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의 존카멕이 일군 FPS 게임 20년 잔혹사
2010-06-22 PC사랑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이자 ‘FPS의 아버지’인 존 카멕.
공차면 축구 게임, 총 쏘면 FPS 게임?
일반적으로 게이머 시점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게임 장르를 뭉뚱그려서 FPS(First Person Shooter 또는 Shooting) 게임이라고 부른다. 이 장르는 1인칭 시점이어서 자기 자신을 볼 수 없다. 또 화면상에 들고 있는 무기의 조준점이 표시된다. 이 무기들은 근접 무기, 개인 화기, 투척 무기 등으로 다양하며 인공지능이나 다른 게이머들과 대결을 펼친다.
초창기 FPS 게임들은 대부분 화면상에 무기 조준점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장르와 크로스오버하거나 게이머들의 편의를 위한 여러 시스템이 더해지는 과정 중에 생겨났고, 게이머 캐릭터를 볼 수 있는 3인칭 시점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3인칭 슈팅 게임(TPS)도 FPS 게임으로 취급하는 추세다.
시각적인 효과가 중요한 FPS 게임은 199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PC 그래픽 성능의 향상과 초고속 인터넷 대중화에 힘입어 FPS 게임도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FPS 게임은 대결 위주의 진행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비교적 젊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의 킬러 콘텐츠가 나오면서 자기만의 자리를 잡았다.
‘FPS 게임의 아버지’ 존 카멕
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MS에 빌 게이츠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거두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찬가지로 FPS 게임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ID소프트 창립자이자 천재 프로그래머였던 존 카멕(John D. Carmack)이다.
애플 컴퓨터를 훔치려다 들켜 소년원에 끌려 간 그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상용 게임을 만들 정도로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아예 외주 프로그래머로 짭짤한 수입까지 거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업에 집중해 안정된 직업을 갖기 바랐고, 어머니의 강권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갑갑증을 느낀 존 카멕은 중퇴를 선택하고 프리랜서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규율에 얽매인 삶을 싫어한 탓에 한동안 프리랜서로 지냈다. 그러다 존 로메로라는 프로그래머를 만난다. 그와의 인연을 계기로 소프트디스크에 입사하는데, 이것이 바로 FPS라는 장르와 ID소프트라는 개발사가 태어난 계기가 되는 ‘두 명의 천재’의 만남이었다. 소프트디스크에서 번들용 게임을 만들던 둘은 아예 회사를 차려 게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ID소프트를 만들었다.
다른 게임 장르는 여러 회사와 개발자 손을 거쳐 장르의 특징과 재미 요소가 확립되고, 히트작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FPS 게임은 존 카멕과 ID소프트를 통해 장르 정의가 세워졌고, 이후 킬러 콘텐츠도 직접 내놨다. <둠>이나 <퀘이크> 시리즈는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FPS 게임 장르에서 10년 이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FPS 게임 장르 역사가 20년 남짓이니 절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권세는 ID소프트의 구심점인 존 카멕에게 ‘FPS 게임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어린 그에게 이런 칭호가 붙은 또 다른 이유는 당시에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오픈 소스 운동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이다. 존 카멕은 <울펜슈타인 3D>, <둠>, <퀘이크> 같은 히트작을 만들 때 쓴 프로그램 소스를 아무런 대가 없이 공개했다. 그가 내놓은 소스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3D 프로그래밍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됐고, 결과적으로 FPS 게임과 3D 게임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때문에 카피레프트(자유저작권) 운동가들은 물론, 프로그래머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존 카멕은 회사 차원에서 게임 소스를 활용할 경우는 로열티를 받았다. 이것은 게임 엔진 판매라는 새로운 게임 시장의 기초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MS에 빌 게이츠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거두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찬가지로 FPS 게임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ID소프트 창립자이자 천재 프로그래머였던 존 카멕(John D. Carmack)이다.
애플 컴퓨터를 훔치려다 들켜 소년원에 끌려 간 그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상용 게임을 만들 정도로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아예 외주 프로그래머로 짭짤한 수입까지 거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업에 집중해 안정된 직업을 갖기 바랐고, 어머니의 강권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갑갑증을 느낀 존 카멕은 중퇴를 선택하고 프리랜서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규율에 얽매인 삶을 싫어한 탓에 한동안 프리랜서로 지냈다. 그러다 존 로메로라는 프로그래머를 만난다. 그와의 인연을 계기로 소프트디스크에 입사하는데, 이것이 바로 FPS라는 장르와 ID소프트라는 개발사가 태어난 계기가 되는 ‘두 명의 천재’의 만남이었다. 소프트디스크에서 번들용 게임을 만들던 둘은 아예 회사를 차려 게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ID소프트를 만들었다.
다른 게임 장르는 여러 회사와 개발자 손을 거쳐 장르의 특징과 재미 요소가 확립되고, 히트작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FPS 게임은 존 카멕과 ID소프트를 통해 장르 정의가 세워졌고, 이후 킬러 콘텐츠도 직접 내놨다. <둠>이나 <퀘이크> 시리즈는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FPS 게임 장르에서 10년 이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FPS 게임 장르 역사가 20년 남짓이니 절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권세는 ID소프트의 구심점인 존 카멕에게 ‘FPS 게임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어린 그에게 이런 칭호가 붙은 또 다른 이유는 당시에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오픈 소스 운동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이다. 존 카멕은 <울펜슈타인 3D>, <둠>, <퀘이크> 같은 히트작을 만들 때 쓴 프로그램 소스를 아무런 대가 없이 공개했다. 그가 내놓은 소스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3D 프로그래밍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됐고, 결과적으로 FPS 게임과 3D 게임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때문에 카피레프트(자유저작권) 운동가들은 물론, 프로그래머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존 카멕은 회사 차원에서 게임 소스를 활용할 경우는 로열티를 받았다. 이것은 게임 엔진 판매라는 새로운 게임 시장의 기초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초로 흥행에 성공한 FPS 게임
FPS 게임의 시작을 말할 때 자주 입에 거론되는 게임이 ID소프트에서 일할 때 존 카멕이 만든 <울펜슈타인 3D>다. 혹자는 <둠>을 꼽지만, 그보다 먼저 나온 게임이 있으니, <울펜슈타인 3D>가 나오기 1년 전에 출시한 <호버탱크 3D>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실험작 수준인데다, 그래픽도 좋지 않았지만 지금의 FPS 게임 원형이 된 선구자적 게임이다. 이 게임은 ID소프트에서 만들었지만, ID소프트를 설립하는 조건으로 소프트디스크와 맺은 계약 때문에 소프트디스크 이름으로 나왔다.
