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MP3 플레이어 4종 벤치마크 -지금 만지러 갈까요?
애플 아이팟 터치
‘아이팟’이라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해
아이팟의 대표 얼굴이 된 아이팟 터치는 같은 해 태어난 아이폰의 이복동생이다. 전화만 빼면 모든 면에서 아이폰과 똑같아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아이폰에서 물려받은 기본기와 아이팟이 갈고닦은 아이튠즈 사단의 지원에 힘입어 터치스크린 MP3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아이템이 된다. 지금은 “세상에는 아이팟과 아이팟이 아닌 것 두 가지의 MP3 플레이어가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얼마 전 공개된 2009년형 아이팟 터치는 “전작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논란을 낫기도 했다.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변화를 줬던 과거와 달리 종전 생김새부터 종전 모델과 똑같고, 기대를 모았던 카메라도 달리지 않았다. 대신 부팅을 비롯한 전체적인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이다. 터치 기능을 이용한 게임을 할 때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 용량 8GB, 32GB, 64GB
■ 화면 8.9cm LCD(480×320화소)
■ 음악 규격 mp3, aac, aiff, wav, 오디오북, 애플 무손실 규격
■ 동영상 규격 H.264, m4v, mp4, mov
■ 재생 시간(완전 충전) 음악 30시간/ 동영상 6시간
■ 무게 115g
■ 크기 6.18×11×0.85cm
■ 값 29만9000원(8GB 기준)
코원 S9
세련된 디자인으로 우뚝 선 코원의 대표 주자
코원은 정통 오디오 브랜드가 아니면서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그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만큼 음악 재생 프로그램인 제트오디오의 초창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닦아온 기술력을 사람들이 인정한다는 뜻이다. 정통 오디오 메이커가 부럽지 않은 기술력과 신뢰도는 국내외 대기업들과 치른 싸움에서 코원이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되었다.
S9은 코원의 첫 터치스크린 제품인 D2를 좀 더 세련된 모양으로 갈고 닦은 느낌이다. 투박하던 D2와는 달리 곡선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으며, 삼성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써 화면이 선명하다. 동영상 재생은 기본이며, 전자사전, 계산기, 블루투스 등 요즘 유행에 맞게 다양한 재주를 담았다.
▒ 용량 4GB, 8GB, 16GB, 32GB
▒ 화면 8.4cm 능동형 유기 LED(480×272화소)
▒ 음악 규격 mp3, wma, ogg, flac, wav, ape
▒ 동영상 규격 avi, wmv, asf, divx
▒ 재생 시간(완전 충전) 음악 55시간/ 동영상 11시간
▒ 무게 77g
▒ 크기 5.7×10.58×1.27cm
▒ 값 23만9000원(8GB 기준)
소니 워크맨 X1050
터치스크린도 소니스타일로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 세대를 대표하는 이름이라면, 워크맨은 카세트테이프 세대의 향수를 지배하는 브랜드다. MP3 플레이어 세대로 건너오면서 그 명성이 퇴색한 감이 있지만 이따금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제품을 내놓아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한다. 아이팟 터치가 나온 뒤 다른 업체들이 이에 대응하는 제품을 내놓느라 사타구니에서 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뛸 때도 노장의 여유를 즐기다가 올 봄에서야 첫 터치스크린 제품인 워크맨 X1050을 내놓았다.
터치스크린 MP3 플레이어가 모두 타도 아이팟을 외치며 아이팟 유전자를 훔쳐온 탓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게 사실. 그나마 워크맨 X1050이 가장 개성있다.
돌의 촉감을 흉내 낸 재질은 다른 제품과 명확히 구분된다. ‘트렌드는 따라가되 우리 식대로 만들겠다’는 소니의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그 의지가 고집불통 노인네의 괜한 트집이라고 생각되는 건 기분 탓일까?
