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PC 분야 주요 이슈 점검 - PC 상향평준화 시대의 원년

2010-12-17     PC사랑

[CPU] 인텔과 AMD 양대 산맥 넘보는 세력들
2009년 시작과 함께 AMD가 45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페넘 II 시리즈를 공개했다. 3차 캐시를 6MB로 늘리고 DDR2와 DDR3 메모리를 지원하는 새로운 페넘은 종전 제품보다 30% 성능이 향상되었다. 45나노미터 공정 CPU 시장을 선점한 인텔에 견주면 출시가 늦은 편이었지만 기존 AM2+ 소켓 메인보드에서도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판매량을 늘려 나갔다. 인텔에 비해 저렴한 값도 강점이었다.

이후 AMD는 배수제한 없는 듀얼코어 CPU를 내놓는 등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들을 속속 내놨다. 6월 대만 컴퓨텍스에서 공개한 애슬론 II X2 250, 페넘 II X2 550 블랙에디션은 쿼드코어 페넘에 토대를 둔 듀얼코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저가형 쿼드코어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텔 멀티 코어 제품에 대적하기 위한 애슬론 II X4 620, 630은 각각 2.8GHz, 2.6GHz의 클록 속도를 뽐낸다. 이 제품들이 페넘 II와 다른 점은 3차 캐시의 유무뿐이다. 출시 당시 인텔의 가장 저렴한 쿼드코어인 Q8200이 10만 원대 후반, 코어 i5 750이 20만 원대 후반이어서 10만 원대 초반에 나온 애슬론 II X4는 보급형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저가 공세 AMD에 맞불 놓은 인텔
연초 AMD의 45나노미터 CPU들이 시장에 풀리자 곧바로 인텔은 코어 2 쿼드부터 코어 2 듀오, 펜티엄 듀얼 코어, 셀러론까지 모든 제품의 값을 크게 내렸다. 일부 CPU는 절반 가격으로 낮아지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편, 인텔은 미니노트북 시장을 공고히 하려고 새로운 아톰 프로세서인 N280과 GN40 그래픽 칩셋을 선보였다. N280은 기존 아톰과 클록 속도(1.66GHz)는 큰 차이 없지만 FSB가 667MHz로 향상되었다.

AMD와 인텔이 45나노미터 공정 CPU를 가지고 싸우자 세간의 이목은 더 세밀한 CPU는 언제 나올 것이냐에 쏠렸다. 인텔은 32나노미터 CPU의 시연 제품을 공개하면서 향후 2년 동안 70억 달러를 투자해 32나노미터 CPU를 양산할 것을 천명했다. 반면 AMD의 32나노미터 CPU는 2010년 이후에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동안 인텔과 AMD 기세에 눌려 자취를 감췄던 비아 CPU가 삼성전자에 실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08년 히트한 미니노트북 NC10의 후속인 NC20을 통해서다. 이 미니노트북은 12.1인치 LCD를 쓰고 비아 나노 U225 1.3GHz 프로세서, 비아 크롬 9HC3 그래픽 칩셋을 얹었다. 삼성전자가 AMD보다 인텔 CPU에 후한 점수를 줄 정도로 인지도를 따져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그런데 주력 미니노트북에 지명도가 낮은 비아 CPU를 썼으니 화제가 될 법도 하다. 비아는 지난해 중순부터 UMPC와 미니노트북에 쓰이는 모바일 CPU 개발에 주력해 왔다.


올해 미니노트북 시장에서 선전한 인텔 넷북용 칩셋.


인텔만 고집하던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비아 CPU를 써서 만든 NC20.