실험작에 가까운 <호버탱크 3D>와 <카타콤 3D>를 연이어 만들며 기초를 다진 ID소프트는 고전 게임인 <캐슬 울펜슈타인>을 토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는 이 게임의 원작자인 실라스 워너에게 저작권을 얻은 뒤 전략적 요소를 배제한 1인칭 슈팅 게임을 만들었다. 이 게임이 바로 <울펜슈타인 3D>다.
<울펜슈타인 3D>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92년 무렵에는 3D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름만 3D인, 사실상 2.5D에 해당하는 게임이었다. 이런 방식은 초창기 <둠>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요소와 밀폐된 문을 열고 닫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느끼는 긴장감, 인공지능을 갖춘 적의 움직임 등은 게이머들을 흥분시켰다. 최종 보스인 메카 히틀러에게 일정한 상처를 입히면 착용 장비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도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한편으로 <울펜슈타인 3D>는 최초로 명성을 떨친 FPS 게임답게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되었지만 잔인한 장면 때문에 상당 부분 삭제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존 카멕은 <울펜슈타인 3D>로 성공을 거두자 새로운 FPS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없었던 높낮이 개념과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을 토대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이블데드>나 <에일리언>처럼 당시 유행하는 영화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맞물려 FPS 게임 역사에 남을 새로운 시리즈가 1993년 11월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둠>이다.
<둠> 게임 화면을 언뜻 보면 <울펜슈타인 3D>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엔진은 어떤 높이와 각도에서도 치밀한 그래픽 효과를 보였다. <둠>의 그래픽은 게임의 기괴한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으며, 그 덕에 <둠>은 공포감만으로도 타 장르의 웬만한 콘텐츠를 뛰어넘을 정도의 게임이 되었다. <둠>은 출시 당시 셰어웨어 다운로드만 1,500만 건에 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전 게임들과 달리, 멀티 플레이어 모드가 있어 타인과 대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었다.
이후 <둠>은 1994년 <PC 게이머>와 <컴퓨터 게이밍 월드> 등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고 <둠>을 모티브로 한 아류작들이 대거 등장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빛나는 만큼 어둠도 짙었다. FPS 멀미 혹은 3D 멀미라 부르는 멀미 증상과 폭력적인 게임 내용에 따른 유해성 논란이다. 게임에 푹 빠져 사느라 무단결석과 결근이 잦아지자 게임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눈총을 받은 것이다. 또 게임 내용이 폭력적, 악마 숭배적이라는 것도 게임을 좋지 않게 보는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1999년에는 미국 콜로라도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과 딜란이라는 학생이 900발에 달하는 실탄을 난사해 23명이 다치고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들이 평소 <둠>을 즐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둠>은 청소년 이용불가로 출시되었고, 후속작인 <둠 2>는 아예 수입 불가 판정을 받는 등 이래저래 <둠>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폭력적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는 대표적인 게임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존 카멕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게임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폭력적인 게임을 보고 불량배가 되지 않고 액션 게임을 제작하는 프로그래머가 되었다”며 우려를 가볍게 일축했다.
최초의 FPS 게임인 <호버탱크 3D>.
<울펜슈타인 3D>는 대중들에게 FPS 게임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퀘이크 3 아레나>는 완전히 멀티플레이로 이루어진 게임이다
공포를 가미한 게임 분위기 때문에 <둠>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두 명의 천재 존(John)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게임의 폭력성 논쟁에 항상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둠>.
FPS 게임의 시작을 말할 때 자주 입에 거론되는 게임이 ID소프트에서 일할 때 존 카멕이 만든 <울펜슈타인 3D>다. 혹자는 <둠>을 꼽지만, 그보다 먼저 나온 게임이 있으니, <울펜슈타인 3D>가 나오기 1년 전에 출시한 <호버탱크 3D>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실험작 수준인데다, 그래픽도 좋지 않았지만 지금의 FPS 게임 원형이 된 선구자적 게임이다. 이 게임은 ID소프트에서 만들었지만, ID소프트를 설립하는 조건으로 소프트디스크와 맺은 계약 때문에 소프트디스크 이름으로 나왔다.
실험작에 가까운 <호버탱크 3D>와 <카타콤 3D>를 연이어 만들며 기초를 다진 ID소프트는 고전 게임인 <캐슬 울펜슈타인>을 토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는 이 게임의 원작자인 실라스 워너에게 저작권을 얻은 뒤 전략적 요소를 배제한 1인칭 슈팅 게임을 만들었다. 이 게임이 바로 <울펜슈타인 3D>다.
<울펜슈타인 3D>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92년 무렵에는 3D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름만 3D인, 사실상 2.5D에 해당하는 게임이었다. 이런 방식은 초창기 <둠>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요소와 밀폐된 문을 열고 닫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느끼는 긴장감, 인공지능을 갖춘 적의 움직임 등은 게이머들을 흥분시켰다. 최종 보스인 메카 히틀러에게 일정한 상처를 입히면 착용 장비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도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한편으로 <울펜슈타인 3D>는 최초로 명성을 떨친 FPS 게임답게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되었지만 잔인한 장면 때문에 상당 부분 삭제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존 카멕은 <울펜슈타인 3D>로 성공을 거두자 새로운 FPS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없었던 높낮이 개념과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을 토대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이블데드>나 <에일리언>처럼 당시 유행하는 영화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맞물려 FPS 게임 역사에 남을 새로운 시리즈가 1993년 11월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둠>이다.
<둠> 게임 화면을 언뜻 보면 <울펜슈타인 3D>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엔진은 어떤 높이와 각도에서도 치밀한 그래픽 효과를 보였다. <둠>의 그래픽은 게임의 기괴한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으며, 그 덕에 <둠>은 공포감만으로도 타 장르의 웬만한 콘텐츠를 뛰어넘을 정도의 게임이 되었다. <둠>은 출시 당시 셰어웨어 다운로드만 1,500만 건에 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전 게임들과 달리, 멀티 플레이어 모드가 있어 타인과 대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었다.