▒ 용량 16GB(X1050), 32GB(X1060)
▒ 화면 7.6cm 유기 LED(432×240화소)
▒ 음악 규격 mp3, wma, aac-lc, 리니어 PCM
▒ 동영상 규격 avc(H.264/avc), mpeg-4, wmv
▒ 재생 시간(완전 충전) 음악 33시간/ 동영상 9시간
▒ 무게 98g
▒ 크기 5.25×9.74×1.05cm
▒ 값 39만9000원(16GB 기준)
삼성전자 옙 M1
애니콜이야, MP3 플레이어야?
화면 아래 떡 자리 잡은 YEPP 로고가 없어도, 옙 M1이 삼성 제품이라는 걸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삼성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라면, 옙 M1을 손에 쥐는 순간 데자뷰 현상을 겪을 지도 모르겠다. 충전 단자 규격부터 메뉴 글씨체, 쏙 빼닮은 외형과 그래픽 인터페이스까지 옙 M1은 뼛속까지 애니콜의 냄새를 풍긴다. 화면을 사이에 둔 스테레오 스피커는 얼핏 보면 전화기의 송수화기와 닮아서 ‘이제는 얘가 휴대폰인지 MP3 플레이어인지도 헷갈’린다.
옙 M1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APX 칩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테그라는 휴대 인터넷 단말기(MID)나 스마트폰에 쓰려고 만들어졌지만 인터넷 전화와 미니노트북 등 예상보다 많은 분야에 쓰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준 HD도 테그라를 쓴다. 닌텐도의 차기 휴대용 게임기에도 테그라가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 용량 8GB, 16GB, 32GB
■ 화면 8.4cm 능동형 유기 LED(480×272화소)
■ 음악 규격 mp3, wma, ogg, wav, aac, m4a, flac
■ 동영상 규격 wmv, asf, H.264, mp4, divx, xvid, avi, svi, mov, m4v
■ 재생 시간(완전 충전) 음악 30시간/ 동영상 5시간
■ 무게 91g
■ 크기 5.42×9.89×0.99cm
■ 값 29만9000원(8GB 기준)
디자인
얼핏 보면 붕어빵, 다시 보니 개성파
터치스크린 MP3 플레이어의 한계는 디자인이다. 화면 크기를 유지하면서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종의 제품은 제각각 개성을 뽐내고 있다. 단 다섯 걸음 이상 떨어지면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역시 넙데데한 애플 아이팟 터치다. 큰 액정 화면을 달아 덩치도 가장 크다. 곡선을 절묘하게 써 실제보다 얇아 보이고 잡을 때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애플 제품답게 필요한 것이 아니면 과감하게 빼 버리는 디자인은 두고두고 애증의 대상이다. 아이팟 터치를 볼 때마다 스티브 잡스 씨의 도도한 표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금속 소재는 튼실해 보이지만 긁힘에는 약하다. 게다가 잔 흠집이 눈에 확 띄는 것이 문제다.
코원 S9은 마치 동양화의 난처럼 부드럽고 단아하다. 코원의 투박한 제품들을 써온 이용자라면 처음에 적응이 힘들었을 듯. 얼마 전 발표한 아이오디오 9을 보면 S9을 시작으로 코원의 디자인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버튼과 충전 단자가 보일 듯 말 듯 한데, 버튼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레 어울리게 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네 제품 중 유일하게 플라스틱으로 몸체를 만들어 긁힘에 가장 약하다. 보호 주머니를 씌우기 전에는 갖고 다닐 엄두조차 내기 힘들겠다.
반대로 가장 튼튼해 보이는 제품은 소니 워크맨 X1050이다. 돌을 깎아 만든 것 같은 몸체는 눈으로 보나 만져 보나 튼실하다. 대리석 느낌의 고광택 소재는 싸구려 소재와 달리 잘 긁히지 않는다. 돌을 닮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다루기 편한 외형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삼성 옙 M1은 화면 위아래에 자리 잡은 스피커 때문에 휴대폰으로 착각하기 딱 좋은 모양이다. 다른 제품들에 비하면 개성도 약하다. 뚜렷한 특징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제품들의 장점을 적당히 섞은 듯한 인상이다. 독창성보다는 숙련된 벤치마킹으로 보험을 드는 걸 좋아하는 국내 대기업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팟 터치 애플 특유의 단조로움
난처럼 부드럽고 단아한 S9
워크맨X 1050 돌처럼 단단한 느낌
휴대전화를 닮은 옙 M1
터치스크린
비단길 안 부러운 아이팟 터치, 가시밭길이 따로 없는 옙 M1
터치스크린의 성능만 놓고 보면 아이팟 터치가 으뜸이다. 감도와 응답 속도, 정확성에서 다른 MP3 플레이어를 뛰어넘는다.
