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야 산다 - 완전 쌔끈한 초박형 노트북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조련사가 번다
초박형, 울트라 씬(Ultra-Thin)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무척 얇다’는 뜻. 올 초에 저전압 프로세서인 애슬론 네오 CPU를 주축으로 한 유콘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AMD는 아톰과 명백히 선을 긋기 위해 넷북이 아닌 이 용어를 다시 들고 나왔다. 명칭만 새로웠을 뿐 이미 비슷한 성격의 노트북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어 AMD의 초박형은 박복한 1년을 보내야 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콘 기반 제품을 내놓은 HP에 너무 의존하느라 첫 걸음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초박형으로 재미를 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자인 인텔이었다. 지난 6월 컴퓨텍스 행사에서 인텔은 CULV(초저전압) CPU를 소개하며 관련 플랫폼을 ‘초박형’으로 묶었다. 인텔은 이를 주제로 발표회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으로 초박형 노트북의 선봉에 서는 데 성공한다. 물론 인텔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의 힘이 컸다.
진정한 초박형 노트북 1호라 할 수 있는 HP 파빌리온 DV2.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는 아톰의 라이벌로 알려졌다. 하지만 AMD는 초박형이란 새로운 제품군을 꿈꾸고 있었다.
다이어트 성공한 노트북··· 울트라 씬 되다
초박형 노트북이라는 성격의 제품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노트북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지금처럼 작은 부품을 만들기 어려웠다. 덩치를 줄이기 위해 모니터, 키보드 등 꼭 필요한 것만 노트북에 담고 필요에 따라 단자와 광학 드라이브를 확장할 수 있는 도킹 스테이션을 달아 쓰는 형태가 보통이었다. 작고 편한 USB가 등장하고 얇은 광학 드라이브가 만들어지면서 PC의 모든 기능을 노트북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제품을 ‘올인원 노트북’이라 불렀으며, 종전처럼 광학 드라이브를 빼고 휴대성에 치중한 제품을 ‘서브 노트북’이라 불렀다.
2000년대 들어 노트북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값이 비싸 잘 나가는 직장인이 업무용으로 쓰곤 했다. 기능이 많은 올인원 노트북이 인기였는데, 지금처럼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가 없었던 시절이라 광학 드라이브가 없으면 매우 불편한 때문이었다. 게다가 USB 외에 시리얼, PCMCIA, S-비디오, IEEE 1394 등 다양한 규격들을 골고루 쓰던 때라 맥북 에어처럼 딸랑 USB 단자 몇 개만 단 제품은 대접받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간혹 소니의 바이오 C시리즈와 같은 제품들이 주목받았지만 성능이 떨어지고 값도 비싸서 대중적인 제품은 되지 못했다.
노트북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2007년이다. USB 메모리와 하드디스크의 값이 떨어지고 용량이 늘면서 광학 드라이브가 주요 저장장치라는 지위를 잃은 시기다. 아예 광학 드라이브를 떼어내 무게를 줄이는 이용자도 있었다. 프린터나 캠코더 등 주변기기 인터페이스가 USB로 통일되면서 굳이 덩치 큰 시리얼 단자나 PCMCIA 규격을 쓸 필요도 없어졌다. 신디사이저 같은 전문 장비도 USB만 가지고 연결할 있게 됐다. 인텔에서 코어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성능에 대한 갈증도 해소되었다.
2008년 1월, 노트북을 서류 봉투에서 꺼내는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은 맥북 에어가 등장하면서 얇은 노트북의 시대가 열렸다. LG전자는 광학 드라이브를 빼 크기와 무게를 대폭 줄인 엑스노트 P310을 내놓았고, 레노버는 싱크패드 X300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도킹 스테이션을 결합한 노트북. 최근까지도 도킹 스테이션으로 확장성에 대한 불편함을 해결하는 일이 많았다.
얇은 노트북이 비쌌던 이유는?
서브 노트북이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은 올인원 노트북에 견줘 기능이나 성능이 취약했던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값이다.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만큼 값이라도 싸야 한다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서브 노트북은 올인원 노트북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100만 원 이하의 올인원 노트북이 봇물처럼 쏟아질 때도 서브 노트북만은 비싼 몸값을 고집했다. 이처럼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비싼 값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값보다 휴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부 마니아를 통해 명맥을 유지해 왔을 뿐이다.
