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I 라데온 HD 5700 시리즈 - HD 4800 시리즈를 보급형 제품을 끌어내린 가족의 재구성

2010-11-13     PC사랑



두달 전까지 AMD 그래픽카드의 중심은 라데온 HD 4000 시리즈였다. 지난달에는 라데온 HD 5870이 나와 새로운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의 시대임을 알리더니 이번 달에는 HD 5770과 HD 5750이 등장해 HD 4000 시리즈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라데온 HD 4800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라데온 시리즈의 선장을 맡은 고성능 그래픽카드다. 지난달 등장한 HD 5870 덕에 HD 4800 시리즈는 1년여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후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1년 만에 성능이 두 배로 향상된 그래픽카드가 등장했으니 AMD는 지난해 발표한 칩셋 개발 전략을 정확하게 지킨 셈이다. 그리고 지난달 예고한 대로 라데온 HD 5000 시리즈의 허리를 맡을 주력 제품 HD 5770과 HD 5750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데온 HD 5000 시리즈의 제원.

라데온 HD 4870과 동급의 제원

지난달 등장한 HD 5870은 메모리 버스폭 256비트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다. 게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이머를 겨냥하고 있다. HD 5700 시리즈는 메모리 대역폭이 128비트로 제한된 중보급형 그래픽카드다. 가장 많은 게이머의 선택을 받는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노리고 나왔다는 말이다. 제원은 한 때 수장을 맡았던 HD 4870과 비교해 전혀 밀릴 게 없다. 무려 1.36테라플롭스에 이르는 연산 능력과 10억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는 HD 4870 이상이다. 메모리 대역폭이 128비트로 묶여 있는 점이 아쉽지만 스트림 프로세서가 거의 비슷해 큰 성능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는 GDDR5를 쓴다. GDDR5는 한 클록에 4개의 데이터를 입출력해 효율이 클록 주파수의 4배가 된다. 실제 클록이 1,200MHz인 라데온 HD 5770의 클록 효율은 4,800MHz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GDDR5는 실제 데이터가 아닌 정보를 함께 전송하는 탓에 4,800MHz란 속도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다. 대신 전압이 낮아 그래픽카드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최대 소비전력은 HD 5770이 108W, HD 5750이 86W다. 3D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AMD 그래픽카드 절전 기술인 파워플레이가 작동해 소비전력을 각각 18W, 16W로 낮춘다. 이는 가정에서 쓰는 백열등의 절반 수준이다. 라데온 HD 4870은 평상시에만 90W를 필요로 한다.


다이렉트X 11 기술로 개발 중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AMD는 올 해 안에 모니터 6개를 연결하는 그래픽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 역시 색다른 방법으로 모니터를 연결해야 한다.

다이렉트X 11 게임과 ATI 아이피니티 멀티모니터 기술

라데온 HD 5700 시리즈 역시 다이렉트X 11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지원한다. 다이렉트X 11은 윈도 7과 함께 배포되는데 현재 관련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HD 5800과 HD 5700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7의 표준 게임 API로 채택한 이상 게임 업계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지만 아직은 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없다. <배틀포지>란 온라인 게임이 다이렉트X 11 패치를 내놓았지만 일부 기술을 접목했을 뿐 다이렉트X 11 기반의 게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배틀포지>는 실사 같은 그래픽을 지향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그래픽 수준의 향상을 느끼기가 힘들다. 다이렉트X 11에 맞춰 개발한 게임은 연말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등장한다.

이 새로운 게임 API에는 3D 그래픽의 뼈대를 이루는 도형을 더욱 세밀하게 나눠 사실적인 표현을 가능케 하는 테슬레이션, 더욱 사실적인 3D를 연출할 수 있는 셰이더 모델 5.0 등이 포함된다. 또 그래픽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더 화려하고 현실적인 3D 화면을 그려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임 내의 물리효과, 인공지능 구현에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다이렉트X 11 기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적이 없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관련 게임이 나오고 시간이 지나 다이렉트X 11을 평가할 기회가 오면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다이렉트X 11 지원과 함께 AMD가 강조하는 것이 ATI 아이피니티 기술이다. 듀얼 디스플레이를 넘어 모니터 3개를 연결해 화면을 띄우는 기술인데, 이를 쓰려면 디스플레이 포트를 쓰는 모니터가 필요하다. 이 단자를 지닌 모니터가 보급이 덜 된 만큼 ATI 아이피니티 기술 역시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라데온 HD 5770의 기판 디자인

라데온 HD 5770은 라데온 HD 4800 시리즈의 표준 설계 기판보다 1cm 짧다. 보조 전원은 6핀 커넥터 하나만 쓴다. 디스플레이 단자는 디스플레이 포트, HDMI, DVI 2개가 있다. 3개의 모니터에 화면을 띄우는 ATI 아이피니티 기술을 쓰려면 모니터 3개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 포트에 연결해야 한다.

