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진화하다
깜짝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찬바람과 함께 느껴진 것은 부드러운 갈색 톤의 실내 분위기였다. 아늑했다.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마시러 나온 길은 아니었다.
출입구를 따라 이어진 통유리 창에는 ‘라테’(Latte), ‘에스프레소’(Espresso)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은은한 실내등 아래에는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보였다.
피시방이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가격 경쟁 대신 매장을 차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도 시장의 논리일 터. 개성이 강한 피시방 붐이 일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일 듯하다. 그 변화의 바람에 특별하게 승부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봤다.
피시방이 카페로 진화하다
“피시방의 이미지를 최대한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이지호(35 · 전 e스포츠감독, 이스트로)씨가 최근 서울 내발산동에서 문을 연 피시방 ‘슈퍼 대니어의 샹떼’의 이야기다.
이 씨의 피시방은 특별한 것,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자신의 이름(영어이름, 대니어)과 캐리커처를 독자적으로 내걸고 승부하는 것. 바로 자신의 얼굴을 건 피시방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이 씨는 “피시방을 찾는 손님들이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차별화된 공간으로 꾸몄다”며 “캐리커처와 이름을 달고 승부를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피시방을 둘러보니 금방 알 수 느낄 수 있었다. 실내공기를 쾌적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에어커튼을 흡연과 비흡연 구역 사이에 장착했다. 또한 이용 편의를 위해 동선을 넓게 잡고, 각 좌석마다 칸막이를 설치한 점이 설명이 될 듯했다. 80평 면적의 실내의 좌석은 80석. 80대의 최신식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어 이 씨는 “지난 6월 18일에 오픈을 했는데, 단시간에 단골들이 많이 늘었다”며 “이용객의 80%가 회원이 되어 자주 찾아오신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초등학생부터 성인층까지 다양했다. 특히 인근 16개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주요 단골층이라고 한단다. 손님들이 반응이 좋은 이유는 단순했다. 쾌적한 실내 분위기가 무엇보다 압권이었지만, 유명인사가 연 피시방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만한 이유였다.
무엇보다도 이 씨의 넉넉한 서비스가 학생층 손님을 사로 잡은 듯했다. 바로 음료수 무료제공을 비롯해 서비스 시간 챙겨주기, 종종 가게를 찾는 인근 거주 팬을 위한 게임 등의 팬서비스가 그 이유였다.
“가능성을 보고 시작한 사업이었죠!”
이 씨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단순했다. 실시간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추진하게 된 일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매니아적인 측면이 강한 게임이기도 하지만, 게임 유저들이 가장 즐기는 게임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피시방을 열기까지 도움을 준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 2001년 e스포츠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팀 후원을 도와주었던 ‘샹떼’와 인연이 되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두 달 정도 준비를 했는데, 처음부터 오픈하는 끝까지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와 딸 채현(5) 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여기에 샹떼 김재철 이사를 비롯해 이승태 이노베이션티뷰 기획부장, 절친 김창선 씨 등도 빠질 수 없는 그의 지인들의 힘도 한몫했다.
피시방을 창업하면서 그에게도 꿈이 하나 생겼다. 바로 자신의 캐리커처를 단 가맹점을 올해 안에 10곳 정도 만드는 일이었다. 뭔가 느낌(feel)이 오면 끝장을 본다는 이 씨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 셈이었던 듯했다.
“이 일은 같이 가면서 함께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제가 이제까지 해왔던 e스포츠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많은 분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 씨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글=김진경 기자 paint138@ · 사진=설동호 팀장 liteworks@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