두 손가락을 알아채는 멀티 터치와 부드러운 화면 넘기기 기능은 터치스크린의 장점을 맛깔나게 살렸다.
아이팟 터치의 성능이 워낙 좋다 보니 다른 제품들은 기대에 못 미친다.
워크맨 X1050은 감도와 정확성은 합격점이지만 멀티 터치처럼 터치스크린의 재미를 살려줄 만한 기능이 부족하다. S9은 워크맨 X1050과 같은 수준이다. 감도가 약해 손가락에 힘을 줘야 인식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얼마 전 펌웨어로 문제를 해결했다. 글씨나 그림을 확대하는 줌 UI 기능이 편리하지만 일부 메뉴에서만 쓸 수 있어 아쉽다.
옙 M1은 최악의 터치스크린이란 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터다. 입력할 때마다 진동이 생기는 진동 피드백은 맘에 들지만 감도와 정확성 모두 다른 제품보다 떨어진다. 힘을 주어 눌러도 입력이 되지 않아 ‘더블 클릭을 해야 하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음악을 고를 때도 선택한 곡이 아니라 위나 아래에 있는 음악이 재생되는 일이 많아
짜증이 날 정도였다. 화면 넘김도 매끈하지 못하다.
버튼
편리한 버튼 돋보이는 워크맨 X1050, 애플의 못된 점만 골라 배운 옙 M1
기업들은 터치스크린을 첨단 기술이나 트렌드라는 단어로 보기 좋게 포장하지만, 버튼에 익숙한 사람에게 터치스크린은 고통이다. 게임을 할 때 목표물을 향해 통쾌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쾌감을 터치스크린으로 느껴야 한다면 누가 게임기를 살까?
터치스크린만으로는 기기를 다룰 수 없다. MP3 플레이어보다 먼저 터치스크린을 단 기기들도 끝내 버튼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가장 훌륭한 터치스크린을 가진 아이팟 터치도 버튼이 달렸다. 터치스크린과 버튼은 세대를 넘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아이팟 터치
아이팟 터치는 화면 아래 HOME 버튼이 눈에 띈다. 음악을 듣든 비디오를 보든 어느 메뉴에 들어가 있어도 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첫 메뉴 화면으로 돌아온다. 음악과 동영상, 인터넷 등 많은 재주를 지닌 아이팟 터치를 쓰다 보면 이 버튼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될 것이다. HOME 버튼과 함께라면 메뉴 속에서 미아될 걱정은 없다. 전원과 음량 조절 버튼을 위와 옆에 달았다.
워크맨 X1050
워크맨 X1050은 터치스크린치고는 꽤 많은 버튼을 달았다. HOME 버튼이 화면 아래 있고, 위에는 재생/일시정지 버튼과 앞/뒤 탐색 버튼이 있어 주머니에 MP3 플레이어를 넣은 상태에서도 화면을 보지 않고 기기를 다룰 수 있다. 잠금 스위치를 당겨 기능을 잠그는 것도 편하다. 오른쪽에는 음량 조절 버튼과 소음 감소 스위치가 있다. 터치스크린 뿐만 아니라 버튼 조작을 선호하는 이용자를 배려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옙 M1
옙 M1은 위쪽에 전원/잠금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만 두었다. 가운데 구멍이 하나 있어 리셋용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마이크다. 제품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을 때 요긴한 리셋 버튼이 없는 것이 걸린다. 전원/홀드 버튼 옆에 재생이나 HOME 버튼을 달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애플의 못된 부분만 골라서 배운 것 같다.
