는 “수익을 기부하는 대신 브랜드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다.
“늑대와여우, 대우루컴즈, 주연테크는 나름 공신력 있지만 대기업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약합니다. 하지만 성능과 품질에 있어 차이는 없죠. 이번 행사는 중소브랜드에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브랜드 파워 재고에 힘을 실어주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보상 판매는 구형 PC를 수거하고 적절한 가격을 매겨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까다로운 과정이 필요한 판매 촉진 방법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다른 손쉬운 방법을 두고 번거로운 보상 판매를 까닭은 무얼까? 이에 대한 답변은 한결 같았다. “PC 제조사의 의무”라는 것이다.
“1년쯤 전에 PC를 새로 구입했는데 전에 쓰던 PC는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버렸습니다. 버리면서도 뭔가 아쉽더군요.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은 무리지만 일반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아직 충분했으니까요. 알고 보니 신흥 시장 등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이런 PC도 충분히 제 구실을 하고 있더군요. 보상판매는 이렇듯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PC가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길을 찾아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춘일 전무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보상판매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중고 PC는 필요한 곳으로 보내 가치 있게 쓰이도록 하고, 보상판매 금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줘 새 PC를 구입할 때 부담을 덜어주자는 생각이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조기에 버려지는 PC를 재활용해 환경 보호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늑대와여우 컴퓨터의 이종권 대표이사는 “소비자는 PC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우리는 수익기증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눔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대우루컴즈의 윤춘기 대표이사도 “소비자는 구형 PC를 버리는 데 돈이 든다고 생각해 ‘치워달라’ ‘버려달라’고 부탁한다”며 “우리는 거꾸로 돈을 주고 구형 PC를 처리해주는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이번 행사를 반길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판매 수익금 전액 유니세프에 기증
물론 기업 활동인 만큼 이번 행사로 얻고자 하는 것도 있다. 지난해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수입 부품 원가가 상승했고, 이것이 PC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도 증가했다. CPU의 경우 “환률 상승 이전에는 190달러 제품이 중심이었으나 환율 영향으로 140달러 수준을 낮아졌다”는 게 인텔 고춘일 전무의 분석이다. 게다가 환율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음에도 주력 CPU 제품의 값은 여전히 14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140달러짜리 CPU도 쓰임새에 따라 제 구실을 하고는 있지만 좀 더 높은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좀 더 많은 소비자가 코어 2 듀오 이상의 고성능 CPU를 경험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춘일 전무는 “코어 i5가 출시 2달 만에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 정도로, 고성능 CPU를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고성능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돕고, 버려지는 중고 PC를 재활용해 소비자와 자선단체에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행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PC는 코어 2 듀오, 코어 2 쿼드, 코어 i5와 i7을 얹은 제품으로 제한된다. 단 보상판매를 통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PC에는 제한이 없다. 펜티엄 III도 좋고, 경쟁사 CPU를 얹은 PC도 환영이다. 데스크톱뿐 아니라 노트북도 보상 받을 수 있다.
보상을 신청하려면 행사가 진행되는 웹페이지(www.byeoldbuynew.charislaurencreative.com)에 접속해 내 PC의 보상 가격을 알아본 뒤 보상 판매를 신청하면 수거 업체가 연락해 PC를 수거한다. 웹페이지에서 버튼만 누르면 제원을 분석해 정확한 보상 가격을 알려준다. 새 PC를 구입할 필요 없이 중고 PC만 처분해도 상관없다. 대신 중고 PC를 처분하고 새 PC를 구입하면 추가로 1만 원을 더 할인받을 수 있다.
인텔 고춘일 전무는 “함부로 버려지는 PC를 재활용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한다.
대우루컴즈 윤춘기 대표이사는 “보상판매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웃을 수 있는 마케팅”이라고 보고 있다.
최신형 PC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어
주연테크의 유은애 그룹장은 “종전에도 보상판매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구형 PC의 정확한 가격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PC를 들고 와야 하는 불편한 시스템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다”며, “이번 행사는 웹사이트에서 간편하게 합리적인 보상 가격을 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으로 찾아가 수거해 오는 시스템이어서 소비자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에게는 가격과 서비스, 구형 PC의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우리는 이를 통해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든든한 AS 시스템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유명 브랜드 PC 못지않은 품질과 AS 수준을 확보했음을 널리 알리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서 기업의 위상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보상 판매 행사는 10월 말부터 시작해 12월 말에 1차 캠페인을 종료하고, 이를 토대로 내용을 보완해 2차 캠페인을 진행한다.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해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행사 대상 PC를 재구성하고, 값을 좀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대우루컴즈 윤춘기 대표이사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웃을 수 있는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과거 대우루 컴즈는 여수시와 손을 잡고 소년소녀가장에게 300대의 PC를 기증한 일이 있습니다. PC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조립해 보고 자신이 조립한 PC를 선물로 증정 받는 행사였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PC를 조립하려고 애 쓰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이번 보상판매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소비자에게는 보상금을 되돌려주고 수익금은 유니세프에 기증함으로서 단지 PC 한 대를 사고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입장을 떠나 함부로 버려지던 PC를 가치 있게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여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많은 소비자가 중고 PC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폐 전자기기로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PC뿐 아니라 다른 전기·전자 제품도 활발하게 재활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은 파는 데만 신경을 쓰고, 뒤처리는 관심이 없다. 중고 제품이 재활용되면 결과적으로 신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줄 것을 걱정해서다. 게다가 중고 보상은 번거롭기만 하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인텔과 3개 중소 PC 제조사가 벌인 이번 행사가 중고 제품 재활용 마케팅의 좋은 선례가 되어 기업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