라데온 HD 5000 시리즈

라데온 HD 5870
6핀 보조 전원 2개

라데온 HD 5850
6핀 보조 전원 2개

라데온 HD 5770
6핀 보조 전원 1개

라데온 HD 5750
6핀 보조 전원 1개


성능 비교 테스트
속도와 성능은 라데온 HD 4870과 비슷하다. 40나노미터 공정과 파워플레이 덕에 소비전력은 더욱 낮아졌다.

기대되는 비교는 경쟁사 제품이 아니라 라데온 HD 5770과 HD 4870의 승부다. 신구 세대 집안싸움이 재미있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대로 두 제품의 제원이 대동소이한 때문이다. 지금은 HD 4870이 더 저렴하다. 아무리 다이렉트X 11과 ATI 아이피니티란 지원군을 등에 업었어도 게임에서 성능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동일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이렉트X 11 프리미엄은 관련 게임이 쏟아지면 저절로 붙을 것이다.

3D마크 밴티지의 결과부터 살펴보자. 예상대로 집안싸움이 제대로 붙었다. 미세하게 HD 4870이 앞서지만 확실한 우위를 주장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외부 경쟁자인 지포스 GTS 250은 라데온 HD 5750과 비슷한 실력을 보였다.
이 같은 양상은 비행시뮬레이션 게임 <톰클랜시의 H.A.W.X>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H.A.W.X는 다이렉트X 10.1 기술로 화면을 다듬는 몇 되지 않는 게임이다. 다음 세대 API를 지원하는 라데온 HD 5770의 진면목을 알아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나마 가장 발전된 3D 표현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다.

여기서도 HD 4870이 미세하게 앞섰다. 테스트 세팅이나 드라이버 버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차이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두 제품의 3D 성능은 크게 다르지 않고 HD 5770이 한 세대 발전한 기술을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라데온 HD 5000 시리즈는 40나노미터 제조공정과 잘 다듬은 파워플레이 기술 덕에 종전 제품보다 소비전력이 낮다. HD 5700 시리즈 역시 비슷한 성능의 제품보다 전기를 확실히 적게 쓴다.

H.A.W.X

단위는 초당 프레임 수, 숫자가 클수록 좋다.

3D마크 밴티지

단위는 점수고, 숫자가 클수록 좋다.


단위는 와트(W), 숫자가 작을수록 좋다.

미드필더로는 부담스러운 몸값

라데온 HD 5770은 25만 원대, HD 5750은 20만 원 초반으로 등장했다. 이는 200달러 이하의 중급형 그래픽카드라는 AMD의 말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AMD의 릭 버그만 수석 부사장은 HD 5700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ATI 라데온 HD 5700 시리즈가 20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다이렉트X 11 기능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지원, ATI 아이피니티, ATI 스트림 기술 등 ATI 라데온 HD 5800 시리즈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2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의 중급 주력 제품이 2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괴리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가격으로는 지포스 GTS 250, 라데온 HD 4870 등과 경쟁하기도 벅차다. 제품 보급이 늘면 값이 어느 정도 내려가겠지만 초기 출시 가격은 못내 아쉽다.

다이렉트X 11 게임이 전무한 상황에서 굳이 값 비싼 라데온 HD 5700 시리즈를 사느니 HD 4800 시리즈로 눈을 돌리겠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물론 AMD 역시 라데온 HD 5700 시리즈 때문에 HD 4800 시리즈의 판매가 막히는 것을 바라지 않을 테지만, 모처럼 쓸만한 그래픽카드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값이 비싸 입맛만 다셔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다행이 라데온 HD 4770처럼 말로만 떠들고 사라지는 일을 없을 듯하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싸이프레스에 이은 주니퍼의 등장
보급형 레드우드는 내년 1월에 발표 예정
AMD는 지난달 라데온 HD 5800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4분기에 HD 5700 시리즈와 HD 5870 X2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주니퍼라는 코드명의 HD 5700은 200달러 이하의 중급형, 헴록이라는 코드명의 HD 5870 X2는 GPU 2개를 얹은 최상급 그래픽카드다. 싸이프레스, 주니퍼, 헴록 등은 모두 상록수에서 따온 코드명이다. 

지난달 40나노 GPU 생산 공정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해 후속 제품의 출시를 걱정한 것은 그야말로 기우가 지나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 GPU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상록수 시리즈는 AMD가 정한 값보다 훨씬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