인텔, CPU 브랜드 단순화 작업 성공

2010년에는 초보자도 인텔 CPU를 간단하게 고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텔은 지난 6월부터 코어 i7에 이어 i5, i3 식으로 브랜드 단순화 작업을 펼쳐왔다. CPU가 다양해지고 성능, 값에 따라 모델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는데 애를 먹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인텔은 코어 i에 숫자를 붙여 구분을 쉽게 하겠다고 나섰다. CPU 성능을 3등급으로 나눠 고성능 제품군은 코어 i7, 일반은 코어 i5, 보급형은 코어 i3로 구분할 계획이다. 또 종전 코어 2 듀오, 코어 2 쿼드 등은 코어 i 시리즈가 모두 등장한 이후에는 쓰지 않고, 대신 클록 속도에 맞춰 코어 i5, i7 식으로 구분한다. 단 펜티엄, 셀러론, 아톰 등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노트북을 위한 새로운 모바일 CPU도 여럿 공개됐다. 인텔이 내놓은 LV 시리즈의 SL9600, SU9600은 2009년 노트북 시장의 트렌드인 초박형 제품에 널리 쓰였다. 이 중 싱글코어의 초저전력 프로세서인 코어 2 솔로 SU3500은 클록 속도가 1.4GHz로, 캐시나 버스 속도에서는 듀얼코어 제품과 동일하지만 코어가 하나라서 TDP가 5.5W밖에 되지 않는다.

코어 i7을 모태로 한 모바일 CPU도 등장했다. 920XM, 820QM, 720QM 등은 45나노미터 공정의 CPU로서 터보부스트, 하이퍼스레드 등 데스크톱용 코어 i7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어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인텔 코어 i5는 윈도 7과 맞물려 하반기 조립 PC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양대 산맥에 도전장 던진 엔비디아
봄바람 부는 3월, 그래픽 칩셋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CPU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바다 건너서 들려왔다. 엔비디아 마이크 하라 IR 담당 수석 부사장이 애널리스트들과 미팅 도중 언급한 내용을 월스트리트 저널이 공개한 것. 월스트리트 저널은 엔비디아가 CPU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최소 2~3년은 있어야 실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과 AMD 모두 CPU 안에 그래픽 칩셋을 넣는 새로운 형태의 CPU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토사구팽의 위기에 처한 엔비디아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앞으로 엔비디아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것이 2010년 CPU 시장을 관망하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기존 CPU 업체에 맞서 반기를 든 세력이 나타났다. 후지쯔, 도시바를 주축으로 한 일본 디지털 가전, 휴대폰 업체가 CPU 규격을 통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기술을 공유해 개발 비용은 줄이고 시간도 아끼자는 취지지만, 인텔과 AMD의 지배체제가 차세대 디지털 기기에서도 이어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일본의 CPU 표준은 2012년께나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CPU 시장 진출을 장고하는 엔비디아. 과연 결과는?

[메인보드] CPU 진화에 발맞춰 발전한 2009년
2009년 CPU 시장을 돌아보면 메인보드 업계가 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연초에 AMD는 페넘 II CPU를 대거 내놓으면서 메인보드 시장도 그에 발맞춰 신제품을 쏟아냈다.

AM3 기반 메인보드 등장
AM3 프로세서 출시에 따라 제일 먼저 아수스에서 M4 시리즈를 내놨다. AMD 프로세서 최초로 DDR3 컨트롤러를 적용한 페넘 II를 얹는 메인보드답게 오버클록할 경우 최고 DDR3 2,000MHz라는 속도를 지원한다. 또 오버클록 유틸리티인 ‘아수스 터보 V’와 ‘아수스 터보 키’ 등으로 편리하게 오버클록하게 했다.

기가바이트도 GA-MA790FXT-UD5P, GA-MA790FX-UD4P를 출시했다. 이 메인보드는 AMD 790FX, 790X 칩셋을 얹은 모델이다. 두 제품 모두 2온스 구리를 첨가한 PCB와 5만 시간 수명을 보장하는 일본제 솔리드 커패시터를 썼고, 울트라 듀러블 3 기술과 열전도 파이프를 써서 오버클록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식힌다.

785 칩셋은 여름방학이 한창인 7월에 등장했다. MSI의 785GM-E65가 그것으로, ATI 라데온 HD 4200 GPU를 얹었다. HDMI와 DVI 단자를 갖췄고, 마이크로 ATX 폼팩터로 홈시어터 PC 분야 등에서 눈길을 끌었다.