얇은 노트북은 왜 비쌌던 걸까? 제일 먼저 CPU가 의심된다. 얇은 노트북에는 십중팔구 인텔의 초저전압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다. 재작년에 나온 코어 2 듀오 U7700(1.33GHz) CPU는 노트북 제조사가 1,000개 단위로 구매할 때 1개당 289달러였다. 단, 인텔 홈페이지에 공시된 값이고, 실제 공급가는 계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어쨌든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약 23만 원 정도로 100만 원대 노트북에 들어가던 다른 CPU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CPU가 노트북 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기에는 힘이 떨어진다. 게다가 CPU가 PC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크다고 해봐야 PC의 수많은 구성품 중 하나일 뿐이다.
이쯤 되면 ‘부품이 금이냐ʼ는 탄식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한 꺼풀 벗겨 보면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한 예로, 광학 드라이브까지 달고도 1.2k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던 소니 바이오 TZ는 몸 전체에 탄소섬유를 둘렀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비행기, 우주선 등에 쓰이는 비싼 소재다. 물론 금의 가치에 비할 수는 없지만 저가형 노트북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와 견줘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수스 U2E는 값비싼 SSD를 단 것도 모자라 외장하드를 끼워 팔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PCB(기판) 크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상당한 집적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얇은 노트북에 쓰이는 PCB의 면적은 일반 노트북의 1/3 수준이었다. 결국 얇은 노트북이 비쌀 수밖에 없던 이유는 비싼 소재와 집적 기술의 탓이다.
앞에서 얘기했듯 확장성과 범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서브 노트북을 쓰려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당연히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은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올인원 노트북이 먼저였다. 노트북 제조사들도 많이 팔리는 올인원 노트북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서브 노트북은 디자인이나 고급스러움을 내세워 값을 비싸게 매겼다. 성격이 뚜렷한 만큼 ‘값이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것이다. 기능보다 휴대성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린 맥북 에어 또한 휴대성과 디자인을 내세워 값을 비싸게 책정했다. 제조사들은 ‘얇은 노트북=비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니의 바이오 PCG-C1.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작고 가벼워 많은 마니아를 거느렸다.
진화의 막바지에 이른 노트북
맥북 에어가 휴대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휴대성과 저렴함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확보한 것은 미니노트북이다. 원래 미니노트북은 인텔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대량 보급할 수 있는 값싼 교육용 PC를 만들려다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미 PC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미니노트북 때문에 일반 노트북의 판매량이 줄어 인텔이 미니노트북에게서 ‘노트북’이란 성(姓)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인텔이나 노트북 제조사들의 심기는 불편했다. 제품이 많이 팔리는 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느라 마진까지 확 뺀 미니노트북이 비싼 노트북 시장을 쥐고 흔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성능을 빼면 거의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미니노트북을 견제하려면 좀 더 좋은 성능을 지니면서 그 못지않은 이동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해답이 바로 초박형이었던 것이다. 첫 번째 답안이었던 MSI의 엑스슬림 X340은 ‘값 싼 맥북 에어’라는 호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초박형은 종전의 비싼 얇은 노트북에서 획기적으로 값을 내린 제품일까? 답은 ‘아니’다. 시중에 나온 울트라 씬 제품 중 가장 가벼운 게 평균 1.4kg이다. 이 정도의 무게는 일반 31cm(12인치급 화면) 노트북에서 광학 드라이브만 제거하면 도달할 수 있다.
참고로 200만 원대의 얇은 노트북들은 광학 드라이브를 달아도 무게가 같거나 더 가볍다. 초박형은 미니노트북을 약간 불렸거나, 일반 노트북에서 광학 드라이브만 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질 좋고 비싼 것보다 적당히 쓸 만하면서 부담 없는 초박형 노트북을 반길 수밖에 없다. 맥북 에어가 나왔어도 한 동안 얇은 노트북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일반 노트북과 같거나 더 싸다. 수도권에서는 와이브로 패키지로 휴대폰 장만하듯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초박형 노트북은 값과 성능, 휴대성과 편의성 등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을 잘 담아낸 이상적인 제품이다. 어쩌면 지금의 노트북 형태에서 시도할 수 있는 최종 진화형이 울트라 씬일지도 모른다. PC를 목에 걸고 다니거나 시계처럼 차고 다니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MSI 엑스슬림
MSI의 엑스슬림 X340은 얇은 노트북의 ‘가격파괴’ 시대를 연 첫 주자다. 맥북 에어의 향기가 짙지만 잘 빠진 디자인과 적당한 성능, 값이 조화를 이뤄 호평을 받았다. 이후 배터리 용량을 늘린 X340 슈퍼와 X600, X400 등 꾸준히 제품군을 늘렸다. 얼핏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측면에 띠를 두르거나 숫자 패드를 더하는 등 조금씩 변화를 줬다. 경쟁 제품들보다 좀 더 가볍지만 만듦새는 떨어진다.
