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이야기 아델피아 인터내셔널 - NO.3의 자신감
모니터 시장 수준을 높이고자 창업
아델피아 인터내셔널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류영렬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1994년 12월 말까지 IBM IPO(수출구매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LG전자(당시 금성)에서 만든 모니터와 파워서플라이 등을 미국과 영국 IBM PC사업부에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때까지는 국내 대기업도 모니터에 대한 설계 개발 지식과 세계 표준에 맞는 품질 관리 수준이 미흡해 IBM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국내 대기업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더 이상 한국 IBM IPO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되었다.”
류영렬 대표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라 보고 IBM을 그만두고 1995년 3월 PC주변기기를 다루는 ‘아델피아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회사를 만들고 보니 전공분야인 모니터 시장 상황이 예상과는 달랐다. 수준 미달인 회사들이 국내 모니터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대기업 간부 출신을 앉히고 마구잡이로 모니터 사업부를 신설해 기술보다 출신을 내세우는 회사가 많았다. 의구심이 드는 반면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우리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면, 모니터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PC를 포함해 노트북, 모바일 등 시장이 변해도 모니터는 영원할 거라고 판단해 모니터를 주력 사업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경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못했다. 창업 초기엔 자금은 물론 낮은 인지도 때문에 쉽게 일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일단 미국 IBM과 렉스마크(IBM에서 분사한 프린터 회사)의 시장조사 컨설팅업무로 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내 IBM시절 연을 맺었던 PC 회사에서 모니터 공급 요청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모니터 사업이 시작되었다.
“당시 목표는 제품과 서비스의 최고 품질이었다. IBM시절, 대기업이라도 품질이나 약속을 어기는 행위를 질책하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주변기기와 모니터 OEM 사업으로 내실을 다지던 아델피아 인터내셔널은 1999년 드디어 ‘알파스캔’의 이름을 단 첫 모니터를 세상에 내놨다. 이후 꾸준히 제품을 내놓고 인기를 얻으며 2002년 연매출 200억 원을 넘겼고, 사람들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알파스캔 CRT 초기 제품인 KM712(좌)와 KM870(우).
대기업 추종자가 아닌 당당한 경쟁자
알파스캔은 초반부터 무서운 신인을 배출하지는 않았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기본을 지켜온 기업이다. 알파스캔 제품마다 특징이 각각 다르지만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있다.
알파스캔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품질’이다. 특히 패널과 전력에 집중했다. 패널은 모니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불량 패널은 쓰면 빛이 새어나고 색 번짐 현상 등이 생기고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알파스캔은 정품 패널을 원칙으로 했다. ‘A2400W’과 ‘A2010W LPL’ 등은 국산 정품 패널을 이용해 2007년 모니터 비수기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전자제품이 많아지면서 전력소모 줄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알파스캔은 4단계 대기전력저감기술 개발계획에 따라 2008년 내놓은 제품부터 1단계인 0.5W를 실현하였으며, 2009년에는 2단계인 0.3W 신제품을 내놨다. 대기 전력을 최소화하려면 원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최소한의 가격 인상으로 신제품을 생산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에는 ‘소비자 시민모임’이 주관하는 ‘제4회 대기전력 우수업체’ 심사에서 삼성, LG와 함께 모니터 부문 우수업체 후보로 뽑혔다. 중소기업에서 이름을 올린 곳은 아델피아 인터내셔널 뿐이다. 류영렬 대표는 전자 제품 시장에 불어온 친환경 바람도 피해가지 않았다. 2009년 2월 공식적으로 친환경 경영철학을 발표하고 모든 제품에 RoHS(유해물질 사용제한지침/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Directive) 인증 마크를 당당하게 붙였다.
모니터를 고르는 소비자의 두 번째 선택 기준은 서비스다. 대기업 제품은 서비스센터가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널리 퍼져있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기가 쉽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이다. 알파스캔 역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알파스캔은 서비스가 쉬운 대기업 제품에 ‘명품 서비스’로 맞서고 있다. 자사 제품을 명품이라고 여기는 만큼 명품을 산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도 수용하는 서비스다.
2006년 3월 지금의 가양센터로 옮겨와서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전화나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만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를 위해 휴게 시설을 마련했다. 지방 소비자는 모니터를 수리하는 동안 불편이 없도록 다른 제품을 보내준다.
“자가용이 고장 나서 몇 일간 정비공장에 있을 때의 답답함이나, 모니터를 수리 보냈을 때의 답답함이나 똑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서비스든 적극 활동할 수 있는 데는 횟수(고장 고객 수)가 상당히 적기 때문이다. 5만 시간 MTBF(평균 고장시간)의 표준 품질기준이 보여주듯 품질 수준이 세계 표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알파스캔의 한계와 도전
큰 배와 달리 작은 배는 아무리 탄탄해도 암초 하나에도 좌초될 수 있다. 한 분야에 주력하고 소량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한계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마음도 승객과 마찬가지다. 평생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중소기업은 선택의 순간에 늘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류대표는 아델피아 인터내셔널도 중소기업이지만 소비자 선택은 경영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제품을 좀 더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일단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소기업 스스로 ‘나는 중소기업이니까 대기업보다 못해도 된다’는 패배의식을 가진 곳도 많다.
싼 가격이니 나쁜 제품을 팔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좋지 않은 자세다.”