아수스의 첫 AM3 메인보드 M4 시리즈.


기가바이트의 GA-MA790FXT-UD5P. AM3를 지원한다.

인텔 코어 i5 대중화 바람 탄 P55 메인보드
하반기 메인보드의 이슈인 P55 칩셋 기반 메인보드가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2009에서 공개되었다.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이 메인보드는 초기에는 고가형 제품 위주로 나오다 현재는 실속형 제품까지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이엠텍을 꼽을 수 있다.

‘이스타 EXP55 칸딘스키’는 마니아들만 쓰는 기능과 기술을 덜어낸 보급형 P55 메인보드다. 전원 단자도 4+2페이즈로 단출하지만 오버클록 옵션도 있고 CPU 부하에 따라 쓰지 않는 전원을 차단하는 그린 파워 유틸리티 기술도 쓸 수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아이온 플랫폼 기반의 메인보드로 미니 PC 시장을 공략했다. 국내에는 미니 ITX 기반 베어본 PC 전문회사인 비아코에서 관련 제품을 내놨다. 대만의 조텍(Zotac)에서 생산한 메인보드인데, N330 듀얼코어와 N230 싱글코어 아톰 프로세서를 얹은 모델로 나뉜다. 아이온 플랫폼은 흔히 ‘넷톱’으로 부르는 미니 PC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불러 왔으며 앞으로도 활약이 기대된다.


이엠텍의 이스타 EXP55 칸딘스키 메인보드.


엔비아 아이온 플랫폼을 쓴 디앤디컴의 미니 PC.

[하드디스크] 1TB 하드디스크 전성시대
2009년은 2010년 펼쳐질 2TB 하드디스크 대중화 시대에 앞서 열린 1TB 대중화 시대의 원년이었다.
사실 1TB 하드디스크는 2007년부터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지만, 2~3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값 때문에 널리 쓰이지 못했다.
2년이 지난 2009년에 들어서야 100GB당 1만 원대로 내려왔다.

올해 하드디스크 시장을 살펴보면 내년은 ‘100GB당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업체가 패권을 차지할 것이다.
한편, 하드디스크 제조사가 하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일본 후지쯔가 하드디스크 사업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끝내 사업을 접었다.
당시 웨스턴디지털이 강력한 인수업체로 물망에 올랐지만, 먼 나라 미국보다 가까운 이웃끼리 뜻이 통했는지 도시바가 인수를 선언했다.

2009년에도 통한 WD의 3색 전략
웨스턴디지털(WD)는 2007년부터 하드디스크를 3색으로 구분해 팔았다. 그린은 친환경, 블루는 일반용, 블랙은 마니아용으로 구분해 소비자가 용도에 따라 색깔을 보고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초보자도 알기 쉽게 시각화한 전략은 2009년 들어서도 잘 통했다. 덕분에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도 유리했다.

2TB 하드디스크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WD였다. 지난 1월 ‘캐비어 그린 WD20EADS’를 출시하면서 2TB 하드디스크 시대를 알렸다. 외장 하드디스크 분야에서도 2TB 제품이 쏟아졌다. WD 마이북 시리즈는 쓰지 않을 때 자동으로 대기모드로 전환되도록 설계되어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2.5인치 분야에서는 333GB 플래터 3장을 겹쳐 만든 ‘스콜피오 블루’ 1TB 하드디스크를 내놨다.
 
8MB 캐시와 5,200rpm으로 작동하는 모델로 외장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의 용량 증가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기업을 위한 2TB 하드디스크도 선보였다. 7,200rpm의 캐비어 블랙 2TB는 64MB 캐시를 얹어 속도와 용량을 동시에 챙겼다.

WD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이하 SSD)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도 깔았다. 지난 3월 SSD 개발업체인 실리콘 시스템스를 인수한 것. 이 회사는 이전까지 2.5인치, 1.8인치 SSD를 개발·생산했다. SSD는 개발 단계부터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적임자로 주목받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안정성과 가격에서 하드디스크를 밀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WD의 참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웨스턴디지털의 첫 2TB 하드디스크인 캐비어 그린 WD20EADS.