엑스슬림 X600
엑스슬림 X400
아수스 UL
아수스는 지난여름 CULV 프로세서를 쓴 39cm(15인치) 크기의 ‘UL50’만 내놓았다가 윈도 7이 나오고 나서야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두께가 얇아진 대신 상판에 금속 소재를 써 강도를 보완하고, 자판 크기를 줄인 대신 간격을 넓혀 오타 확률을 줄였다. 덩치가 큰 ‘UL80’은 광학 드라이브까지 갖췄다. 만듦새가 제법 탄탄하지만 다른 제품들보다 조금 더 무겁다. 32비트보다 호환성이 떨어지는 64비트 운영체제를 쓰는 것도 맘에 걸린다.
UL30A
UL20A
델 인스피론 Z
델 인스피론 시리즈는 외형은 단순하지만 분홍, 보라, 녹색 등 독특하고 다양한 색이 돋보인다. 인스피론 11Z는 녹색, 빨강, 검정, 파랑, 보라, 분홍, 흰색 등 7가지 색을 갖춰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기능에 중점을 둔 13Z와 14Z는 코어 2 듀오 ULV CPU와 광학 드라이브 지포스, 라데온 GPU를 달았다.
인스피론 11Z
인스피론 14Z
에이서 아스파이어 타임라인
국내 노트북 시장에 재진출한 에이서는 초반에 발견된 작은 결함을 리콜로 대처해 나름 깔끔하게 ‘액땜’을 했다. 아스파이어 타임라인 시리즈는 크기에 따라 다른 매력을 지녔다. 미니노트북보다 약간 더 큰 1810TZ는 빨강, 파랑, 검정색 등 3가지 색으로 원하는 색을 고를 수 있다. 3810TZ와 3810TZG는 상판에 알루미늄을 씌워 믿음직하다.
아스파이어 타임라인 3810TZG
도시바 포테제 T130
T130은 눈처럼 하얀 바탕에 무늬를 입혀 사뭇 다른 인상이다. ‘3차원 하드디스크 보호’ 기능을 갖춰 충격이나 진동으로부터 하드디스크를 지킨다.
포테제 T130
인텔이 얘기하는 초박형 노트북의 조건?
미니노트북에 그랬듯, 인텔은 초박형, 울트라 씬에도 규격을 정해 놨다. 인켈이 정한 규격을 따르면 초박형 노트북은 두께가 2.5cm(약 1인치) 미만, 무게는 1~2kg이어야 한다. 인텔의 잣대에는 인텔 CULV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도 포함된다.
여기서는 인텔 CPU뿐 아니라 AMD CPU를 얹은 유콘과 콩고 플랫폼까지 ‘초박형’으로 통일해 다루도록 하겠다.
속도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을까?
인텔 CULV CPU 제원
초박형 노트북의 강점은 미니노트북의 휴대성과 일반 노트북의 성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 성능은 어떨까? CPU가 딸랑 2가지뿐이던 아톰과 달리 울트라 씬은 셀러론, 펜티엄, 코어 2 듀오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에서는 제품 대 제품을 비교하기보다 CPU를 기준으로 얼마나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테스트를 하면서 기준을 잡기 위해 아톰 N270(1.6GHz) CPU와 코어 2 듀오 P8700(2.53GHz) CPU를 같이 측정했다. PC마크 05, 크리스털마크 R3 등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려 CPU 분야만 뽑아 봤다. 같은 CPU라도 제품에 따라 조금씩 점수가 달랐지만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예상대로 CULV 프로세서는 아톰과 일반 코어 2 듀오의 중간 정도의 성능이다. 다만 슈퍼 파이 1.5와 시네벤치 R10 등 CPU의 코어 하나만을 쓰는 단일 연산 작업을 할 때 싱글코어인 SU3500이 듀얼코어 SU7300을 앞선다는 게 눈여겨 볼만하다. 프로그램을 많이 띄워 놓고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SU3500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의외로 활약이 돋보였던 것은 인텔 가문에서 늘 무시 받는 셀러론이다. 셀러론 듀얼코어 SU2300이 바로 위 제품인 펜티엄 SU4100을 근소한 차이로 바짝 뒤쫓는가 싶더니 크리스털마크 정수연산에서는 코어 2 듀오 SU7300까지 뛰어넘었다. 특히 SU4100에도 없는 가상화 기술을 갖춰 윈도 7의 가상 XP 모드도 쓸 수 있다. “어째서 이 녀석이 셀러론이지?”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아톰 CPU만 쓰는 미니 노트북 과 달리 울트라 씬은 코어2 듀오 제품군도 있다.