S9
S9도 재생 버튼과 곡 탐색 버튼을 달았지만, 디자인 특성상 튀지 않게 디자인해 워크맨 X1050보다 찾기 어렵다.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재생 버튼을 찾는 건 쉽지만 곡 탐색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을 구분하려면 조금 익숙해져야겠다. 전원과 잠금 기능을 겸한 스위치가 애매한 곳에 있는 것이 감점 요소.
그래픽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의 정석 아이팟 터치, 아이콘부터 빈티 나는 워크맨 X1050
아이팟 터치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맥 OS의 세련된 디자인과 아이팟의 메뉴를 더한 느낌이다. 깔끔하면서도 눈에 잘 띄는 아이콘은 흠 잡을 데 없다. 메뉴는 3개 페이지로 구성되었고, 각 화면마다 아이콘이 빼곡하다. 모든 기능을 첫 메뉴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맨 아랫줄은 음악, 동영상, 인터넷, 애플 앱스토어 기능을 담았다. 맥 OS의 ‘독’(dock) 메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맥을 쓰는 사람이라면 친근감을 느낄 듯하다.
워크맨 X1050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단순하다 못해 심심하다. 단색의 아이콘은 다른 제품의 화려한 아이콘에 견주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첫 화면에는 9개의 아이콘이 있는데, 디자인은 둘째 치고 아이콘 이름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음악과 인터넷, 라디오, 유튜브 기능은 금방 알아챌 수 있지만 나머지 아이콘은 메뉴에 들어가기 전에는 감을 잡을 수 없다. 완성도 높은 외형에 비하면 김빠지는 소프트웨어가 아닐 수 없다.
S9은 평범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플래시로 만든 아이콘은 파스텔 톤 색상으로 산뜻하고, 컬러를 바꿀 수도 있다. 메뉴 구조는 평범하다. 각 아이콘을 누르면 하위 메뉴로 들어가 세부 기능을 고른다. 하위 메뉴로 들어오면 오른쪽 상단에 HOME 버튼 구실을 하는 아이콘이 있다. 어떤 메뉴든 이 아이콘을 누르면 초기 메뉴로 돌아온다. 기본에 충실한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다.
옙 M1은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가장 화려하다. 아이콘을 3D로 만들어 입체감 있다. 3페이지로 구성한 메뉴는 아이팟 터치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짙다. 밝기 조절, 시계, 슬라이드 등 자잘한 기능을 담은 위젯을 구석구석에 놓았다. 메뉴 스타일과 아이콘, 위젯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데 워낙 복잡해서 다루기 힘들 정도다. HOME 버튼 기능이 없어 복잡한 설정을 건드리다가 다시 첫 화면으로 나오려면 애를 먹는다. 아이팟 터치의 편리함은 따라갈 수 없지만 화려함은 쌍벽을 이룬다.
아이팟 터치
워크맨 x1050
S9
옙 M1
부가 기능
맛깔 나는 부가 기능들로 채운 잔칫상 가려내기
터치스크린 MP3 플레이어의 장점은 자유도가 높은 인터페이스에 있다. 예를 들어 계산기 기능이라면 종전 버튼식으로는 방향키를 눌러 숫자를 바꾸느라 정신없었지만 터치스크린은 화면에 뜬 숫자를 누르면 된다. 터치스크린의 장점을 살린 각 제품의 부가 기능을 표로 정리했다.
주목할 점은 특정 기능에 따라 외국 제품과 국산 제품이 나뉜다는 것이다. 아이팟 터치와 워크맨 X1050은 무선 인터넷 기능을 갖추었고, S9과 옙 M1은 지상파 DMB 기능을 담았다. DMB는 MP3 플레이어뿐 아니라 휴대폰이나 네비게이션 등 국산 휴대기기에 빠지지 않는 기능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DMB 기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폰 국내 출시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요즘은 국내 이용자들도 무선 인터넷에 관심이 많은 만큼 다음 제품에 무선 인터넷 기능을 더하는 것이 어떨까.
기본 이어폰
기본 이어폰은 정말 구색 맞추기용?