올해는 다양한 외장 하드 디스크가 출시되었다.

호사다마, 와신상담의 씨게이트
씨게이트는 하드디스크 플래터 한 장에 가장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제조사였다. 1.5TB 하드디스크를 제일 먼저 내놓은 회사도 씨게이트다. 이런 장기를 살려 새로운 500GB 하드디스크를 내놨다.

‘ST3500410AS’라는 이 하드디스크는 여느 500GB 하드디스크와 달리 단 한 장의 플래터만 쓴 것이 특징이다. 이 플래터를 2장 겹쳐 만든 것이 ‘씨게이트 바라쿠다 7200.12 HD’ 1TB 하드디스크다. 플래터를 적게 쓰면 그만큼 제조단가도 내려가고, 플래터를 읽는 헤드의 수도 줄어든다. 속도 향상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하드디스크들은 성능과 안정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분위기를 살리려는 찰나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2008년 12월 이전에 생산한 7200.11 시리즈 중 일부 제품이 펌웨어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이 오류로 하드디스크에 들은 데이터를 꺼내지 못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발생했다. 게다가 7200.11 시리즈 중 좋은 반응을 얻었던 1.5TB, 1TB, 750GB, 640GB, 500GB 등 대용량 제품이 다수 포함되어 한동안 씨게이트 제품을 꺼려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와신상담이라 했던가. 씨게이트는 이런 악재 속에서 500GB 플래터 4장을 겹친 2TB 하드디스크를 내놓는다. 뒤이어 흔히 쓰는 하드디스크보다 50% 정도 소비전력을 줄인 ‘바라쿠다 LP(Low Power)’도 선보여 잃었던 민심을 되찾기 시작한다. 바라쿠다 LP는 회전속도를 5,900rpm으로 낮춘 모델로, 소비전력과 발열, 소음이 적은 편이다.

한편, 씨게이트는 하드디스크 제조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초당 6GB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SATA 3.0 기반 하드디스크를 내놨다. 바라쿠타 XT가 그 주인공으로 회전속도는 7,200rpm, 버퍼메모리는 64MB다. 현재 시장에서 SATA 3.0을 지원하는 메인보드가 드물어 실용적이지는 않지만, 내년에는 다른 대접을 받을 것이다.


씨게이트의 ST3500410AS 하드디스크는 플래터 1장만 썼다.


SATA 3.0을 지원하는 씨게이트의 바라쿠다 XT.

삼성전자 ‘느리게 걷기’
삼성전자는 올해 이웃 제조사들이 대용량 하드디스크 출시에 열을 올릴 때 한발 물러나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WD와 씨게이트가 2TB 하드디스크 출시를 두고 신경전을 부릴 때도 삼성전자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3월에 들어서야 500GB 플래터 3장을 포갠 1.5TB 하드디스크 ‘에코 그린 스핀포인트 F2G’를 내놓은 게 전부였다.

대신 모바일 하드디스크 시장에서는 발 빠르게 신제품을 선보였다. ‘스핀포인트 M7’은 최대 500GB 용량의 제품으로 이전 제품보다 소비전력은 낮아지고 내구성은 높아졌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1.8인치 신제품도 내놨다. 7월에 출시한 ‘스핀포인트 N3U’는 1.8인치 플래터를 쓴 모델로 125GB 용량을 갖춘 플래터 2장을 썼다. N3U는 USB 인터페이스를 내장한 것이 특징이다.

상반기까지 이렇다 할 3.5인치 신제품을 내놓지 않다가 여름 방학이 한창인 7월 ‘스핀포인트 F3’를 놓으며 WD와 씨게이트 뒤를 쫓기 시작한다. 스핀포인트 F3는 500GB 플래터를 얹은 하드디스크로서, 500GB와 1TB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500GB 이상 대용량 하드디스크 수요가 향후 5년간 연평균 19.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들어서 100GB당 값이 떨어지면서 1TB 하드디스크를 찾는 손길이 늘었다. 삼성전자도 플래터당 500GB 용량을 갖췄기 때문에 2010년에 펼쳐질 2TB 대중화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플래터 1장으로 구성된 2.5인치 스핀포인트.