이후 <둠>은 1994년 <PC 게이머>와 <컴퓨터 게이밍 월드> 등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고 <둠>을 모티브로 한 아류작들이 대거 등장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빛나는 만큼 어둠도 짙었다. FPS 멀미 혹은 3D 멀미라 부르는 멀미 증상과 폭력적인 게임 내용에 따른 유해성 논란이다. 게임에 푹 빠져 사느라 무단결석과 결근이 잦아지자 게임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눈총을 받은 것이다. 또 게임 내용이 폭력적, 악마 숭배적이라는 것도 게임을 좋지 않게 보는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1999년에는 미국 콜로라도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과 딜란이라는 학생이 900발에 달하는 실탄을 난사해 23명이 다치고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들이 평소 <둠>을 즐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둠>은 청소년 이용불가로 출시되었고, 후속작인 <둠 2>는 아예 수입 불가 판정을 받는 등 이래저래 <둠>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폭력적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는 대표적인 게임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존 카멕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게임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폭력적인 게임을 보고 불량배가 되지 않고 액션 게임을 제작하는 프로그래머가 되었다”며 우려를 가볍게 일축했다.
최초의 FPS 게임인 <호버탱크 3D>.
<울펜슈타인 3D>는 대중들에게 FPS 게임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퀘이크 3 아레나>는 완전히 멀티플레이로 이루어진 게임이다
공포를 가미한 게임 분위기 때문에 <둠>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두 명의 천재 존(John)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게임의 폭력성 논쟁에 항상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둠>.
FPS 게임과 3D 엔진의 만남, 그리고 경쟁
존 카멕은 <둠> 시리즈로 떼돈을 만지면서도 새로운 게임에 대한 구상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3D 게임을 만들 계획이었고, 그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 게임 엔진이 세계 최초의 3D 엔진이자 주피터, 언리얼과 함께 세계 3대 3D 엔진이라 불리는 퀘이크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ID소프트 게임은 물론, 3D를 쓴 게임들의 표현력을 진일보시켰다. 지금의 3D 게임이라면 으레 당연시하는 모든 방향으로 시점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최초로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울펜슈타인 3D>와 <둠>을 계승한 1인칭 슈팅 게임 <퀘이크>가 탄생되었다. <둠>의 열성 마니아이자 유명 그룹 ‘나인 인치 네일스’ 리더인 트렌드 레즈너가 <퀘이크>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 존 카멕의 기술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16명이 참가하는 멀티플레이를 64명까지 늘리는 등 멀티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여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나무랄 데 없었다. ID소프트는 이후 <퀘이크 2>와 <퀘이크 3 아레나>를 계속 히트시키며 ‘퀘이크를 능가하는 것은 퀘이크밖에 없다’는 명언을 만들어 낼 정도의 위상을 쌓았다.
하지만 <퀘이크>는 <둠>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이어서 ‘기술면에서는 발전을 이뤘으나 ID소프트의 FPS 게임이 정체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는 비판적 평가의 단초가 됐다.
존 카멕은 <둠> 시리즈로 떼돈을 만지면서도 새로운 게임에 대한 구상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3D 게임을 만들 계획이었고, 그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 게임 엔진이 세계 최초의 3D 엔진이자 주피터, 언리얼과 함께 세계 3대 3D 엔진이라 불리는 퀘이크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ID소프트 게임은 물론, 3D를 쓴 게임들의 표현력을 진일보시켰다. 지금의 3D 게임이라면 으레 당연시하는 모든 방향으로 시점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최초로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울펜슈타인 3D>와 <둠>을 계승한 1인칭 슈팅 게임 <퀘이크>가 탄생되었다. <둠>의 열성 마니아이자 유명 그룹 ‘나인 인치 네일스’ 리더인 트렌드 레즈너가 <퀘이크>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 존 카멕의 기술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16명이 참가하는 멀티플레이를 64명까지 늘리는 등 멀티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여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나무랄 데 없었다. ID소프트는 이후 <퀘이크 2>와 <퀘이크 3 아레나>를 계속 히트시키며 ‘퀘이크를 능가하는 것은 퀘이크밖에 없다’는 명언을 만들어 낼 정도의 위상을 쌓았다.
하지만 <퀘이크>는 <둠>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이어서 ‘기술면에서는 발전을 이뤘으나 ID소프트의 FPS 게임이 정체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는 비판적 평가의 단초가 됐다.
FPS 게임, 엔진 대 엔진 싸움으로 번지다
본격적으로 엔진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것 역시 <퀘이크>와 퀘이크 엔진이 만들어진 시기부터였다. 그러나 엔진의 판매는 ID소프트의 경쟁자를 출현시키는 계기가 됐다. <퀘이크> 시리즈의 대항마가 된 게임 타이틀로는 ID소프트에서 일했던 주요 개발자들이 따로 떨어져 나가 만들어 낸 <듀크 뉴켐 3D>나, 다이렉트 3D를 개발한 이들이 만들어낸 <쇼고-이동전투단>과 같은 게임이 있었다. 그 중에서 <언리얼>은 1990년대 후반 FPS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까지 일컬어지며 <퀘이크>의 라이벌로 군림했다.
<언리얼> 엔진은 뛰어난 광원 효과와 세밀한 그래픽 처리능력을 과시했지만 기술력이 너무나 앞선 탓에 고급 PC로도 쾌적한 구동이 어려웠다. 대신 범용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엔진이어서 게임 제작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의 라이선스 비용으로 지금까지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언리얼>은 싱글플레이 위주의 <언리얼> 시리즈와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둔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그래픽 이외에도 최초로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는 등 다방면에서 기술적으로 진화한 FPS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싱글 플레이 위주의 <언리얼>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는 2007년까지 4개의 타이틀이 제작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퀘이크> 시리즈의 멀티플레이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으며 <레인보우 식스>등과 함께 초창기 e스포츠 종목으로도 쓰였다.
<언리얼>의 등장은 3D 그래픽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이 기대되는 FPS 게임들
■ 배틀필드 온라인
<배틀필드>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옮긴 게임이다. <배틀필드 2>를 기반으로 했지만 그래픽은 <배틀필드 2142>의 리프렉터 엔진 2를 이용했다. 분대장과 지휘관으로 활약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 국지전부터 100인 전투라 불리는 대규모 전투까지 다양한 규모의 전투에 참가할 수 있으며, 전차, 장갑차, 공격헬기와 전투기 등 다양한 탑승병기를 조작할 수 있어 게이머들 역시 기호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전투 방식을 즐길 수 있다. 국내의 기존 FPS 게임들이 선사하지 못한 ‘전쟁’을 경험할 게임이다. 현재 오픈 베타 서비스 중이다.