음악 마니아들은 MP3 플레이어의 음질은 기기보다 이어폰에 달렸다고 조언한다. 이 때문에 기기보다 몇 배는 비싼 이어폰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 4개 제품에 포함된 이어폰을 살펴보자.
부팅 속도
기다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
4개 제품의 부팅 속도를 비교했다. 각 제품의 전원 버튼과 스톱워치를 동시에 눌러 첫 화면이 뜨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아이팟 터치는 전원이 켜지면 바로 스크린세이버가 작동하기 때문에 바로 HOME 버튼을 눌러 첫 메뉴 화면이 뜨게 했다.
가장 빨리 켜진 제품은 워크맨 X1050이다. 기능은 무척 단순하지만 그만큼 빨랐다. 그 뒤를 S9이 바짝 쫓았다. 가장 기능이 많은 옙 M1과 아이팟 터치는 10초가 한참 지나서야 켜졌다. 특히 옙 M1은 테그라 칩셋을 쓴 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종전 제품과 달라진 게 없어 실망스러웠다.
2009년형 아이팟 터치는 녹음 기능이 더해지면서 이어폰에 음량 조절 버튼과 마이크가 들어갔다. 버튼과 마이크가 달린 것을 빼면 종전의 이어폰과 같다. 녹음 기능이 더해진 것은 반갑지만 반드시 기본 이어폰을 써야 한다는 것은 불만이다.
S9의 이어폰은 코원의 종전 제품들에 들어간 것과 같다. 4개 제품의 이어폰 중 아이팟과 더불어 가장 고참이라 할 수 있다. 두꺼운 금속을 덧댄 외형은 여전히 고급스럽다. 하지만 유닛 덮개가 플라스틱이라 아쉽다.
워크맨 X1050은 귓속형 이어폰을 묶었다. 4개 제품에 포함된 이어폰 중 가장 작고 고급스럽다. 워크맨 X1050과 연동해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을 쓸 수 있다. 거꾸로 기본 이어폰이 없으면 이 기능을 쓸 수 없다.
옙 M1은 종전의 기본 이어폰보다 한결 나아진 EP-390을 함께 준다. EP-390은 먼저 나온 옙 R1에 처음 쓰였는데, 당시 삼성전자에서 “구색 맞추기용 이어폰이 아니다”고 할 만큼 자신만만한 제품이다.
무선 인터넷
아이팟 터치의 인터넷 화면
일반적인 인터넷 사이트들은 PC가 기준이어서 해상도가 낮은 휴대기기에서는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팟 터치는 화면에 맞게 웹페이지 크기를 조절해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화면 크기로 인한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뉴스를 훑어보거나 트위터 또는 미투데이 등을 관리할 때 유용하다.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아이팟 콘텐츠 판매 사이트에 접속하는 기능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워크맨 X1050도 무선 인터넷 기능을 넣었지만 브라우저 속도가 느리고, 화면을 줄였을 때 글씨가 깨져 알아보기 힘들다. 액정 화면도 작아 상당히 불편하다. 글씨 입력도 쿼티 자판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같은 방식이라서 속도가 느리다. 이메일 기능은 없지만 유투브 동영상은 볼 수 있다.
워크맨 X1050의 인터넷 화면
DMB
S9과 옙 M1은 같은 액정 화면을 쓰는 만큼 화질도 차이가 없다. 옙 M1은 스피커를 내장해 여러 사람이 같이 볼 수 있고, S9은 안테나 없이 이어폰만 꽂으면 방송이 수신된다.
옙 M1은 본체에 수납된 안테나를 잡아 빼서 신호를 수신한다. 조금 다른 점이 있지만 둘 다 DMB를 시청하는 데는 불편이 없다.
게임
아이팟 터치의 게임 기능은 에뮬레이터를 얹은 휴대용 게임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의 인식률이 뛰어난 데다, 중력 센서 덕에 흔들거나 움직이는 동작도 알아챈다. 3D 표현이 가능한 그래픽도 게임기 못지않다. 애플이 2009년형 아이팟 터치를 내놓으면서 “게임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을 정도.