[그래픽 카드] 더 커지고 더 강해졌다
엔비디아와 AMD 두 업체만 남은 그래픽 시장. 그러나 올해도 신제품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경쟁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질세라 대응 제품을 내놓는 모양새가 흡사 AMD와 인텔의 싸움과도 비슷하다.
올해 AMD는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엔비디아도 지포스 200 시리즈를 대거 내놨다.

그래픽카드의 화두는 얼마나 더 커지고, 더 강력한 성능을 보일 수 있는가 여부였다.

AMD, 40나노미터 고지 선점하고도 실속은 못 챙겨
2008년 말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듀얼 GT 200 그래픽카드. 명칭을 두고 다양한 예측이 오고 갔지만 실제로 정해진 이름은 GTX 295였다. 이와 관련해 이엠텍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공구데이’ 이벤트를 통해 GTX 295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GTX 295는 55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GT 200 기반 그래픽 프로세서 2개를 얹은 최고 성능의 그래픽카드다. 스트림 프로세서를 480개 지녔고, 896비트로 구성된 1,792MB 용량의 GDDR3 메모리를 달았다. 그래픽코어는 575MHz로 작동하고, 메모리 속도도 1,998MHz에 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AMD의 무기는 4월쯤 공개되었다. 라데온 HD 4890이 그것으로, 고성능 GDDR5 메모리 얹었고, 그래픽코어는 1GHz로 작동한다. 연산 성능은 1.6테라플롭스로 GTX 285의 1.06테라플롭스보다 50% 향상되었다.

40나노미터 공정의 라데온 HD 4770도 같은 달 나왔다. HD 4890처럼 GDDR5 메모리를 얹고 해상도가 낮은 영상 매체의 선명도를 보강하는 2세대 ‘AMD 통합비디오디코더’(UVD 2.0) 기술을 쓸 수 있는 제품이다. HD 4770은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제품 수량이 너무 부족해서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9월 들어 AMD가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ATI 라데온 HD 5800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화제가 됐다. 라데온 HD 5800 시리즈는 2.72테라플롭스의 연산능력을 갖춘 그래픽카드로서 다이렉트X 11과 트리플 모니터 지원을 특징으로 한다. 10월에는 HD 5770과 HD 5750이 나왔다. HD 5770도 다이렉트X 11과 아이피니티 기술을 지원하지만 메모리 버스폭이 128비트인 보급형 제품이다. 11월에는 HD 5000 시리즈 중에서 최상위 모델인 HD 5970을 발표했다. ATI 라데온 HD 5970은 HD 5800에 쓰이는 GPU 2개를 얹은 그래픽카드다. 스트림 프로세서는 무려 3,200개에 이른다. HD 5970은 장시간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GPU의 전원을 차단해 전력 소모를 줄인다.


엔비디아의 GTX 295.


AMD의 HD 4890.


HD 5970은 다이렉트X 11을 지원한 듀얼 GPU 첫 번째 그래픽카드다.

AMD 재주넘고, 재미는 엔비디아가 보고
엔비디아는 3월 GTS 250을 내놓으면서 그간 9800GT로 버텨왔던 중보급형 시장 물갈이를 시작했다. GTS 250은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AMD가 내놓은 HD 4850과 격돌했다. GTS 250은 쿠다(CUDA), SLI, 피직스 등 엔비디아가 내세우는 최신 그래픽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GTX 275는 여름방학 특수를 톡톡히 봤다. GT 200 기반으로 만든 이 모델은 1,404MHz로 움직이는 240개 프로세서 코어와 텍스처 프로세싱 유닛 80개, 896MB 프레임 버퍼를 갖췄다.

한편, 엔비디아는 10월에 40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GT 240, GT 220 등의 그래픽카드를 내놓았다. 이들 제품은 내년까지 엔비디아의 보급형 제품군을 담당하며 AMD의 공세를 막아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엔비디아 고성능 제품군의 간판 모델 구실을 한 GTX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