인텔 CULV 제품군 주요 제원. 코어 수, 클록, 2차 캐시 등 다양한 기준으로 나뉜다.
※ 단위는 점수. 높을수록 좋다.
※ 단위는 점수. 높을수록 좋다.
※ 시간이 짧을수록 성능이 좋다
GMA 4500M HD, 내장 그래픽이라고 기죽지 말자
인텔 초박형 제품들은 인텔 4x 시리즈 칩셋을 저전압 제품에 맞게 다듬은 GS45 익스프레스 칩셋을 쓴다. 이 칩셋은 GMA 4500M HD라는 그래픽 코어를 내장했다. 미니노트북용 아톰 제품군에 쓰인 그래픽 코어가 몇 세대 전의 볼품없는 GMA 950이었던 것에 비해 GMA 4500M HD는 이제 1년을 갓 넘은 현역이다. GMA 950과는 수준이 다르다.
측정해 본 결과, GMA 950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물론 엔비디아 아이온이나 그래픽카드를 따로 단 제품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말 그대로 ‘안구에 습기 차던’ GMA 950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각 노트북을 가지고 여러 용도로 작업하며 체감 성능을 알아보았다. (별 5개 만점)
이번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재생, 온라인 스트리밍 등 다양한 작업을 했다. 아톰 CPU를 쓰는 미니노트북은 성능을 떠나서 작은 화면과 해상도 때문에 몹시 불편했다. 휴대성을 강조한 모델이니 집에서 쓴다면 좀 불편해도 모니터를 따로 연결해 쓰는 게 낫다. 셀러론 ULV 723과 코어 2 솔로 SU3500 등 싱글코어 프로세서는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워 놓으면 헐떡거렸다. 반면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음악 재생은 모든 제품에서 매끄러웠다. 동영상도 640×480화소 수준의 일반 동영상은 모두 가겹게 소화했다. 용량이 큰 1,920×1,080화소 동영상을 돌릴 때부터 차이가 드러났다. 약 8GB 가량 되는 콘서트 동영상을 돌려보니 미니노트북은 재생 자체가 무리였고, GMA 4500M HD 그래픽을 쓰는 제품들은 재생은 문제가 없지만 멈췄다 다시 돌리거나 전후 탐색을 할 때 약간 버벅대는 것이 느껴졌다. 이는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을 쓰는 일부 데스크톱 PC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스트리밍 기능으로 음악과 동영상을 돌렸다. 역시 음악은 모든 제품이 문제가 없었지만 동영상이 문제였다. 곰 TV 동영상을 돌릴 때 미니노트북은 일반 화질의 동영상에서도 시스템 점유율이 천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GMA 4500M HD를 쓰는 제품들은 일반 화질과 고화질 모두 거뜬히 소화했지만 싱글코어 프로세서는 멈칫거리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듀얼코어 프로세서도 재생은 순조롭지만 전후 탐색을 할 때는 원활하지 못했다.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돌려 보았다. (별 5개 만점)
각 노트북의 배터리 이용시간을 측정했다.
아이온 같은 게임을 돌리는 건 무리지만 카트라이더 같은 캐주얼 게임은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해봤다. 미니노트북과 싱글코어 프로세서는 카트라이더를 돌릴 수 있지만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미니노트북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할 때 심하게 끊겨 3D 그래픽의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반면 GMA 4500M HD를 쓰는 제품들은 완벽하지는 못해도 큰 불편함 없이 그래픽을 소화했다. 게임 마니아를 만족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제원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라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
초박형 노트북이 내세운 또 다른 장점이 바로 배터리 수명이다. 일반 노트북 플랫폼인 센트리노 2(코어 2 듀오 CPU, GM45 익스프레스 칩셋, ICH9M)를 조합한 열 설계 전력이 49.5W다. 반면 울트라 씬은 다 합쳤을 때 24.5W로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고 노트북의 전력 소비량도 2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하드디스크 등 나머지 부품은 거의 같은 것을 쓰기 때문이다.