S9이나 옙 M1에 들어간 게임은 플래시 기반이어서 무척 단순하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아이팟 터치의 게임 기능이 워낙 뛰어나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아이팟 터치가 게임기에 견줄 정도라면 S9이나 옙 M1은 일반 휴대전화 수준이다.
음질
뭐니뭐니해도 MP3 플레이어는 소리가 생명
기본 이어폰을 두고 ‘쓰레기’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지만 제조사가 이어폰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 만큼 고가 이어폰과 비교하면 음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음질 좋다고 알려진 제조사의 6~7만 원짜리 이어폰보다 MP3 플레이어에 끼워 주는 이어폰이 훨씬 나은 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제품 4대를 번갈아 들고 다니며 음악을 들어 봤다. 약 40곡 정도로 음질을 비교했고, 현악기가 많이 쓰인 음악을 주로 들었다.
가장 나은 소리를 들려 준 것은 워크맨 X1050이다. 무엇보다 소음 제거 기능이 효과 만점이다. 광고처럼 모든 소음을 싹 없애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잘한 소음을 없애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기본 이어폰 성능도 수준급이다. 웬만한 중저가 이어폰보다 낫다. 옙 M1도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역시 이어폰이 한몫한다. 워크맨 X1050의 이어폰보다 출력이 약하지만 음이 맑고 음역이 넓어 저음과 고음을 부드럽게 넘나든다. 조금 쏘는 듯 하지만 제품에 포함된 이어폰 솜을 끼우면 한결 편한 소리를 들려준다.
S9의 이어폰은 옙 M1과 정반대의 성향을 보여주었다. 출력이 높고 중저음이 탄탄하다. S9에 옙 M1의 이어폰을 연결했더니 옙 M1으로 들을 때보다 음이 맑아졌다. 하지만 큰 차이라고는 보기 힘들고, 이어폰 길들이기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무시해도 좋을 듯하다.
의외의 결과를 보인 것은 아이팟 터치다. 다른 제품에 비해 음이 메마르고 박력이 떨어진다. 이어폰 때문인가 싶어 다른 이어폰으로 바꿔 들어 봤지만 크게 다를 게 없다. 아이팟 터치의 음질이 부족한 탓이다. 다른 제품이 음장 외에도 소음 차단이나 고음 복원 같은 다양한 음향 설정 기능을 갖춘 것에 비해 아이팟 터치는 음장 기능 하나뿐이다. 터치스크린으로 다른 제품을 압도했지만 정작 소리로는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지만 비싼 값에 걸맞은 음질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아이팟 이용자들이 왜 비싼 스피커와 이어폰 같은 데 돈을 아끼지 않는지 이해가 된다.
아이팟 터치의 장기인 화면 넘기기. 이 현란한 기능만큼 음질도 멋졌더라면...
PC사랑의 선택
가격경쟁력과 음질에서 으뜸 코원 S9
사실 제품을 받기 전만 해도 아이팟 터치가 당연히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이팟 터치의 터치스크린 성능은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과 게임 기능은 다른 제품이 대신할 수 없는 아이팟 터치의 매력을 확실하게 굳혀 준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로서 가장 핵심적인 음질이 매우 취약하다. 단지 이어폰 문제라면 이 정도로 실망하지는 않았겠지만 기기 자체가 음질이 나쁘다는 건 애초에 개발할 때부터 음질 개선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든다. 무선 인터넷이나 게임이라면 차라리 다른 기기를 사는 것이 낫다. 애플 마니아들은 기기보다 이어폰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아이팟 음질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반면 워크맨 X1050은 음질과 디자인은 흠잡을 데 없지만 터치스크린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고, 값도 어이없을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옙 M1은 아이팟 터치와 반대되는 제품이다. 터치스크린의 인식률은 낮은 대신 음질은 뛰어나다. 음질이 본분이기에 아이팟 터치보다 높은 점수를 줬지만 선뜻 권하고 싶지는 않다.
S9은 아이팟 터치에 이어 두 번째로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나온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흠잡을 데 없고, 경쟁 제품에 견줘 값도 저렴한 편이다. 허우대가 부실한 게 걸림돌이지만 값을 생각하면 눈감아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