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알파 550/알파 500 - 보급형의 가벼움과 중급형의 성능, 거기에 라이브 뷰를 더하면?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자동차가 좋은 예다. 소형차를 고르자니 좁은 공간과 편의 기능, 안전 등의 문제가 걸리고, 중형차를 고르자니 비싼 값과 무지막지한 연비, 주차 공간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비싼 돈을 주고 중급형 DSLR 카메라를 사면 너무 크고 무거워 가지고 다니기 힘들다. 작고 가벼운 보급형으로 바꾸자니 중급형의 성능에 미련이 남는다. 이런 고민 때문에 망설였다면 소니의 ‘알파 500 시리즈’(알파 550, 알파 500)를 눈여겨 보는 게 어떨까?
다이나믹 레인지(계조), 연사, ISO(감도) 기능을 외부 버튼으로 빠르게 설정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600mAh이다. 전력량을 백분율로 표시해 알아보기 쉽다.
부담 없는 체구와 편리한 그래픽 인터페이스
알파 500 시리즈는 소니의 보급형 제품군인 알파 330 시리즈와 중급형 제품군인 알파 700의 중간에 낀 제품군이다. 차로 친다면 준중형 승용차다. 덩치도 알파 330보다는 크고 알파 700보다는 작다. 보디 무게는 599g으로 18-55 SAM 번들 렌즈와 배터리, 메모리를 더하면 890g이다. 중급형 DSLR이 보디만 800~900g임을 감안하면 알파 500 시리즈는 꽤 가벼운 축이다.
디자인은 알파 330과 비슷하지만 손잡이가 좀 더 커졌다. 알파 330 손잡이는 작아서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알파 500 시리즈의 손잡이는 적당한 크기로 잡기 수월하다. 뒷면에 엄지 손가락이 닿는 곳에 고무를 덧대 착용감이 더 좋아졌다.
콘트롤 다이얼은 셔터 바로 앞에 있다. 중급형 DSLR이나 상위 제품은 다이얼을 2개 달아 수동 모드에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알파 500 시리즈는 종전 보급형처럼 다이얼이 1개 뿐이라 아쉽다. 반면 다이나믹 레인지(계조), 연사, ISO(감도) 등 많은 기능을 외부 버튼으로 빼놓아 메뉴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바로 조작한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알파 330보다 직관적이어서 간편하게 세부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조작 편의성만 놓고 보면 보급기보다 뛰어나다.
최근 대다수 카메라들이 채택한 라이브 뷰 기능도 빠지지 않았다. 소니 DSLR은 촬영용 이미지 센서와 광학식 뷰 파인더 사이의 거울을 살짝 틀어 거울에 비친 상을 라이브 뷰 전용 센서로 바꿔 주는 방식이다. 다른 DSLR의 라이브 뷰 모드는 AF 속도가 떨어지는 반면, 알파 500 시리즈는 라이브 뷰를 써도 AF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라이브 뷰를 쓰면서 셔터를 누를 때도 다른 DSLR은 미러를 두 번 움직이지만 소니 DSLR은 미러를 한 번만 움직이기 때문에 빠르다. 소니의 라이브 뷰에 익숙해지면 다른 회사 제품의 라이브 뷰는 답답해서 못 쓸 정도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라이브 뷰를 쓰다 보니 다른 DSLR보다 뷰 파인더 크기가 작다. 중급형 DSLR은 뷰 파인더 배율이 0.95배 이상인데 알파 500 시리즈의 뷰 파인더는 0.8배에 불과하다. 뷰 파인더를 자주 쓴다면 ‘매그니파인더(뷰 파인더 배율을 높여 주는 확대경 같은 장비)’를 사는 편이 낫다.
7.6cm 크기의 액정 화면은 상하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화소 일부분을 잘라내는 디지털 줌 방식으로 단초점 렌즈를 써도 줌 렌즈 효과를 낸다. 초점을 잡을 대상을 확대해 보는 기능은 라이브 뷰로 MF 촬영을 할 때 요긴하다.
알파 550과 알파 500은 화소와 연사, 액정 화면을 뺀 나머지 제원이 같다. 리뷰에는 알파 500을 썼다.
D-레인지 최적화 기능을 껐을 때와 켰을 때의 차이. 그림자에 묻힌 부분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용도에 따라 강도를 조절해 쓰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위사진)D-레인지 최적화 기능 OFF, (아래사진)D-레인지 최적화 기능 ON(강도: 최고 단계)
속도는 빨라지고 노이즈는 줄였다
이미지 센서는 상위 제품인 알파 700과 같은 ‘엑스모어’ CMOS를 쓴다. 엑스모어 CMOS는 이미지 센서 안에 노이즈 처리 기능을 집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알파 700의 노이즈 처리 수준은 다른 제품과 다를 게 없었다. 알파 500 시리즈는 노이즈 처리 기술을 좀 더 갈고닦아 화질을 개선했다. 최고 ISO는 12800으로 높아졌다. 연사 속도도 빨라졌다. 보급형 DSLR은 대부분 초당 3~4장을 찍을 수 있지만 알파 500 시리즈는 5장을 찍는다. 알파 550은 속도 우선 모드로 놓으면 초당 7장까지 찍는다. 경쟁사 DSLR 중 초당 7장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제품을 사려면 200만 원 이상 줘야 한다.
가끔 초점을 잘못 잡아 낭패를 보기도 하는데, 알파 500 시리즈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채 초점을 잡는 얼굴 인식 기능으로 이런 우려를 덜어 준다. 입 모양을 감지해 웃을 때 사진을 찍는 스마일 샷 기능도 담았다. 아쉽게도 동영상 기능은 없다. 소니 캠코더 판매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이나믹 레인지 보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밝은 사진과 어두운 사진을 같이 찍어 색 데이터가 좋은 부분만 골라 합성해 주는 HDR(하이퍼 다이나믹 레인지) 기능을 넣었는데, 보통 HDR 사진을 만들려면 PC에서 작업해야 한다. 펜탁스의 중급 기종인 K-7에도 이 기능이 쓰였지만 알파 500 시리즈의 처리 속도가 더 빠르다. 어두운 배경이나 그림자에 피사체가 묻힌 사진을 소프트웨어로 보정하는 D-레인지 최적화 기능도 편리하다.
엄지 손가락이 닿는 곳에 고무를 덧대 착용감이 좋고, 미끄러지지 않는다.
7.6cm 크기의 액정 화면은 각도 조절이 된다. 위로는 100도, 아래로는 90도까지 꺾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