본격적으로 엔진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것 역시 <퀘이크>와 퀘이크 엔진이 만들어진 시기부터였다. 그러나 엔진의 판매는 ID소프트의 경쟁자를 출현시키는 계기가 됐다. <퀘이크> 시리즈의 대항마가 된 게임 타이틀로는 ID소프트에서 일했던 주요 개발자들이 따로 떨어져 나가 만들어 낸 <듀크 뉴켐 3D>나, 다이렉트 3D를 개발한 이들이 만들어낸 <쇼고-이동전투단>과 같은 게임이 있었다. 그 중에서 <언리얼>은 1990년대 후반 FPS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까지 일컬어지며 <퀘이크>의 라이벌로 군림했다.
<언리얼> 엔진은 뛰어난 광원 효과와 세밀한 그래픽 처리능력을 과시했지만 기술력이 너무나 앞선 탓에 고급 PC로도 쾌적한 구동이 어려웠다. 대신 범용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엔진이어서 게임 제작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의 라이선스 비용으로 지금까지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언리얼>은 싱글플레이 위주의 <언리얼> 시리즈와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둔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그래픽 이외에도 최초로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는 등 다방면에서 기술적으로 진화한 FPS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싱글 플레이 위주의 <언리얼>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는 2007년까지 4개의 타이틀이 제작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퀘이크> 시리즈의 멀티플레이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으며 <레인보우 식스>등과 함께 초창기 e스포츠 종목으로도 쓰였다.
<언리얼>의 등장은 3D 그래픽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이 기대되는 FPS 게임들
■ 배틀필드 온라인
<배틀필드>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옮긴 게임이다. <배틀필드 2>를 기반으로 했지만 그래픽은 <배틀필드 2142>의 리프렉터 엔진 2를 이용했다. 분대장과 지휘관으로 활약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 국지전부터 100인 전투라 불리는 대규모 전투까지 다양한 규모의 전투에 참가할 수 있으며, 전차, 장갑차, 공격헬기와 전투기 등 다양한 탑승병기를 조작할 수 있어 게이머들 역시 기호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전투 방식을 즐길 수 있다. 국내의 기존 FPS 게임들이 선사하지 못한 ‘전쟁’을 경험할 게임이다. 현재 오픈 베타 서비스 중이다.
■ 퀘이크 워즈 온라인
4월 30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퀘이크 워즈 온라인>은 <퀘이크> 시리즈의 단골손님인 외계 생명체 스트로그와 지구 방위군(GDF)의 분쟁을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는 FPS 게임이다. 임무모드나 타임어택에서 스트로그와 지구방위군을 무조건 한 번씩 플레이해야 한다. 원작처럼 상당히 전략적이고 빠르게 반응해야 하며, 게임에서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합성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도전 과제 시스템 등으로 주목 받고 있다. 원작 회사인 액티비전이 e스포츠화를 타진하고 있다.
4월 30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퀘이크 워즈 온라인>은 <퀘이크> 시리즈의 단골손님인 외계 생명체 스트로그와 지구 방위군(GDF)의 분쟁을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는 FPS 게임이다. 임무모드나 타임어택에서 스트로그와 지구방위군을 무조건 한 번씩 플레이해야 한다. 원작처럼 상당히 전략적이고 빠르게 반응해야 하며, 게임에서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합성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도전 과제 시스템 등으로 주목 받고 있다. 원작 회사인 액티비전이 e스포츠화를 타진하고 있다.
■ 배터리
현대전을 콘셉트로 한 밀리터리 FPS 게임이다. 지난 3월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논란에 휩싸였는데, 기본 콘셉트나 시스템, 연출 기법 등이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것을 넘어 아예 모방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차 비공개 베타테스트에서는 랜덤 플레이어에게 아이템을 선사하는 전리품 시스템 등의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시스템을 차용했다는 평을 들었다.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부터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전을 콘셉트로 한 밀리터리 FPS 게임이다. 지난 3월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논란에 휩싸였는데, 기본 콘셉트나 시스템, 연출 기법 등이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것을 넘어 아예 모방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차 비공개 베타테스트에서는 랜덤 플레이어에게 아이템을 선사하는 전리품 시스템 등의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시스템을 차용했다는 평을 들었다.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부터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 메트로 컨플릭트: 프레스토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분리된 도시 사회에서 대립하는 양 진영의 전투를 기본 콘셉트로 한 FPS 게임이다. 전투마다 자유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 병과 시스템과, 모든 병과가 운용 가능한 ‘듀얼 웨폰’ 시스템, 플레이 중에 달성한 성과에 따라 게임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전투지원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지난 3월 ‘한게임 EX 2010’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아직 테스트 일정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6월경 비공개 테스트, 올해 안에 공개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분리된 도시 사회에서 대립하는 양 진영의 전투를 기본 콘셉트로 한 FPS 게임이다. 전투마다 자유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 병과 시스템과, 모든 병과가 운용 가능한 ‘듀얼 웨폰’ 시스템, 플레이 중에 달성한 성과에 따라 게임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전투지원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지난 3월 ‘한게임 EX 2010’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아직 테스트 일정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6월경 비공개 테스트, 올해 안에 공개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다.
영원한 왕은 존재하지 않는다
ID소프트는 1999년 무렵까지 <둠>, <퀘이크>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FPS 게임들이 <퀘이크 3 아레나>의 성공을 기점으로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퀘이크>, <언리얼> 시리즈를 비롯한 ID소프트의 FPS 게임, 즉 쏘고, 달리고, 피하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이 전부인 FPS 게임들 입지가 서서히 좁아지고 있었다. 그 몰락은 존 카멕과 그의 신봉자들이 그렇게도 경시하던, 줄거리 중심의 서사에 힘을 준 FPS 게임들이 성공하면서부터다.
게임 디자인과 스토리를 고려해 만든 FPS 게임 중에서 처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게임이 밸브의 <하프라이프>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레인보우 식스>나 이온소프트의 <시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프라이프>는 뛰어난 그래픽과 잘 짜인 세계관 속의 줄거리 전개와 연출, 그리고 수준 높은 인공지능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레인보우 식스> 역시 가상 세계의 폭을 넓혀 가며 <레인보우 식스: 로그 스피어>를 비롯한 다양한 시리즈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FPS 게임의 ‘본질’이라기보다는 ‘곁가지’로 보이는 요소를 쓸데없다고 여기는 존 카멕은 <하프라이프> 같은 게임들의 성공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FPS 게임 장르는 점차 변화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 카멕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게임의 스토리를 음란물의 스토리에 비유하면서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요소”라면서 “기술의 발전만이 게임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신념을 주장했다. 자신이 그렇게 주장한다 해서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지만, 협동이 필요한 게임 제작에 있어 기획자, 디자이너, 스토리 작가의 필요성을 깡그리 무시한 사건은 자신감을 떠나 오만함으로 비춰졌다. 존 카멕의 결정적 실수는 게이머들은 살육과 경쟁이 전부인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놓친데 있다.