안일한 경영 자세가 곧 ‘싼게 다 이렇지’라는 인식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우리도 중소기업이다. 대부분 고객이 금액이 다소 저렴해서 알파스캔을 고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이런 의심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제품 인지도와 회사의 명예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알파스캔의 입소문은 멀리 퍼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디자인의 변화였다. 패널과 서비스로 인정받고는 있지만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지적이 아직 많다. 류영렬 대표는 중소기업의 장점으로 ‘디자인의 다양성’도 빼놓지 않은 만큼 알패스캔은 생김새의 변화를 주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추니 자연스럽게 생김새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2008년 3월에 디자인 경영 철학을 발표한다.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당시)이 디자인 경영을 표방한 직후다. 전자제품에도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고객 대부분은 대부분 서민, 중산층인 것으로 판단했다. 명품족은 아니지만 명품을 쓴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딱딱한 모니터지만 갖고 싶고 만지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욕심에 알파스캔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부착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사각 형태의 단순한 생김새지만 배젤 아래 반짝이는 보석을 붙이니 다른 제품처럼 보였다. 시장 반응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라며 가산점을 주는 사람은 많다.
아델피아 인터내셔널 가양센터 안쪽에 마련된 고객 전용 인터넷 이용공간과 고객콜센터.
2010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을 비롯한 각종 인증서. 대기업까지 포함된 경쟁에서 3위를 차지해 중소기업의 파워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5등의 여유를 가지다
알파스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순수 국산 브랜드’라는 문구와 ‘대한민국 NO 3’라는 소개글이 눈에 들어온다. 알파스캔은 현재 업계 3위지만 내부적으로 2.5등이라고 부른다. 2등과는 좀 더 가깝고 4등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뜻이다.
제품에서는 작년부터 본격화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모니터, 컬러 스트라이프 모니터 등 이성과 감성이 조화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는 수퍼 슬림, 플로팅 등 신선한 디자인의 제품을 추가해 더욱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특화된 분야 중 하나였던 친환경 저전력 기술을 더욱 강화, 대기전력 0.1W 제품을 포함한 저전력 기술을 더욱 확대 적용함으로써 단순히 이산화탄소 절감뿐만 아니라 소비전력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알파스캔 홈페이지에는 순수 국내 브랜드와 대한민국 No.3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글귀가 적혀있다.
날씬한 몸매를 뽐내는 TLED24 무결점
24인치 / 1920×1080 / TN 계열 / 2ms / 250cd / 37만 9000원
올해 3월 발표한 알파스캔의 첫 LED 제품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알파스캔의 효자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날씬한 몸매는 화면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한다. 앞뒤 구분 없는 매끈한 선과 고광택이 자랑이다. 광시야각 패널을 쓴 제품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제품에 적용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평가를 받을 듯.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는 코치 P271DHS
27인치 / 1920×1080 / TN 계열 / 2ms / 300cd / 30만 원대 후반
2010년 4월에 세상에 나온 제품으로 1주일 만에 찾는 사람이 제품 생산량을 넘어선 인기 제품이다. 27형이지만 소비전력은 45w로 대기업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전기요금에 민감한 PC방 업주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델피아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모니터가 대형화되면서 고객들이 전기요금을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라며 대기전력 저감기술 계획이 결실을 거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기대가 너무 높았던
프레스티지 R2400 무결점
24인치 / 1920×1080 / TN 계열 / 2ms / 300cd / 32만 원
류영렬 대표가 아쉬워하는 제품 중의 하나다. 2009년 5월에 발표된 알파스캔 ‘R2400DHS’은 대기전력 0.3W인 초절전 친환경 모니터로 알파스캔 절전 기술력이 집결된 제품이다. 게임과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고객과 PC방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고정 종횡비와 오디오 볼륨 조정 단축키를 추가했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투자한 기술에 비해서 값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였는데 오히려 너무 싸서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니터
팜므 스와로브스키 P2400 HDT
24인치 / 1920×1080 / TN 계열 / 5ms / 300cd / 39만 9000원
화면뿐 아니라 모니터 보는 맛도 더했다. ‘P2400HDT’는 디자인에 변화를 준 제품이다. 배젤 아래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달아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P2400HDT는 16:9 풀 HD 제품으로, 고화질의 HDTV튜너도 달아 디지털 TV를 시청할 수 있다. 또 HDMI 입력단자와 돌비서라운드 스피커를 달아 음향적인 면도 소홀히하지 않았다.
대표의 말
“알파스캔 소비자는 입맛이 까다롭다. 알파스캔 소비자는 품질, 제원, 서비스 수준 등 제품을 고를 때 까다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더욱 높아지면 우리 소비자의 눈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훈련 받은 알파스캔은 시장점유율을 쉽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물건을 팔기위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는 존재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앞으로도 고객행복, 디자인 경영, 친환경 경영, 품질 경영의 기본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여 알파스캔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매출 신장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알파스캔 모니터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제품을 신뢰하고 아끼는 소비자가 있기에 가능하단 사실에 늘 감사하며 어렵게 결정한 구매를 후회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델피아 인터내셔널을 창업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류영렬 대표.
기자의 말
2.1등이 되는 날을 기대하며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알파스캔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업계 3위지만 스스로 위축되는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넘어서려고 하지도 않는다.
알파스캔이 내세우는 ‘값’ ‘품질’ ‘서비스’는 약과 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양면을 지닌 특징이다. 중소기업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브랜드 대상과 친환경 인증 등 자랑거리가 많다. 규모에서 대기업과 상대하려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서도 안 되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또 다른 업체가 치고 올라올 수도 있으니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15년 동안 중소기업이 버텨오는 건 쉽지 않다. 신뢰를 얻고 발전을 거듭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제까지 잘해왔으니 2.5등이 아닌 2.1등이 되는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