제품들의 배터리 이용시간을 측정했다. 전력을 여과 없이 그대로 쓰는 일반 모드와 제조사의 절전 기술이 들어간 절전 모드에서 각각 동영상을 돌렸다. 배터리 용량이 적은 X340과 인스피론 14Z를 빼고 대부분 일반 모드에서 3~4시간 동안 작동했으며, 절전 모드는 제품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가량 더 쓸 수 있었다.
이런 제품도 있다!
AMD의 새 드림팀, 콩고가 왔다!
AMD가 유콘에 이어 2세대 초박형 플랫폼 ‘콩고’를 내놓았다. 콩고는 듀얼코어 애슬론 네오 CPU를 쓰고 데스크톱 PC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780G 통합 그래픽 칩셋을 다듬어 얹었다. 작은 노트북에서 시도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인 셈이다. 많은 기대를 끌어 모았던 이 드림팀, 그만큼 활약을 기대해도 될까? 숨겨진 성능을 끌어내 보았다.
MSI 윈드12
원래 윈드라는 브랜드는 미니노트북 제품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초박형이라면 당연히 엑스슬림 시리즈로 나와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윈드 시리즈로 출시되었다. 날렵하던 엑스슬림의 디자인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비슷한 크기의 경쟁 제품에 비해 작고 가벼워 마음에 든다.
콩고에 쓰인 라데온 HD 3200 그래픽 코어는 유투브의 고화질 동영상도 매끄럽게 소화한다.
AMD 비전(VISION)
AMD는 오래 전부터 옵티마이즈(최적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경쟁사인 인텔이 센트리노를 앞세워 승승장구 해 온 것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인텔의 마케팅 능력 앞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던 AMD로서는 신뢰성과 성능을 강조한 옵티마이즈 브랜드가 적절한 선택이었다.
시작은 2007년 하반기에 발표한 ‘베터 바이 디자인’이다. AMD 프로세서를 주축으로 하되, 그래픽과 무선랜은 ATI와 엔비디아, 브로드컴, 애서로스 등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칩셋 제조사들은 우군으로 맞이하는 전략이었다. 강력한 여당을 상대로 힘없는 야당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윈도 7 출시에 발맞춰 나온 ‘비전’은 그래픽 칩셋을 ATI(AMD) 제품으로 통일하고 작년에 선보인 ‘AMD GAME!’ 프로그램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성능에 따라 베이직(초급), 프리미엄(중급), 얼티밋(고급) 단계로 나누어 소비자의 용도나 예산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윈도 운영체제 등급과 같은 이름을 쓴다는 점은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윈도 7에 묻어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참고로 콩고는 비전 베이직 등급에 해당된다.
콩고, CULV를 넘을 것인가
비교 차원에서 듀얼코어 애슬론 네오 CPU를 쓴 유콘 기반 제품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싱글코어 애슬론 네오 CPU와 라데온 HD 3410 그래픽카드를 단 HP 파빌리온 DV2, 그리고 인텔 초박형 두 제품과 비교했다. 그래픽 비중이 높은 3D마크 06과 시네벤치 R10에서는 DV2가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그 외에는 U230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곰 TV와 유투브에서 서비스하는 동영상을 재생해 보았다. U210X는 일반 화질은 둘 다 거뜬히 재생했지만 곰 TV 고화질 동영상은 전후 탐색을 할 때 심하게 버벅였다. 유투브 고화질 동영상은 재생 도중 몇 차례나 끊겼다. 반면 U230은 고화질 동영상도 거뜬히 소화했다. 곰 TV 고화질 동영상에서는 시스템 점유율이 올라갔지만 큰 무리 없이 무난히 돌아갔고, 유투브 고화질 동영상도 부드럽게 돌렸다.
뛰어난 성능에 비해 배터리 성능은 취약하다. 특히 비교를 한 인스피론 11Z와 U230은 1시간이나 차이가 났다. 같은 몸체에 같은 배터리를 쓰는 U200보다도 30분가량 빨리 떨어진다. 더 이상 콩고의 성능에 의문을 품을 일은 없겠지만 짧은 배터리 수명은 여전히 아쉽다.
(연두색)MSI U210X (카키색)MSI U230 (군청색)HP DV2 (갈색)HP DV2 (쥐색)델 인스피론 11
용량이 큰 배터리를 달았지만 같은 배터리를 쓴 인텔 CULV 제품보다 이용 시간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