카멕의 생각과 달리 FPS 게임 장르 중 떠오르는 게임은 더 이상 <퀘이크>나 <언리얼>류가 아니었다. 카멕은 2003년에 나온 <하프라이프 2>를 여전히 한 수 아래로 놓고 평가했다. 당시까지는 <하프라이프 2>보다 1년 먼저 공개되어 게임 팬들을 경악하게 한 <둠 3>에 게임 팬들이 더욱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둠 3>는 기존 ID소프트 게임들처럼 우수한 기술력으로 표현되는 수준 높은 볼거리 등에 많은 신경을 썼고, <하프라이프 2>는 기존 FPS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똑똑한 인공지능과 매력적인 사운드 등에 많은 신경을 썼다. 두 게임은 2004년 8월과 10월에 출시되며 한판 승부를 벌였다.
2004년 한 해 판매량만 보면 <둠 3>의 승리다. 누적 순위 2위를 차지한 <둠 3>는 4위를 차지한 <하프라이프 3>에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싱글플레이 위주였던 <둠 3>의 흥행 동력이 이후 급격히 떨어진 반면, <하프라이프 2>는 확장팩과 그에 따라 이어지는 스토리, 그리고 치밀한 게임 디자인 등으로 게이머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전체적인 흥행에서 <둠 3>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게임 평론가들의 평가는 더욱 냉정했다. <하프라이프 2>는 다수의 단체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받을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지만, <둠 3>은 그 해 판매량에서 앞서고도 맞수 대결에서 처참하게 밀려나는 굴욕을 겪었다. FPS의 아버지, 존 카멕과 ID소프트의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퀘이크>, <언리얼> 등과 비슷한 경쟁작으로서 2004년 콘솔 부문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다수 수상한 <헤일로 2>와 비교해도 <둠 3>은 너무 좁은 세계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ID소프트는 1999년 무렵까지 <둠>, <퀘이크>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FPS 게임들이 <퀘이크 3 아레나>의 성공을 기점으로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퀘이크>, <언리얼> 시리즈를 비롯한 ID소프트의 FPS 게임, 즉 쏘고, 달리고, 피하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이 전부인 FPS 게임들 입지가 서서히 좁아지고 있었다. 그 몰락은 존 카멕과 그의 신봉자들이 그렇게도 경시하던, 줄거리 중심의 서사에 힘을 준 FPS 게임들이 성공하면서부터다.
게임 디자인과 스토리를 고려해 만든 FPS 게임 중에서 처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게임이 밸브의 <하프라이프>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레인보우 식스>나 이온소프트의 <시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프라이프>는 뛰어난 그래픽과 잘 짜인 세계관 속의 줄거리 전개와 연출, 그리고 수준 높은 인공지능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레인보우 식스> 역시 가상 세계의 폭을 넓혀 가며 <레인보우 식스: 로그 스피어>를 비롯한 다양한 시리즈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FPS 게임의 ‘본질’이라기보다는 ‘곁가지’로 보이는 요소를 쓸데없다고 여기는 존 카멕은 <하프라이프> 같은 게임들의 성공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FPS 게임 장르는 점차 변화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 카멕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게임의 스토리를 음란물의 스토리에 비유하면서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요소”라면서 “기술의 발전만이 게임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신념을 주장했다. 자신이 그렇게 주장한다 해서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지만, 협동이 필요한 게임 제작에 있어 기획자, 디자이너, 스토리 작가의 필요성을 깡그리 무시한 사건은 자신감을 떠나 오만함으로 비춰졌다. 존 카멕의 결정적 실수는 게이머들은 살육과 경쟁이 전부인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놓친데 있다.
카멕의 생각과 달리 FPS 게임 장르 중 떠오르는 게임은 더 이상 <퀘이크>나 <언리얼>류가 아니었다. 카멕은 2003년에 나온 <하프라이프 2>를 여전히 한 수 아래로 놓고 평가했다. 당시까지는 <하프라이프 2>보다 1년 먼저 공개되어 게임 팬들을 경악하게 한 <둠 3>에 게임 팬들이 더욱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둠 3>는 기존 ID소프트 게임들처럼 우수한 기술력으로 표현되는 수준 높은 볼거리 등에 많은 신경을 썼고, <하프라이프 2>는 기존 FPS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똑똑한 인공지능과 매력적인 사운드 등에 많은 신경을 썼다. 두 게임은 2004년 8월과 10월에 출시되며 한판 승부를 벌였다.
2004년 한 해 판매량만 보면 <둠 3>의 승리다. 누적 순위 2위를 차지한 <둠 3>는 4위를 차지한 <하프라이프 3>에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싱글플레이 위주였던 <둠 3>의 흥행 동력이 이후 급격히 떨어진 반면, <하프라이프 2>는 확장팩과 그에 따라 이어지는 스토리, 그리고 치밀한 게임 디자인 등으로 게이머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전체적인 흥행에서 <둠 3>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게임 평론가들의 평가는 더욱 냉정했다. <하프라이프 2>는 다수의 단체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받을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지만, <둠 3>은 그 해 판매량에서 앞서고도 맞수 대결에서 처참하게 밀려나는 굴욕을 겪었다. FPS의 아버지, 존 카멕과 ID소프트의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퀘이크>, <언리얼> 등과 비슷한 경쟁작으로서 2004년 콘솔 부문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다수 수상한 <헤일로 2>와 비교해도 <둠 3>은 너무 좁은 세계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둠> 시대 가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대 오고
1998년 나온 <하프라이프>는 당시 크게 성공한 FPS 게임들이 그렇듯, 원작 게임 엔진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MOD들을 대량 양산했다. 그 중에는 원작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끈 게임도 있는데, 민 리와 제스 클리프가 만든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대표적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속도감을 조절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MOD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원작인 <하프라이프>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고 게임계의 평가 역시 높았다. 게임웹진 <게임스파이>는 MOD 게임 최초로 멀티플레이 게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밸브 역시 이런 인기를 간과하지 않고 민 리와 제스 클리프를 개발자로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2001년 <하프라이프 :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이름으로 정식 패키지를 내놨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인기는 정식 패키지 출시 이후 더욱 뜨거워졌다. 이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밸브는 자체 개발한 온라인 게임 유통 관리 시스템인 스팀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1.6버전 이후 <카운터 스트라이크 : 컨디션 제로>는 전작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큰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 소스>는 아직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2010년 스팀 사이트의 게임 이용 순위 정보에서도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뒤를 이어 2, 3위에 올라 있다. 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1,500만 개 이상 팔린 블록버스터 게임과 별 차이 없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워크래프트 3>와 더불어 세계적인 e스포츠 콘텐츠로도 롱런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퀘이크 엔진으로 제작되었지만 <퀘이크>와는 다른 전략으로 성공한 <하프라이프>.
<레인보우 식스> 역시 톰 클랜시의 이름을 빌어 내러티브를 확보했다
MOD란?
개조나 변형을 의미하는 Modification의 줄임말이다. 뜻 그대로 원작 게임 소스를 이용해 취향에 맞춰 새로운 게임으로 개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MOD를 만들려면 원작 게임 소스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본문에서 다루는 <퀘이크>나 <하프라이프> 등이다.
초기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모든 게이머가 왼손잡이였다. 게다가 피아식별도 쉽지 않은 게임에 불과했다.
스팀 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소스>.
최신 FPS 게임의 특징, 밀리터리와 멀티 플랫폼
최근의 FPS 게임들은 대부분 ‘밀리터리’를 소재로 삼고 있다. <레인보우 식스>를 비롯해 <메달 오브 아너> <콜 오브 듀티> <브라더 인 더 암즈> <고스트 리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 대부분이 밀리터리 배경이다. 더불어 정통 밀리터리 게임과 다르지만 다양한 탑승 병기를 조작해 전투보다 전쟁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배틀필드>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밀리터리가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SF나 공포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FPS 게임도 명맥을 유지했다. <시스템 쇼크>는 <둠>과 다른 분위기의 공포를 선사하며 독특한 분위기와 뛰어난 기술로 마니아들에게 인정받았고, <시스템 쇼크> 시리즈를 계승한 <바이오 쇼크>는 게임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아 300만 개의 판매량과 2007년 다수의 게임상을 수상했다. 후속작 <바이오 쇼크 2>도 전작 이상의 반응을 얻는 등 대표적인 FPS 게임 시리즈로 발돋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포와 SF 등이 적절히 섞인 기괴한 분위기로 주목 받은 다른 FPS 게임으로는 <F.E.A.R>나 <데드 스페이스>, <레프트 4 데드> 등이 있다.
FPS 게임 중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타이틀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4편이었던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를 꼽을 수 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작들과 달리 현대전을 무대로 한 이 게임의 연출 기법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한다. 이 게임의 성공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위상을 단번에 최상위 등급까지 끌어올렸으며, 지난해에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는 단 두 달 만에 1,500만 개를 팔아치우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FPS 게임들이 최근 보여주는 또 다른 특이사항은 멀티 플랫폼 출시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나 올해 초 나온 <바이오쇼크 2>의 경우, PC는 물론이고 엑스박스 360과 플레이스테이션 3으로도 나왔다. 이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블록버스터 FPS 게임 중 하나인 <바이오 쇼크 2>.
<둠 3>의 그래픽 기술과 괴기한 분위기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프라이프 2>에는 그래픽뿐 아니라 다양한 즐거움이 녹아있었다.
우리나라의 FPS 게임 역사
FPS 게임 역사는 세계적으로 봐도 다른 장르에 비해 짧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FPS 게임 역사는 더욱 짧고 그 내용도 풍부하지 않다. 이는 <둠>을 기점으로 대중화된 북미나 유럽과 달리, PC방이 인기를 끈 1998년 이후인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라는 <레인보우 식스>가 인기를 끌어 마니아적인 게임이 알려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레인보우 식스>는 <스타크래프트>와 더불어 초창기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되어 게임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며 FPS 게임의 재미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시리즈가 더해질수록 대중성을 잃으며 답보 상태에 빠지고, 우리나라 최초의 FPS 게임인 <카르마>와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떠올랐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게임 자체로도 꽤 많은 영향을 끼쳤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스팀 서비스의 PC방 요금 정책을 두고 PC방과 분쟁 이후 성장 동력을 잃고 만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이후 FPS 게임 시장의 패권을 잡은 것은 <스페셜포스>다. 처음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스팀 서비스가 PC방 협회와 사이가 틀어지자 대체 게임으로 지정된 이후 PC방을 중심으로 흥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부분유료화 정책을 택한 것도 게이머들 이탈을 막았다. <스페셜포스>도 마냥 순탄한 길을 걷지는 않았다. 제작사와 유통사의 불화 등 게임 외적 악재가 겹치며 때마침 등장한 <서든어택>에 패권을 넘겨주었다. 이후로 우리나라 FPS 게임 왕좌는 <서든어택>이 차지하고 있다.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성공은 FPS 게임이 가진 가치를 재평가하게끔 만들었으며, 덩달아 FPS 게임 제작 붐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이런 붐은 ‘포스트 리니지’를 꿈꾼 수많은 MMORPG가 <리니지>의 배를 더 불린 것처럼,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 주머니만 채워주는 모양새가 됐다.
이러한 FPS 게임의 국내 시장 난립은 2007년이 절정이었다. ‘FPS 게임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게임이 등장했지만 연말에는 ‘FPS 게임의 흑역사’라고 불릴 만큼 많은 게임이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헬게이트 : 런던>과 <헉슬리> 등 블록버스터 게임을 포함해 다양한 국산 FPS 게임들이 나왔지만 공개 당시의 높은 기대와 달리 냉엄한 심판을 받아야 했다.
10년 남짓한 우리나라의 FPS 게임 역사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밀리터리 FPS 게임이 붙박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스팀 서비스를 둘러싼 분쟁으로 우리나라의 FPS 게임들이 설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FPS 게임 시장은 지나치게 밀리터리 쪽으로 편중되었다. 또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선점 효과가 매우 강해 여간해서는 주류 게임의 위치가 바뀌지 않을 만큼 경직되어 있다. FPS 게임 랭킹에서 상위에 있는 게임들이 아직까지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질적으로 진화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게임들이라는 점은 여러 모로 유감스럽다. 우리나라 FPS 게임 중에서도 ‘대격변’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게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카르마>속편인 <카르마2>
위메이드 폭스의 <카운터 스트라이크>프로게임단.
현재까지 국내 FPS 게임 중 부동의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서든어택>.
현대전의 또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배틀필드 온라인> 같은 게임은 그 수가 매우 적다.
FPS 게임 관련 상식 1
3D 멀미(FPS 멀미)란? 자투리 이야기
■ FPS 게임을 조금만 해도 속이 메스껍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FPS 멀미’라고 부르는 3D 멀미 증상은 차나 뱃멀미와 증상이 같다. 보고 인식하는 감각과 몸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아 뇌 기능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3D 멀미 증상은 <둠>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둠>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지금처럼 풀 3D를 구현할 만한 수준의 하드웨어가 없던 환경 탓이다. 높낮이와 180도 회전처럼 FPS 게임에 필요한 움직임을 구현하다 보니 시점은 그대로면서 배경만 움직여야 했다. 때문에 공간지각에 혼란이 생기고,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멀미를 불러온 것이다.
3D 멀미로 유명한 게임은 <둠> 이외에도 <하프라이프> 시리즈와 비행 FPS 게임인 <디센트> 등이 있다. 엔진이나 그래픽 기술이 뛰어난 게임이라 할지라도 게이머 시점을 강제로 고정시키는 시스템이나 속도감이 느껴지는 3D 게임은 모두 3D 멀미 가능성이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게이머가 공간지각에 혼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3D 멀미에 민감한 사람은 FPS 게임을 5분 이상 하는 것도 버겁다. 또 자신이 게임할 때는 멀쩡하지만 옆에서 구경하다 멀미가 나기도 한다. 원인은 다르지만 증상이 멀미와 유사하기 때문에 멀미약을 먹으면 3D 멀미가 덜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증세가 심하다면 건강을 위해 FPS 게임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FPS 게임 관련 상식 2
존 로메로 이야기
■ 존 카멕과 함께 초기 FPS 게임들을 만든 존 로메로는 존 카멕보다 먼저 소프트디스크에서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존 카멕과는 성격에서 극과 극이었지만, 프로그래밍을 포함해 게임 제작 전반에 걸친 로메로의 능력은 존 카멕도 인정할 정도였다.
■ 로메로는 ID소프트에서 기획과 맵 디자인 등을 주로 맡았다. 중세시대 미술 양식이나 흑마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취향은 <울펜슈타인 3D> 기획과 <둠>의 음산한 공포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전체적인 디자인을 담당한 <둠>의 에피소드 1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ID소프트가 <둠>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접어들자 두 명의 존 사이는 점점 벌어지게 되었고, 존 로메로는 존 카멕과 결별하고 이온스톰이라는 개발사를 세웠다. <둠> 시리즈의 후광과 존 로메로의 이름값을 높게 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다이카타나>를 제작했지만 3년 이상의 제작 연기 이후 나온 결과물은 득실대는 버그와 경쟁 게임에 비해 형편없는 시스템으로 몸살을 앓는 괴작 게임으로 대실패했다.
존 로메로 자신은 출중한 개발자였던 반면 프로젝트 총괄 능력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이후 존 로메로는 모든 명성을 다 잃고 아끼는 페라리까지 처분해야 했으며, 그 이후 이렇다 할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98년 나온 <하프라이프>는 당시 크게 성공한 FPS 게임들이 그렇듯, 원작 게임 엔진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MOD들을 대량 양산했다. 그 중에는 원작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끈 게임도 있는데, 민 리와 제스 클리프가 만든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대표적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속도감을 조절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MOD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원작인 <하프라이프>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고 게임계의 평가 역시 높았다. 게임웹진 <게임스파이>는 MOD 게임 최초로 멀티플레이 게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밸브 역시 이런 인기를 간과하지 않고 민 리와 제스 클리프를 개발자로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2001년 <하프라이프 :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이름으로 정식 패키지를 내놨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인기는 정식 패키지 출시 이후 더욱 뜨거워졌다. 이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밸브는 자체 개발한 온라인 게임 유통 관리 시스템인 스팀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1.6버전 이후 <카운터 스트라이크 : 컨디션 제로>는 전작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큰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 소스>는 아직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2010년 스팀 사이트의 게임 이용 순위 정보에서도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뒤를 이어 2, 3위에 올라 있다. 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1,500만 개 이상 팔린 블록버스터 게임과 별 차이 없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워크래프트 3>와 더불어 세계적인 e스포츠 콘텐츠로도 롱런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퀘이크 엔진으로 제작되었지만 <퀘이크>와는 다른 전략으로 성공한 <하프라이프>.
<레인보우 식스> 역시 톰 클랜시의 이름을 빌어 내러티브를 확보했다
MOD란?
개조나 변형을 의미하는 Modification의 줄임말이다. 뜻 그대로 원작 게임 소스를 이용해 취향에 맞춰 새로운 게임으로 개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MOD를 만들려면 원작 게임 소스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본문에서 다루는 <퀘이크>나 <하프라이프> 등이다.
초기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모든 게이머가 왼손잡이였다. 게다가 피아식별도 쉽지 않은 게임에 불과했다.
스팀 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소스>.
최신 FPS 게임의 특징, 밀리터리와 멀티 플랫폼
최근의 FPS 게임들은 대부분 ‘밀리터리’를 소재로 삼고 있다. <레인보우 식스>를 비롯해 <메달 오브 아너> <콜 오브 듀티> <브라더 인 더 암즈> <고스트 리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 대부분이 밀리터리 배경이다. 더불어 정통 밀리터리 게임과 다르지만 다양한 탑승 병기를 조작해 전투보다 전쟁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배틀필드>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밀리터리가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SF나 공포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FPS 게임도 명맥을 유지했다. <시스템 쇼크>는 <둠>과 다른 분위기의 공포를 선사하며 독특한 분위기와 뛰어난 기술로 마니아들에게 인정받았고, <시스템 쇼크> 시리즈를 계승한 <바이오 쇼크>는 게임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아 300만 개의 판매량과 2007년 다수의 게임상을 수상했다. 후속작 <바이오 쇼크 2>도 전작 이상의 반응을 얻는 등 대표적인 FPS 게임 시리즈로 발돋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포와 SF 등이 적절히 섞인 기괴한 분위기로 주목 받은 다른 FPS 게임으로는 <F.E.A.R>나 <데드 스페이스>, <레프트 4 데드> 등이 있다.
FPS 게임 중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타이틀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4편이었던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를 꼽을 수 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작들과 달리 현대전을 무대로 한 이 게임의 연출 기법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한다. 이 게임의 성공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위상을 단번에 최상위 등급까지 끌어올렸으며, 지난해에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는 단 두 달 만에 1,500만 개를 팔아치우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FPS 게임들이 최근 보여주는 또 다른 특이사항은 멀티 플랫폼 출시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나 올해 초 나온 <바이오쇼크 2>의 경우, PC는 물론이고 엑스박스 360과 플레이스테이션 3으로도 나왔다. 이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블록버스터 FPS 게임 중 하나인 <바이오 쇼크 2>.
<둠 3>의 그래픽 기술과 괴기한 분위기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프라이프 2>에는 그래픽뿐 아니라 다양한 즐거움이 녹아있었다.
우리나라의 FPS 게임 역사
FPS 게임 역사는 세계적으로 봐도 다른 장르에 비해 짧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FPS 게임 역사는 더욱 짧고 그 내용도 풍부하지 않다. 이는 <둠>을 기점으로 대중화된 북미나 유럽과 달리, PC방이 인기를 끈 1998년 이후인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라는 <레인보우 식스>가 인기를 끌어 마니아적인 게임이 알려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레인보우 식스>는 <스타크래프트>와 더불어 초창기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되어 게임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며 FPS 게임의 재미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시리즈가 더해질수록 대중성을 잃으며 답보 상태에 빠지고, 우리나라 최초의 FPS 게임인 <카르마>와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떠올랐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게임 자체로도 꽤 많은 영향을 끼쳤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스팀 서비스의 PC방 요금 정책을 두고 PC방과 분쟁 이후 성장 동력을 잃고 만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이후 FPS 게임 시장의 패권을 잡은 것은 <스페셜포스>다. 처음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스팀 서비스가 PC방 협회와 사이가 틀어지자 대체 게임으로 지정된 이후 PC방을 중심으로 흥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부분유료화 정책을 택한 것도 게이머들 이탈을 막았다. <스페셜포스>도 마냥 순탄한 길을 걷지는 않았다. 제작사와 유통사의 불화 등 게임 외적 악재가 겹치며 때마침 등장한 <서든어택>에 패권을 넘겨주었다. 이후로 우리나라 FPS 게임 왕좌는 <서든어택>이 차지하고 있다.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성공은 FPS 게임이 가진 가치를 재평가하게끔 만들었으며, 덩달아 FPS 게임 제작 붐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이런 붐은 ‘포스트 리니지’를 꿈꾼 수많은 MMORPG가 <리니지>의 배를 더 불린 것처럼,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 주머니만 채워주는 모양새가 됐다.
이러한 FPS 게임의 국내 시장 난립은 2007년이 절정이었다. ‘FPS 게임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게임이 등장했지만 연말에는 ‘FPS 게임의 흑역사’라고 불릴 만큼 많은 게임이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헬게이트 : 런던>과 <헉슬리> 등 블록버스터 게임을 포함해 다양한 국산 FPS 게임들이 나왔지만 공개 당시의 높은 기대와 달리 냉엄한 심판을 받아야 했다.
10년 남짓한 우리나라의 FPS 게임 역사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밀리터리 FPS 게임이 붙박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스팀 서비스를 둘러싼 분쟁으로 우리나라의 FPS 게임들이 설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FPS 게임 시장은 지나치게 밀리터리 쪽으로 편중되었다. 또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선점 효과가 매우 강해 여간해서는 주류 게임의 위치가 바뀌지 않을 만큼 경직되어 있다. FPS 게임 랭킹에서 상위에 있는 게임들이 아직까지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질적으로 진화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게임들이라는 점은 여러 모로 유감스럽다. 우리나라 FPS 게임 중에서도 ‘대격변’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게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카르마>속편인 <카르마2>
위메이드 폭스의 <카운터 스트라이크>프로게임단.
현재까지 국내 FPS 게임 중 부동의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서든어택>.
현대전의 또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배틀필드 온라인> 같은 게임은 그 수가 매우 적다.
FPS 게임 관련 상식 1
3D 멀미(FPS 멀미)란? 자투리 이야기
■ FPS 게임을 조금만 해도 속이 메스껍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FPS 멀미’라고 부르는 3D 멀미 증상은 차나 뱃멀미와 증상이 같다. 보고 인식하는 감각과 몸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아 뇌 기능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3D 멀미 증상은 <둠>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둠>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지금처럼 풀 3D를 구현할 만한 수준의 하드웨어가 없던 환경 탓이다. 높낮이와 180도 회전처럼 FPS 게임에 필요한 움직임을 구현하다 보니 시점은 그대로면서 배경만 움직여야 했다. 때문에 공간지각에 혼란이 생기고,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멀미를 불러온 것이다.
3D 멀미로 유명한 게임은 <둠> 이외에도 <하프라이프> 시리즈와 비행 FPS 게임인 <디센트> 등이 있다. 엔진이나 그래픽 기술이 뛰어난 게임이라 할지라도 게이머 시점을 강제로 고정시키는 시스템이나 속도감이 느껴지는 3D 게임은 모두 3D 멀미 가능성이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게이머가 공간지각에 혼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3D 멀미에 민감한 사람은 FPS 게임을 5분 이상 하는 것도 버겁다. 또 자신이 게임할 때는 멀쩡하지만 옆에서 구경하다 멀미가 나기도 한다. 원인은 다르지만 증상이 멀미와 유사하기 때문에 멀미약을 먹으면 3D 멀미가 덜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증세가 심하다면 건강을 위해 FPS 게임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FPS 게임 관련 상식 2
존 로메로 이야기
■ 존 카멕과 함께 초기 FPS 게임들을 만든 존 로메로는 존 카멕보다 먼저 소프트디스크에서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존 카멕과는 성격에서 극과 극이었지만, 프로그래밍을 포함해 게임 제작 전반에 걸친 로메로의 능력은 존 카멕도 인정할 정도였다.
■ 로메로는 ID소프트에서 기획과 맵 디자인 등을 주로 맡았다. 중세시대 미술 양식이나 흑마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취향은 <울펜슈타인 3D> 기획과 <둠>의 음산한 공포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전체적인 디자인을 담당한 <둠>의 에피소드 1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ID소프트가 <둠>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접어들자 두 명의 존 사이는 점점 벌어지게 되었고, 존 로메로는 존 카멕과 결별하고 이온스톰이라는 개발사를 세웠다. <둠> 시리즈의 후광과 존 로메로의 이름값을 높게 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다이카타나>를 제작했지만 3년 이상의 제작 연기 이후 나온 결과물은 득실대는 버그와 경쟁 게임에 비해 형편없는 시스템으로 몸살을 앓는 괴작 게임으로 대실패했다.
존 로메로 자신은 출중한 개발자였던 반면 프로젝트 총괄 능력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이후 존 로메로는 모든 명성을 다 잃고 아끼는 페라리까지 처분해야 했으며, 그 이후 이렇다 할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